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을 빌려줘 보이스피싱 사건에 연루되었다면?
통장을 빌려줘 보이스피싱 사건에 연루되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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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장을 빌려줘 보이스피싱 사건에 연루되었다면? 

최윤호 변호사

안녕하세요. 법무법인(유한) 안팍 형사전문변호사 최윤호입니다.

통장을 빌려준 일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된 분들은 대부분 억울함을 호소합니다.

보이스피싱 전화를 한 것도 아니고, 피해자를 만난 적도 없고, 누군가를 속여 돈을 받은 것도 아닌데 왜 자신이 형사사건의 피의자가 됐느냐는 겁니다.

실제로 통장대여 사건에서는 이 부분을 잘 구분해야 합니다.

자신의 계좌가 범죄에 사용됐다는 사실과 본인이 그 범죄를 알고 가담했다는 것은 같은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보이스피싱인 줄 몰랐다”고 말하는 것만으로 조사가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수사기관은 그 말을 믿을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통장을 넘기기 전부터 계좌가 정지될 때까지 있었던 일을 거꾸로 확인합니다.

대가를 받고 빌려줬다면?

통장을 아무런 이유 없이 모르는 사람에게 빌려주는 경우는 없습니다.

그래서 계좌를 제공하게 된 대가가 무엇이었는지가 중요합니다.

하루에 20만원을 주겠다는 말을 들었는지, 일주일 사용하고 100만원을 받기로 했는지, 대출을 받기 위한 과정이라고 설명을 들었는지부터 확인하게 됩니다.

특별히 하는 일도 없는데 통장 하나를 빌려주는 것만으로 상당한 돈을 받을 수 있다는 제안이었다면 수사기관에서는 그 경위를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정상적인 취업이나 대출 절차라고 믿게 된 구체적인 사정이 있었다면 그 내용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지금 와서 그 제안이 수상해 보이느냐가 아닙니다.

당시 자신은 어떤 설명을 들었고, 왜 그 설명을 믿었는가.

여기서부터 사건을 정리해야 합니다.

그다음은 ‘통장’이 아니라 실제로 넘긴 것을 봅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통장은 안 줬습니다”라고 이야기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자세히 물어보면 체크카드를 택배로 보냈고 비밀번호도 알려줬다고 합니다.

통장대여 사건에서 실물 통장을 전달했는지만 따지는 것은 아닙니다.

체크카드나 현금카드 등 접근매체를 다른 사람이 사용할 수 있도록 양도하거나 대여한 경우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조사 전에 자신이 전달한 것을 정확하게 정리해야 합니다.

카드만 보냈는지, 비밀번호까지 알려줬는지, OTP나 인증번호를 전달했는지, 상대방의 요청을 받고 직접 이체까지 해줬는지를 구분해야 합니다.

여기서 사실관계를 얼버무리면 뒤에서 문제가 생깁니다.

금융거래내역이나 대화내용이 확보되면 실제로 어떤 행동을 했는지가 드러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입금된 돈을 직접 인출했다면?

단순히 계좌를 제공한 사건인 줄 알고 상담을 시작했는데 이야기를 듣다 보면 추가적인 행동이 확인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계좌로 돈이 들어오자 상대방이 현금으로 뽑아달라고 했고, 그대로 인출해서 다른 사람에게 전달했다는 식입니다.

또는 입금된 돈을 여러 계좌로 나누어 송금해달라는 지시를 받기도 합니다.

이런 사실이 있다면 반드시 처음부터 이야기해야 합니다.

계좌를 넘긴 것과 피해금을 직접 인출하거나 전달한 것은 사건을 검토하는 데 있어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여러 차례 입금과 출금을 반복했다면 수사기관에서는 그 과정에서 범죄 가능성을 인식하지 못했는지를 확인하려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저는 통장대여 사건을 상담할 때 계좌를 넘긴 날보다 그 이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더 자세히 묻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상하다고 생각한 적 없습니까?”

실제 조사에서 상당히 곤란해지는 질문입니다.

계좌를 빌려주는 대가로 큰돈을 준다고 했는데 이상하지 않았는지.

본인 명의 계좌인데 다른 사람이 사용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도 의심하지 않았는지.

은행에서 연락이 오면 특정한 내용으로 답변하라는 지시를 받고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는지.

계좌가 정지된 이후 상대방이 갑자기 연락을 끊었는데 그때는 무엇이라고 생각했는지.

이런 질문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무조건 “전혀 이상하지 않았습니다”라고 답한다고 해서 유리한 것은 아닙니다.

객관적으로 의심할 만한 상황이 여러 차례 있었는데도 아무 생각이 없었다고만 진술하면 오히려 설명의 설득력이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기억나는 사실은 사실대로 이야기하되, 당시 어떤 설명을 들었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했는지를 정확하게 구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보이스피싱과 통장대여는 나누어 대응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특히 주의해야 할 부분입니다.

“보이스피싱은 몰랐으니 저는 무죄입니다.”

이렇게 사건 전체를 하나로 묶어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보이스피싱 범행을 알았는지 여부와 별개로 접근매체를 대가를 받고 빌려준 행위 자체가 문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통장을 빌려준 사실이 있다고 해서 보이스피싱 범행까지 당연히 알고 있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따라서 자신이 인정해야 할 부분이 무엇이고, 실제로 알지 못했던 부분이 무엇인지를 나누어 진술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구분 없이 모든 혐의를 부인하거나, 반대로 경찰에서 물어보는 내용을 전부 인정해버리는 것이 오히려 위험할 수 있습니다.

조사 전에 A4 한 장으로 정리해보십시오

복잡하게 준비할 필요는 없습니다.

처음 광고를 본 날부터 순서대로 적어보면 됩니다.

어디에서 제안을 받았는지, 상대방이 자신을 누구라고 소개했는지, 왜 계좌가 필요하다고 했는지, 얼마를 받기로 했는지, 무엇을 전달했는지, 이후 어떤 지시를 받았는지, 실제 돈이 들어왔을 때 무엇을 했는지, 언제 계좌가 정지됐는지. 그리고 그 옆에 당시 대화나 문자, 계좌 거래내역처럼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있는지를 표시해보는 겁니다.

이렇게 정리하면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내용과 실제 기록이 맞지 않는 부분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통장대여 사건은 결국 “나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아니다”라는 말만 반복해서 해결할 사건이 아닙니다.

수사기관이 확인하려는 것은 명함에 적힌 직업이 아니라 실제 행동입니다.

통장을 왜 넘겼고, 무엇을 넘겼으며, 그 대가로 무엇을 받았고, 이후 들어온 돈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그 과정에서 보이스피싱 범행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거나 적어도 이를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었는지가 함께 문제될 수 있습니다.

경찰 조사를 앞두고 있다면 억울하다는 이야기부터 준비하기보다 내 계좌가 범죄에 사용되기까지 내가 실제로 한 행동이 어디까지인지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 선을 정확하게 그어야 이후의 대응 방향도 정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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