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수사나 재판을 받게 되면,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곧바로 유죄가 확정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 법은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위반했다는 사실과, 그 위반이 실제로 사망이라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인과관계를 검사가 모두 증명해야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실제로 최근 여러 법원이 의무 위반은 일부 인정하면서도 그 위반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나 예견가능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무죄를 다투는 실제 쟁점이 무엇이고, 의무 위반과 사망 사이의 연결고리를 어떻게 끊어낼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중대재해처벌법 유죄, 무엇을 증명해야 성립하나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이 안전ㆍ보건 확보의무를 위반하여 중대산업재해에 이르게 한 경우를 처벌합니다. 법 제2조 제2호는 중대산업재해를 사망자 1명 이상, 동일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2명 이상, 또는 동일 유해요인으로 1년 이내 직업성 질병자 3명 이상이 발생한 경우로 정의합니다. 사망사고에 해당하면 법 제6조 제1항에 따라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고, 징역과 벌금을 함께 선고(병과)할 수도 있어 처벌 수위가 매우 높습니다. 여기서 "의무를 위반하여 …에 이르게 한"이라는 문언 자체가, 의무 위반이라는 사실과 사망이라는 결과 사이에 원인과 결과의 관계, 즉 인과관계가 있어야 함을 전제로 합니다.
법 제4조가 정한 의무는 크게 네 가지입니다. 검사는 공소를 유지하기 위해 이 네 가지 의무 중 어느 것을 어떻게 위반했는지 구체적으로 특정해야 하고, 나아가 그 위반이 없었다면 사망이라는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인과관계까지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해야 합니다. 이 의무의 상대방인 종사자는 법 제2조 제7호에 따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뿐 아니라 도급ㆍ용역ㆍ위탁 계약으로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까지 포함합니다. 실무에서 무죄 다툼이 집중되는 지점은 대개 의무 위반 자체보다, 바로 이 인과관계 부분입니다.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ㆍ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이행
재해 발생 시 재발방지 대책의 수립 및 이행
중앙행정기관ㆍ지방자치단체가 명한 개선ㆍ시정사항의 이행
안전ㆍ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 조치
중대재해처벌법위반죄는 의무 위반 사실만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그 위반과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비로소 처벌 대상이 된다.
의무 위반이 인정돼도 무죄가 나오는 이유 — 인과관계는 별개의 증명 대상
대법원 2026. 7. 16. 선고 2025도22112 판결은 이 원칙을 잘 보여줍니다. 울산의 한 석탄 하역장에서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가 덤프트럭이 넘어지면서 쏟아진 화물에 매몰돼 사망한 사고였는데, 원청과 하청 대표 모두 중대재해처벌법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원심인 울산지방법원 2025. 12. 11. 선고 2025노288 판결은 "약 15년 동안 전국 노동청에 이 사건과 같은 유형의 사고가 보고된 바 없어 경영책임자 입장에서 사고 발생을 예견하기 어려웠다"는 취지로 판단했고, 대법원이 이를 그대로 확정했습니다.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덤프트럭 운전자가 적재함의 후방 게이트를 열지 않은 채 적재함을 올린 조작 실수였고, 법원은 통상적으로 예상되는 위험은 화물이 흘러내리는 정도이지 차량 전체가 전도되는 사고까지는 경영책임자가 예견할 수 있는 범위 밖이라고 봤습니다.
이 판결이 보여주는 구도는 명확합니다. 안전보건관리체계상 일부 미비점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 미비점과 사망 사이에 '이 사고가 바로 그 미비점 때문에 발생했다'고 볼 수 있는 구체적ㆍ개별적 연결고리가 없다면 처벌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무죄를 다투는 변호 전략의 출발점은 그래서 "의무를 다 지켰다"는 주장만이 아니라, "설령 일부 미흡한 지점이 있었더라도 그것이 이 사고의 원인은 아니었다"는 지점을 파고드는 데 있습니다. 운전자의 조작 실수, 근로자의 작업표준 이탈, 예측할 수 없는 제3의 요인이 개입한 경우일수록 이 인과관계 단절 주장이 설득력을 가집니다.
법원이 예견가능성을 판단하는 기준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2024. 12. 19. 선고 2023고단510 판결도 같은 맥락입니다. 자동차 부품 제조 사업장에서 압축성형기 안의 이물질이 튀어나와 근로자가 사망한 사고에서, 법원은 피고인 전원에게 중대재해처벌법위반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모두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사고를 일으킨 원인은 근로자가 작업표준에서 허용하지 않은 수공구를 임의로 사용한 것이었고, 회사는 그런 도구 사용 사실 자체를 알 수 없었던 것으로 인정됐습니다. 법원은 이런 사정에서는 위험성평가 절차 자체가 부적절했다고 볼 수 없고, 안전관리자 배치나 유해ㆍ위험요인 개선 절차 같은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도 실질적으로 이행되고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두 판결을 겹쳐보면 법원이 예견가능성을 판단할 때 공통으로 보는 요소가 드러납니다. 이 요소들을 사고 초기 단계부터 기록으로 정리해 두는지가, 이후 무죄를 다툴 수 있는지를 사실상 결정합니다.
같은 사업장이나 동종업계에서 유사한 사고가 이전에 보고된 적이 있는지
사고를 일으킨 행위가 작업표준이나 매뉴얼이 정한 절차 범위 안에 있었는지
사전 위험성평가 절차에 해당 위험 요인이 애초에 포함될 수 있었는지
사고 경위에 근로자나 제3자의 예상하기 어려운 일탈행위가 개입했는지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실질적으로 이행한 증거로 인과관계를 끊는다
법 제4조 제1항 제1호가 정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ㆍ이행 조치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4조에서 아홉 가지로 구체화되어 있습니다. 안전ㆍ보건 목표와 경영방침 설정, 유해ㆍ위험요인 확인ㆍ개선 절차와 반기 1회 이상 점검, 재해예방에 필요한 예산 편성과 집행, 안전보건관리책임자등에 대한 권한ㆍ예산 부여와 반기 1회 이상 평가, 안전관리자 등 법정 인력 배치, 종사자 의견 청취 절차, 비상조치 매뉴얼과 반기 1회 이상 점검, 도급ㆍ용역ㆍ위탁 시 안전보건 확보 기준 마련이 그것입니다. 무죄를 다투려면 이 아홉 가지 항목마다 사고 발생 이전에 실제로 어떤 조치를 했는지를 문서와 기록으로 입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실무적으로는 위험성평가 보고서, 안전교육 이수 기록, 예산 집행 내역, 개선조치 이행 확인서, 반기 점검 결과 보고서 같은 자료를 사고 발생 시점 기준으로 역순 정리하는 작업이 핵심입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36조에 따른 위험성평가를 직접 실시하거나 실시하도록 하여 그 결과를 보고받은 경우에는 시행령상 유해ㆍ위험요인 확인ㆍ개선 절차를 이행한 것으로 인정되므로, 위험성평가 문서의 존재와 실제 실시 여부가 특히 중요한 방어 자료가 됩니다. 이런 자료가 갖춰져 있다면, 설령 사고 자체는 막지 못했더라도 "의무는 실질적으로 이행됐고, 사고는 그 의무 이행의 공백이 아니라 예상 밖의 다른 원인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습니다.
안전보건관리체계를 문서와 기록으로 입증할 수 있는지가, 의무 위반 여부보다 먼저 무죄 가능성을 가른다.
근로자의 이례적 행동, 제3자 개입 — 인과관계가 끊어지는 지점
형사재판에서 인과관계는 조건적 인과관계만으로 충분하지 않고, 그 결과가 행위자의 지배ㆍ관리 범위 안에서 통상적으로 예견 가능한 흐름으로 이어졌는지를 함께 봅니다. 근로자가 작업표준을 벗어나 스스로 위험한 방법을 택했거나, 안전장치를 임의로 해제했거나, 운전자의 조작 실수처럼 경영책임자가 사전에 통제하기 어려운 제3자의 행위가 사고의 직접 원인이 된 경우, 법원은 이런 개입 행위를 경영책임자의 관리 범위를 벗어난 별도의 원인으로 평가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다만 이런 사정만으로 자동으로 무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근로자의 일탈행위가 있었더라도 그런 일탈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나 감독 체계 자체가 애초에 갖춰지지 않았다면, 법원은 오히려 그 부재를 의무 위반으로 보고 근로자의 행위와 결부해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습니다. 근로자의 이례적 행동이 사고의 직접 원인이라는 점과, 그런 행동까지 막을 것을 경영책임자에게 요구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점을 함께 입증해야 인과관계 단절 주장이 온전히 성립합니다.
도급ㆍ용역 관계에서 원청 경영책임자의 책임 범위
사업을 제3자에게 도급ㆍ용역ㆍ위탁한 경우, 법 제5조는 원청의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등이 그 시설ㆍ장비ㆍ장소 등을 실질적으로 지배ㆍ운영ㆍ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경우에 한정해 하청 종사자에 대해서도 제4조의 의무를 부담한다고 정합니다. 즉 원청이라는 이유만으로 하청 근로자의 모든 사고에 자동으로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사고가 발생한 시설ㆍ장비ㆍ장소를 원청이 실제로 지배ㆍ운영ㆍ관리하고 있었는지가 먼저 확인돼야 합니다.
실무에서는 원청이 안전관리 계획을 수립하고 예산을 배정했더라도, 특정 작업 구간의 운영과 통제를 하청업체가 독자적으로 수행하고 있었다면 그 구간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한 원청의 실질적 지배ㆍ운영ㆍ관리 책임이 부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앞서 본 대법원 2025도22112 판결에서도 사고를 직접 일으킨 것은 운송을 맡은 협력업체 소속 운전자의 조작 실수였고, 이런 구도는 원청의 책임 범위를 다투는 데 중요한 사실관계로 작용했습니다. 도급 구조가 여러 단계로 이어져 있다면, 각 단계에서 누가 실제로 무엇을 지배ㆍ운영ㆍ관리했는지를 계약서와 현장 운영 실태 양쪽에서 확인해야 합니다.
무죄를 다투는 실무 — 수사 초기부터 챙겨야 할 자료
중대재해처벌법 사건은 고용노동부와 경찰의 초동수사 단계에서 이미 상당한 증거가 확보되는 구조입니다. 수사가 시작되면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관련 문서 일체(위험성평가 보고서, 작업표준서, 안전교육 이수 기록, 예산 집행 내역, 개선조치 이행 확인서)를 시간 순으로 정리해 제출 준비를 해두어야 하고, 사고 경위를 뒷받침할 CCTV 영상, 작업일지, 목격자 진술도 조기에 확보해야 훼손ㆍ소실을 막을 수 있습니다.
사고 원인이 기계적 결함인지, 근로자의 조작 실수인지, 관리 체계의 공백인지를 가리는 데는 전문가의 사고 원인 감정이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동종ㆍ유사 업종에서 같은 유형의 사고가 있었는지를 조회하는 것도 예견가능성 판단에 영향을 미치므로 함께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무죄를 다투는 사건일수록 수사 초기에 놓친 자료를 재판 단계에서 되살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사고 발생 직후의 대응이 결과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안전보건관리체계를 다 갖췄는데도 사고가 났다면 무조건 무죄인가요?
A. 아닙니다. 의무를 실질적으로 이행했다는 사정은 인과관계를 다투는 데 유리한 자료가 될 뿐, 그 자체로 무죄를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법원은 이행된 조치의 내용이 해당 사고 유형을 예방하기에 실질적이었는지, 사고와 무관한 형식적 조치에 그치지 않았는지까지 함께 살핍니다.
Q. 경영책임자가 현장에 상주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책임을 피할 수 있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현장 근무 여부가 아니라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ㆍ이행이라는 조직적 의무를 경영책임자에게 지우고 있어, 현장 부재 자체는 무죄 사유가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현장을 챙기지 못한 정황이 관리체계 미비의 근거로 쓰일 수도 있습니다.
Q. 근로자 본인의 부주의로 사고가 났다면 회사는 책임이 없나요?
A. 근로자의 부주의가 사고의 직접 원인이었더라도, 그런 부주의를 예방할 안전장치나 교육 체계 자체가 없었다면 법원은 그 공백을 의무 위반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근로자 과실과 회사의 의무 위반은 함께 평가되는 경우가 많아, 근로자 과실만으로 곧바로 책임을 벗어난다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Q.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은 같이 처벌되나요?
A. 별개의 법률이라 요건이 충족되면 함께 기소될 수 있고, 실제로 두 혐의가 함께 기소되는 사건이 많습니다. 다만 두 법은 처벌 요건과 구성요건이 다르므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 인정되더라도 중대재해처벌법상 인과관계까지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Q. 도급을 준 원청이라는 이유로 처음부터 수사 대상이 되나요?
A. 도급을 주었다는 사실만으로 자동 처벌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며, 사고가 발생한 시설ㆍ장비ㆍ장소를 원청이 실질적으로 지배ㆍ운영ㆍ관리하고 있었는지가 먼저 검토됩니다. 다만 실제로는 원청도 수사 초기 단계부터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는 경우가 많아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Q. 무죄를 다투려면 재판 단계에서만 준비하면 되나요?
A. 아닙니다. 수사 초기에 확보하지 못한 자료는 재판 단계에서 되살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사고 직후부터 관련 문서와 증거를 정리해 두는 편이 훨씬 유리합니다. 특히 위험성평가 문서나 반기 점검 기록처럼 사고 이전에 이미 존재했어야 하는 자료는 사후에 만들 수 없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맺음말
중대재해처벌법은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처벌로 이어지는 법이 아닙니다.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위반했다는 사실과, 그 위반이 사망이라는 결과를 구체적으로 초래했다는 인과관계가 함께 증명되어야 비로소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최근 대법원과 하급심 판결들이 보여주듯, 의무의 일부가 미비했더라도 그것이 사고의 직접 원인이 아니었다면 무죄가 선고될 수 있습니다.
무죄를 다투는 방향은 결국 두 갈래입니다.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실질적으로 이행했다는 사실을 문서와 기록으로 입증하는 것, 그리고 사고의 직접 원인이 경영책임자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 밖에서 발생했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입니다. 시흥 시화ㆍ정왕 공단이나 화성 산업단지처럼 제조 현장이 밀집한 지역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수사나 기소 단계에 놓인 경영책임자가 적지 않은 만큼, 사고 직후 확보한 자료가 이후 인과관계 다툼의 성패를 가른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대응하시길 권합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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