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모닝와이드 3부 <CCTV로 본 세상> 인터뷰 — 아파트 옹벽 배수구 차량 침수 사고의 법적 쟁점
들어가며 — 방송에서 미처 다 말씀드리지 못한 이야기
지난 9월 8일 SBS 모닝와이드 3부 <CCTV로 본 세상>에 출연해 한 차량 침수 사고에 관하여 법률 자문을 드렸습니다. 경남 거제시의 어느 아파트 옹벽 아래 공영주차장에 세워둔 차량 위로, 옹벽에 뚫린 배수구에서 빗물이 그대로 쏟아져 내린 사고였습니다. CCTV 영상 속 물줄기는 배수라기보다 폭포에 가까웠고, 차량은 끝내 복구하지 못한 채 폐차되었습니다.
방송은 분량의 제약이 있어 결론 위주로 말씀드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방송에서 다루지 못한 법리, 특히 민법상 공작물책임과 실제로 어떤 순서로 대응해야 하는지까지 정리해 두려 합니다. 비슷한 피해를 겪고 계신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사건의 개요
지난 8월 17일 폭우가 내리던 날, 아파트 옹벽 아래 무료 공영주차장에 주차되어 있던 차량이 약 6m 높이 옹벽의 배수구에서 쏟아진 빗물에 침수되었습니다. 제보자는 자차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았고, 차량 보험가액은 약 215만 원으로 산정된 상태입니다.
쟁점은 그 배수구의 정체였습니다. 제보자는 아파트 허가 도면에 표시되어 있지 않은 불법 배수관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아파트 측은 로드뷰상 최소 2009년 이전부터 존재했고, 임대아파트 시절 건설사가 설치한 것으로 추정되며, 위법한 시설이었다면 애초에 준공검사와 사용승인을 받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관할 시청은 행정지도를 내리고 위법 여부를 조사 중이라면서도, 도면에 배수구가 없다는 사정이 준공검사나 사용승인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아파트 측은 배수구가 불법이 아닌 데다 폭우라는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이므로 배상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통보했고, 제보자는 결국 관리소장과 입주자대표단을 재물손괴죄로 형사고소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쟁점 1 — 그 자리에 배수구가 있는 것 자체가 불법일까
이 질문은 두 층위로 나누어 보아야 합니다. 하나는 '배수구를 뚫은 행위 자체가 위법했는가'이고, 다른 하나는 '지금 이 상태로 방치해도 되는가'입니다.
먼저 설치행위의 위법성입니다. 공동주택의 공용부분에 대한 행위허가·행위신고 제도는 공동주택관리법과 그 시행령이 시행된 2016년경부터 본격적으로 작동했습니다. 법은 원칙적으로 시행 이후의 행위에만 적용되므로, 아파트 측 주장처럼 배수구가 정말 2009년 이전부터 존재했다면 현재의 기준을 소급하여 절차적 위법성을 인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도면에 기재되지 않았다는 사정 역시, 시청 스스로 준공검사에 큰 영향이 없었을 것이라고 답한 이상 그것만으로 곧바로 형사적·행정적 불법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 사안의 무게중심이 다른 곳에 있다고 봅니다. 설치 당시 적법했다는 사실과, 지금 그 시설을 그대로 두어도 된다는 결론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6m 높이에서 빗물이 아래 주차구획으로 그대로 쏟아지는 구조라면, 도면이나 허가 서류를 들여다보지 않아도 누구나 위험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법적으로 문제되는 것은 '설치의 하자'만이 아니라 '보존의 하자'이며, 이 사건에서 진짜 다투어야 할 지점은 후자입니다.
쟁점 2 — 배상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먼저 시청 쪽을 보겠습니다. 거제시 교통부서는 해당 장소가 무료 주차구역이어서 영조물배상공제 적용이 어렵다고 안내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는 시청이 가입한 보험의 적용 대상 문제일 뿐, 국가배상법상 책임이 성립하는지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국가배상법 제5조 제1항은 "공공의 영조물의 설치나 관리에 하자가 있기 때문에 타인에게 손해를 발생하게 하였을 때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유료인지 무료인지를 요건으로 삼지 않습니다. 다만 이 사건의 침수 원인은 공영주차장 자체의 결함이 아니라 옹벽 배수구에서 물이 쏟아진 데 있으므로, 배수구를 실제로 관리하는 주체가 시청이 아니라면 시청에 책임을 묻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핵심은 아파트 측입니다.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조문이 민법 제758조 제1항, 이른바 공작물책임입니다. 이 조항은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의 하자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공작물의 점유자가 배상책임을 지고, 점유자가 손해의 방지에 필요한 주의를 해태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소유자가 손해를 배상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옹벽과 거기에 뚫린 배수구는 전형적인 공작물입니다.
이 구조에서 소유자의 책임은 사실상 무과실책임에 가깝습니다. 즉 "우리가 만든 것이 아니다", "설치 당시에는 합법이었다"는 항변은 설치의 하자를 부인하는 데에는 쓸모가 있을지 몰라도, 보존의 하자 앞에서는 힘을 잃습니다. 물이 어디로 떨어지는지 알 수 있는 상태에서 아무런 유도관이나 낙수 방지시설을 설치하지 않고 수년간 방치했다면, 그것이 바로 보존의 하자입니다.
그렇다면 "폭우라는 자연재해"라는 항변은 어떨까요. 실제로 법원은 사업 시행자에게 빗물이 적절히 분산·배수되도록 시설을 설치하고 배수로를 확보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아, 침수 피해가 폭우 때문이라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사례가 있습니다. 반면 500년에 한 번 정도로 분석되는 극히 이례적인 폭우가 문제된 사건에서는 관리주체의 과실과 침수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은 판례도 있습니다.
결국 갈림길은 하나입니다. 그날 거제시의 강우가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선 정말 이례적인 폭우였는가, 아니면 충분히 예상 가능한 정도의 비였는가. 그리고 실무적으로 유념할 점은, 이 판단이 반드시 '전부 아니면 전무'로 귀결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법원은 공작물의 하자와 자연력이 함께 작용한 경우 자연력의 기여도만큼 배상액을 감액하는 방식으로도 조정합니다. 아파트 측이 완전히 면책되기보다는, 일정 비율의 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실제로는 더 큽니다.
제보자의 과실도 함께 고려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사건은 지대가 낮은 곳에 세워둔 차가 물에 잠긴 통상적인 침수와 결이 다릅니다. 옆 옹벽에서 물이 쏟아진다는 사정은 일반 운전자가 예견하기 어렵습니다. 과실상계가 되더라도 그 비율은 제한적으로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쟁점 3 — 재물손괴죄로 형사처벌이 가능한가
형법 제366조는 타인의 재물 등을 손괴 또는 은닉 기타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자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죄는 고의범입니다. 우리 형법에는 과실로 재물을 손괴한 경우를 처벌하는 규정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관리소장 측 주장처럼, 특정 차량을 손괴할 것을 인식하거나 그 결과를 용인한 것이 아닌 이상 재물손괴죄가 성립하기는 어렵습니다. 실제 차량 파손 사안에서도 미필적 고의조차 인정하기 어렵다고 본 사례가 다수 있습니다. 배수구의 위험성을 관리소장이 구체적으로 알고 있었으면서도 방치했다는 점을 뚜렷하게 입증할 수 있다면 미필적 고의를 둘러싼 논란이 생길 여지는 있으나, 이런 시설관리 소홀 사안은 통상 형사가 아니라 민사상 과실 책임의 영역에서 다루어집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형사고소를 먼저 진행하는 전략에는 실익이 크지 않을 뿐 아니라 부작용도 있습니다. 무혐의 처분이 나오면 상대방은 그 처분서를 들고 "수사기관도 잘못이 없다고 했다"고 주장할 것이고, 민사 재판부에 불필요한 인상을 남길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실질적인 무기는 형법이 아니라 민법 제758조입니다.
쟁점 4 — 그렇다면 어떻게 손해를 보전받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민사상 손해배상청구가 가장 직접적인 길입니다. 청구 상대방은 옹벽과 배수구를 실질적으로 점유·관리하는 주체, 즉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나 관리단이 되며, 사안에 따라 구분소유자 전원을 소유자로 하여 예비적으로 청구를 구성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 시점에 확보해 두셔야 할 자료는 다음과 같습니다. 사고 당시 CCTV 원본 영상, 배수구 설치 시점을 확인할 수 있는 연도별 로드뷰 캡처, 아파트 준공도면, 시청이 발송한 행정지도 공문과 조사결과, 기상청의 그날 시간당 강우량 기록과 인근 지역 피해 상황, 그리고 폐차증명서와 보험가액 산정서입니다. 특히 시청의 조사결과는 관리상 하자를 입증하는 핵심 증거가 될 수 있으므로, 나오는 대로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해 두시기를 권합니다. 기상 자료는 상대방의 자연재해 항변을 무너뜨리는 열쇠입니다.
손해액은 차량이 전손된 경우 사고 당시의 교환가치, 즉 시가를 기준으로 산정합니다. 보험가액 215만 원은 그 기초 자료로 활용할 수 있고, 여기에 폐차 처리 비용이나 대차 관련 비용을 더할 여지도 있습니다.
절차적으로는 소송가액이 3,000만 원 이하이므로 소액사건심판법이 적용됩니다. 인지대와 송달료 부담이 크지 않고, 이행권고결정으로 비교적 신속하게 마무리될 수도 있습니다. 소송 전에 민사조정을 신청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다만 그 전에 내용증명으로 청구 취지와 근거를 명확히 통보해 두는 절차는 반드시 거치시기 바랍니다. 상대방이 위험을 인식한 시점을 기록으로 남기는 의미가 있고, 이후 유사 사고가 재발할 경우 책임 판단에 결정적으로 작용합니다.
마지막으로 시효입니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민법 제766조에 따라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소멸합니다. 공작물책임 역시 불법행위책임의 한 유형이므로 같은 기준이 적용됩니다. 3년이 넉넉해 보이지만, 증거는 시간이 갈수록 사라집니다. CCTV는 통상 몇 주면 덮어쓰기 되고 로드뷰도 갱신됩니다. 서두르셔야 하는 이유는 시효보다 증거 쪽에 있습니다.
부동산·공동주택 분쟁, 혼자 판단하지 마십시오
아파트 시설물에서 비롯된 피해는 대부분 "우리 잘못이 아니다"라는 답변에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그 한마디에 포기하십니다. 그러나 공작물책임은 고의나 중과실이 아니라 시설의 하자만으로도 성립하는 책임이고, 관리 주체의 해명이 곧 법적 결론은 아닙니다.
저는 부동산 분야를 전문으로 하며 집합건물 관리단·입주자대표회의 분쟁, 위탁관리계약, 관리비와 열람등사, 시설물 하자와 누수·침수 피해, 매매·임대차 하자 및 고지의무 분쟁을 다루어 왔습니다. 피해를 입은 개인의 대리와 관리 주체의 자문 모두 가능합니다.
유사한 피해를 겪고 계시다면, 무엇보다 증거가 사라지기 전에 상담을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CCTV 영상과 현장 사진, 강우 기록만 확보되어 있어도 대응의 방향은 상당 부분 잡힙니다. 손해액이 크지 않아 소송을 망설이시는 경우에도, 조정이나 소액사건 절차를 활용한 실질적인 해결책을 함께 찾아드릴 수 있습니다.
법무법인 랜드로 신지수 변호사 (부동산 전문)
※ 본 글은 2026년 9월 8일 SBS 모닝와이드 3부 <CCTV로 본 세상>에 제공한 법률 자문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으로, 방송 시점까지 공개된 사실관계를 전제로 한 일반적 법리 해설입니다. 특정 당사자의 책임 유무를 단정하는 취지가 아니며, 개별 사안의 결론은 증거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구체적 사건에 관하여는 반드시 변호사의 검토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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