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친구나 지인 여러 명이 함께 어울리던 자리에서 성범죄가 벌어졌을 때, 실제로 피해자를 만지지 않은 사람까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위반(특수강제추행)으로 조사받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에는 “나는 그냥 그 자리에 있었을 뿐이다”, “손을 댄 적도 없고 말릴 새도 없었다”는 생각으로 크게 걱정하지 않다가, 경찰서에서 공범, 즉 특수강제추행의 공동피의자로 입건됐다는 통보를 받고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사 과정에서는 “같이 있었으니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식의 질문이 이어지고, 자신도 모르게 진술이 불리하게 정리되는 일도 드물지 않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2인 이상이 함께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성폭력처벌법상 ‘합동’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공모와 실행행위의 분담이라는 두 요건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는 원칙을 일관되게 확인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직접 신체를 만지지 않았더라도 망을 보거나 피해자의 이동을 막는 등 역할을 나누어 맡았다면 합동이 인정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판시하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두 명 이상이 함께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특수강제추행이 성립하는지, 합동범이 인정되기 위한 구체적인 요건과 처벌 수위, 그리고 조사 통보를 받았을 때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두 사람이 함께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특수강제추행이 성립하지는 않습니다
‘함께 있었다’는 사실과 ‘합동하였다’는 법적 평가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형법 제298조의 강제추행은 한 사람이 단독으로 폭행 또는 협박으로 추행을 해도 성립합니다. 그런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조 제2항은 흉기나 위험한 물건을 지닌 채, 또는 2명 이상이 합동하여 강제추행을 한 경우를 ‘특수강제추행’으로 별도로 무겁게 처벌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합동’입니다. 형법상 공동정범은 공모만 있으면 범행 현장에 없었던 사람도 처벌될 수 있지만, 합동범은 이와 달리 범행 현장에서의 협동관계를 별도로 요구하는 개념입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두 사람이 그 자리에 함께 있었다”는 사실관계와, “두 사람이 합동하였다”는 법적 평가를 곧바로 같다고 보는 오해가 자주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술자리에 여러 명이 함께 있다가 그중 한 명이 다른 참석자를 추행한 경우, 옆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나머지 사람 전부가 곧바로 특수강제추행의 공범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각자가 실제로 그 자리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가 먼저 확인되어야 합니다.
‘함께 있었다’는 사실관계와 ‘합동하였다’는 법적 평가는 구분되며, 후자가 인정되려면 별도의 요건을 갖춰야 합니다.
2. 합동이 인정되려면 공모와 실행행위 분담이라는 두 요건이 모두 필요합니다
공모만으로는 부족하고, 현장에서의 시간적·장소적 협동관계까지 갖춰야 합동이 인정됩니다.
대법원은 성폭력처벌법상 합동범이 성립하기 위한 요건을 두 가지로 나누어 판단합니다. 하나는 주관적 요건인 공모이고, 다른 하나는 객관적 요건인 실행행위의 분담입니다.
공모는 반드시 사전에 말로 약속하지 않아도, 그 자리의 분위기나 눈빛, 행동을 통해 암묵적으로 의사가 통했다면 인정될 수 있습니다. 다만 공모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실행행위의 분담, 즉 범행 현장에서 시간적으로나 장소적으로 서로 협력하는 관계에 있었다는 점까지 인정되어야 비로소 합동범이 완성됩니다. 대법원은 이 법리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습니다.
2인 이상이 합동하여 형법 제297조의 죄를 범함으로써 특수강간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주관적 요건으로서의 공모와 객관적 요건으로서의 실행행위의 분담이 있어야 하고, 그 실행행위는 시간적으로나 장소적으로 협동관계에 있다고 볼 정도에 이르면 된다(대법원 2004. 8. 20. 선고 2004도2870 판결).
이 판결에서 대법원은, 여러 명이 사전에 모의한 후 피해자들을 유인해 각자 한 명씩 데리고 100m 이내의 가까운 곳으로 흩어져 동시 또는 순차적으로 범행했다면, 각자가 서로 다른 피해자를 상대했더라도 전체적으로 시간적·장소적 협동관계가 인정되어 합동범이 성립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법리는 강제추행 사건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공모와 실행행위 분담, 이 두 요건이 함께 인정되어야 비로소 합동범으로서의 특수강제추행이 완성됩니다.
3. 손을 대지 않았어도 망을 보거나 이동을 막았다면 합동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직접 추행하지 않았더라도 역할을 나누어 범행을 도왔다면 실행행위 분담으로 평가됩니다.
“나는 손도 대지 않았다”는 항변은 실무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방어 논리입니다. 그러나 실행행위의 분담은 반드시 피해자의 신체에 직접 손을 대는 행위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앞서 본 대법원 2004도2870 판결의 사안에서도, 공범 중 한 명은 직접 피해자를 간음하지 않고 주변에 사람이 오는지 살피는 역할만 맡았습니다. 그런데도 대법원은 사전 모의에 따라 역할을 나누어 범행에 가담한 이상 합동범이 성립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공소외 2는 주변에 사람들이 오는지 망을 보고, 피고인은 피해자를 주차해 놓은 트럭으로 데리고 가 반항을 억압한 후 간음하였다(대법원 2004. 8. 20. 선고 2004도2870 판결).
마찬가지로 피해자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출입구를 막거나, 다른 사람을 붙잡아 이동을 제지하는 행위도 실행행위의 분담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사전에 아무런 모의가 없었고 현장에서도 어떤 역할을 맡지 않은 채 우연히 그 자리에 있었을 뿐이라면, 그 사정만으로 합동범의 객관적 요건을 인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추행을 만류하지 않고 방치한 정황에 따라 방조죄 성립 여부는 별도로 검토될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합니다.
합동 여부를 가르는 것은 ‘같은 공간에 있었는가’가 아니라 ‘사전 모의에 따라 어떤 역할을 실제로 맡았는가’입니다.
4. 합동이 인정되는지에 따라 처벌 수위가 크게 달라집니다
단순 강제추행과 특수강제추행은 하한 형량 자체가 다르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형법 제298조의 단순 강제추행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어, 사안에 따라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도 가능한 구조입니다. 반면 성폭력처벌법 제4조 제2항의 특수강제추행은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하한이 정해져 있습니다.
형법 제62조에 따라 집행유예는 원칙적으로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형을 선고할 때만 가능합니다. 그런데 특수강제추행은 법정형 하한이 이미 5년이므로, 특별한 감경사유 없이는 집행유예 자체가 구조적으로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합동 요건이 인정되는지 여부는 단순히 죄명 하나가 바뀌는 문제가 아니라, 실형 여부를 가르는 분기점이 됩니다.
같은 사건이라도 공범 중 일부는 실행행위 분담이 인정되어 특수강제추행으로, 일부는 그렇지 않아 단순 강제추행의 공동정범 또는 방조범으로 나뉘어 처벌되는 경우도 실무에서 드물지 않습니다.
5. 조사 통보를 받았다면 이렇게 절차가 진행됩니다
초기 조사에서 자신의 역할을 어떻게 설명하느냐가 사건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여러 명이 관련된 성폭력처벌법위반(특수강제추행)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 또는 인지에 따른 수사 착수 → ②피해자·참고인 조사 및 공범으로 지목된 사람들에 대한 순차 소환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는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기소 여부 결정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합동이 인정될 만한 정황이 짙다고 판단되면 구속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공동피의자로 조사 통보를 받았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사실관계부터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건 당일 자신이 그 장소에 있었던 시간, 위치, 그리고 실제로 한 행동을 시간 순서대로 구체적으로 재구성합니다.
사전에 어떤 대화나 계획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 자리에서 누가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 뒷받침하거나 반박할 수 있는 대화 기록·목격자 진술을 확보합니다.
자신의 행동이 실행행위의 분담에 해당하는지, 단순한 목격에 그치는지를 법리적으로 검토받습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성범죄 공범 사건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합동 요건이 실제로 충족되는지를 다투어 죄명과 처벌 수위 자체를 바꿀 수 있는 지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그냥 같이 있었을 뿐인데 왜 나까지”라는 억울함 때문에, 혹은 “설마 별일 아니겠지”라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피해를 입은 쪽 입장에서는 여러 명이 함께 있었던 상황 자체가 위협적이었다는 사정과, 각자가 실제로 어떤 행동을 했는지를 구체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합동 요건을 입증하는 데 중요합니다. 반대로 공동피의자로 지목된 쪽 입장에서도 “같이 있었으니 어쩔 수 없다”고 지레 포기할 것이 아니라, 사전 모의와 역할 분담이 실제로 있었는지를 냉정하게 따져보아야 합니다.
저는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를 주장하는 쪽과 공동피의자로 지목되어 억울함을 호소하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결론이 정해지지 않는다는 것을 여러 사건에서 확인해 왔습니다.
합동 여부에 따라 처벌 수위가 완전히 달라지는 만큼, 조사 통보를 받은 초기 단계에서부터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저는 신체 접촉을 전혀 하지 않았는데도 특수강제추행 공범이 될 수 있나요?
A. 될 수 있습니다. 직접 접촉이 없더라도 망을 보거나 피해자의 이동을 막는 등 사전 모의에 따른 역할 분담이 인정되면 실행행위의 분담으로 평가되어 합동범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Q. 사전에 아무런 계획 없이 우연히 그 자리에 있었을 뿐이라면 어떻게 되나요?
A. 공모와 역할 분담이 모두 인정되지 않는다면 합동범의 객관적 요건이 부족해 특수강제추행이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상황에 따라 방조죄 성립 여부는 별도로 검토될 수 있습니다.
Q. 합동이 인정되지 않으면 아예 처벌을 받지 않나요?
A. 아닙니다. 합동이 부정되더라도 직접 추행 행위를 했다면 형법 제298조의 단순 강제추행으로 처벌될 수 있고, 가담 정도에 따라 공동정범이나 방조범으로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Q. 특수강제추행은 집행유예가 아예 불가능한가요?
A. 원칙적으로 어렵습니다. 법정형 하한이 5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라 형법상 집행유예 요건(3년 이하 징역·금고)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법률상 감경사유 등이 없는 한 집행유예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Q. 공모가 있었는지는 어떻게 증명하나요?
A. 명시적인 대화나 메시지가 없어도 현장의 언행, 사전 이동 경로, 역할 배분 정황 등을 종합해 암묵적 의사연락을 인정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이를 부정하려면 당시 대화 기록이나 목격자 진술 등 구체적 자료가 필요합니다.
Q. 경찰에서 공동피의자로 소환 통보를 받았는데 언제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 진술에서 자신의 역할을 어떻게 설명하느냐에 따라 합동 여부에 대한 평가가 크게 달라지고, 이후 진술을 바꾸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Q. 피해자와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들이 서로 아는 사이라면 결론이 달라지나요?
A. 관계 자체가 결론을 바꾸지는 않습니다. 다만 서로 아는 사이였다는 사정은 사전 모의나 암묵적 의사연락을 판단하는 정황으로 함께 고려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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