1. 사건의 개요 – 이미 끝난 줄 알았던 단속
제가 상담했던 의뢰인은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50대 자영업자였습니다. 거래처 사장과의 저녁 자리에서 반주를 곁들인 뒤, 대리운전을 부르지 않고 몇백 미터 떨어진 집까지 직접 차를 몰다 음주단속선에 걸렸습니다.
1차 측정 결과는 처벌 기준에 살짝 못 미치는 수치였습니다. 의뢰인은 안도하며 돌아가려 했지만, 담당 경찰관은 수치가 애매하다며 재측정을 요구했습니다. 이미 한 번 측정을 마쳤다고 생각했던 의뢰인은 억울함에 언성을 높였고, 그 과정에서 경찰관과 몸싸움이 벌어졌습니다.
며칠 뒤 의뢰인은 공무집행방해와 상해 혐의로 입건됐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단속 현장에서 있었던 실랑이가 형사사건으로 번진 것입니다. 자영업 특성상 관련 인허가나 영업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걱정에, 의뢰인은 몹시 위축된 상태로 상담을 요청했습니다.
2. 황윤경 변호사의 조력 – ‘적법한’ 공무집행이었는지부터 짚다
저는 상담에서 먼저 1차 측정기의 형식과 수치, 그리고 재측정을 요구한 구체적인 사유를 확인했습니다. 경찰 재직 시절 현장 단속 업무를 다뤄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재측정이나 채혈 요구가 아무 때나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절차적 요건을 갖춰야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확보한 자료는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단속 현장의 바디캠 및 순찰차 블랙박스 영상이었고, 다른 하나는 해당 측정기의 최근 교정 기록이었습니다. 영상을 초 단위로 분석한 결과, 1차 측정에서 이미 처벌 기준에 미달하는 수치가 나왔음에도 재측정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절차상 요구되는 설명이나 근거 제시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이 확인됐습니다.
몸싸움이 시작된 경위에 대해서도 영상을 통해 확인했습니다. 의뢰인이 돌아서려 하자 경찰관이 먼저 팔을 붙잡았고, 의뢰인은 이를 뿌리치는 과정에서 몸이 부딪힌 정황이 담겨 있었습니다. 동승했던 지인의 진술도 이와 일치했습니다.
법리적으로는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려면 그 전제가 되는 공무집행 자체가 '적법'해야 한다는 점을 핵심으로 삼았습니다. 경찰관 직무집행법과 도로교통법상 재측정이나 채혈을 요구하려면 최초 측정 결과에 불복하거나 그 결과에 상당한 의심이 있어야 하는데, 이 사건에서는 그런 사정 없이 재측정이 이루어졌다는 점을 조목조목 짚었습니다. 이미 적법하게 종료된 절차에 대해 다시 응할 의무가 없는 상태에서 벌어진 실랑이였다면, 그 과정에서의 저항을 공무집행방해로 보기 어렵다는 논리였습니다.
상해 부분에 대해서도, 진단서상 상해가 찰과상 수준의 경미한 것이었고, 몸싸움이 쌍방향으로 발생했다는 점을 근거로 인과관계와 상해의 정도를 다투었습니다. 저는 재판부에 현장 매뉴얼상 통상적인 단속 절차와 이 사건에서 이루어진 절차가 어떻게 달랐는지를 비교한 자료를 함께 제출했습니다.
3. 사건의 해결 – 무죄 판결
법원은 공무집행방해 및 상해 혐의 모두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측정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아 그 공무집행을 적법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 그리고 몸싸움 과정에서 발생한 상해도 쌍방의 몸싸움 중 우발적으로 생긴 경미한 것으로 평가된다는 점이 판단의 근거였습니다.
재판부가 중요하게 본 지점은 결국 절차였습니다. 감정이 격해진 현장 상황보다, 그 상황에 이르기까지의 절차가 규정대로 이루어졌는지를 먼저 살핀 것입니다.
4. 이 사건의 핵심 쟁점 – 공무집행방해죄, ‘적법성’이 먼저다
많은 분들이 "경찰관에게 대들면 무조건 공무집행방해"라고 오해합니다. 그러나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려면 그 전제가 되는 공무집행 자체가 적법해야 한다는 요건이 먼저 갖춰져야 합니다. 절차를 벗어난 공무집행에 대한 저항은 이 죄로 처벌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실제로 다투어진 지점은 재측정이나 채혈을 요구할 수 있는 절차적 요건이 갖춰졌는지, 몸싸움이 누구로부터 먼저 시작됐는지, 그리고 상해의 인과관계와 정도였습니다.
단속이나 수사 현장에서 벌어지는 실랑이는 감정적으로 보이기 쉽지만, 그 이면에는 절차가 제대로 지켜졌는지를 따져야 하는 법률적 쟁점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5. 단속 현장에서의 대응, 감정보다 기록이 중요하다
단속이나 조사 현장에서 억울함을 감정적으로 표출하는 것은 대체로 상황을 악화시킵니다. 그 자리에서 시시비비를 가리기보다, 상황이 정리된 뒤 절차상 문제가 있었는지를 차분히 짚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다만 절차에 실제로 문제가 있었다면, 그 순간의 기록, 즉 블랙박스나 바디캠 영상 확보 요청은 현장에서 미리 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이런 영상은 삭제되거나 확보하기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되셨다면, 당시 상황을 감정적으로 설명하기보다 절차가 어떻게 진행됐는지부터 시간순으로 정리해 상담받으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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