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성범죄 사건에서 피의자나 피해자가 휴대폰을 임의제출한 뒤, 수사기관이 그 안에 저장된 사진첩·메신저 대화·통화기록 전체를 뒤지는 디지털포렌식이 사실상 필수 절차가 되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에는 “어차피 사건과 관련된 것만 볼 텐데 협조하는 게 낫겠다”, “휴대폰만 내고 나면 끝나는 줄 알았다”는 생각으로 별다른 조건 없이 휴대폰을 내놓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실제 포렌식 결과를 받아보면, 사건과 무관한 수년 전 대화나 사진까지 전부 열람된 뒤 그 안에서 별건 혐의가 튀어나오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은 해당 사건과 관련성이 인정되는 범위로 한정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임의제출 사안까지 일관되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포렌식 탐색 단계에서 무작정 저장정보 전체를 열람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습니다.
아래에서는 성범죄 사건 포렌식 과정에서 키워드 검색 범위를 실제로 제한할 수 있는지, 참여권을 통해 어떻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지, 그리고 범위를 넘어선 탐색으로 얻은 자료는 어떻게 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성범죄 사건 포렌식도 관련성 있는 범위로만 압수수색이 허용됩니다
형사소송법은 압수수색을 해당 사건과 관계있다고 인정되는 범위로 한정하고, 전자정보도 이 원칙에서 예외가 아닙니다.
형사소송법 제215조 제1항은 검사·사법경찰관이 영장에 의해 압수수색을 할 때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성범죄 사건에서 휴대폰을 압수수색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로, 수사기관이 저장된 모든 정보를 임의로 열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사건 혐의사실과 관련된 부분으로만 한정됩니다.
특히 전자정보는 휴대폰 한 대 안에 수년치 사진, 메신저 대화, 통화기록, 위치정보가 뒤섞여 있어 관련성 원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사생활 전체가 노출되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이 때문에 형사소송법 제106조 제3항은 압수 목적물이 정보저장매체인 경우 기억된 정보의 범위를 정하여 출력하거나 복제하여 제출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 조항은 제219조에 따라 검사·사법경찰관의 압수수색에도 준용됩니다.
포렌식 실무에서 이 “범위를 정하는” 작업이 바로 키워드 검색입니다. 수사기관은 통상 특정 인물의 이름, 특정 기간, 특정 대화방·앱, 특정 파일 형식 등을 검색조건으로 지정해 저장매체 전체가 아니라 그 조건에 걸리는 자료만 추출합니다. 이 검색조건이 혐의사실과 무관하게 넓게 잡히면, 그 자체로 관련성 원칙을 벗어난 압수수색이 됩니다.
성범죄 사건 포렌식도 관련성 있는 범위로만 허용되고, 그 범위를 정하는 실무적 도구가 바로 키워드 검색조건입니다.
2. 대법원은 저장매체를 반출해 탐색하는 과정까지도 관련성 원칙이 그대로 적용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압수수색은 저장매체를 확보한 순간이 아니라, 사무실로 가져가 탐색·출력·복제하는 전 과정을 하나의 절차로 봅니다.
실무에서는 수사기관이 휴대폰이나 그 이미징 복제본을 일단 확보한 뒤, 사무실에서 시간을 두고 탐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단계는 현장에서 곧바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자칫 관련성 원칙에서 벗어난 것처럼 취급되기 쉬웠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저장매체 자체나 복제본을 탐색해 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를 출력하거나 복제하는 과정도 전체적으로 하나의 압수수색영장 집행의 일환이라고 판단했고, 그 대상 역시 혐의사실과 관련된 부분으로 한정되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저장매체 자체 또는 적법하게 획득한 복제본을 탐색하여 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를 문서로 출력하거나 파일로 복제하는 과정도 전체적으로 하나의 영장에 기한 압수·수색의 일환에 해당하므로, 그 대상 역시 혐의사실과 관련된 부분으로 한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15. 7. 16.자 2011모1839 전원합의체 결정).
이 결정에 따르면 사무실로 반출된 휴대폰이나 복제본에서 관련성 구분 없이 임의로 파일을 복제·출력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영장주의에 반하는 위법한 압수가 됩니다. 성범죄 사건 포렌식에서도 이 원칙은 그대로 적용되어, 탐색 단계에서 사용하는 키워드나 검색조건이 넓을수록 위법 소지도 커집니다.
탐색·복제·출력까지 포함한 전 과정이 하나의 압수수색이므로, 그 안에서 쓰이는 키워드 검색조건도 관련성 심사를 피할 수 없습니다.
3. 성범죄 사건이라도 임의제출한 휴대폰의 압수범위는 참여권 행사로 실질적으로 제한할 수 있습니다
피의자나 피해자가 참여권을 행사하면, 탐색에 쓰이는 키워드와 검색조건에 직접 이의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121조, 제122조는 압수수색영장 집행에 검사,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참여할 수 있고, 집행의 일시·장소를 미리 통지받을 권리가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들은 제219조에 따라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에도 준용되고, 대법원은 이 참여권이 저장매체를 탐색하는 단계에도 그대로 보장되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특히 임의제출 사건에 대해 대법원은, 피해자 등이 임의제출한 휴대폰이라도 그 압수범위는 제출의 동기가 된 범죄혐의와 관련된 부분으로 한정되고, 피의자에게 참여할 기회를 보장하며 압수한 전자정보의 목록을 교부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21. 11. 18. 선고 2016도348 전원합의체 판결). 탐색 과정에서 별도의 범죄혐의를 발견하더라도 곧바로 추가 탐색을 이어갈 수는 없고, 별도 영장을 받아야 한다는 점도 같은 판결에서 확인됐습니다.
실무적으로 참여권을 행사한다는 것은, 포렌식 담당자가 어떤 키워드·기간·대화상대로 검색을 진행하는지 사전에 고지받고, 그 조건이 혐의사실과 무관하게 넓다면 현장에서 이의를 제기해 조서나 참여확인서에 그 취지를 기록해 두는 것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성범죄 혐의와 무관한 수년 전 대화방이나 관계없는 인물의 이름까지 검색조건에 포함돼 있다면, 그 부분을 빼달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참여권은 서류상 권리가 아니라, 탐색에 쓰이는 키워드와 검색조건 자체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실질적 수단입니다.
4. 범위를 넘어선 키워드 탐색으로 확보한 자료는 위법수집증거로 배제될 수 있습니다
관련성 없이 확대된 키워드 검색으로 얻은 자료는 증거로 쓰이지 못할 위험이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관련성 원칙을 벗어나 탐색·복제·출력된 전자정보는 이 조항이 정한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해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이 부정되고, 그 자료를 근거로 확보된 2차적 증거도 인과관계가 이어지는 한 함께 다툴 수 있습니다.
성범죄 사건은 진술과 정황증거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포렌식으로 확보한 메신저 대화나 사진이 결정적 증거로 쓰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그 증거가 애초에 관련성 없는 키워드로 확대된 탐색에서 나온 것이라면, 피고인 측은 위법수집증거 배제를 주장해 그 증거는 물론 그로부터 파생된 진술이나 추가 증거의 증거능력까지 다툴 수 있습니다.
반대로 고소인·피해자 입장에서도 이 원칙을 이해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수사기관이 관련성 있는 범위 내에서 제대로 탐색했다면 나중에 위법수집증거 주장으로 증거가 뒤집힐 위험이 줄어들기 때문에, 임의제출 단계에서부터 제출 범위와 검색조건을 명확히 해 두는 것이 오히려 유리합니다.
관련성 범위를 넘어선 키워드 탐색으로 얻은 자료는 위법수집증거로 배제될 수 있어, 양쪽 모두에게 범위를 명확히 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절차와 이의제기 시점은 이렇게 진행됩니다
포렌식 참여 시점을 놓치면, 이후 이의를 제기할 근거 자료 자체가 남지 않습니다.
성범죄 사건의 포렌식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임의제출 또는 압수수색영장 집행 → ②디지털포렌식센터에서의 키워드 탐색·추출(이 단계에서 참여권 행사) → ③검찰(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 중 두 번째 단계, 즉 키워드 탐색 단계가 실질적으로 가장 중요합니다. 이 단계를 지나 이미 출력·복제가 끝나 버리면, 나중에 “그 키워드는 무관했다”고 주장하기가 훨씬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임의제출 동의서 또는 압수수색영장에 압수 대상의 범위(기기 자체인지, 특정 기간·특정 앱인지)가 어떻게 적혀 있는지 확인합니다.
포렌식 탐색 시 사용되는 키워드·검색조건 목록을 참여권자로서 사전에 고지받아, 혐의사실과 관련 없는 항목이 있는지 대조합니다.
관련성 없는 자료가 압수목록에 포함됐다면, 형사소송법 제417조에 따른 준항고로 그 압수 처분의 취소를 청구할 수 있는지 검토합니다.
이러한 절차를 스스로 챙기기 어렵다면, 포렌식 참여 시점부터 성범죄 사건의 압수수색 절차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와 함께 대응 방향을 정하는 것이 실질적인 도움이 됩니다.
마치며
성범죄 사건에서 휴대폰 포렌식은 “협조하면 빨리 끝난다”는 생각으로 별다른 조건 없이 응하는 경우가 많아, 초기 대응이 늦어지곤 합니다.
자료를 넘긴 뒤 억울함을 느끼는 피해자 입장에서는, 제출 범위와 검색조건을 명확히 해 두는 것이 오히려 증거를 지키는 길입니다. 반대로 혐의를 받는 입장에서도, “어차피 협조하는 게 낫다”는 생각만으로 응하기보다 참여권을 행사해 키워드 범위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 방어권의 출발점이 됩니다.
저는 성범죄 사건에서 자료를 제출한 쪽과 그 자료로 혐의를 받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포렌식 탐색 단계에서의 대응이 사건 전체의 결과를 바꾸는 경우를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탐색이 끝나기 전, 참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그 시점이 바로 상담이 필요한 때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임의제출에 동의했는데, 나중에 검색 범위를 제한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임의제출 이후에도 참여권을 행사해 탐색 단계에서 사용되는 키워드·검색조건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관련성 없는 부분은 제외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Q. 참여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요?
A.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스스로 밝힌 경우에는 통지 없이 진행될 수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122조). 다만 그런 의사표시가 없었는데도 통지 없이 진행됐다면 절차 위반을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Q. 성범죄 사건에서 무관한 대화나 사진까지 이미 열람됐다면 어떻게 되나요?
A. 관련성 없는 부분까지 탐색·복제됐다면 위법수집증거 배제를 주장할 수 있고, 그 자료를 근거로 확보된 추가 증거의 증거능력도 함께 다툴 수 있습니다.
Q. 탐색 과정에서 성범죄와 무관한 다른 범죄 정황이 발견되면 그 자리에서 바로 압수되나요?
A. 아닙니다. 대법원은 별도 범죄혐의를 발견하더라도 추가 탐색을 중단하고 별도 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영장 없이 곧바로 압수한 자료는 위법수집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Q. 압수된 전자정보 목록을 반드시 받을 수 있나요?
A. 그렇습니다. 대법원은 임의제출 휴대폰이라도 압수한 전자정보의 목록을 교부하는 등 절차적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목록을 받지 못했다면 이를 요청하고, 목록과 실제 열람 범위가 일치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Q. 이미 포렌식이 끝난 뒤에도 이의를 제기할 방법이 있나요?
A.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417조에 따른 준항고로 압수 처분의 취소나 변경을 청구할 수 있고, 재판 단계에서도 위법수집증거 배제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시점이 늦어질수록 입증이 어려워지므로 조사 초기에 변호사와 함께 대응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