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건의 개요 – 아이 재촉에 서둘렀던 셀프계산
제가 상담했던 의뢰인은 초등학생 자녀를 둔 40대 주부였습니다. 집 근처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에 들러 아이가 고른 과자와 아이스크림, 음료 몇 개를 장바구니에 담고 셀프계산대에서 바코드를 하나씩 찍었습니다. 아이가 빨리 나가자고 재촉하는 통에 서둘러 결제를 마치고 매장을 나섰습니다.
며칠 뒤, 매장 사장님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CCTV를 확인해 보니 장바구니에 담았던 물건 중 라면 두 봉지와 음료 한 병이 결제 목록에서 빠져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장님은 이를 절도로 판단해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습니다.
의뢰인은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평소에도 자주 이용하던 동네 가게였고, 일부러 계산을 건너뛸 이유가 전혀 없었기 때문입니다. 무인 계산대에서 바코드 인식이 제대로 안 된 물건이 있었으리라는 생각은 했지만, 그것이 절도 혐의로 돌아오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동네에서 계속 얼굴을 마주쳐야 하는 이웃들의 시선도 큰 부담이었습니다.
2. 황윤경 변호사의 조력 – CCTV와 결제 로그를 초 단위로 대조하다
상담에서 저는 결제 총액과 장바구니에 담았던 물건의 예상 금액을 먼저 비교했습니다. 차액이 크지 않다는 점, 그리고 의뢰인이 그 매장을 몇 년째 정기적으로 이용해 온 단골이라는 점을 먼저 확인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작업은 매장 CCTV 전체 영상을 확보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장님 측이 제출한 영상은 결제 후 나가는 장면 위주였는데, 저는 계산대에서 바코드를 찍는 전체 과정이 담긴 영상을 추가로 요청했습니다. 확보한 영상을 초 단위로 분석한 결과, 문제가 된 물건들도 실제로 바코드를 인식기에 가져다 대는 동작이 있었다는 점이 확인됐습니다. 다만 인식이 제대로 되지 않았는지, 결제 목록에는 반영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저는 이 영상과 계산대 결제 로그의 시간을 나란히 대조한 표를 만들어 제출했습니다. 스캔 시도 자체가 없었다면 절도의 고의를 의심할 여지가 있지만, 시도는 했으나 기기 인식 오류로 누락된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아울러 의뢰인의 카드 결제 내역을 통해 그 매장을 몇 년간 꾸준히, 정상적으로 이용해 왔다는 패턴을 정리했습니다. 상습적으로 물건을 가져간 정황이 없다는 점을 뒷받침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자녀가 계산을 재촉했던 정황도 함께 진술서에 담아, 서두르는 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실수였다는 맥락을 설명했습니다.
법리적으로는 절도죄가 성립하려면 '불법영득의사', 즉 남의 물건을 가져갈 의도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바코드 스캔을 시도했음에도 기기 오류나 부주의로 결제가 누락된 경우에는 이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사장님으로부터 연락을 받자마자 의뢰인이 곧바로 미납 금액을 지급했다는 점도 고의 없음을 뒷받침하는 사정으로 함께 제시했습니다. 사장님 측이 주장한 '예전에도 그랬을 것'이라는 의혹에 대해서는, 과거 방문 기록 전체를 검토한 결과 이번이 처음이자 유일한 결제 누락이었다는 점으로 반박했습니다.
3. 사건의 해결 – 불송치(혐의없음) 결정
경찰은 불송치(혐의없음) 결정을 내렸습니다. 결제 누락 사실은 있었지만, 절도의 고의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수사기관이 주목한 부분은 계산대 영상에서 스캔을 시도한 흔적이 확인된다는 점, 결제 누락 금액이 소액이었다는 점, 발각 즉시 미납금을 지급했다는 점, 그리고 과거 방문 기록에서 상습성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결정으로 의뢰인은 절도 전과 없이 사건을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계속 살아가야 할 동네에서 억울한 오해를 풀 수 있었다는 점이 의뢰인에게는 큰 의미였습니다.
4. 이 사건의 핵심 쟁점 – 무인매장 결제 누락, 어디까지가 절도인가
무인매장과 셀프계산대가 늘어나면서 함께 늘어나고 있는 유형의 사건입니다. 절도죄가 성립하려면 '가져갈 의도'가 있어야 하는데, 기계 인식 오류나 부주의로 인한 결제 누락은 이 의도가 없을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판단이 갈리는 지점은 몇 가지입니다. 계산대에서 스캔을 시도한 흔적이 있는지, 누락된 금액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발각된 이후 어떻게 대응했는지, 그리고 같은 매장에서 반복적으로 이런 일이 있었는지입니다.
매장 CCTV에 결제 안 한 물건을 들고 나가는 장면이 찍혀 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절도의 고의가 증명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장면 전후의 맥락, 특히 계산 과정 전체를 함께 봐야 실제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가 드러납니다.
5. 절도 혐의로 고소당했다면, 감정적 대응보다 자료 정리가 먼저
억울한 마음에 무작정 항의하거나 화를 내는 방식으로 대응하면, 오히려 감정적인 태도로 비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스캔 시도 여부, 결제 내역, CCTV 영상 같은 객관적인 자료를 침착하게 정리해 제출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소액이라고 가볍게 여기고 넘어가서는 안 됩니다. 절도 혐의로 조사를 받은 이력은 이후에도 남을 수 있고, 특히 자녀가 있는 경우 부모의 형사 이력이 예상치 못한 곳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무인매장에서 결제 누락으로 고소를 당하셨다면, 당시 계산 과정이 담긴 CCTV부터 신속히 확보해 두시고, 진술 전에 사실관계를 충분히 정리하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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