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전세금이나 월세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분들 중, 임대인으로부터 “당장 현금은 없으니 그 집을 대신 가져가라”는 제안을 받았다는 상담이 부쩍 늘고 있습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그래도 집을 준다는데 손해는 아니지 않을까”, “등기만 넘겨받으면 다 해결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으로 별다른 확인 없이 제안을 받아들이려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막상 등기를 넘겨받고 나면, 그 집에 이미 수억 원의 근저당이 잡혀 있었거나, 다른 채권자가 뒤늦게 사해행위라며 소송을 걸어오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대물변제를 합의만으로는 부족하고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쳐야 비로소 성립하는 요물계약으로 엄격하게 보고 있고, 채무초과 상태의 임대인이 특정 임차인에게만 집을 넘기는 행위는 다른 채권자에 대한 사해행위로 취소될 위험까지 있다고 봅니다.
아래에서는 임대인이 보증금 대신 집을 가져가라고 제안할 때 어떤 법적 위험이 있는지, 그리고 이런 제안을 받았을 때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대물변제는 합의만으로는 부족하고 등기를 마쳐야 보증금 채무가 소멸합니다
대물변제는 요물계약이라 소유권이전등기를 완료해야 비로소 변제의 효력이 생깁니다.
민법 제466조는 “채무자가 채권자의 승낙을 얻어 본래의 채무이행에 갈음하여 다른 급여를 한 때에는 변제와 같은 효력이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문에 따라 임대인이 보증금 반환채무 대신 집을 넘기는 것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합니다. 그런데 “다른 급여를 한 때”라는 표현이 핵심입니다. 단순히 그렇게 하기로 합의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실제로 급여, 즉 부동산이라면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쳐야 비로소 대물변제가 성립한다는 것이 확립된 법리입니다.
실무에서는 “집을 가져가기로 구두로 합의했다”, “각서를 썼다”는 사정만으로 임차인이 안심하고 이사부터 나가거나, 임차권등기명령·소송 같은 법적 조치를 미루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등기 이전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언제든 임대인의 마음이 바뀌거나, 임대인에게 새로운 사정(파산, 다른 채권자의 압류 등)이 생기면 대물변제 약속 자체가 무산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 점을 다음과 같이 판시하고 있습니다.
대물변제는 본래의 채무에 갈음하여 다른 급여를 현실적으로 하는 때에 성립되는 요물계약이므로, 다른 급여가 부동산의 소유권이전인 때에는 등기를 완료하여야만 대물변제가 성립되어 기존채무가 소멸되는 것이다(대법원 1987. 10. 26. 선고 86다카1755 판결).
즉 임대인이 “집을 가져가라”고 말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보증금 반환채무가 사라지지 않습니다. 등기 완료 전까지는 여전히 보증금 반환청구권이 살아 있으므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기 전까지 임차권등기명령이나 소송 같은 법적 권리를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대물변제는 등기를 완료해야 비로소 성립하고, 그 전까지는 여전히 보증금을 청구할 권리가 살아 있습니다.
2. 집을 넘겨받아도 다른 채권자가 사해행위라며 되돌릴 수 있습니다
채무초과 상태의 임대인이 특정 임차인에게만 집을 넘기면 다른 채권자가 이를 취소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등기까지 무사히 마쳤다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점입니다. 보증금 대신 집을 내놓겠다고 제안하는 임대인은 대부분 다른 빚도 함께 떠안고 있는, 이른바 채무초과 상태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여러 채권자 중 임차인에게만 부동산을 넘기면, 다른 채권자들의 공동담보가 줄어드는 결과가 생깁니다.
민법 제406조는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고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를 한 경우, 다른 채권자가 그 행위를 취소하고 원상회복을 청구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채권자취소권, 이른바 사해행위취소). 대물변제도 이 조문이 말하는 법률행위에 해당하므로 취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도 이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채무초과 상태의 채무자가 적극재산을 채권자 중 일부에게 대물변제로 양도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다른 채권자들에 대한 관계에서 사해행위가 될 수 있다(대법원 2010. 9. 30. 선고 2007다2718 판결).
다만 같은 판결은 그 행위가 궁극적으로 일반 채권자를 해하는 것으로 볼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사해행위 성립이 부정될 수도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예외적인 경우이고, 원칙은 취소 대상이 된다는 것입니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등기까지 마친 뒤에도 몇 년 뒤 느닷없이 사해행위취소소송의 피고가 되어, 애써 받은 집을 다시 내놓아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습니다.
등기를 마쳐 집을 넘겨받았더라도, 임대인이 다른 빚을 지고 있었다면 사해행위취소소송으로 그 소유권이 다시 흔들릴 수 있습니다.
3. 근저당이 많은 집이라면 보증금보다 못한 결과가 될 수 있습니다
등기부상 선순위 권리를 빼고 나면 집의 실제 가치는 보증금에 못 미칠 수 있습니다.
대물변제 제안을 받아들이기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은 그 집의 진짜 가치입니다. 시세가 보증금보다 높아 보여도, 등기부등본을 떼어보면 이미 여러 건의 근저당권이나 가압류가 설정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집을 넘겨받는다는 것은 그 부동산에 걸려 있는 부담까지 함께 떠안는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시세 3억원짜리 집에 이미 2억5천만원의 근저당이 설정되어 있다면, 실제로 임차인이 넘겨받는 가치는 5천만원 남짓에 불과합니다. 보증금이 1억원이었다면, 대물변제로는 절반밖에 회수하지 못하는 셈입니다. 더 나쁜 경우는 선순위 근저당권자가 먼저 경매를 신청해, 임차인이 소유권을 넘겨받은 직후 그 집 자체를 잃는 상황입니다.
반대로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전입신고·점유)과 우선변제권(확정일자)을 갖춘 임차인이라면, 그 집이 경매에 넘어가더라도 후순위 권리자보다 먼저 배당을 받을 수 있는 지위에 있습니다. 대물변제로 소유권을 넘겨받으면서 이런 우선변제권을 사실상 포기하는 결과가 되는 것은 아닌지도 함께 따져봐야 합니다.
집의 시세만 보지 말고, 선순위 근저당·가압류를 뺀 실질 가치가 보증금과 견줄 만한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4. 처음부터 넘겨줄 뜻이나 능력이 없었다면 사기죄까지 문제될 수 있습니다
이행할 의사나 능력 없이 대물변제를 약속했다면 형사책임도 검토해야 합니다.
만약 임대인이 애초에 집을 넘겨줄 생각이나 능력이 없으면서도 시간을 벌 목적으로 “대신 집을 가져가라”고 말했다면, 이는 단순한 민사상 채무불이행을 넘어 형법 제347조의 사기죄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임차인이 그 말을 믿고 임차권등기명령이나 소송 제기를 미루는 사이, 임대인이 그 집을 다른 사람에게 처분하거나 근저당을 추가로 설정하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재산상 이익을 취득할 고의로 상대방을 기망해 착오에 빠뜨리고, 그 착오로 인해 처분행위(여기서는 법적 조치를 미루는 부작위 등)가 이루어졌다는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합니다. 실제로 넘겨줄 뜻이 없었음에도 “집을 주겠다”고 거짓말해 임차인이 소송이나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시기를 놓치게 만들었다면, 기망행위와 재산상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형법 제347조 제1항은 사기죄에 대해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실제로는 자금 사정이 어려워 이행이 늦어진 경우와, 처음부터 이행할 뜻이 없었던 경우는 구분이 쉽지 않아, 임대인이 보인 구체적 언행과 재산 처분 정황 등을 함께 살펴 판단해야 합니다.
단순한 자금난과, 처음부터 넘겨줄 뜻이 없었던 기망은 다르며, 후자라면 사기죄까지 검토될 수 있습니다.
5. 보증금을 받지 못했다면 이렇게 확인하고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등기부 확인과 임차권등기명령부터 챙긴 뒤 대물변제 여부를 판단해야 합니다.
임대인으로부터 대물변제 제안을 받았을 때는 통상 ①등기부등본을 발급받아 선순위 근저당·가압류·압류 등 권리관계부터 확인하고 → ②이사를 나가더라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하기 위해 관할 법원(예를 들어 수원 지역 부동산이라면 수원지방법원)에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한 뒤 → ③내용증명으로 보증금 반환과 지연손해금을 공식적으로 청구하고 → ④그래도 반환이 안 되면 보증금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해 승소 후 강제경매로 회수하는 순서로 진행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대물변제는 이 절차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선택지 중 하나로만 검토해야 합니다. 특히 소유권이전등기가 실제로 완료되기 전까지는 임차권등기명령이나 소송 제기를 미룰 이유가 없습니다. 등기가 완료된 뒤에도 사해행위 문제, 선순위 권리 문제가 남아 있으므로, 법적 조치와 대물변제 협상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임차인에게 안전합니다.
임대인의 대물변제 제안을 받았다면, 서명하기 전에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등기부등본을 발급받아 근저당권·가압류·압류 등 선순위 권리와 그 채권최고액을 확인합니다.
시세와 선순위 채권액을 비교해, 넘겨받을 부동산의 실질 가치가 보증금 액수와 맞는지 계산합니다.
대물변제에 합의하더라도 소유권이전등기를 완료할 때까지는 임차권등기명령·보증금반환청구 등 법적 조치를 함께 진행합니다.
이런 확인 없이 서둘러 등기만 넘겨받았다가, 이미 집이 사실상 근저당에 잠식된 상태였거나 다른 채권자의 사해행위취소소송에 휘말리는 경우를 여러 번 보았습니다. 보증금 분쟁에 밝은 변호사와 함께 등기부와 제안 내용을 검토한 뒤 결정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마치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황에서 임대인이 먼저 “집을 가져가라”는 제안을 해오면, 소송까지 가지 않고 해결될 수 있다는 기대에 서둘러 응하고 싶어지는 것이 사람 마음입니다.
보증금을 받지 못한 임차인 입장에서는, 당장 현금화할 수 없는 부동산보다는 확실한 보증금 반환이 낫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반면 어쩔 수 없이 집을 내놓겠다는 임대인 입장에서도, 다른 채권자와의 관계나 세금 문제 때문에 대물변제가 최선의 방법일 수 있습니다. 어느 한쪽만 편들 문제가 아니라, 제안 내용이 법적으로 안전하게 설계되었는지가 핵심입니다.
저는 임대차보증금 반환 분쟁과 부동산 관련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대물변제 제안이 실제로는 등기조차 이루어지지 않거나, 등기 후에도 다른 분쟁으로 번지는 사례를 여러 차례 지켜봤습니다.
등기 전까지는 아직 아무것도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서명하기 전에,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대물변제를 하기로 구두로 합의했는데, 임대인이 등기를 미루고 있습니다. 보증금을 다시 청구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대물변제는 소유권이전등기를 완료해야 비로소 성립하는 요물계약이므로, 등기 전까지는 원래의 보증금 반환채무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임차권등기명령이나 보증금반환청구소송을 함께 진행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등기까지 다 받았는데, 나중에 임대인의 다른 채권자가 소송을 걸어올 수도 있나요?
A. 그렇습니다. 임대인이 채무초과 상태였다면, 다른 채권자가 사해행위취소소송을 제기해 소유권이전등기를 무효로 돌릴 수 있습니다. 다만 사정에 따라 사해행위 성립이 부정되는 경우도 있어, 구체적인 재산 상태를 확인해야 합니다.
Q. 집에 근저당이 있어도 대물변제로 받으면 안전한가요?
A. 근저당 채권최고액이 시세에 가까울수록 실제로 넘겨받는 가치는 줄어들고, 선순위 근저당권자가 경매를 신청하면 소유권을 넘겨받고도 집을 잃을 수 있습니다. 등기부등본으로 선순위 권리와 채권최고액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Q. 대물변제 제안을 받으면 이사부터 나가도 되나요?
A. 권장하지 않습니다. 등기가 완료되기 전에 이사를 나가면 대항력을 잃을 수 있으므로, 이사가 필요하다면 임차권등기명령을 먼저 신청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한 뒤 움직이는 것이 안전합니다.
Q. 임대인이 처음부터 넘겨줄 생각이 없었다면 형사고소도 가능한가요?
A. 가능합니다. 넘겨줄 뜻이나 능력이 없으면서도 임차인이 법적 조치를 미루게 할 목적으로 거짓 제안을 했다면 사기죄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다만 단순 자금난과는 구분되므로 구체적인 언행과 재산 처분 정황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Q. 보증금과 집값이 정확히 맞지 않으면 어떻게 처리하나요?
A. 차액을 정산하는 별도 약정을 명확히 문서화해야 합니다. 보증금이 집값보다 크면 임대인에게 차액 지급을, 반대라면 임차인이 차액을 지급하는 조건을 합의서에 구체적으로 남겨야 나중에 분쟁을 줄일 수 있습니다.
Q. 대물변제 합의서는 어떻게 작성해야 하나요?
A. 소유권이전등기 완료 시점, 선순위 권리 말소 조건, 등기 지연 시 원래 보증금 반환채무로 돌아간다는 조항을 명시해야 합니다. 합의서 문구만으로는 채무가 소멸하지 않는다는 점을 반영해 작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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