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기계가 오작동해 근로자 두 명이 크게 다쳐 각각 8개월 가까이 병원 신세를 졌다면, 사망자가 한 명도 없었는데도 대표가 중대재해처벌법으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많은 사업주가 이 법을 '사람이 죽었을 때만 적용되는 법'으로 알고 있지만, 법은 사망 이외에도 부상과 질병을 별도의 중대산업재해 유형으로 규정해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습니다. 특히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2명 이상'이라는 요건은 겉보기와 달리 따져볼 지점이 많아서, 치료 기간을 언제 기준으로 판단하는지, 부상자를 어떻게 세는지에 따라 처벌 대상 여부가 갈립니다. 이 글에서는 사망사고가 아닌 부상형 중대산업재해가 어떤 요건으로 성립하고, 사망사고와 처벌 수위가 어떻게 다르며, 경영책임자가 실제로 처벌받기까지 어떤 인과관계가 필요한지를 정리하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중대산업재해의 세 가지 유형 — 사망만이 처벌 대상은 아니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 제2조 제2호는 산업재해 중 일정한 결과를 야기한 재해를 '중대산업재해'로 규정하면서, 그 결과를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놓았습니다. 가목은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한 경우, 나목은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한 경우, 다목은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 3명 이상 발생한 경우입니다. 세 유형 모두 같은 조문 안에 나란히 규정되어 있을 뿐, 어느 하나만 '진짜 중대재해'인 것이 아닙니다.
실무에서 자주 나타나는 오해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사망사고 전용법'으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이런 인식 때문에 부상 사고가 발생하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만 따지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부상자가 여러 명이고 치료 기간이 길어지는 사고라면 처음부터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가능성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사업장에서는 사망사고보다 부상 사고가 훨씬 자주 일어나는 만큼, 오히려 나목 유형이 실무에서 마주칠 확률이 더 큰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가목 — 사망자 1명 이상 발생. 이 경우에만 1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하한이 적용된다.
나목 —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2명 이상 발생.
다목 —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 3명 이상 발생.
나목·다목에 해당하면 처벌 조항 자체가 가목과 달라진다(중대재해처벌법 제6조 제2항).
중대재해처벌법은 사망사고뿐 아니라 부상·질병 사고도 별도의 중대산업재해 유형으로 규정해 경영책임자를 처벌 대상으로 삼는다.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 — 요건을 하나씩 뜯어보면
나목이 성립하려면 먼저 '동일한 사고'여야 합니다. 같은 사업장에서 일어난 사고라도 발생 시각과 원인이 다른 별개의 사고라면, 각 사고에서 나온 부상자를 합쳐 2명으로 셀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오전에 지게차 사고로 1명이 다치고 오후에 별도의 추락사고로 1명이 다쳤다면, 두 사고는 원인과 발생 경위가 다른 별개의 사고이므로 동일한 사고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하나의 폭발이나 화재처럼 단일한 원인에서 여러 명이 동시에 다쳤다면 동일한 사고로 평가되어 인원을 합산합니다.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하다는 요건도 실제로 6개월을 채워 치료를 받아야만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 직후 진단 단계에서 치료에 필요한 기간이 6개월 이상으로 예상되면 충족됩니다. 실무에서는 의료기관이 발급하는 진단서·소견서에 기재된 향후 치료 예상 기간, 산재보험 요양급여 신청 시 첨부되는 소견서의 요양기간이 판단 자료로 활용됩니다. 처음 진단에서는 치료 기간이 짧게 나왔더라도 이후 합병증이나 후유증으로 치료가 길어져 결과적으로 6개월을 넘기는 경우, 사후적으로 나목 해당 여부가 다시 문제 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합니다.
진단 시점에 향후 치료기간이 6개월 이상으로 예상되면 요건 충족 — 실제 완치까지 걸린 기간과는 무관.
발생 시각·장소·원인이 다른 사고에서 나온 부상자는 서로 합산하지 않는다.
초기 진단이 가벼워 보여도 이후 치료가 길어지면 나목 해당 여부가 재검토될 수 있다.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지는 사고 발생 시점의 진단을 기준으로 판단하며, 완치까지 실제로 걸린 기간으로 뒤늦게 판단하지 않는다.
'부상자 2명 이상' — 인원수를 세는 기준
나목은 부상자가 '2명 이상'이어야 성립하는데, 이때 각 부상자가 개별적으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상태여야 합니다. 한 사고에서 2명이 다쳤더라도 1명은 치료 기간이 6개월 이상으로 예상되고 다른 1명은 2~3개월 정도의 경상이라면, 나목의 부상자 2명 이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합니다. 이 경우 경상을 입은 근로자 부분은 별도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나 업무상과실치상 등으로 다뤄질 뿐,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산업재해로는 평가되지 않습니다.
도급·용역·위탁 관계에서 발생한 사고라면 부상자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인지도 문제가 됩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제5조는 사업주나 법인이 제3자에게 도급 등을 준 경우에도, 그 시설·장비·장소를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책임이 있다면 제3자(하청)의 종사자에게 발생한 중대산업재해까지 원청의 경영책임자에게 책임을 지운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원청 소속 근로자 1명과 하청 소속 근로자 1명이 같은 사고로 각각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을 입었다면, 소속이 다르더라도 인원이 합산되어 원청 경영책임자가 나목 중대산업재해의 책임 주체가 될 수 있습니다.
사망사고와 무엇이 다른가 — 처벌 수위와 절차의 차이
사망사고(가목)와 부상형 중대산업재해(나목)는 처벌 조항 자체가 다릅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제6조 제1항은 가목의 중대산업재해에 이르게 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을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징역과 벌금을 병과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반면 같은 조 제2항은 나목·다목의 중대산업재해에 이르게 한 경우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규정합니다. 가목은 징역형에 하한(1년 이상)만 있고 상한이 없는 구조이고, 나목·다목은 반대로 상한(7년 이하)만 있고 하한이 없는 구조입니다. 벌금형이 선택형으로 함께 규정되어 있다는 점도 가목과 다릅니다.
법인에 대한 양벌규정도 유형에 따라 벌금 상한이 갈립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제7조는 경영책임자등이 제6조를 위반하면 행위자를 처벌하는 것과 별도로 법인에도 벌금형을 부과하는데, 가목에 해당하면 50억원 이하, 나목·다목에 해당하면 10억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됩니다. 다만 법인이 위반행위 방지를 위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면 이 양벌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단서도 함께 규정되어 있습니다. 한편 제6조 제3항은 제1항 또는 제2항의 죄로 형이 확정된 후 5년 이내에 같은 죄를 다시 저지르면 각 항에서 정한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한다고 정하고 있어, 부상형 중대산업재해라도 재범이라면 처벌 수위가 크게 올라갑니다.
부상형 중대산업재해(제6조 제2항)는 사망사고(제1항)와 달리 징역형 하한이 없어 상대적으로 가볍게 설계되어 있지만, 재범이면 형이 2분의 1까지 가중된다.
경영책임자가 실제로 처벌받으려면 — 안전보건확보의무 위반과 인과관계
부상자가 나목 요건대로 발생했다고 곧바로 경영책임자가 처벌되는 것은 아닙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제4조에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에게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이행, 재발방지 대책의 수립·이행, 관계 법령상 시정명령 이행, 안전·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 조치를 하도록 정하고 있고, 제6조는 이 제4조 또는 제5조를 위반하여 중대산업재해에 '이르게 한' 경우를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습니다. 즉 안전보건확보의무 위반이라는 원인과 부상 사고라는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비로소 처벌 조항이 적용됩니다.
실제 재판 실무에서는 이 인과관계를 상당히 엄격하게 심리하는 경향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완전하게 갖추지 못한 사정이 있더라도, 그 미비와 구체적으로 발생한 사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으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자체가 무죄로 판단될 수 있다는 점이 실제 재판례를 통해 확인된 바 있습니다. 부상형 사고라 해서 이 인과관계 심리가 완화되는 것은 아니므로, 사고 원인이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조적 미비 때문인지, 아니면 현장 근로자의 돌발적인 개별 과실 때문인지를 가려내는 작업이 처벌 여부를 좌우하게 됩니다.
적용대상 사업장 — 5인 미만 개인사업주만 제외된다
중대재해처벌법 제3조는 상시 근로자가 5명 미만인 사업 또는 사업장의 개인사업주에게는 이 법의 안전보건확보의무·처벌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상시 근로자가 5명 이상이거나, 개인사업주가 아니라 법인 형태의 사업이라면 소규모 사업장이라도 원칙적으로 이 법의 적용을 받습니다. 상시 근로자 수는 특정 시점의 재직자 수만 볼 것이 아니라 사고 전 일정 기간의 고용 현황을 종합적으로 살펴 판단하므로, 인원이 5명 안팎을 오가는 사업장이라면 이 기준을 넘나드는 시점을 미리 확인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부상형 중대산업재해 역시 이 적용범위 기준을 그대로 따릅니다. 근로자 수가 많지 않은 소규모 제조업이나 건설현장이라도 상시 근로자가 5명을 넘고 법인 형태로 운영된다면, 사망사고가 아닌 부상 사고만으로도 경영책임자 형사처벌 가능성을 검토 대상에 올려야 합니다. 사업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후순위로 미뤄두는 것은, 부상형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했을 때 인과관계 다툼에서 불리한 자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사고 이후 실무 대응 — 인과관계를 다투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
부상 사고가 나목 요건에 해당할 가능성이 보이는 순간부터는 초동 대응이 이후 형사절차의 방향을 좌우합니다. 우선 산업안전보건법령에 따른 중대재해 발생 보고·작업중지 등 행정적 의무를 지체 없이 이행하는 것이 기본이고, 이와 별개로 사고 경위를 뒷받침할 자료를 신속하게 확보해 두어야 합니다. 사고 현장 사진과 CCTV 영상, 피해자별 진단서와 향후 치료 예상 기간, 사고 직전 안전교육 이수 기록, 해당 설비에 대한 위험성평가 자료, 안전보건 예산 집행 내역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런 자료는 시간이 지나면 확보가 어려워지므로 사고 직후부터 정리해 두는 쪽이 유리합니다.
이후 절차는 통상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의 수사로 시작해 검찰 송치, 기소 여부 판단으로 이어집니다. 이 과정에서 경영책임자 측이 방어할 수 있는 핵심은 결국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실제로 구축·이행하고 있었다는 사실과, 이번 사고가 그 체계의 구조적 미비가 아니라 예견하기 어려운 다른 원인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함께 소명하는 데 있습니다. 평소 안전보건관리체계 운영 기록을 남겨두는 것이 사고 이후 대응 단계에서도 그대로 방어자료가 된다는 점에서, 사전 정비와 사후 대응은 서로 이어져 있는 문제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부상자가 1명뿐이고 치료기간이 1년이 넘어도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나요?
A. 나목은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2명 이상'을 요건으로 하므로, 치료기간이 아무리 길어도 부상자가 1명뿐이면 나목 중대산업재해에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다만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나 업무상과실치상 등 다른 형사책임은 별도로 문제될 수 있습니다.
Q. 부상자 2명 중 1명이 산재보험 요양기간을 6개월 미만으로 승인받았다면요?
A. 요양급여 승인 기간은 참고자료일 뿐 절대적 기준은 아니며, 사고 직후 진단서에 기재된 향후 치료 예상 기간이 실제로 6개월 이상이었는지가 함께 검토됩니다. 승인 기간이 짧더라도 진단 당시 예상 치료기간이 6개월 이상이었다면 요건 충족 여부가 다시 문제 될 수 있습니다.
Q. 사망사고보다 부상사고 처벌이 항상 가볍나요?
A. 제6조 제2항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되어 있어 하한이 없는 구조라 사망사고(제1항, 1년 이상의 징역)보다 가볍게 설계되어 있지만, 실형이 선고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재범이면 제6조 제3항에 따라 형이 2분의 1까지 가중됩니다.
Q. 소규모 사업장도 부상형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받나요?
A. 제3조에 따라 상시 근로자 5명 미만인 사업의 개인사업주만 적용에서 제외되고, 그 외 사업장은 규모와 무관하게 원칙적으로 적용 대상입니다. 상시 근로자 수는 특정 시점이 아니라 일정 기간의 고용 현황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Q.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가 다쳤는데 원청 대표도 처벌받을 수 있나요?
A. 제5조에 따라 원청이 사고가 발생한 시설·장비·장소를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책임이 있다면, 하청 종사자의 부상도 부상자 수 산정에 합산되어 원청 경영책임자가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실질적 지배·운영·관리 책임이 있는지가 핵심 쟁점입니다.
Q.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갖추지 못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유죄가 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제6조는 제4조·제5조 위반으로 중대산업재해에 '이르게 한' 경우를 처벌하므로, 의무 위반과 구체적 사고 사이의 인과관계가 별도로 인정되어야 합니다. 인과관계가 부정되어 무죄가 선고된 사례도 실제로 존재합니다.
맺음말
중대재해처벌법은 사망사고뿐 아니라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2명 이상'이라는 요건을 갖추면 부상 사고만으로도 경영책임자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습니다. 사망사고와 처벌 조항의 하한·상한 구조가 다르고, 부상자를 세는 기준과 동일한 사고 여부, 안전보건확보의무 위반과의 인과관계까지 따져야 할 지점이 여러 단계로 나뉘어 있습니다. '사람이 죽지 않았으니 괜찮다'는 판단은 이 법의 구조상 안전하지 않습니다.
사고가 발생한 뒤에는 부상자 수와 치료기간, 안전보건관리체계 운영 기록을 최대한 빨리 정리해 인과관계를 다툴 준비를 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원·경기남부 지역의 제조업·건설업 사업장에서 부상 사고가 발생했다면, 나목 해당 여부와 방어자료 확보 방향을 초기 단계에서부터 함께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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