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회식이 끝난 뒤 다 함께 택시에 나눠 타고 귀가하던 중, 같은 차량에 탔던 직원 사이에서 추행 문제가 불거지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가해자로 지목된 직원들 상당수는 “다들 취해 있었고 그냥 장난이었다”, “좁은 차 안이라 몸이 부딪힌 것뿐이다”라는 생각으로 그 상황을 넘기려 합니다. 그런데 막상 상대방이 문제를 제기하면, “스킨십이 아니었다”, “싫다고 말하지 않았으니 괜찮은 줄 알았다”는 식으로 방어해보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회식 자리처럼 취기가 오르고 공간이 좁은 상황에서 벌어지는 이른바 ‘기습추행’에 대해서도,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로 인정되면 별도의 저항 여부와 무관하게 강제추행죄가 성립한다는 법리를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회식 후 같은 택시를 탄 상황에서 벌어진 접촉이 어떤 경우에 강제추행죄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당사자와 회사가 각각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좁은 택시 안에서의 접촉도 강제추행죄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기습추행은 별도의 협박 없이 접촉 행위 자체만으로도 성립할 수 있습니다.
형법 제298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추행한 자를 강제추행죄로 처벌합니다. 대법원은 이 폭행·협박이 반드시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일 필요는 없고, 추행행위와 동시에 이뤄지는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로 인정되는 이른바 ‘기습추행’도 강제추행죄에 포함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택시 뒷좌석처럼 좁고 밀폐된 공간, 야간이라는 시간, 회식으로 술기운이 남아 있는 상태라는 정황은 오히려 기습추행이 문제되는 전형적인 상황입니다.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몸을 만지거나 밀착하는 행위가 있었다면, 힘의 세기와 무관하게 강제추행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회식 자리에서의 접촉이 강제추행으로 인정된 사례를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강제추행죄는 상대방에 대하여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하여 항거를 곤란하게 한 뒤에 추행행위를 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라고 인정되는 이른바 기습추행의 경우도 포함되며, 이 경우 추행행위와 동시에 저질러지는 폭행행위는 반드시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의 것임을 요하지 않고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기만 하면 그 힘의 대소강약을 불문한다(대법원 2020. 3. 26. 선고 2019도15994 판결).
이 판결은 미용업체 대표가 직원들과 노래방에서 회식을 하던 중 옆자리에 앉은 직원의 볼에 입을 맞추고 허벅지를 쓰다듬은 사안에서 나온 것으로, 회식 뒤풀이 자리에서의 접촉 구조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습니다. 택시로 이동하는 상황이라 해도,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신체 접촉이 있었다면 같은 법리가 그대로 적용됩니다.
회식 뒤풀이로 이동하는 택시 안이라 해도,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신체 접촉이 있었다면 강제추행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2. “다들 취해 있었다”는 사정은 처벌을 막아주지 못합니다
음주 상태였다는 사정은 오히려 감경이 배제되는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형법 제10조는 심신장애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거나 미약한 상태에서 범행한 경우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0조는 음주 또는 약물로 인한 심신장애 상태에서 성폭력범죄를 범한 경우 이 형법상 감경 규정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강제추행죄(형법 제298조)는 이 특례법 제2조제1항제3호가 정한 성폭력범죄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그날 너무 취해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사정은 처벌을 면하게 해주는 사유가 아니라, 오히려 감경 없이 그대로 처벌될 수 있는 근거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그 순간 즉시 항의하거나 자리를 벗어나지 않았다는 사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서 본 대법원 판결 역시, 성범죄 피해자가 즉시 거부의사를 밝히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강제추행죄의 성립이 부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피해자의 대처는 피해자의 성정, 가해자와의 관계, 그날의 구체적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다들 취해 있었다”거나 “바로 거부하지 않았다”는 사정은 처벌을 면제해주는 사유가 아니라, 오히려 감경 없이 그대로 처벌될 수 있는 근거가 됩니다.
3. 회사도 사용자책임과 조치의무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회식은 업무의 연장이므로, 회사 역시 법적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정기 회식이나 부서 단합 모임처럼 사업주의 지시나 관행에 따라 이뤄진 자리라면, 그 뒤풀이로 이어진 택시 이동까지도 업무와의 관련성이 인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민법 제756조는 피용자가 업무에 관하여 제3자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사용자도 함께 배상책임을 지도록 정하고 있어, 회식이 업무의 연장으로 인정되면 회사가 사용자책임을 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은 사업주가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 지체 없이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하고, 피해 근로자에게 근무장소 변경·유급휴가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며, 가해자에게도 징계 등 조치를 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이를 게을리하면 사업주에게 별도의 불이익이 따를 수 있습니다.
회사가 신고를 받고도 조사를 지연하거나 가해자와 피해자를 그대로 한 부서에 방치한다면, 2차 피해 방지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돼 별도의 책임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인사 담당자라면 신고 즉시 사실관계 조사와 분리 조치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회식이 업무의 연장으로 인정되면, 회사도 사용자책임과 성희롱 발생 시 조치의무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4. 접촉 방식과 인원에 따라 처벌 수위가 크게 달라집니다
혼자 한 행위인지, 2명 이상이 함께한 행위인지에 따라 형량 구간이 벌어집니다.
강제추행죄의 기본 형량은 형법 제298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그런데 같은 차량에 타고 있던 다른 직원이 만류하지 않고 함께 가담했다면 상황이 크게 달라집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조제2항은 흉기나 위험한 물건을 지닌 채 또는 2명 이상이 합동하여 강제추행을 한 경우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 사람만의 접촉 행위였는지, 다른 동승자도 함께 가세했는지가 형량 구간을 가르는 중요한 분기점이 됩니다. 반대로 다른 동승자가 만류했거나 그 상황에 관여하지 않았다면, 그 사람까지 형사책임을 지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강제추행죄는 벌금형만 확정되어도 신상정보 등록 대상에서 제외되지 않습니다. 성폭력처벌법 제42조는 등록대상 성범죄로 유죄판결이나 약식명령이 확정된 사람을 신상정보 등록대상자로 정하면서 일부 죄의 벌금형만 예외로 두고 있는데, 강제추행죄는 그 예외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즉 벌금형이라도 신상정보 등록이라는 부수적 불이익이 따를 수 있습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고소장 접수 전 자료 정리가 사건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택시 안 추행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사업장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강제추행죄는 친고죄가 아니므로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와 무관하게 수사와 기소가 진행될 수 있으며, 다만 합의나 처벌불원 의사는 양형 단계에서 참작될 수 있는 사정입니다.
추행을 당했다는 신고가 들어왔거나, 반대로 그런 지목을 받았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날 택시 결제내역(카드 사용 시각·경로)과 블랙박스 영상이 남아 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같은 차량에 있었던 동석 직원의 목격 진술과 그날 주고받은 문자·카카오톡 대화 기록을 정리합니다.
사건 이후 상대방과 나눈 대화(사과·해명 시도 등)가 있다면 삭제하지 말고 그대로 보존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성범죄 사건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형사 절차 대응과 회사 내부 조사 대응을 함께 준비해 불리한 진술이나 판단이 굳어지기 전에 방향을 잡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회식 뒤풀이로 이동하던 택시 안에서 벌어진 일은 “다 같이 술을 마신 자리였는데”라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직원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호소보다, 그날의 택시 결제내역·블랙박스·동석자 진술 등 객관적 자료를 먼저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영상이나 결제 기록이 삭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가해자로 지목된 직원 입장에서도 “다들 취해 있었으니 괜찮을 줄 알았다”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어떤 접촉이 있었는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한 것이었는지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회식 등 직장 모임에서 발생한 성범죄 사건에서 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쪽과 가해자로 지목된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사실관계를 어떻게 정리하고 어떤 법리를 적용하는지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택시 안에서 잠깐 스치듯 닿은 정도인데도 강제추행이 되나요?
A. 기습추행 법리상 접촉이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이뤄졌다면 짧은 순간의 접촉이라도 강제추행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다만 접촉 부위·경위·주변 정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Q. 그 자리에서 바로 항의하지 않았는데, 그럼 동의한 것으로 보나요?
A. 아닙니다. 대법원은 피해자가 즉시 거부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강제추행죄 성립이 부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20. 3. 26. 선고 2019도15994 판결). 피해자의 대처는 관계와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Q. 술에 취해서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심신장애로 감경받을 수 있나요?
A. 쉽지 않습니다. 성폭력처벌법 제20조는 음주로 인한 심신장애 상태에서 성폭력범죄를 범한 경우 형법상 감경 규정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다고 정하고 있어, 오히려 감경이 배제될 수 있습니다.
Q. 회사에도 책임을 물을 수 있나요?
A. 회식이 업무의 연장으로 인정되면 민법상 사용자책임, 남녀고용평등법상 조치의무 위반 책임을 회사에 물을 수 있습니다. 신고 후 회사가 방치했다면 별도 책임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Q. 벌금형만 나와도 신상정보가 등록되나요?
A. 그렇습니다. 강제추행죄는 벌금형이 확정되어도 신상정보 등록대상에서 제외되는 예외에 해당하지 않아, 벌금형이라도 등록대상자가 될 수 있습니다.
Q. 같은 차에 타고 있던 다른 직원도 함께 처벌받을 수 있나요?
A. 직접 가담이나 방조 여부에 따라 다릅니다. 다른 동승자가 가세해 함께 추행했다면 성폭력처벌법상 합동범 가중처벌 규정이 문제될 수 있고, 단순히 만류하지 않은 정도라면 형사책임을 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Q. 경찰 조사를 받으라는 연락이 왔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 진술이 사건 방향을 좌우하고, 신상정보 등록 등 부수적 불이익까지 걸려 있는 사안이므로 미리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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