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정기 실태조사나 신고 사건으로 시정조치를 받을 때마다 하도급법 벌점이 조용히 쌓이다가, 어느 날 갑자기 관공서 입찰에서 배제됐다는 통보를 받는 건설·제조업체가 있습니다. 벌점은 과징금처럼 그 자리에서 눈에 보이는 제재가 아니어서, 개별 시정명령 하나하나에 대응하느라 정작 누적 점수가 어느 선을 넘었는지는 놓치기 쉽습니다. 그런데 이 누산점수가 일정 기준을 넘으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재량이 아니라 법률상 의무로 입찰참가자격 제한이나 영업정지를 관계 행정기관에 요청해야 합니다. 이 글에서는 벌점이 어떻게 계산되고 몇 점에서 어떤 제재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이미 쌓인 벌점을 합법적으로 낮출 수 있는 경감 방법은 무엇인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하도급법 벌점 누적 — 공정위 제재가 입찰 배제로 이어지는 구조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26조 제2항은 원사업자나 수급사업자가 법을 위반해 시정조치를 받으면 공정거래위원회가 그 위반과 피해 정도를 고려해 벌점을 부과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벌점이 부과되는 위반유형은 다섯 갈래로 나뉘는데, 서면 관련 위반(제3조 제1항부터 제7항까지 및 제12항), 부당납품단가 인하 관련 위반(제4조·제11조·제16조의2 제10항), 대금지급 관련 위반(제6조·제13조·제13조의2·제14조부터 제16조까지·제17조), 보복조치 및 탈법행위 관련 위반(제19조·제20조), 그 밖의 위반(제3조의4·제5조·제7조부터 제10조까지·제12조·제12조의2·제12조의3·제18조)이 그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벌점 자체가 처벌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시행령이 정의하는 대로 벌점은 입찰참가자격의 제한 요청 등의 기초자료로 쓰기 위한 점수일 뿐이고, 진짜 제재는 이 점수가 일정 기간 누적되어 기준을 넘는 순간 별도로 발동됩니다. 그래서 개별 사건에서 시정명령이나 과징금 처분을 받고 그 처분 자체에만 대응하고 넘어가면, 정작 그 사건이 누산점수를 어디까지 밀어올렸는지는 확인하지 못한 채 다음 위반이 쌓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벌점은 개별 사건에 대한 처벌이 아니라, 3년간 누적된 점수가 기준을 넘는 순간 입찰참가자격 제한과 영업정지 요청이라는 별도의 제재로 이어지는 '기초자료'다.
벌점은 어떻게 매겨지나 — 시정조치 유형별 점수
같은 위반유형이라도 공정거래위원회가 어떤 수위의 시정조치를 했는지에 따라 붙는 점수가 다릅니다. 하도급법 시행령 별표3은 이를 구체적인 숫자로 못박아 두었습니다.
경고(서면직권실태조사 위반혐의에 대한 공정위 자진시정요청에 따른 경우): 0.25점
경고(신고 또는 직권인지에 따른 경우): 0.5점
시정권고: 1.0점
시정명령(자진시정한 원사업자·발주자에게 재발방지를 명하는 경우): 1.0점
시정명령(일반): 2.0점
과징금: 2.5점(제4조·제11조·제12조의3제4항·제19조 위반에 대한 과징금은 2.6점)
고발: 3.0점(제4조·제11조·제12조의3제4항·제19조 위반에 대한 고발은 5.1점)
같은 위반유형에서 서로 다른 시정조치가 겹쳤다면 가장 무거운 조치의 점수 하나만 반영해 이중으로 합산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원사업자가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하도급대금 연동(제3조 제5항) 규정을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피하려 한 경우에는 시정조치 유형과 무관하게 3.1점이 부과되고, 아예 연동을 하지 않기로 합의한 경우에는 5.1점이라는 별도의 고정 점수가 매겨집니다. 원자재 가격 변동을 하도급대금에 반영하지 않으려는 행위를 특히 무겁게 보는 취지입니다.
누산점수 계산법 — 3년치 벌점에서 빼고 더하는 구조
실제로 입찰참가자격 제한이나 영업정지 요청 여부를 가르는 것은 개별 벌점이 아니라 누산점수입니다. 시행령 별표3은 누산점수를 "과거 3년간 받은 모든 벌점을 더한 점수에서 받은 모든 경감점수를 빼고, 모든 가중점수를 더한 점수"로 정의합니다. 기산일은 목적에 따라 다른데, 입찰참가자격 제한 요청과 영업정지 요청의 경우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조치일을 기산일로 과거 3년을 계산하고, 상습법위반사업자 명단공표는 명단공표일이 속한 연도 1월 1일을 기산일로 삼습니다.
예를 들어 한 원사업자가 최근 3년간 대금지급 관련 위반으로 시정명령 2건(각 2.0점)과 과징금 1건(2.5점)을 받았다면 단순 합산으로는 6.5점이 됩니다. 그런데 이 회사가 표준하도급계약서 사용비율 90% 이상 요건을 충족해 경감점수 2점을 인정받는다면 누산점수는 4.5점으로 낮아져, 입찰참가자격 제한 요청 기준인 5점에는 미달하게 됩니다. 같은 위반 이력이라도 경감요건 충족 여부에 따라 제재 발동 여부 자체가 갈리는 셈입니다.
누산점수는 벌점을 단순히 더한 값이 아니라 경감점수를 빼고 가중점수를 더한 값이므로, 같은 위반 이력이라도 경감요건을 충족했는지에 따라 제재 발동 여부가 갈릴 수 있다.
5점 넘으면 입찰참가자격 제한, 10점 넘으면 영업정지 요청
하도급법 시행령 제17조 제2항은 누산점수가 5점을 초과하면 관계 행정기관의 장에게 입찰참가자격의 제한을 요청하고, 10점을 초과하면 「건설산업기본법」 제82조 제1항 제7호에 따른 영업정지를 요청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하도급법 제26조 제2항 자체가 "요청하여야 한다"는 문언으로 되어 있어, 기준을 넘긴 이상 공정거래위원회로서는 요청을 하지 않을 재량이 없습니다.
다만 공정위의 이 요청은 그 자체로 처분이 아니라 관계 행정기관에 조치를 구하는 절차입니다. 실제 입찰참가자격 제한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제27조 제1항 제5호에 따라 각 중앙관서의 장이 2년 이내의 범위에서 하게 되고, 지방자치단체 발주공사라면 지방계약법의 유사 규정이, 공공기관 발주공사라면 공공기관운영법에 따른 규정이 각각 적용됩니다. 영업정지는 건설사업자에 한해 국토교통부장관이 건설산업기본법 제82조 제1항에 따라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해 명하거나, 영업정지를 갈음해 1억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습니다.
누산점수 5점 초과 — 공정위가 관계 행정기관에 입찰참가자격 제한 요청(의무)
누산점수 10점 초과 — 공정위가 국토부 등에 영업정지 요청(의무)
실제 처분은 요청받은 기관이 각자 소관 법령에 따라 별도로 함(공정위 요청 = 처분 아님)
벌점을 낮추는 경감 사유들 — 사전에 관리해야 하는 항목
시행령 별표3은 벌점을 깎아주는 경감 사유를 구체적인 수치와 함께 정해두고 있습니다. 표준하도급계약서 사용비율이 90% 이상이면 2점, 70% 이상 90% 미만이면 1점을 경감하고, 현금결제비율이 100%면 1점, 80% 이상 100% 미만이면 0.5점을 경감합니다. 건설업자의 경우 하도급 입찰결과를 낙찰 후 7일 이내 공개한 비율(입찰정보공개비율)이 80% 이상이면 1점, 50% 이상 80% 미만이면 0.5점이 깎입니다.
공정거래 자율준수프로그램(CP) 평가 우수 등급 이상 — 최우수 2점, 우수 1점
공정위 하도급거래 평가 모범업체 선정 — 3점
상생협력 협약 이행실적 평가 양호 등급 이상 — 최우수 3점, 우수 2점, 양호 1점
하도급대금지급관리시스템 활용 또는 발주자 직접지급 비율 — 50% 이상 1점, 50% 미만 0.5점
위반행위로 발생한 피해를 자발적으로 구제 — 구제비율에 따라 해당 사건 벌점의 최대 50%까지 경감
원재료 가격 연동계약 체결비율, 하도급대금증액비율 — 각 요건 충족 시 0.5점~1.5점
이 항목들은 위반이 생긴 뒤 사후에 급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평소 계약서 양식과 결제 관행을 어떻게 운영했는지가 그대로 누산점수 계산에 반영되는 구조입니다. 표준계약서 사용비율이나 현금결제비율처럼 회사 내부 지표를 관리하는 것 자체가 벌점 리스크를 낮추는 실질적인 방법인 셈입니다.
경감받으려면 놓치기 쉬운 함정 — '직전 1개 사업연도' 요건
경감 사유는 아무 때나 충족하면 인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시행령 별표3은 표준계약서 사용비율, 현금결제비율, CP 평가, 모범업체 선정을 제외한 대부분의 경감요건에 대해 "누산점수 산정 대상 위반행위 중 가장 최근에 시정조치가 이루어진 위반행위의 시정조치일이 속한 사업연도의 직전 1개 사업연도 내에 해당 요건을 충족하였을 것"이라는 시점 요건을 별도로 두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26년 사업연도에 시정명령을 받았다면, 표준계약서 사용비율 90% 이상 요건은 그 직전 1개 사업연도인 2025년 사업연도 실적을 기준으로 충족했어야 인정됩니다. 시정조치를 받은 그해에 부랴부랴 계약서 양식을 바꾸거나 결제방식을 현금으로 전환해도 소급 인정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또한 같은 경감 항목은 누산점수를 계산할 때 1회만 반영되므로, 여러 사업연도에 걸쳐 계속 요건을 충족했다고 해서 경감점수가 배로 쌓이지도 않습니다.
가중점수와 벌점 재사용 금지 — 반복 위반의 대가
경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원사업자나 발주자가 과거 3년 동안 대금지급 관련 조항(제6조·제13조 제1항·제3항·제6항부터 제8항까지·제14조 제1항·제15조·제17조 제1항)을 3회 이상 위반하면서 동시에 벌점을 2회 이상 면제받은 경우에는 "(벌점 면제횟수 − 1) × 0.5"만큼의 가중점수가 붙습니다. 대금지급 관련 위반을 되풀이하면서 그때마다 30일 이내 지급 등으로 벌점을 면제받아온 사업자에게 반복성을 반영해 페널티를 얹는 구조입니다.
반대로 이미 한 번 제재에 쓰인 벌점이 다시 계산되는 일은 없습니다. 이의신청 등 불복절차가 진행 중인 사건의 벌점, 그리고 과거에 입찰참가자격 제한이나 영업정지 요청의 근거로 이미 누산점수 산정에 포함됐던 사건의 벌점은 다음번 계산에서 제외됩니다. 같은 위반 이력을 근거로 제재가 중복 발동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입니다.
입찰참가자격 제한 요청을 받았다면 — 불복과 감경 경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요청 자체는 최종 처분이 아니므로, 다투어야 할 대상은 통상 관계 행정기관이 실제로 내린 처분입니다. 각 중앙관서의 장이 국가계약법에 따라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하면 그 처분서를 받은 시점부터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검토할 수 있고, 처분의 효력을 당장 멈춰야 한다면 집행정지 신청을 함께 진행하는 것이 실무적으로 중요합니다. 처분사유가 된 벌점 산정 자체에 오류가 있다면(위반유형 분류, 경감·가중 반영 여부 등) 그 계산 과정을 다투는 것도 가능합니다.
다만 국가계약법 제27조 제2항이 정한 별도의 감경·면제 경로는 폭넓게 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 조항은 제1항 제2호(담합)나 제5호(공정위 요청)로 입찰참가자격을 제한받은 자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44조에 따른 부당한 공동행위 자진신고 등으로 시정조치나 과징금을 감면받은 경우에 한해 제한처분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즉 순수하게 하도급대금 미지급이나 부당특약처럼 담합과 무관한 사유로 벌점이 쌓인 경우까지 이 경로로 감경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이 부분을 착각하고 자진신고 감면만 믿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공정위의 벌점 기반 요청은 처분이 아니라 요청이므로, 실제로 다투어야 할 대상은 관계 행정기관이 내린 입찰참가자격 제한·영업정지 처분 그 자체다.
자주 묻는 질문
Q. 벌점을 한 번 받으면 바로 입찰참가자격이 제한되나요?
A. 아닙니다. 개별 벌점은 시정조치 유형에 따라 0.25점부터 5.1점까지 부과될 뿐이고, 과거 3년간 누적된 누산점수가 5점을 넘어야 입찰참가자격 제한 요청, 10점을 넘어야 영업정지 요청으로 이어집니다.
Q. 벌점과 형사처벌(고발)은 별개인가요?
A. 별개입니다. 벌점은 입찰참가자격 제한 등의 기초자료일 뿐이고, 고발이나 과징금 같은 처분은 그 자체로 별도의 제재입니다. 다만 고발 조치를 받으면 그 사실 자체가 3.0점(특정조항 위반은 5.1점)의 벌점으로도 함께 반영됩니다.
Q. 경감사유를 시정조치를 받은 뒤에 갖추면 소급 인정되나요?
A. 인정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경감요건은 가장 최근 시정조치일이 속한 사업연도의 직전 1개 사업연도 내에 이미 충족했을 것을 요구하므로, 제재를 받은 뒤 뒤늦게 지표를 개선해도 그 사건의 벌점 경감에는 반영되지 않습니다.
Q. 영업정지 대신 과징금으로 대체할 수 있나요?
A. 건설산업기본법 제82조 제1항에 따라 국토교통부장관은 영업정지를 명하는 대신 이를 갈음하여 1억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는 국토부장관의 재량 사항이라 반드시 과징금으로 대체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Q. 이미 입찰참가자격 제한을 받은 뒤 벌점이 다시 쌓이면 예전 벌점도 또 계산에 들어가나요?
A. 들어가지 않습니다. 과거에 입찰참가자격 제한이나 영업정지 요청의 근거로 이미 누산점수 산정에 포함됐던 사건의 벌점은 다음번 누산점수 계산에서 제외됩니다.
Q. 공정위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요청 자체에 불복할 수 있나요?
A. 요청 자체는 관계 행정기관에 대한 것으로 최종 처분이 아니어서, 실무적으로는 그 요청에 따라 중앙관서의 장 등이 실제로 내린 입찰참가자격 제한·영업정지 처분을 상대로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 필요하면 집행정지 신청을 하는 방식으로 다투게 됩니다.
맺음말
하도급법 벌점은 개별 시정조치 하나하나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3년간 누적된 점수가 5점과 10점이라는 두 개의 기준선을 넘는 순간 입찰참가자격 제한과 영업정지라는 별도의 행정제재로 이어지는 구조입니다. 표준계약서 사용비율이나 현금결제비율 같은 경감 지표는 위반이 생긴 뒤에는 되돌릴 수 없고, 반드시 직전 사업연도의 실적으로 미리 갖춰져 있어야 인정된다는 점도 실무에서 자주 놓치는 부분입니다.
특히 시흥 시화·정왕이나 화성 향남·남양 같은 산업단지에 밀집한 건설·제조 하도급업체라면, 벌점 관리가 곧 관공서 발주 물량을 계속 받을 수 있느냐의 문제로 직결됩니다. 이미 시정조치를 여러 차례 받아 누산점수가 위험 수위에 가까워졌거나, 입찰참가자격 제한 요청 통보를 받았다면 벌점 산정 내역과 경감 가능성을 먼저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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