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로 근로자가 사망하면 수사기관은 대표이사에게 중대재해처벌법 위반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두 가지 혐의를 한꺼번에 적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법조문이 다르고 처벌 규정도 각각 따로 있다 보니, 두 죄로 각각 재판을 받아 형이 두 번 더해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을 갖는 경영자가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는 두 법이 같은 사고 하나를 서로 다른 각도에서 규율하기 때문에, 형이 정해지는 방식이 일반적인 예상과 다릅니다. 이 글에서는 두 법이 대표이사에게 동시에 적용되는 구조와, 실제로 선고되는 형이 어떤 기준으로 정해지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이 한 사고에서 함께 문제되는 구조
두 법은 규율 대상 자체가 다르다는 점부터 짚어야 합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는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에게 재해예방을 위한 인력·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이행, 재발방지 대책 수립, 안전·보건 관계 법령상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 조치 등 이른바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부과합니다. 이는 개별 작업 현장의 구체적 조치가 아니라 회사 전체의 안전 시스템을 설계하고 운영할 책임입니다. 반면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제39조는 기계·설비의 위험, 추락·붕괴 위험이 있는 장소, 유해물질 취급 등 구체적인 작업 상황에서 사업주가 지켜야 할 '안전조치·보건조치' 의무를 규정합니다. 같은 사망사고라도 회사의 시스템이 부실했다는 점(중대재해처벌법)과 현장의 구체적 조치가 빠졌다는 점(산업안전보건법)이 동시에 원인으로 지목될 수 있는 이유입니다.
대표이사가 이 두 법 모두에서 형사책임의 대상이 되는 이유도 짚을 필요가 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제2조 제9호는 '경영책임자등'을 사업을 대표하고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정의합니다. 통상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여기 해당합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원칙적으로 사업주(법인)와 현장의 안전보건관리책임자를 처벌 대상으로 삼지만, 대표이사가 안전보건관리책임자를 겸임하거나 안전조치 이행 여부에 대한 실질적 최종 결정권을 직접 행사한 정황이 확인되면, 대표이사 본인이 산업안전보건법위반치사죄의 행위자로 함께 기소될 수 있습니다. 두 법 모두에서 대표이사가 피고인석에 서게 되는 구조는 이렇게 만들어집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묻는 것은 '회사의 안전 시스템'이고, 산업안전보건법이 묻는 것은 '현장의 구체적 조치'다 — 같은 사망사고가 두 법 모두의 위반으로 동시에 문제되는 이유다.
중대재해처벌법 제6조 — 경영책임자가 지는 형사책임의 크기
중대재해처벌법 제6조 제1항은 제4조(안전보건 확보의무) 또는 제5조를 위반해 중대산업재해, 즉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는 결과에 이르게 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을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합니다. 이 조항은 징역과 벌금을 병과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어, 실형이 선고되더라도 별도로 거액의 벌금까지 함께 부과될 수 있습니다. 부상자가 다수 발생하거나 직업성 질병자가 다수 발생하는 경우(제2항)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형이 낮아지지만, 사망사고인 경우 하한이 '1년 이상의 징역'으로 정해져 있다는 점이 실무에서 특히 무겁게 작동합니다.
이 조항이 무겁게 설계된 이유는 처벌 대상이 '현장의 실수'가 아니라 '시스템의 부재'이기 때문입니다. 검찰은 사고 이후 회사가 안전보건 예산을 실제로 편성했는지, 전담 인력을 배치했는지, 과거 유사 사고나 점검 지적사항에 대한 재발방지 대책을 문서로 수립하고 이행했는지를 광범위하게 확인합니다. 이런 자료가 없거나 형식적으로만 존재했던 경우,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될 여지가 커집니다. 법인에 대해서도 제7조의 양벌규정에 따라 제6조 제1항에 해당하는 사고라면 50억원 이하의 벌금이 별도로 부과될 수 있어, 대표이사 개인과 법인이 함께 형사처벌의 대상이 됩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167조 — 현장 안전조치의무 위반치사
산업안전보건법 제167조 제1항은 제38조(안전조치)·제39조(보건조치)를 위반해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자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중대재해처벌법과 달리 하한이 정해져 있지 않아 벌금형도 가능하지만, 근로자 사망이라는 결과의 중대성 때문에 실형이 선고되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이 죄의 핵심은 특정 작업에서 요구되는 구체적 조치, 예를 들어 추락 위험 장소에 안전난간이나 개인보호구를 갖추지 않았는지, 정기적인 점검·교육을 실시했는지처럼 눈에 보이는 현장 조치의 이행 여부입니다.
대표이사가 이 죄의 행위자로 기소되는 경로는 회사 규모에 따라 다릅니다. 안전보건관리책임자가 별도로 선임돼 현장을 실질적으로 관리해온 경우라면 대표이사가 직접 행위자로 지목되기보다 법인이 산업안전보건법 제173조의 양벌규정으로 처벌되는 구조가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소규모 사업장처럼 대표이사가 안전보건관리책임자를 겸직하거나, 안전조치에 필요한 예산 승인을 대표이사가 직접 틀어쥐고 있었던 사실이 드러나면, 대표이사 본인이 제167조 제1항의 행위자로 함께 기소될 수 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제6조 — 경영책임자등이 대상, 안전보건관리체계 미구축이 원인, 사망 시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병과 가능)
산업안전보건법 제167조 — 사업주(행위자)가 대상, 현장 안전·보건조치 미이행이 원인, 사망 시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
법인은 두 법 모두 별도의 양벌규정 적용 — 중대재해처벌법 제7조(50억원 이하 벌금), 산업안전보건법 제173조(10억원 이하 벌금)
동시 기소되면 형이 합산될까 — 상상적 경합의 법리
여기서부터가 가장 많이 오해되는 지점입니다. 하나의 사망사고로 중대재해처벌법위반죄와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 그리고 업무상과실치사죄(형법 제268조)까지 함께 기소되면, 세 개의 죄에 대해 각각 형이 선고되고 그 형량이 그대로 더해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대법원 2023. 12. 28. 선고 2023도12316 판결은 이 세 죄가 사회관념상 한 개의 행위가 여러 개의 죄에 해당하는 경우, 즉 형법 제40조의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다고 처음으로 판단했습니다. 근로자 사망이라는 하나의 결과를 놓고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과 안전조치의무 위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이 동시에 문제되는 것일 뿐, 별개의 행위가 여러 번 일어난 것으로 보지 않는다는 취지입니다.
형법 제40조는 "한 개의 행위가 여러 개의 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가장 무거운 죄에 대하여 정한 형으로 처벌한다"고 정합니다. 이 원칙이 적용되면 법원은 세 죄 중 법정형이 가장 무거운 중대재해처벌법 제6조 제1항의 범위, 즉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틀 안에서만 형을 정합니다.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나 업무상과실치사죄가 별도로 형을 보태는 것이 아니라, 가장 무거운 죄의 법정형 범위 내에서 그 사정들이 양형 요소로만 함께 고려되는 구조입니다. 대법원은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확보의무와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의무가 업무상과실치사죄의 주의의무를 구성할 수 있다고도 설명해, 세 죄가 같은 사실관계에서 나온 하나의 책임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대법원 2023도12316 판결 — 중대재해처벌법위반죄·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업무상과실치사죄는 상상적 경합 관계이며, 가장 무거운 죄(중대재해처벌법 제6조)의 법정형으로만 처벌한다.
실체적 경합과 무엇이 다른가 — 형을 더 무겁게 만드는 계산과의 차이
상상적 경합이 왜 피고인에게 유리한 결론인지는 실체적 경합과 비교하면 분명해집니다. 만약 두 죄가 별개의 행위로 인정돼 형법 제37조의 경합범으로 처리됐다면, 법원은 제38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가장 무거운 죄에 정한 형의 장기 또는 다액에 그 2분의 1까지를 더한 범위에서 형을 정합니다. 이 계산법을 그대로 적용하면 중대재해처벌법 제6조 제1항의 벌금 상한(10억원)에 그 절반인 5억원을 더한 15억원까지 벌금 상한이 올라가는 가중이 이론적으로 가능해집니다. 반면 상상적 경합에서는 이런 가중 자체가 일어나지 않고, 가장 무거운 죄의 법정형 범위를 그대로 적용합니다.
다만 이 법리가 대표이사에게 유리하게만 작동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상상적 경합으로 처리된다 해도 적용되는 법정형 자체가 '1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하한을 가진 중대재해처벌법 제6조 제1항이기 때문에, 벌금형만으로 끝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구조입니다. 실제로 법원은 이 하한을 전제로 구체적 형량을 정하면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정도, 사고 경위, 재발방지 노력, 유족과의 합의 여부 등을 양형 사유로 폭넓게 고려합니다. 경합관계를 유리하게 해석하더라도, 애초에 법정형 하한이 실형을 전제로 설계돼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한국제강 판결이 보여준 실제 처벌 수준
2023도12316 판결의 원심 사건, 이른바 한국제강 대표이사 사건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원청 대표이사에게 선고된 최초의 확정 실형 사례로 꼽힙니다. 법원은 대표이사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고,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면서 이 형이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법인인 회사에는 별도로 벌금 1억원이 확정됐습니다. 하청 근로자가 작업 중 사망한 사고에서, 원청 대표이사가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제대로 구축·이행하지 않았다는 점이 유죄 판단의 핵심 근거가 됐습니다.
이 판결이 보여주는 것은 상상적 경합이라는 법리가 처벌 수위 자체를 낮추는 장치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대법원은 죄수 판단에서는 피고인에게 유리한 결론(형의 합산 배제)을 내렸지만, 정작 선고된 형은 법정형 하한인 징역 1년의 실형이었습니다. 여러 죄가 함께 문제되는 사건일수록 법원이 확인할 사실관계와 증거가 늘어나고, 그만큼 안전보건관리체계의 허점이 다각도로 드러날 가능성도 커진다는 점을 함께 읽어야 합니다.
재범이면 형이 절반까지 더 무거워지는 구조
중대재해처벌법 제6조 제3항은 제1항 또는 제2항의 죄로 형을 선고받아 그 형이 확정된 후 5년 이내에 다시 같은 죄를 저지르면, 각 항에서 정한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한다고 정합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167조 제2항도 마찬가지로 5년 이내 재범에 대해 그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하도록 규정합니다. 두 조항 모두 사망사고를 반복한 사업주·경영책임자에게 더 무거운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입니다.
이 재범 가중은 각 법률 내부에서 일어나는 가중이라는 점에서, 앞서 살펴본 두 법 사이의 경합 문제와는 구분해서 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이미 처벌받은 이력이 있는 대표이사가 5년 이내 다시 사망사고로 기소되면, 상상적 경합에 따라 가장 무거운 죄로만 처벌하는 구조는 그대로 유지되면서, 그 가장 무거운 죄인 중대재해처벌법 제6조의 법정형 자체가 재범 가중으로 더 올라간 상태에서 적용됩니다. 재범인 경영책임자일수록 형이 무거워지는 구조가 이중으로 작동하는 셈입니다.
대표이사가 실제로 다퉈야 할 지점
두 법이 함께 문제되는 사건에서 방어의 초점은 결국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가 요구하는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실제로 이행했는지에 맞춰집니다.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예산이 편성되고 실제로 집행됐는지, 전담 인력이 형식적 직함이 아니라 실질적 권한을 갖고 업무를 수행했는지, 과거 유사 사고나 관계 법령상 시정명령에 대한 재발방지 대책이 문서로 수립되고 이행됐는지를 뒷받침할 자료를 갖추고 있는지가 관건입니다.
법인에 대한 양벌규정(중대재해처벌법 제7조, 산업안전보건법 제173조)에는 공통적으로 법인 또는 기관이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않은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단서가 있습니다. 이 면책을 인정받으려면 사고 이전부터 존재했던 내부 규정, 정기점검 기록, 교육 이수 기록처럼 '사고가 나기 전부터 관리해 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자료가 핵심입니다. 사고 이후 급하게 만든 서류는 법원에서 설득력을 갖기 어렵고, 오히려 관리체계 부재를 방증하는 정황으로 읽힐 수 있습니다.
안전보건 예산 편성·집행 내역 — 회계자료로 확인 가능한 형태로 정리
안전보건 전담 인력의 실질적 업무 수행 기록
과거 지적사항·유사사고에 대한 재발방지대책 수립·이행 문서
사고 이전부터 존재한 정기점검·교육 이수 기록 — 양벌규정 면책 주장의 핵심 근거
자주 묻는 질문
Q.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으로 동시에 기소되면 형이 두 번 선고되나요?
A. 대법원은 두 죄와 업무상과실치사죄가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다고 판단해, 가장 무거운 죄인 중대재해처벌법 제6조의 법정형 범위에서만 형을 정합니다. 형이 각각 선고돼 합산되는 구조가 아닙니다.
Q. 그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는 사실상 의미가 없는 건가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상상적 경합에서도 함께 인정된 범죄사실은 양형에 그대로 반영되고, 향후 재범 여부를 판단하는 전과 이력으로도 남습니다. 두 죄가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는 사실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Q. 대표이사가 아니라 안전보건관리책임자가 처벌받는 경우도 있나요?
A. 네, 산업안전보건법은 원칙적으로 현장을 실질적으로 관리하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를 행위자로 처벌할 수 있습니다. 다만 대표이사가 그 역할을 겸직하거나 안전조치에 관한 실질적 결정권을 직접 행사했다면 대표이사 본인이 함께 기소될 수 있습니다.
Q. 법인에 부과되는 벌금도 상상적 경합으로 줄어드나요?
A. 법인은 중대재해처벌법 제7조와 산업안전보건법 제173조 양벌규정에 따라 각각 별도로 벌금이 문제될 수 있는 사안이며, 개인에 대한 상상적 경합 법리와 같은 방식으로 정리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실제 사건에서는 법원이 사안별 사정을 고려해 벌금액을 정합니다.
Q. 벌금만 내면 끝날 수 있나요?
A. 중대재해처벌법 제6조 제1항은 사망사고에 대해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정하고 있어, 법정형만 보면 벌금형도 가능합니다. 다만 하한이 실형을 전제로 설계돼 있어 실무에서는 벌금형만으로 끝나지 않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Q. 재범이면 얼마나 형이 무거워지나요?
A. 중대재해처벌법 제6조 제3항과 산업안전보건법 제167조 제2항 모두 형이 확정된 후 5년 이내 같은 죄를 다시 저지르면 각 항에서 정한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하도록 정합니다. 상상적 경합으로 적용되는 가장 무거운 죄의 법정형 자체가 이 가중을 반영해 올라간 상태로 적용됩니다.
맺음말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으로 동시에 기소되는 사건은 형이 두 배로 늘어나는 구조가 아니라, 하나의 사망사고를 여러 법률이 동시에 규율하면서 가장 무거운 죄의 법정형 범위 안에서 형이 정해지는 구조입니다. 그러나 그 법정형 하한이 징역 1년 이상으로 설계돼 있다는 사실은 상상적 경합 여부와 무관하게 그대로 남습니다.
실제 방어의 성패는 결국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사고 이전부터 실질적으로 운영해 왔는지를 입증하는 자료 싸움으로 좁혀집니다. 시화·정왕 같은 공단 지역이나 제조업 현장을 운영하는 경영자라면, 중대재해 관련 수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안전보건 관리 체계와 기록을 정비해 두는 것이 실제 재판에서 가장 큰 차이를 만듭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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