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위 높은 술게임에 모두가 참여했다는 사실만으로 개별적인 신체 접촉까지 전부 동의한 것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반대로 술자리 이후 문제를 제기했다는 이유만으로 당시 모든 접촉이 곧바로 범죄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이번 글에서는 오픈채팅방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과 술을 마시고 룸술집에서 술게임을 하던 중 강제추행 및 준강제추행 혐의로 신고되었으나, 검찰에서 혐의없음 처분을 받은 사례를 소개하겠습니다.
1. 사건 개요
의뢰인은 친목을 목적으로 개설된 오픈채팅방에서 여러 사람과 대화를 나누다가 오프라인 모임에 참석했습니다. 당일 처음 만난 남녀 일행은 일반 술집에서 저녁 식사와 함께 술을 마셨고, 모임이 끝날 무렵 일부는 귀가했습니다.
의뢰인을 포함한 일부 인원은 술자리를 더 이어가기로 하고 인근 룸술집으로 이동했습니다. 밀폐된 룸 안에서 술을 추가로 마시던 일행은 벌칙을 수행하는 방식의 술게임을 시작했습니다. 게임이 진행되면서 참가자들 사이에 포옹이나 신체 접촉이 포함된 수위 높은 벌칙도 이어졌습니다.
며칠 뒤 여성 참가자 한 명은 의뢰인이 술게임 도중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신체를 만졌고, 자신이 술에 취해 잠든 사이에도 추행했다며 강제추행 및 준강제추행 혐의로 신고했습니다.
2. 피해자의 주장과 의뢰인의 입장
피해자는 술게임에서 정한 벌칙을 거부했음에도 의뢰인이 신체 접촉을 계속했으며, 이후 술에 취해 소파에 누워 있던 상태에서도 의뢰인이 자신의 신체를 만졌다고 진술했습니다.
의뢰인은 술게임 중 일정한 신체 접촉이 있었던 사실 자체는 인정했습니다. 다만 게임은 특정인이 강요한 것이 아니라 참석자들의 합의로 시작되었고, 피해자도 직접 벌칙을 정하거나 다른 참가자와 함께 게임에 참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피해자가 명시적으로 거부한 뒤 접촉을 계속한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피해자가 잠든 상태에서 신체를 만졌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전면 부인했습니다. 피해자는 술자리 막바지에도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스스로 휴대전화를 사용했으며, 귀가할 때도 별다른 부축 없이 이동했다는 것이 의뢰인의 입장이었습니다.
3. 주요 쟁점
술게임 과정에서 발생한 접촉에 관해서는 피해자가 어느 범위까지 동의했는지, 의뢰인이 거부 의사를 인식하고도 접촉을 계속했는지가 핵심이었습니다. 모임 전체의 분위기나 다른 참가자들의 동의만으로 피해자 개인의 동의를 대신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준강제추행 혐의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당시 술에 취해 잠들었거나 정상적인 판단과 저항이 어려운 상태였는지, 의뢰인이 그 상태를 인식하고 이용하여 추행했는지가 문제되었습니다.
두 혐의는 같은 술자리에서 발생했지만 성립요건이 달랐으므로, 게임 중 접촉과 술자리 후반부의 상황을 구분하여 판단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4. 변호인의 조력
본 변호인은 1차 술자리부터 룸술집을 떠날 때까지의 경위를 시간순으로 정리했습니다. 오픈채팅방 대화와 모임 참석자들의 메시지, 각 술집의 결제내역 및 룸술집 복도 CCTV를 확보하여 참석자 구성과 이동시간을 확인했습니다.
함께 술을 마신 참가자들은 피해자가 술게임의 진행 방식과 벌칙을 알고 있었고, 게임 도중에도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며 대화에 참여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일부 참석자는 피해자가 특정 벌칙을 거절하자 다른 벌칙으로 변경했던 상황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피해자가 준강제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시각에도 피해자의 휴대전화 사용내역과 단체대화방 메시지가 남아 있었습니다. 룸술집을 나올 때에는 피해자가 스스로 소지품을 챙기고 계산 문제를 논의한 뒤 일행과 함께 걸어 나오는 모습이 복도 CCTV에 확인되었습니다.
피해자의 진술은 조사 과정에서 잠들었다는 시점, 의뢰인이 앉아 있던 위치 및 당시 룸 안에 남아 있던 사람의 수가 일부 달라졌습니다. 본 변호인은 다른 참석자들의 진술과 객관적인 자료를 대조하여 강제적인 접촉과 심신상실 상태를 이용한 접촉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설명했습니다.
5. 사건 결과
수사기관은 술게임 과정에서 일정한 신체 접촉이 있었던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게임의 진행 경위와 피해자의 참여 모습, 거부 의사가 표현되었을 때 벌칙이 변경된 정황 등을 고려하면 의뢰인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로 추행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준강제추행 혐의에 대해서도 피해자가 상당량의 술을 마신 사실은 인정되지만, 사건 당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였다는 점과 의뢰인이 이를 이용해 신체를 만졌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결국 의뢰인은 강제추행 및 준강제추행 혐의에 대해 모두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습니다.
6. 사건의 의미
성적인 내용이 포함된 술게임에 참여했다는 사실이 이후의 모든 신체 접촉에 대한 포괄적인 동의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각 접촉이 이루어진 구체적인 상황과 상대방의 의사가 개별적으로 확인되어야 합니다.
한편 음주량이 많았거나 기억이 일부 단절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가 당연히 인정되는 것도 아닙니다. 사건 당시의 행동, 대화, 이동 모습과 주변 참가자들의 진술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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