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쓴 글을 퍼 나른 것도 명예훼손이 되나요 | 형사일반/기타범죄 | 로톡
남이 쓴 글을 퍼 나른 것도 명예훼손이 되나요
법률가이드
형사일반/기타범죄사이버 명예훼손/모욕명예훼손/모욕 일반

남이 쓴 글을 퍼 나른 것도 명예훼손이 되나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요즘 온라인 커뮤니티나 단체 카카오톡방에서 다른 사람이 쓴 폭로성 글, 후기, 비판 글을 캡쳐하거나 그대로 복사해 옮기는 일이 흔해지면서, 그 내용 때문에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에는 “나는 그냥 다른 데서 본 글을 퍼왔을 뿐이다”, “원문을 그대로 옮긴 것뿐이니 내가 지어낸 말도 아닌데 무슨 책임이냐”는 생각으로 커뮤니티나 단톡방에 글을 옮긴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고소장을 받고 나서야, 원래 그 글을 쓴 사람과는 별개로 자신도 피고소인이 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명예훼손죄의 성립 요건인 공연성에 관하여 이른바 전파가능성 이론을 다시 확인하고, 그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한층 명확히 정리했습니다. 소수에게만 전달했다거나 원문을 편집하지 않고 그대로 옮겼다는 사정만으로는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는 취지입니다.

아래에서는 남이 쓴 글을 퍼 나르는 행위가 어떤 경우에 명예훼손으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조사 통보를 받았을 때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직접 쓰지 않은 글이라도 퍼 나른 사람은 별도의 명예훼손 책임을 집니다

명예훼손죄의 적시 행위자는 최초 작성자로 한정되지 않습니다.

형법 제307조는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처벌 대상으로 정하고 있고, 정보통신망법 제70조도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처벌합니다. 두 조문 모두 그 사실을 처음 만들어낸 사람으로 행위 주체를 한정하지 않습니다.

즉 다른 사람이 이미 써 놓은 글이라도, 이를 캡쳐해 커뮤니티에 다시 올리거나 단톡방에 복사해 붙여넣는 행위 자체가 사실을 적시·현시하는 독립된 실행행위가 됩니다. 원 작성자가 이미 처벌을 받았는지, 아니면 아직 특정조차 되지 않았는지는 퍼 나른 사람의 책임 유무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실무에서는 원 게시물 작성자와 이를 다시 퍼뜨린 사람이 각각 별도의 고소·수사 대상이 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특히 원문보다 자극적인 제목을 붙이거나 “이거 실화냐”, “이런 사람 조심하라”는 식의 코멘트를 덧붙여 옮기면, 그 자체로 비방할 목적이 더 뚜렷하게 인정될 소지가 커집니다.

다른 사람이 쓴 글이라는 사정은 퍼 나른 사람의 책임을 없애주지 않습니다.


2. 친한 사람 몇 명에게만 전달했다는 말은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소수에게만 알렸더라도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은 인정됩니다.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공연히”, 즉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서 사실이 드러나야 합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오래전부터, 개별적으로 소수에게 사실을 전달했더라도 그 상대방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을 인정하는 이른바 전파가능성 이론을 확립해 왔습니다.

이 법리는 2020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다시 한 번 확인됐습니다.

특정 소수에게 전달한 경우에도 그로부터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 대한 전파가능성 여부를 가려 개인의 사회적 평가가 침해될 일반적 위험성이 발생하였는지를 검토하는 것이 실질적인 공연성 판단에 부합되고, 공연성의 범위를 제한하는 구체적인 기준이 될 수 있다(대법원 2020. 11. 19. 선고 2020도5813 전원합의체 판결).

단톡방 인원이 두세 명뿐이었거나, 가까운 친구 한 명에게만 캡쳐본을 보냈다는 사정만으로는 공연성이 부정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대화 상대방과 피해자의 관계, 옮긴 내용의 성격(공개를 꺼리는 사생활·전과·질병 등일수록 주변에 회자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전달하게 된 경위 등을 종합해 전파 가능성을 판단합니다.

몇 명에게만 보여줬다는 사정만으로는 명예훼손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3. 원문 그대로 옮기거나 링크만 걸었다는 항변도 비방 목적이 있으면 통하지 않습니다

편집 여부보다 비방할 목적과 전파 가능성이 핵심 판단 기준입니다.

“내가 지어낸 말이 아니라 원문 그대로 캡쳐해서 옮긴 것뿐”이라는 항변은 실무에서 자주 나오지만, 명예훼손죄는 적시된 사실이 새로 창작된 것인지를 묻지 않습니다. 이미 존재하는 사실이라도 이를 공연히 드러내어 특정인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릴 위험을 만들었다면 처벌 대상이 됩니다.

일대일로, 그것도 비밀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받고 나눈 인터넷 대화조차 공연성이 부정되지 않은 사례가 있습니다.

그 대화가 인터넷을 통하여 일대일로 이루어졌다는 사정만으로 그 대화 상대방이 대화내용을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고, 상대방이 비밀을 지키겠다고 말하였다고 하여 당연히 전파할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도 없다(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7도8155 판결).

카카오톡 개인 메시지로 몰래 전달하거나, 게시물 링크만 걸고 별다른 말을 덧붙이지 않은 경우도 같은 논리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결국 관건은 편집·가공 여부가 아니라, 전달 당시 비방할 목적이 있었는지와 그 내용이 전파될 가능성이 있었는지입니다. 형법 제310조는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지만, 개인적 감정이나 비방 목적으로 퍼뜨린 정황이 드러나면 이러한 위법성조각 사유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원문 그대로 옮겼다는 사정, 링크만 걸었다는 사정 모두 그 자체로 처벌을 피하는 근거가 되지 못합니다.


4. 원글이 사실인지 허위인지에 따라 적용 조문과 처벌 수위가 달라집니다

온라인에서 비방 목적으로 퍼 나르면 정보통신망법이 우선 적용되어 형량이 더 무겁습니다.

오프라인에서 말로 전달한 경우라면 형법 제307조가 적용되어, 사실을 적시했다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허위사실을 적시했다면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반면 온라인 커뮤니티, 카카오톡, SNS 등 정보통신망을 통해 비방할 목적으로 퍼 나른 경우에는 정보통신망법 제70조가 우선 적용됩니다. 사실을 적시했다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거짓의 사실을 적시했다면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7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고, 이 과정에서 취득한 금품이나 이익은 몰수·추징 대상이 됩니다.

원 글이 허위라는 사실을 몰랐다면 허위사실 적시죄의 고의가 인정되기 어려워 사실적시 조항만 문제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얘기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이라는 말을 덧붙였더라도, 실제로는 허위일 가능성을 의심할 만한 정황을 알고도 퍼뜨렸다면 고의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캡쳐본과 전달 경위를 정리해두는 것이 초반 대응의 핵심입니다.

명예훼손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사업장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위반은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밝힌 의사에 반해서는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이므로, 수사 단계에서 합의 여부가 사건 진행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남이 쓴 글을 퍼 날랐다는 이유로 조사 통보를 받았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1. 원 게시물의 출처와 자신이 옮긴 내용을 캡쳐·저장해 두고, 원문과 자신이 전달한 내용 사이에 편집하거나 덧붙인 부분이 있는지 대조합니다.

  2. 누구에게, 몇 명에게, 어떤 경로(단톡방·SNS 공유·개인 메시지 등)로 전달했는지 대화방 인원과 전달 시점을 정리합니다.

  3. 전달할 때 덧붙인 말이 있었는지, 그것이 비방이 아니라 정보 공유나 문제 제기 목적이었음을 뒷받침할 자료를 확보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명예훼손 사건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공연성·비방 목적 등 쟁점별로 대응 방향을 세우고 합의 여부까지 함께 검토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남이 쓴 글을 퍼 날랐다는 이유로 조사 통보를 받으면, “나는 그냥 퍼 온 것뿐인데”라는 억울함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넘기다가 초기 대응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퍼진 글 때문에 피해를 입은 쪽 입장에서는, 원 작성자뿐 아니라 이를 퍼 나른 사람들의 전달 범위와 경위를 함께 정리해야 실질적인 구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캡쳐본, 단톡방 인원 목록, 전달 시점이 쌓일수록 공연성과 비방 목적을 입증하는 데 유리해집니다.

반대로 퍼 나른 사람으로 지목된 쪽 입장에서도 “원문 그대로 옮겼을 뿐”이라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전달 당시 어떤 목적이었는지, 상대방이 몇 명이었는지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명예훼손으로 피해를 입은 쪽과, 반대로 글을 퍼 날랐다는 이유로 조사를 받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사실관계 정리와 법리 선택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원문 그대로 캡쳐해서 단톡방에 올렸을 뿐인데도 처벌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명예훼손죄는 사실을 새로 만들어냈는지를 묻지 않고, 이미 있는 사실이라도 공연히 드러내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릴 위험을 만들었는지를 봅니다. 원문을 편집하지 않고 그대로 옮겼다는 사정만으로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습니다.

Q. 단톡방 인원이 3명뿐이었는데도 문제가 되나요?

A. 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소수에게만 전달했더라도 그로부터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을 인정하는 전파가능성 이론을 확립해 왔고, 2020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도 이 법리를 다시 확인했습니다.

Q. 퍼 온 글이 허위인 줄 몰랐다면 어떻게 되나요?

A. 허위사실 적시죄가 성립하려면 그 사실이 거짓이라는 점에 대한 고의가 필요하므로, 정말 몰랐다면 허위사실 적시죄까지 인정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다만 사실을 적시한 것 자체는 별도로 문제될 수 있고, 허위일 가능성을 의심하면서도 퍼뜨렸다면 고의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Q. 원 작성자가 이미 처벌을 받았다면 퍼 나른 사람은 처벌받지 않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원 작성자와 이를 퍼 나른 사람은 각자 독립적인 적시·현시 행위를 한 것으로 평가되어, 원 작성자의 처벌 여부와 무관하게 별도로 고소·수사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Q. 링크만 걸고 별다른 말을 덧붙이지 않았어도 문제되나요?

A. 상황에 따라 문제될 수 있습니다. 핵심은 편집·가공 여부가 아니라 비방할 목적과 전파 가능성이므로, 링크를 걸게 된 경위와 함께 남긴 코멘트, 전달 대상의 범위 등을 종합해 판단됩니다.

Q. 이미 삭제한 글이나 대화도 문제가 될 수 있나요?

A. 될 수 있습니다. 게시물을 삭제했더라도 이미 전파가 이루어졌다면 그 시점에 범죄는 완성된 것으로 평가될 수 있고, 상대방이 남긴 캡쳐본이나 대화 기록이 증거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Q. 경찰 조사 통보를 받았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공연성·비방 목적 인정 여부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지는 사안이라, 초기 진술과 자료 정리가 사건 전체의 방향을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고준용 변호사가 작성한 다른 포스트
조회수 40
관련 사례를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