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에는 SNS나 채팅 애플리케이션에서 만난 사람이 신분이나 관계의 목적을 속이고 성관계에 이르는 사건, 직장이나 학교처럼 보호·감독관계가 있는 자리에서 거짓말로 상대를 안심시킨 뒤 성관계에 이르는 사건이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에는 “연애하다 보면 이 정도 거짓말은 다 하는 거 아니냐”, “속아서 넘어간 것도 결국 본인이 판단한 것 아니냐”는 생각으로 넘기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상대방이 문제를 삼아 고소로 이어지면, “거짓말을 하긴 했지만 강제로 한 것은 아니다”라는 항변만으로는 처벌을 피하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위계에 의한 간음죄에서 ‘위계’의 의미를 간음행위 자체에 대한 오인뿐 아니라 성관계를 결심하게 된 동기나 대가에 대한 오인까지로 넓혀 인정하는 쪽으로 판단 기준을 바꿨습니다. 거짓말의 대상이 무엇이었는지보다, 그 거짓말이 상대방의 성적 자기결정권 행사를 왜곡했는지가 핵심 기준이 된 것입니다.
아래에서는 위계에 의한 간음죄가 어떤 거짓말이면 성립하는지, 그리고 상대방이 미성년자인 경우와 직장·학교 같은 보호·감독관계에 있는 성인인 경우 각각 어떤 조문과 형량이 적용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위계에 의한 간음죄는 성행위 자체를 속인 경우만이 아니라 성관계를 결심한 동기를 속인 경우에도 성립합니다
오인의 대상이 성행위 자체인지, 성행위에 이르게 된 동기인지는 처벌 여부를 가르는 기준이 아닙니다.
위계에 의한 간음죄에서 ‘위계’란 행위자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피해자에게 오인, 착각, 부지를 일으키고 이를 이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종래 대법원은 이 오인의 대상을 좁게 해석해, 피해자가 간음행위 자체를 다른 것으로 착각한 경우에만 위계를 인정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해석으로는 신분을 속이거나, 성관계에 이르게 된 이유나 대가를 거짓으로 꾸며 상대방을 유인한 사건들이 처벌 범위 밖에 놓이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채팅으로 신분을 속이고 교제하다가 특정한 이유를 대며 성관계를 요구한 경우, 종래 기준으로는 위계로 인정되기 어려웠습니다.
이후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로 이 기준을 바꿨습니다. 오인의 대상을 간음행위 자체뿐 아니라 성관계에 이르게 된 동기나 대가까지로 넓히면서, 이제는 거짓말이 무엇에 관한 것이었는지가 아니라 그 거짓말이 상대방의 자발적인 성적 자기결정권 행사를 가로막았는지가 핵심 기준이 됐습니다.
따라서 신분을 속였는지, 성관계의 목적이나 대가를 속였는지, 관계의 성격을 속였는지는 모두 위계의 내용이 될 수 있고, 그 거짓말이 상대방이 성관계에 응하기로 결심한 결정적인 이유였는지가 관건입니다.
위계에 의한 간음죄는 성행위 자체에 대한 착각뿐 아니라, 성관계를 결심하게 된 동기나 대가에 대한 착각을 이용한 경우에도 성립합니다.
2. 형법은 위계를 당한 상대방이 누구인지에 따라 적용 조문과 형량을 다르게 정합니다
미성년자·심신미약자는 형법 제302조, 직장·학교 같은 보호·감독관계는 제303조가 적용됩니다.
형법 제302조는 미성년자 또는 심신미약자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를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문은 벌금형이 없어, 유죄가 인정되면 원칙적으로 자유형만 선고됩니다.
반면 상대방이 미성년자가 아니더라도, 업무·고용 기타 관계로 자신의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사람에게 위계 또는 위력으로 간음했다면 형법 제303조 제1항이 적용되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직장 상사와 부하 직원, 대학교수와 지도학생, 트레이너와 회원처럼 업무나 관계상 지휘·평가·통제가 가능한 사이라면 이 조문의 적용 대상이 됩니다. 법률에 의해 구금된 사람을 감호하는 자가 그 사람을 간음한 경우에는 제303조 제2항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까지 가능합니다.
사회적 지위나 관계상 권한을 이용한 간음 사건은 종종 뉴스에서도 다뤄집니다. 다만 이런 사건 중 상당수는 물리적 힘이 아닌 사회적·관계적 권한을 남용한 ‘위력’이 문제 된 사안이었고(전직 지방자치단체장이 수행비서를 상대로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등으로 유죄가 확정된 대법원 2019. 9. 9. 선고 2019도2562 판결이 대표적입니다), 이 글에서 다루는 ‘위계’, 즉 거짓말로 오인을 일으킨 경우와는 수단이 다릅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위계의 판단 기준이 미성년자·심신미약자뿐 아니라 피보호자·피감독자, 장애인 등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밝혔습니다.
위계에 의한 간음죄가 보호대상으로 삼는 아동·청소년, 미성년자, 심신미약자, 피보호자·피감독자, 장애인 등의 성적 자기결정 능력은 그 나이, 성장과정, 환경, 지능 내지 정신기능 장애의 정도 등에 따라 개인별로 차이가 있으므로 간음행위와 인과관계가 있는 위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구체적인 범행 상황에 놓인 피해자의 입장과 관점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5도9436 전원합의체 판결).
상대방이 미성년자인지, 직장이나 학교 같은 보호·감독관계에 있는 성인인지에 따라 적용되는 조문과 형량이 달라지지만, ‘위계’의 판단 기준 자체는 다르지 않습니다.
3. 거짓말의 내용이 성관계를 결심한 결정적인 이유였다면 위계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단순한 감정 표현의 거짓이 아니라, 승낙의 진짜 이유를 왜곡한 거짓말인지가 핵심입니다.
실무에서 문제가 되는 거짓말은 다양합니다. 직장에서 “이 관계를 가지면 평가나 승진에 도움이 된다”, 대학원이나 연구실에서 “논문 지도나 심사에 유리하다”, 트레이닝이나 시술 관계에서 “치료나 관리 목적의 절차다”, 캐스팅·오디션 관계에서 “연기나 촬영 연습의 일부다”라는 식으로 관계의 성격이나 목적을 왜곡해 상대방을 유인하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실제로 대법원은 캐스팅 매니저와 사진작가를 사칭해 “배우나 모델이 되기 위한 연기·촬영 연습”이라며 피해자를 속여 간음한 사건에서 위계를 인정했습니다(대법원 2022. 4. 28. 선고 2021도9041 판결).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사건이었지만, 관계의 목적을 완전히 왜곡해 그것이 성관계를 결심한 중요한 동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판단 구조는 보호·감독관계 사건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다만 모든 거짓말이 위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위계적 언동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행위자의 위계적 언동이 존재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위계에 의한 간음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므로 위계적 언동의 내용 중에 피해자가 성행위를 결심하게 된 중요한 동기를 이룰 만한 사정이 포함되어 있어 피해자의 자발적인 성적 자기결정권의 행사가 없었다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5도9436 전원합의체 판결).
예를 들어 “애인이 없다”거나 “돈이 많다”처럼 흔히 있을 수 있는 거짓말은 그 자체로는 성관계 승낙의 결정적인 동기라고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관계나 절차의 성격, 대가, 목적 자체를 완전히 다른 것으로 꾸며 상대방이 그 오인 없이는 응하지 않았을 것으로 평가되는 경우라면 위계로 인정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거짓말의 존재 자체가 아니라, 그 거짓말이 성관계 승낙의 결정적인 동기였는지가 위계 인정 여부를 가릅니다.
4. 적용되는 조문에 따라 처벌 수위가 달라지고, 벌금형 여부도 갈립니다
피해자가 미성년자인지, 보호·감독관계에 있는 성인인지에 따라 선고 가능한 형이 달라집니다.
형법 제302조가 적용되는 미성년자·심신미약자 대상 사건은 5년 이하의 징역만 규정돼 있어 벌금형으로 마무리될 여지가 없습니다. 초범이라도 사안에 따라 실형이 선고될 수 있습니다.
형법 제303조 제1항이 적용되는 직장·학교 등 보호·감독관계 사건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한이 더 높은 대신 벌금형 선고 가능성도 함께 열려 있습니다. 다만 관계의 지위나 반복성, 피해자에게 미친 영향에 따라 실무에서는 벌금형보다 징역형이 선고되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법률에 의해 구금된 사람을 감호하는 지위에서 간음한 경우(제303조 제2항)는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형이 가장 무겁고, 피해자가 13세 미만이거나 장애가 있는 경우에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적용되어 형이 훨씬 무거워질 수 있습니다.
실무상 가장 큰 쟁점은 형량 자체보다, 거짓말과 성관계 사이의 인과관계, 즉 그 거짓말이 없었다면 응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어떻게 입증하느냐입니다. 대화 기록, 관계가 형성된 경위, 성관계 전후의 정황이 모두 그 판단 자료가 됩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위계에 의한 간음 사건은 이런 순서로 진행됩니다
초기에 확보하는 대화 기록과 정황 정리가 사건의 결론을 좌우합니다.
위계에 의한 간음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및 진술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상대방이 미성년자이거나 보호·감독관계에서 반복적으로 이뤄진 사안이라면 구속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위계를 당했다고 생각된다면, 또는 반대로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문제가 제기됐다면,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어떤 말이나 문자, 대화가 오인·착각을 일으켰는지 시간순으로 정리하고, 관련 대화 기록·문자·메신저 내역을 확보합니다.
그 거짓말이 없었다면 성관계에 응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거절 의사 표현, 관계의 경위, 주변에 알린 정황 등)을 뒷받침할 자료를 모읍니다.
상대방과의 관계가 업무·고용·지도 등 보호·감독관계에 해당하는지(직급, 평가 권한, 지도 관계 등)를 확인합니다.
이런 자료를 바탕으로 위계에 의한 간음 사건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형사 절차에서 인과관계를 어떻게 입증하거나 반박할지 구체적인 전략을 세울 수 있습니다.
마치며
위계에 의한 간음 사건은 “거짓말 좀 한 것뿐인데”, “속아서 그런 것도 내 책임 아니냐”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거짓말에 속아 성관계에 이르게 됐다고 생각하는 쪽에서는 감정적인 호소보다, 어떤 말이 오인을 일으켰고 그것이 승낙의 결정적인 이유였는지를 자료로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반대로 거짓말을 한 사실 자체는 인정하지만 위계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쪽에서도, 그 거짓말이 관계의 본질적인 부분이 아니었다는 사정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방어가 가능합니다.
저는 위계에 의한 간음 사건에서 피해를 주장하는 쪽과 반대로 위계가 아니라고 다투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거짓말이라도 사실관계와 법리 구성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어떤 거짓말이 위계에 해당하는지는 사안마다 다르게 판단됩니다. 판단이 애매한 지금,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거짓말을 했지만 폭행이나 협박은 전혀 없었는데도 처벌되나요?
A. 처벌될 수 있습니다. 위계에 의한 간음죄는 폭행·협박 없이 거짓말로 오인을 일으켜 승낙을 얻어낸 경우를 처벌하는 조문으로, 강간죄와는 요건이 다릅니다.
Q. 상대방이 성인이면 위계에 의한 간음죄가 적용되지 않나요?
A. 상대방이 미성년자나 심신미약자가 아니더라도, 업무·고용·지도 등으로 자신의 보호나 감독을 받는 관계라면 형법 제303조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다만 아무 관계도 없는 성인 사이의 거짓말만으로는 이 조문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Q. “애인이 없다”는 거짓말도 위계가 될 수 있나요?
A. 그 자체만으로는 위계로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대법원은 거짓말의 내용이 상대방이 성관계를 결심한 중요한 동기였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므로, 흔히 있을 수 있는 사소한 거짓말과 관계·목적 자체를 왜곡한 거짓말은 다르게 평가됩니다.
Q. 형사 고소와 별도로 민사상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위계에 의한 간음이 인정되면 형사처벌과 별개로 위자료 등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형사 수사·재판 과정에서 확보된 자료가 민사 소송의 입증자료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사건이 있고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 지금 고소해도 되나요?
A. 위계에 의한 간음죄는 친고죄가 아니어서 피해자 고소 없이도 수사가 가능하고, 공소시효 내라면 시간이 지났더라도 고소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대화 기록 등 증거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어 서두르는 것이 좋습니다.
Q. 조사를 받으러 오라는 통보를 받았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위계 여부는 대화 정황과 진술의 신빙성으로 판단되는 경우가 많아, 초기 진술이 사건 전체의 방향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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