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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에 불이 났는데 임차한 곳 밖까지 배상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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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에 불이 났는데 임차한 곳 밖까지 배상해야 하나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상가나 오피스텔 상가동에서 화재가 발생해 임차인 한 사람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건물주는 물론 옆 점포 임차인들까지 얽히는 손해배상 분쟁으로 번지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임차인분들 중 상당수는 “저는 제가 쓰던 자리만 그을렸으니 그 정도만 물어주면 되는 것 아닌가요”라는 생각으로 안심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화재가 벽을 타고 번지면, 임대인은 임차인이 쓰던 공간을 넘어 건물 전체 복구비와 다른 점포의 시설·영업손해까지 포함한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해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임차한 부분에서 생긴 손해와 그 밖의 건물 부분에서 생긴 손해를 나누어, 책임의 성립요건과 증명책임을 서로 다르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같은 화재 사고라도 어느 부분의 손해인지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아래에서는 임차한 부분과 임차한 곳 밖의 손해가 어떻게 다르게 취급되는지, 그리고 화재 사고 이후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임차한 부분에서 난 불은 원칙적으로 임차인이 책임을 집니다

목적물을 온전히 돌려주지 못한 것 자체가 채무불이행이고, 원인을 모른다는 사정만으로는 책임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임대차 계약이 끝나면 임차인은 빌린 공간을 원래 상태로 돌려줄 의무가 있습니다. 그런데 화재로 이 목적물 반환의무 자체가 이행불능이 되면, 이는 민법 제390조에 따른 채무불이행에 해당합니다.

실무에서 가장 많이 오해하는 지점은 “불이 왜 났는지 밝혀지지 않았으니 저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화재의 구체적인 발생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경우에도, 임차인이 그 이행불능이 자기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한 것이라는 점을 스스로 증명하지 못하면 배상책임을 진다고 보고 있습니다.

임대차 목적물이 화재 등으로 인하여 소멸됨으로써 임차인의 목적물 반환의무가 이행불능이 된 경우에, 임차인은 이행불능이 자기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한 것이라는 증명을 다하지 못하면 목적물 반환의무의 이행불능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지며, 화재 등의 구체적인 발생 원인이 밝혀지지 아니한 때에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17. 5. 18. 선고 2012다86895, 86901 전원합의체 판결).

다만 예외도 있습니다. 화재가 임대인이 지배·관리하는 영역에 있는 하자, 예를 들어 노후된 공용 배선이나 소방시설 결함으로 발생한 것으로 추단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민법 제623조는 임대인에게 목적물을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로 유지하게 할 의무를 지우고 있어서, 임차인이 그 하자를 미리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대인은 오히려 임차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습니다.

임차 부분의 화재는 원인을 모른다는 사정만으로 책임을 벗어날 수 없고, 임차인 스스로 자신에게 책임 없는 사유였음을 증명해야 합니다.


2. 하지만 임차한 곳 밖의 손해까지는 책임 범위가 다릅니다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는 임대인이 임차인의 의무위반과 인과관계를 직접 증명해야 인정됩니다.

예전 대법원은 이른바 ‘구조상 불가분의 일체’ 법리를 적용했습니다. 임차 부분과 그 밖의 부분이 건물 구조상 서로 떼어낼 수 없는 관계에 있다면, 임차인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했다는 점을 증명하지 못하는 이상 건물 전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본 것입니다.

그런데 이 법리는 2017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바뀌었습니다. 지금은 임차한 곳 밖의 손해에 대해서는 임대인이 ①임차인의 보존·관리의무 위반이 있었다는 점, ②그 의무위반과 손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 ③그 손해가 민법 제393조가 정한 통상손해이거나 임차인이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특별손해에 해당한다는 점을 직접 주장하고 증명해야 합니다.

임차인이 보존·관리의무를 위반하여 화재가 발생한 원인을 제공하는 등 화재 발생과 관련된 임차인의 계약상 의무 위반이 있었음이 증명되고, 그러한 의무 위반과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며,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가 그러한 의무 위반에 따른 통상의 손해에 해당하거나, 임차인이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경우라면, 임차인은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에 대해서도 민법 제390조, 제393조에 따라 임대인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된다(대법원 2017. 5. 18. 선고 2012다86895, 86901 전원합의체 판결).

즉 임대인이 “같은 건물이니 당연히 전부 물어내라”는 식으로 청구할 수는 없습니다. 임차인의 구체적인 보존·관리의무 위반이 무엇인지, 그 위반이 옆 점포나 공용부분의 손해와 어떤 인과관계가 있는지를 임대인 쪽에서 밝혀야 하며, 화재 원인 자체가 끝내 불명으로 남는다면 임차 외 부분의 손해까지 인정되기는 오히려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임차한 곳 밖의 손해는 임대인이 임차인의 구체적인 의무위반과 인과관계를 증명해야 하고, 같은 건물이라는 사정만으로 자동으로 책임이 확대되지 않습니다.


3. ‘중과실이 아니었다’는 주장으로 배상액을 줄일 수 있을까요

실화책임법의 손해배상액 경감청구는 불법행위 책임에만 적용되고, 임대차계약상 채무불이행 책임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실화책임에 관한 법률은 실화자에게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법원이 손해배상액을 경감할 수 있도록 한 특례법입니다(제3조). 그런데 이 법 제2조는 “연소로 인한 부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에 한하여 적용한다”고 정하고 있고, 애초에 민법 제765조가 정한 불법행위 손해배상 경감 규정의 특례이기 때문에 적용 범위가 불법행위 책임으로 한정됩니다.

임대인이 임차인을 상대로 임대차계약상 채무불이행, 즉 목적물 반환의무 위반을 근거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이 실화책임법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저는 고의나 중과실이 없었으니 배상액을 깎아달라”는 주장이 채무불이행 청구에서는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실제 과실의 정도, 최초 발화 지점, 전기·소방 설비의 노후도, 피해 확대를 막기 위한 임차인의 조치 여부 등은 앞서 본 채무불이행 요건 판단이나 과실상계 단계에서 여전히 실질적으로 고려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화재 직후 소방서의 화재원인조사결과서를 확보해 두는 것이 초기 대응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중과실이 아니었다는 사정만으로 채무불이행 책임 자체를 면하기는 어렵고, 화재원인조사 자료로 실제 과실 정도를 다투는 것이 현실적인 대응입니다.


4. 손해배상 범위와 보험·구상권 문제도 함께 살펴야 합니다

화재배상책임보험에 가입돼 있어도 임차인의 책임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보험사의 구상권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식당, 주점, 노래연습장 등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정한 일정 규모의 다중이용업을 운영하는 임차인은 같은 법 제13조의2에 따라 화재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할 의무가 있습니다. 보험에 가입돼 있다면 1차적으로 보험사가 피해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지만, 그렇다고 임차인의 책임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임대인이 자신의 건물에 대해 화재보험에 가입해 두었다면, 보험사는 먼저 임대인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뒤 상법 제682조가 정한 보험자대위에 따라 임대인이 임차인에 대해 가지는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신 행사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도 임차인은 앞서 본 임차 부분과 임차 외 부분의 구분 법리를 그대로 보험사에 주장할 수 있습니다.

손해액은 통상 건물 복구비용, 영업손실, 집기·상품 등 동산 손해를 항목별로 나눠 감정을 거쳐 산정합니다. 임차 외 부분 손해라면 이 항목 하나하나에 대해서도 임대인이 인과관계를 밝혀야 한다는 점은 마찬가지입니다.


5. 화재 사고 후에는 이런 순서로 대응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초기에 어떤 자료를 확보하느냐가 책임 범위 전체를 좌우합니다.

상가 화재 사고는 통상 ①관할 소방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소방서 등) 화재조사관의 현장조사와 화재원인조사결과서 작성 → ②그 결과서와 피해 사진, 임대차계약서를 근거로 한 당사자 간 내용증명 발송 → ③합의가 안 되면 조정(수원지방법원 조정절차) 또는 곧바로 민사소송(수원지방법원) 제기 → ④소송 중 화재원인 감정과 손해액 감정 진행의 순서로 흘러갑니다.

손해를 주장하는 쪽이든 반대로 책임을 다투는 쪽이든,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1. 임대차계약서와 특약사항, 즉 화재보험 가입 의무나 시설관리 책임 조항이 어떻게 정해져 있는지 확인합니다.

  2. 소방서의 화재원인조사결과서를 발급받아 발화 지점이 임차 부분인지 임차 외 부분인지부터 확인합니다.

  3. 임차인·임대인 각자의 화재보험 또는 화재배상책임보험 가입 여부와 보상 범위를 확인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임차 부분과 임차 외 부분의 책임 범위를 구분해 주장한다면, 손해배상 금액 산정과 협상, 소송 모두에서 실질적으로 유리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마치며

화재 사고는 예기치 못하게 발생하다 보니, 임차인도 임대인도 “설마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기겠느냐”는 생각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해를 입은 임대인 입장에서는 임차한 곳 밖의 손해까지 배상받으려면 “같은 건물이니 당연히”라는 막연한 주장이 아니라, 임차인의 구체적인 의무위반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뒷받침할 자료를 갖추는 것이 먼저입니다.

반대로 책임을 다투는 임차인 입장에서도 “제가 쓰던 자리만 그을렸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하고, 화재원인조사결과서와 평소 관리 경위를 통해 임차 외 부분 손해와의 인과관계를 적극적으로 다투어야 합니다.

저는 상가·건물 화재로 인한 손해배상 분쟁에서 임대인 측과 임차인 측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초기에 어떤 자료를 확보했는지에 따라 최종 책임 범위가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화재 사고로 손해배상 문제를 겪고 계시다면, 책임 범위를 명확히 가리는 것이 먼저입니다.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임차한 가게에서 불이 났는데 원인을 못 찾았습니다. 그래도 배상해야 하나요?

A.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법원은 화재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경우에도 임차인이 자신에게 책임 없는 사유였음을 증명하지 못하면 임차 부분에 대한 배상책임을 진다고 봅니다. 다만 화재가 임대인이 관리하는 배선 등의 하자로 추단된다면 예외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Q. 옆 가게나 건물 전체 손해까지 제가 다 물어줘야 하나요?

A. 자동으로 그렇게 되지는 않습니다. 2017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임차한 곳 밖의 손해는 임대인이 임차인의 구체적인 의무위반과 인과관계를 증명해야만 인정됩니다.

Q. 화재배상책임보험에 가입돼 있으면 저는 책임이 없는 건가요?

A. 보험 가입이 책임 자체를 없애지는 않습니다. 보험사가 먼저 피해자에게 보상한 뒤 임차인에게 구상권을 행사하거나, 임대인 측 보험사가 보험자대위로 임차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구조가 될 수 있습니다.

Q. 저는 중과실이 없었으니 실화책임법으로 배상액을 줄일 수 있나요?

A. 임대인에게 임대차계약상 채무불이행 책임을 지는 경우에는 실화책임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입니다. 다만 화재원인조사 결과 등을 근거로 실제 과실 정도를 다투는 것은 가능합니다.

Q. 임대인과 합의가 안 되면 바로 소송을 해야 하나요?

A.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내용증명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뒤 조정절차를 먼저 시도하는 경우도 많고, 합의가 안 되면 민사소송으로 넘어가며 이 과정에서 화재원인·손해액 감정이 함께 진행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Q. 화재원인조사결과서는 어떻게 받을 수 있나요?

A. 화재 발생 직후 출동한 소방서에 정보공개청구 등을 통해 화재원인조사결과서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발화 지점이 임차 부분인지 임차 외 부분인지가 이 자료로 판가름 나는 경우가 많아 최대한 빨리 확보하는 것이 좋습니다.

Q. 임대인이 저에게 시설관리 소홀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는데,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A. 임대차계약서상 시설관리 책임 범위, 화재 전 점검·수리 이력, 화재원인조사결과서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임대인이 주장하는 의무위반과 인과관계가 실제로 입증되는지부터 다퉈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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