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폭행·상해 사건의 피해자분들 중에는, 가해자가 형사처벌을 받는 것과 별개로 병원비와 치료비를 어떻게 돌려받아야 하는지 몰라 막막해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해자 측에서는 흔히 “형사합의만 하면 되는 거 아니냐”, “치료비는 나중에 민사소송 걸면 되지 않느냐”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작 피해자 입장에서는 별도로 변호사를 선임해 민사소송까지 진행할 여력이 없어 치료비조차 포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형사재판 절차 안에서 이루어지는 배상명령 제도의 치료비 인정 범위를 구체적인 사안을 통해 확인해주고 있어, 굳이 별도의 민사소송을 제기하지 않고도 치료비를 돌려받을 길이 있다는 점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형사재판에서 배상명령으로 치료비를 받을 수 있는지, 어떤 치료비가 인정되고 어떤 경우에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형사재판 중에도 별도 민사소송 없이 치료비를 배상받을 수 있습니다
소송촉진법상 배상명령은 유죄판결과 함께 치료비·위자료까지 정합니다.
배상명령 제도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5조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이 조문은 제1심 또는 제2심 형사공판 절차에서 유죄판결을 선고하는 경우, 법원이 직권으로 또는 피해자(그 상속인 포함)의 신청으로 피고사건의 범죄행위로 인해 발생한 직접적인 물적 피해, 치료비 손해, 위자료의 배상을 명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별도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려면 소장을 작성하고 인지대·송달료를 납부한 뒤 별도의 재판 기일을 여러 차례 거쳐야 합니다. 반면 배상명령은 이미 진행 중인 형사재판에 신청서 한 장을 내는 것으로 시작되고, 그 신청서에는 인지를 붙이지 않아도 됩니다(같은 법 제26조 제1항). 형사재판에서 이미 조사된 증거와 심리 결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입니다.
배상명령이 확정되면 그 유죄판결서 정본은 「민사집행법」에 따른 강제집행에 관하여 집행력 있는 민사판결 정본과 동일한 효력을 가집니다(같은 법 제34조 제1항). 즉 가해자가 임의로 치료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별도의 민사판결을 다시 받을 필요 없이 곧바로 강제집행 절차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형사재판 안에서 치료비·위자료 배상을 함께 정하는 배상명령 제도를 이용하면, 별도 민사소송 없이도 신속하게 피해를 회복할 수 있습니다.
2. 배상명령으로 인정되는 치료비는 실제로 지출한 비급여 항목이 중심입니다
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한 부분과 피해자 본인이 낸 치료비는 구분해서 판단됩니다.
실무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치료비 전액을 다 받을 수 있느냐”입니다. 그런데 병원 치료비 중 상당 부분은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먼저 부담하고, 피해자 본인은 본인부담금과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만 실제로 지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5조 제1항에 따른 배상명령은 피고사건의 범죄행위로 발생한 직접적인 물적 피해, 치료비 손해와 위자료에 대하여 피고인에게 배상을 명함으로써 간편하고 신속하게 피해자의 피해회복을 도모하고자 하는 제도이다(대법원 2019. 1. 17. 선고 2018도17726 판결).
이 판결에서 대법원은, 가해자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구상금을 납부했다는 사정만으로는 피해자가 직접 지출한 비급여 치료비 부분의 배상책임이나 그 범위가 달라지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다시 말해 배상명령으로 청구할 수 있는 치료비는 피해자가 스스로 부담한 부분이 중심이 되고, 건강보험공단이 이미 부담한 급여 부분은 공단이 가해자를 상대로 별도로 구상권을 행사하는 영역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배상신청을 준비할 때는 진단서와 함께 실제로 결제한 진료비·약제비 영수증, 향후 치료가 예정되어 있다면 그 비용을 뒷받침하는 소견서 등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영수증 없이 막연한 금액만 적으면 법원이 손해액을 특정할 수 없다고 보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배상명령으로 받을 수 있는 치료비는 피해자가 실제로 지출했거나 지출이 확실한 금액이 중심이며, 건강보험공단 부담분과는 구분해서 판단됩니다.
3. 모든 범죄가 치료비 배상명령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상해·폭행치상 등 법이 정한 범죄여야 치료비 배상명령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소송촉진법 제25조 제1항은 배상명령을 할 수 있는 범죄를 정해두고 있습니다. 치료비와 관련해서는 형법상 상해·존속상해(제257조), 중상해(제258조), 특수상해(제258조의2), 상해치사(제259조 제1항), 폭행치사상(제262조, 존속폭행치사상 제외), 과실치사상의 죄(제26장)가 대표적으로 포함되고, 강간 등 성폭력범죄(제32장), 절도·강도(제38장), 사기·공갈(제39장), 횡령·배임(제40장), 손괴(제42장)의 죄도 포함됩니다.
예컨대 단순 상해죄로 기소된 경우 형법 제257조 제1항에 따라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데, 이 형사재판 절차 안에서 피해자는 별도의 소 제기 없이 치료비·위자료 배상명령을 함께 신청할 수 있습니다.
다만 명예훼손이나 모욕처럼 위 목록에 없는 범죄라도,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손해배상액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졌다면 그 합의된 금액에 대해서는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배상명령을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목록에 있는 범죄라 하더라도 약식명령이나 불기소로 끝나 정식 공판절차 자체가 열리지 않는다면, 배상명령을 신청할 기회 자체가 없다는 점도 유의해야 합니다.
치료비 배상명령은 상해·폭행치상 등 법이 정한 범죄로 정식 공판절차가 진행될 때 신청할 수 있고, 목록 밖이라도 합의된 금액이 있다면 별도로 배상명령이 가능합니다.
4. 배상책임이나 손해액이 다투어지면 법원은 배상신청을 각하합니다
합의서만 제출해서는 부족하고, 구체적인 손해액 심리가 필요합니다.
소송촉진법 제25조 제3항은 배상명령을 할 수 없는 경우를 정하고 있습니다. 피해자의 성명·주소가 분명하지 않은 경우, 피해 금액이 특정되지 않은 경우, 피고인의 배상책임 유무나 범위가 명백하지 않은 경우, 배상명령으로 공판절차가 현저히 지연되거나 형사소송 절차에서 배상명령을 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법원이 배상명령을 해서는 안 되고, 이때는 같은 법 제32조 제1항에 따라 결정으로 배상신청을 각하해야 합니다.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5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배상명령은 피고인의 범죄행위로 피해자가 입은 직접적인 재산상 손해에 대하여 그 피해금액이 특정되고 피고인의 배상책임의 범위가 명백한 경우에 한하여 피고인에게 그 배상을 명함으로써 간편하고 신속하게 피해자의 피해회복을 도모하고자 하는 제도로서, 위 특례법 제25조 제3항 제3호의 규정에 의하면 피고인의 배상책임의 유무 또는 그 범위가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배상명령을 하여서는 아니 되고, 그와 같은 경우에는 위 특례법 제32조 제1항에 따라 배상명령신청을 각하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10. 11. 선고 2013도9616 판결).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재판 과정에서 배상신청인과 “민사적으로 합의했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제출했는데, 그 기재만으로는 실제로 변제가 이루어졌는지, 합의된 금액이 구체적으로 얼마인지가 분명하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은 이런 경우 법원이 배상신청인이 처음 신청한 금액을 그대로 인용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합의 내용을 심리해 배상책임의 유무·범위를 다시 살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따라서 치료비 액수나 상해와의 인과관계를 가해자 측이 다투는 사건이라면, 배상신청이 각하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각하 결정에는 불복할 수 없고 같은 내용으로 다시 신청할 수도 없지만(같은 법 제32조 제4항), 이 경우에도 피해자는 별도의 민사소송으로 치료비와 위자료를 청구하는 길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5. 치료비 배상명령은 이런 절차로 진행되고, 확정되면 민사판결과 같은 효력이 생깁니다
변론이 끝나기 전에 자료를 갖춰 신청해야 시기를 놓치지 않습니다.
치료비 배상명령이 진행되는 절차를 정리하면 보통 ①상해·폭행 등 사건이 수사기관(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에 접수되어 수사가 진행되고 → ②검찰(수원지방검찰청)이 수사 결과에 따라 기소 여부를 결정하며 → ③기소되면 법원(수원지방법원)에서 공판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피해자가 변론종결 전까지 배상신청서를 제출하고 → ④법원이 유죄판결을 선고하면서 그와 동시에 배상명령 여부와 금액을 함께 정하는 순서로 이루어집니다.
배상신청서에는 사건번호와 사건명, 신청인의 성명·주소, 배상의 대상과 내용, 청구 금액 등을 적고 필요한 증거서류를 첨부해야 합니다(같은 법 제26조 제3항, 제4항). 이미 같은 피해에 관하여 다른 절차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이 법원에 계속 중이라면 배상신청을 할 수 없다는 점도 주의해야 합니다(같은 법 제26조 제7항).
치료비를 배상명령으로 청구하려는 피해자라면, 신청 전에 다음 사항을 확인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진단서, 치료비·약제비 영수증, 향후 치료비 소견서 등 손해액을 증명할 자료가 구체적으로 갖춰져 있는지 확인합니다.
같은 피해에 대해 이미 별도의 민사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해 법원에 계속 중인 것은 아닌지 확인합니다.
공판이 진행 중인 법원과 사건번호를 확인하고, 변론이 종결되기 전에 신청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일정을 확인합니다.
이러한 절차를 미리 확인해 준비한다면, 별도의 민사소송 없이도 형사재판 절차 안에서 치료비와 위자료를 함께 회복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마치며
치료비 문제는 상해 사건 초기에는 병원비 걱정과 가해자에 대한 분노가 앞서다 보니, 정작 배상명령을 신청할 수 있는 변론종결 시점을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치료비를 받아야 하는 피해자 입장에서는 진단서와 영수증을 꼼꼼히 챙기는 것이 신청 인용 여부를 좌우합니다. 반대로 배상책임을 다투는 피고인 입장에서도, 치료비 액수나 상해와의 인과관계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면 이를 구체적으로 소명해야 배상명령 액수를 다툴 수 있습니다.
저는 형사재판에서 치료비·위자료 배상을 청구하는 피해자 측과, 반대로 배상책임의 범위를 다투는 피고인 측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자료를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배상명령의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변론이 끝나기 전, 배상명령 신청 여부와 준비할 자료를 정확히 판단해야 할 시점이라면,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형사합의를 했는데도 배상명령을 신청할 수 있나요?
A. 신청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합의 내용에 치료비가 포함되어 이미 변제됐다면 그 범위에서는 배상명령의 대상이 되지 않고, 합의서 내용이 불명확하면 법원이 구체적인 합의 내용을 다시 심리할 수 있습니다.
Q. 배상명령을 신청하는 데 별도 비용이 드나요?
A. 신청서에 인지를 붙이지 않아도 되어 별도 인지대는 들지 않습니다. 다만 진단서·영수증 등 증거자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실비가 들 수 있습니다.
Q. 가해자가 배상명령 금액을 지급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요?
A. 확정된 배상명령이 기재된 유죄판결서 정본은 집행력 있는 민사판결 정본과 같은 효력이 있어, 별도의 민사판결 없이 바로 강제집행 절차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Q. 배상신청이 각하되면 치료비를 아예 받을 수 없나요?
A. 아닙니다. 각하된 신청을 다시 낼 수는 없지만, 별도의 민사소송으로 치료비와 위자료를 청구하는 것은 그대로 가능합니다.
Q. 건강보험이 적용된 치료비도 배상명령으로 받을 수 있나요?
A. 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한 부분은 공단이 가해자를 상대로 별도로 구상권을 행사하는 영역이므로, 배상명령으로는 피해자 본인이 실제로 지출한 본인부담금·비급여 치료비를 중심으로 청구하게 됩니다.
Q. 배상명령을 신청하면 형사재판 결과에도 영향을 주나요?
A. 배상명령 자체가 양형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치료비·위자료를 실제로 배상했는지는 재판 과정에서 양형에 참작되는 사정 중 하나로 다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Q. 항소심에서도 배상명령을 신청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소송촉진법은 제1심뿐 아니라 제2심 공판절차에서도 변론이 종결되기 전까지 배상신청을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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