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조종이나 부정거래로 조사를 받게 되면 대부분 형사처벌과 과징금부터 걱정합니다. 그런데 2025년 4월 23일 시행된 개정 자본시장법은 이와 완전히 별개로 움직이는 제재를 하나 더 만들었습니다. 금융위원회가 위반자에게 최장 5년간 모든 금융투자상품 거래를 못 하게 막고, 동시에 상장회사 임원 자리에도 앉지 못하게 하는 '제한명령'입니다. 벌금을 내고 집행유예로 끝났다고 안심하는 사이 이 행정제재가 별도로 진행되어, 정작 사업이나 재산관리에 훨씬 큰 타격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글에서는 제한명령이 정확히 무엇을 막는지, 기간은 어떻게 정해지는지, 형사처벌과 함께 받아도 이중처벌이 아닌 이유까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주가조작 제한명령이란 — 형사처벌과 별도로 움직이는 행정제재
제한명령의 근거는 자본시장법 제426조의3(불공정거래행위자에 대한 거래 및 임원선임 제한)입니다. 이 조항은 금융위원회가 같은 법 제426조에 따른 조사 결과 특정 불공정거래 행위를 한 사람에게, 투자자 보호와 건전한 거래질서 유지를 위해 일정 기간 두 가지 행위를 제한하는 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조문상 '조사 결과'가 요건이므로, 검찰 송치나 기소 여부와 무관하게 금융위 조사 단계에서부터 제한명령이 논의될 수 있다는 점이 실무에서 자주 간과되는 부분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명령이 형벌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형사재판은 검찰이 기소하고 법원이 유·무죄를 가리는 절차이고, 제한명령은 금융위원회가 행정청으로서 시장 질서를 지키기 위해 내리는 별도의 처분입니다. 그래서 형사사건이 무죄로 확정되기 전이라도, 또는 약식명령이나 집행유예로 형사절차가 가볍게 끝난 뒤에도 금융위 조사 결과에 따라 제한명령이 독립적으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형사변호에만 집중하다가 이 행정제재 절차를 놓치는 경우가 실제로 적지 않습니다.
제한명령은 형벌이 아니라 금융위원회가 시장질서 유지를 위해 내리는 행정처분이어서, 형사절차의 결과와 무관하게 별도로 진행될 수 있다.
제한명령이 막는 두 가지 — 모든 금융투자상품 거래와 상장사 임원선임
제426조의3 제1항은 제한되는 행위를 두 갈래로 나눕니다. 첫째는 금융투자상품 거래 제한으로, 누구의 명의로든 자기 계산으로 하는 계좌 개설, 매매, 대여, 차입, 그 밖의 모든 거래가 대상입니다. 주식뿐 아니라 채권, 펀드, 파생상품 등 사실상 증권계좌를 통해 이뤄지는 대부분의 금융투자상품 거래가 포함되고, 다만 거래의 성격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예외 항목만 제외됩니다.
둘째는 임원선임·재임 제한입니다. 주권상장법인,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법인의 임원으로 새로 선임되는 것뿐 아니라 이미 재임 중인 자리에도 계속 있을 수 없게 됩니다. 조문은 상법상 집행임원과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상 업무집행책임자까지 포함시켜, 등기임원이 아닌 실질적 경영진 자리로 우회하는 것도 막아 둡니다. 창업주나 대주주가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 있어도 실질적으로 경영에 관여하는 형태라면 이 제한의 취지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거래 제한 — 본인 명의든 타인 명의든 자기 계산으로 하는 계좌개설·매매·대여·차입 등 모든 금융투자상품 거래.
임원선임·재임 제한 — 주권상장법인등의 등기임원은 물론 집행임원·업무집행책임자까지 포함.
적용 대상법인 — 주권상장법인 외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법인(금융회사 등)도 포함될 수 있음.
최장 5년, 제한기간은 어떻게 정해지나
제426조의3 제2항은 제한기간을 정할 때 금융위원회가 고려해야 할 세 가지를 명시합니다. 위반행위의 내용 및 정도, 위반행위의 기간 및 횟수, 위반행위로 취득한 이익의 규모입니다. 이 세 요소를 종합해 기간을 정하되, 조문상 제한기간은 5년을 초과할 수 없습니다. 단발성 행위인지 반복된 행위인지, 취득한 부당이득이 소액인지 거액인지에 따라 실제 부과되는 기간은 사안마다 크게 달라집니다.
시세나 가격에 미친 영향이 크고 증거 은폐나 허위자료 제출처럼 조사를 방해하려 한 정황이 있으면 상향 요소로 작용하는 반면, 과거 불공정거래 전력이 없어 재발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되면 감면될 수 있다는 것이 금융위 운영 방향입니다. 결국 제한명령 단계에서도 조사에 성실히 협조했는지, 위반행위의 경중을 뒷받침할 정황을 어떻게 소명했는지가 실제 기간을 좌우하는 변수가 됩니다.
제한기간은 위반의 내용·정도, 기간·횟수, 취득이익의 규모를 종합해 정해지며 5년을 넘을 수 없다 — 상한이 곧 실제 부과기간을 뜻하지는 않는다.
제한명령의 표적이 되는 불공정거래 — 시세조종과 부정거래
제한명령의 전제가 되는 조사는 미공개중요정보 이용(제174조), 시세조종행위(제176조), 부정거래행위(제178조) 등을 대상으로 합니다. 흔히 '주가조작'으로 불리는 시세조종행위는 자본시장법 제176조에서 구체적으로 유형화되어 있습니다. 자기가 파는 것과 같은 시기에 같은 가격으로 타인이 사도록 미리 짜는 통정매매, 권리 이전 의사 없이 거짓으로 꾸미는 가장매매, 매매가 성황을 이루는 것처럼 잘못 알게 하거나 시세를 변동시키는 현실거래에 의한 시세조종이 대표적입니다.
여기에 더해 부정거래행위(제178조)는 부정한 수단·계획·기교를 사용하거나, 중요사항을 거짓으로 기재해 재산상 이익을 얻으려 하거나, 시세 변동을 목적으로 풍문을 유포하거나 위계를 사용하는 행위까지 포섭합니다. 리딩방을 통해 미리 매집한 종목을 추천해 매수세를 유인한 뒤 자신은 먼저 처분하는 이른바 '펌프 앤 덤프' 구조나, 허위 호재성 정보를 유포해 매수세를 끌어들이는 행위가 여기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이런 행위가 확인되면 형사처벌과 별개로 제한명령의 대상이 됩니다.
제한명령을 위반하면 — 거래거부의무와 해임요구
제한명령이 실효성을 갖는 것은 제3자에게 이행을 강제하는 구조 때문입니다. 금융위원회는 거래제한 대상자의 인적사항과 제한 내용을 금융투자업자, 금융투자업관계기관, 거래소에 통보해야 하고(제3항), 통보받은 금융투자업자는 대상자의 거래 요청을 거부해야 할 의무를 집니다(제4항). 증권사 창구나 비대면 계좌개설 단계에서부터 이 통보 내용에 걸리면 거래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구조입니다.
임원선임 제한도 마찬가지로 회사 측에 의무를 지웁니다. 주권상장법인등은 임원선임·재임제한 대상자를 임원으로 선임할 수 없고, 이미 재임 중이라면 지체 없이 해임해야 합니다(제6항). 만약 제한명령을 위반해 금융투자상품을 취득했다면 금융위는 6개월 이내 범위에서 처분명령을 내릴 수 있고, 회사가 해임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해당 임원의 해임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제7항). 제한명령 자체를 위반한 개인이나, 거래 요청을 거부하지 않은 금융투자업자, 해임하지 않은 회사에 대해서는 자본시장법 제449조에 따라 각각 1억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형사처벌과 함께 오는 이유 — 이중처벌이 아닌 근거
시세조종이나 부정거래로 유죄가 확정되면 자본시장법 제443조에 따라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부당이득의 4배 이상 6배 이하 벌금이라는 무거운 형이 기다립니다. 부당이득이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가중되고, 징역형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도 함께 선고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제한명령까지 더해지면 재산형·자유형과 별개로 시장 참여 자체가 봉쇄되는 셈입니다.
이것이 이중처벌금지원칙 위반 아니냐는 의문이 나올 수 있지만, 헌법상 이중처벌금지원칙은 원칙적으로 같은 행위에 대해 형벌권을 거듭 행사하는 경우를 규율하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제한명령은 형벌이 아니라 행정목적을 위한 예방적 조치이므로, 형사처벌과 목적·성격이 다른 별개의 제재로 병과될 수 있다는 것이 이 제도의 전제입니다. 실무적으로도 형사재판에서 집행유예를 받았다고 해서 제한명령이 자동으로 면제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합니다.
형사처벌은 응보와 예방을 목적으로 한 형벌권 행사이고 제한명령은 시장질서 유지를 위한 행정처분이어서, 두 제재가 함께 부과돼도 이중처벌로 보지 않는다.
제한명령 절차에서 다툴 수 있는 지점
제한명령은 금융위원회가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끝나는 절차가 아닙니다. 처분에 앞서 대상자에게 의견을 제출할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 행정처분의 일반 원칙이고, 제한명령 역시 위반행위의 내용·정도, 기간·횟수, 취득이익의 규모라는 법정 고려요소를 금융위가 실제로 어떻게 적용했는지가 다툼의 핵심이 됩니다. 취득이익 산정이 과다하게 잡혔다거나, 단순 가담자인데 주도자와 동일한 수준으로 평가됐다는 사정은 소명 대상입니다.
제한기간이 과도하게 산정됐다고 판단되면 금융위 처분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거나, 최종적으로는 행정소송을 통해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를 다툴 수 있습니다. 이 단계에서는 조사 과정에서 제출한 진술서와 자료, 위반행위 가담 정도를 뒷받침하는 객관적 자료를 얼마나 체계적으로 정리해뒀는지가 결과에 직접 영향을 줍니다. 형사절차 대응과 제한명령 대응을 따로 떼어놓지 않고 처음부터 함께 준비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형사재판에서 무죄를 받으면 제한명령도 자동으로 취소되나요?
A. 제한명령은 금융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근거로 한 별개의 행정처분이라 형사 무죄 확정과 자동으로 연동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무죄 판결의 근거가 된 사실관계는 제한명령 취소를 구하는 절차에서 중요한 소명자료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Q. 제한명령을 받으면 배우자나 가족 명의 계좌로도 거래할 수 없나요?
A. 조문상 제한 대상은 '누구의 명의로든지 자기의 계산으로' 행하는 거래이므로, 명의만 가족으로 바꿔도 실질적으로 본인 계산에 의한 거래라면 제한명령 위반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명의를 바꾸는 방식의 우회는 오히려 위반행위 정도가 무겁게 평가되는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Q. 비상장회사 임원으로 취업하는 것도 제한되나요?
A. 제426조의3의 임원선임 제한은 주권상장법인등, 즉 상장회사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부 법인을 대상으로 합니다. 순수한 비상장회사 임원 취업까지 일률적으로 막는 규정은 아니지만, 향후 상장을 준비하는 회사라면 상장 심사 단계에서 별도로 문제될 수 있습니다.
Q. 제한기간이 5년으로 정해지면 그 이후 다시 거래·임원선임이 가능한가요?
A. 제한기간이 만료되면 원칙적으로 거래와 임원선임 제한 모두 해제됩니다. 다만 제한기간 중 새로운 불공정거래 행위가 적발되면 별도의 조사와 처분 절차를 거쳐 제한기간이 다시 산정될 수 있습니다.
Q. 회사가 해임 요구를 이행하지 않으면 회사도 처벌받나요?
A. 해임 요구를 이행하지 않은 주권상장법인등에 대해서는 자본시장법 제449조에 따라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고, 금융위원회가 시정에 필요한 추가 조치를 명할 수도 있습니다. 회사 입장에서도 해임의무 불이행 자체가 별도 제재 사유가 되는 셈입니다.
Q. 조사 단계에서부터 변호인 조력을 받는 게 의미가 있나요?
A. 제한기간을 정하는 세 가지 고려요소(위반 내용·정도, 기간·횟수, 취득이익 규모) 모두 조사 단계에서 제출하는 자료와 진술로 다퉈볼 여지가 있습니다. 형사절차와 제한명령 절차가 같은 조사 기록을 공유하는 경우가 많아, 초기 대응 방향이 이후 두 절차 모두에 영향을 미칩니다.
맺음말
주가조작 제한명령은 벌금이나 징역형과는 별개로, 최장 5년간 금융투자상품 거래 자체와 상장사 임원 자리를 동시에 막아버리는 행정제재입니다. 형사절차에만 대응하다가 이 절차를 놓치면, 형이 가볍게 끝나더라도 정작 사업이나 자산관리에서 더 오래, 더 넓게 발이 묶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제한기간은 법정 요소를 근거로 산정되는 만큼, 조사 단계에서부터 위반행위의 경중과 취득이익 규모를 어떻게 소명하느냐가 실제 부과되는 기간을 가릅니다.
경기남부에서도 수원지검을 비롯한 수사기관이 시세조종·부정거래 사건을 꾸준히 다루고 있는 만큼, 관련 조사 통지를 받았다면 형사대응과 제한명령 대응을 함께 준비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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