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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측 변호사가 합의하자고 연락오는데 만나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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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측 변호사가 합의하자고 연락오는데 만나야 하나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형사사건에서 고소나 신고가 접수된 뒤, 피의자 측이 변호사를 선임하면 그 변호사가 피해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내 합의를 제안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그래도 변호사가 연락한 거니까 함부로 하지는 않겠지”, “빨리 합의를 끝내는 게 낫겠다”는 생각으로 별다른 준비 없이 전화를 받거나 약속 장소에 나가는 피해자분들을 자주 만납니다. 그런데 막상 자리에 앉으면 사건 경위를 캐묻는 질문에 진술이 흔들리거나, 예상보다 훨씬 낮은 합의금과 함께 그 자리에서 서명을 요구받아 당황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표시나 합의는 반드시 진정한 의사에 기한 것이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부당한 압박이 가해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취지를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합의는 어디까지나 피해자가 스스로 선택할 문제이지, 가해자 측의 요청에 떠밀려 서둘러 진행할 절차가 아닙니다.

아래에서는 가해자 측 변호사의 연락에 반드시 응해야 하는지, 만난다면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하는지, 그리고 안전하게 합의를 진행하는 절차는 무엇인지 최근 판례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1. 합의는 의무가 아니라 피해자가 선택하는 권리입니다

가해자 측 변호사의 연락에 응할지, 언제 어떻게 만날지는 전적으로 피해자가 결정할 문제입니다.

형사소송법 제223조는 범죄로 인한 피해자에게 고소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할 뿐, 가해자 측과 합의를 진행하거나 그 대리인을 만나야 할 의무는 어디에도 규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피해자는 고소인, 참고인, 때로는 증인의 지위에 있을 뿐이며, 수사나 재판 절차에 협조하는 것과 가해자 측의 합의 제안에 응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가해자 측 변호사가 적극적으로 연락하는 이유는 비교적 분명합니다. 반의사불벌죄가 아닌 범죄라도 피해자와의 합의나 처벌불원의사는 유리한 양형참작사유가 될 여지가 크기 때문에, 피의자·피고인 측으로서는 합의를 성사시키려는 유인이 강합니다. 대법원 2023. 7. 17. 선고 2021도11126 전원합의체 판결도 반의사불벌죄가 아닌 범죄에서 피해자와의 합의나 처벌불원의사가 유리한 양형참작사유가 될 여지가 있어 피고인·피의자 측에 합의를 시도할 적극적인 유인이 있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피해자가 그 유인 구조에 맞춰 서둘러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전화를 받은 자리에서 즉답을 피하고 “변호사와 상의한 뒤 연락드리겠다”는 정도로 답한 뒤 생각할 시간을 갖는 것으로 충분하며, 연락에 바로 응하지 않는다고 해서 불이익을 받거나 사건 처리에 불리해지는 것도 아닙니다.

합의에 응할지, 언제 어떻게 응할지는 전적으로 피해자가 결정할 문제이며, 만남을 미루거나 거절한다고 해서 불이익은 없습니다.


2. 준비 없이 만나면 진술과 합의금 모두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사전 준비 없는 만남은 진술이 흔들리고 합의금이 낮게 책정되는 결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실무에서 자주 보는 패턴은 이렇습니다. 가해자 측 변호사가 사건 경위를 확인한다는 명목으로 대화를 이어가면서, 은근히 피해 정도를 축소하거나 “그 정도면 심각한 게 아니지 않냐”는 취지로 피해자를 위축시키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나온 말은 이후 진술서나 수사기관 조서와 대조되면서 오히려 피해자에게 불리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합의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준비 없이 만난 자리에서는 시세보다 낮은 금액이 제시되고, 그 자리에서 곧바로 서명을 요구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치료비, 정신적 피해, 앞으로 들어갈 비용까지 반영해 금액을 검토할 시간도 없이 감정에 떠밀려 서명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러한 압박이 반복되면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데도 사실상 의사표시를 강요당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습니다. 대법원도 다음과 같이 그 위험성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피해자의 처벌불원의사의 존부에 지나치게 무게중심을 두는 형사사법절차는 현실적으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와 같은 사회적 갈등이나 추가적인 법적 분쟁을 일으키는 주요한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처벌불원의사를 표시하지 않는 행위가 피고인 또는 피의자에 대한 가혹함으로 치부되어, 결과적으로 피해자가 원치 않는 의사표시를 강요당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대법원 2023. 7. 17. 선고 2021도11126 전원합의체 판결).

이 판시는 성년후견인의 대리 문제를 다루면서 나온 것이지만, 처벌불원의사나 합의의 존부에 과도한 무게가 실리면 피해자가 부당한 압박에 놓일 수 있다는 지적은 가해자 측과의 준비 없는 직접 만남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준비 없이 만나면 진술도 합의금도 불리해지기 쉽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피해자에게 돌아갑니다.


3. 변호사가 있다면 상대방 변호사는 직접 연락할 수 없는 것이 원칙입니다

본인에게 이미 변호사가 있다면, 상대방 변호사가 임의로 직접 접촉하는 것 자체가 윤리규정 위반입니다.

대한변호사협회의 변호사윤리장전 제45조는 “변호사는 수임하고 있는 사건의 상대방 당사자에게 변호사 또는 법정대리인이 있는 경우에는, 그 변호사 또는 법정대리인의 동의나 기타 다른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한 상대방 당사자와 직접 접촉하거나 교섭하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대리인이 있는 상대방 당사자와의 직접교섭을 금지하는 규정입니다.

다시 말해 피해자에게 이미 변호사가 선임되어 있다면, 가해자 측 변호사는 원칙적으로 그 변호사를 거치지 않고 피해자에게 직접 전화하거나 만남을 요청할 수 없습니다. 이를 어기면 징계 대상이 될 수 있는 윤리규정 위반이므로, 이미 변호사를 선임했다면 상대방 변호사에게 “제 변호사를 통해 연락해달라”고 요청하고 그 사실을 본인 변호사에게 알리는 것이 원칙적인 대응입니다.

다만 아직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은 상태라면 이 규정은 적용되지 않고, 가해자 측 변호사가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하는 것 자체는 위법이 아닙니다. 이 경우에는 연락을 받은 뒤 본인이 변호사 선임 여부를 먼저 검토하고, 필요하다면 그 시점부터 창구를 변호사로 일원화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이미 변호사가 있다면 상대방 변호사의 직접 연락 자체가 윤리규정 위반이고, 없다면 직접 연락이 가능한 만큼 만남에 더 신중해야 합니다.


4. 합의서에 서명하면 처벌불원의 의사를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한번 표시한 처벌불원의 의사는 제1심 판결 전까지도 사실상 번복이 쉽지 않습니다.

폭행죄(형법 제260조 제3항), 과실치상죄(제266조 제2항), 협박죄(제283조 제3항), 명예훼손죄(제312조 제2항)처럼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공소기각으로 사건 자체가 끝날 수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32조는 이러한 처벌불원의 의사표시를 제1심 판결선고 전까지만 할 수 있고, 한번 표시한 뒤에는 다시 처벌을 구하는 방향으로 철회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반면 강제추행(형법 제298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사기처럼 반의사불벌죄가 아닌 범죄는 합의서를 작성했다고 해서 처벌 절차 자체가 곧바로 끝나지는 않습니다. 다만 합의와 처벌불원의사는 유리한 양형참작사유로 작용해 실제 형량에 상당한 영향을 미칩니다.

문제는 서명 이후입니다. “그때는 경황이 없어서 서명했다”며 나중에 합의를 되돌리려 해도, 법적으로는 쉽지 않습니다.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를 이유로 취소하려면 상당히 엄격한 요건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강박에 의한 법률행위가 하자 있는 의사표시로서 취소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나아가 무효로 되기 위하여는, 강박의 정도가 단순한 불법적 해악의 고지로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포를 느끼도록 하는 정도가 아니고, 의사표시자로 하여금 의사결정을 스스로 할 수 있는 여지를 완전히 박탈한 상태에서 의사표시가 이루어져 단지 법률행위의 외형만이 만들어진 것에 불과한 정도이어야 한다(대법원 2003. 5. 13. 선고 2002다73708, 73715 판결).

즉 단순히 분위기에 눌려 서명했다는 정도로는 부족하고, 스스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여지를 완전히 박탈당한 상태였다는 점까지 입증해야 취소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준비 없이 만난 자리에서의 심리적 압박만으로는 이 기준을 충족하기 쉽지 않습니다.

한번 서명한 합의서나 처벌불원 의사표시는 나중에 되돌리기 어려우므로, 서명 전 충분한 검토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5. 안전하게 합의를 진행하려면 이런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직접 만나기 전에 검찰 형사조정이나 본인 변호사를 통한 절차부터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연락을 받았다고 해서 곧바로 만날 필요는 없습니다.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수사 단계 → ②검찰(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③기소되면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되는데, 합의는 이 어느 단계에서도 급하게 결정할 이유가 없는 절차입니다.

직접 만나는 대신 활용할 수 있는 안전한 통로도 있습니다. 범죄피해자 보호법 제41조는 검사가 당사자의 신청이나 직권으로 사건을 형사조정에 회부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42조·제43조에 따라 각급 지방검찰청·지청에 설치된 형사조정위원회가 당사자 사이에서 조정 절차를 진행합니다. 이 절차를 이용하면 피해자가 가해자 측과 직접 대면하지 않고도 조정위원을 통해 합의 조건을 조율할 수 있습니다.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고 결정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1. 상대방 변호사가 보낸 연락(문자·메일·통화 기록)을 캡처해 보관하고, 먼저 서면으로 합의 조건을 받아봅니다.

  2. 해당 죄명이 반의사불벌죄인지, 합의가 처벌 자체에 영향을 주는지 아니면 양형참작사유에 그치는지부터 확인합니다.

  3. 본인 변호사와 상담해 적정 합의금 수준과 합의서 문구(처벌불원의 범위, 민사상 권리 유보 여부)를 검토한 뒤 서명 여부를 결정합니다.

이 순서를 지키면 감정에 떠밀리지 않고, 형사조정이나 변호사를 통한 대리 협상 등 본인에게 불리하지 않은 방향으로 합의 여부와 시기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낯선 번호로 걸려온 변호사의 전화 한 통에, 무엇부터 확인해야 할지 몰라 일단 만나고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건 직후의 혼란스러운 상태에서는 침착하게 판단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연락을 받은 피해자 입장에서는 서두를 이유가 없습니다. 생각할 시간을 갖고, 필요하면 변호사를 선임해 창구를 일원화하는 것만으로도 이후 절차에서 훨씬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습니다. 반대로 가해자·피의자 측 입장에서도 무작정 피해자에게 접촉했다가는 오히려 부적절한 압박으로 평가되어 양형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저는 피해자를 대리해 합의를 조율한 사건과, 반대로 피의자·피고인 측에서 합의를 준비한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준비 없이 서둘러 진행된 합의가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를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어느 쪽이든, 연락을 받은 바로 그 순간이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가해자 측 변호사의 연락을 무시해도 불이익이 있나요?

A. 무시한다고 해서 불이익은 없습니다. 합의는 임의절차이고 응할 법적 의무가 없습니다. 다만 연락 내용은 캡처해 보관해두면 이후 필요할 때 참고자료가 됩니다.

Q. 저에게 이미 변호사가 있는데 상대방 변호사가 직접 연락했습니다. 문제되지 않나요?

A. 변호사윤리장전 제45조 위반 소지가 있습니다. 본인 변호사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이후 연락은 변호사를 통해서만 받도록 요청할 수 있습니다.

Q. 합의서에 서명한 뒤 취소할 수 있나요?

A. 매우 어렵습니다. 강박을 이유로 한 취소는 의사결정의 여지가 완전히 박탈된 상태였다는 점까지 인정되어야 하는 등 엄격한 요건이 적용되므로, 서명 전 충분히 검토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폭행이나 명예훼손도 합의하면 처벌이 아예 없어지나요?

A. 반의사불벌죄이므로 처벌불원 의사표시가 제1심 판결선고 전에 이루어지면 공소기각됩니다. 다만 강제추행 등 반의사불벌죄가 아닌 범죄는 합의해도 처벌 절차 자체는 진행되고, 양형에 유리하게 참작될 뿐입니다.

Q. 직접 만나는 대신 이용할 수 있는 안전한 절차가 있나요?

A. 검찰 형사조정위원회를 통한 형사조정 제도가 있습니다. 당사자가 직접 대면하지 않고도 조정위원을 매개로 합의 조건을 조율할 수 있습니다.

Q. 합의금은 어느 정도가 적정한지 어떻게 판단하나요?

A. 사건 유형과 피해 정도, 치료비 등에 따라 달라 일률적인 기준은 없습니다. 유사 사건의 합의 사례와 양형 실무를 아는 변호사와 상담해 적정 수준을 가늠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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