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출렁이면서 계약을 체결했다가 잔금을 마련하지 못하거나, 매도인이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한 다른 매수인과 이중매매를 시도하면서 매매계약이 깨지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의뢰인들 중 상당수는 “위약금이 매매대금의 20%나 되니, 법원에 가면 당연히 깎아줄 것”이라는 생각으로 소송을 준비합니다. 계약금이 매매대금의 10%인 게 관행이니 그 두 배인 20%는 누가 봐도 과도하다고 믿는 것입니다. 그런데 막상 소송에 들어가면 “비율이 높으니 당연히 줄어든다”는 기대가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손해배상 예정액의 감액 여부를 비율의 높낮이가 아니라 계약 체결 경위와 당사자의 지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한 부당성 판단으로 접근하고 있고, 나아가 위약금 조항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인지 위약벌인지에 따라서는 감액 자체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매매대금의 20%로 정한 위약금이 어떤 경우에 감액될 수 있는지, 그리고 감액을 다투려면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위약금 20% 약정도 원칙적으로 유효하지만, 법적 성격부터 가려야 합니다
위약금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어도, 실제로는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 중 무엇인지가 먼저 확인돼야 합니다.
계약자유의 원칙상 매매계약 당사자는 위약금 액수를 자유롭게 정할 수 있습니다. 부동산 실무에서는 계약금을 매매대금의 10%로 정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지만, 이와 별도로 또는 계약금과 무관하게 위약금을 매매대금 자체의 20%로 정하는 계약서도 드물지 않게 등장합니다.
민법 제398조 제1항은 당사자가 채무불이행에 관한 손해배상액을 미리 예정할 수 있다고 정하고, 같은 조 제4항은 “위약금의 약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합니다. 즉 계약서에 “위약금”이라는 표현만 있으면 일단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되어, 부당히 과다한 경우 법원이 감액할 수 있는 민법 제398조 제2항의 적용 대상이 됩니다.
하지만 이 추정은 절대적인 것이 아닙니다. 계약서 문구와 체결 경위, 당사자가 위약금을 정한 진짜 목적을 살펴본 결과 그 실질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이 아니라 ‘위약벌’로 판단되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위약금이라는 이름은 감액 가능성의 출발점일 뿐, 그 실질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인지 위약벌인지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2. 위약금이 사실은 ‘위약벌’이라면, 감액 규정 자체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위약벌로 판단되면 민법 제398조 제2항의 감액 규정을 유추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입장입니다.
위약금 약정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인지 위약벌인지는 계약서 등 처분문서의 내용, 계약 체결 경위, 당사자가 위약금을 약정한 주된 목적 등을 종합해 개별적으로 판단합니다. 특히 하나의 계약서에 실손해 배상을 위한 손해배상예정 조항이 따로 있고, 그와 별도로 위약금 조항을 두어 이를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보면 이중배상이 되는 사정이 있다면 그 위약금은 위약벌로 해석됩니다.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위약벌은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기능이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위약벌은 채무이행을 확보하기 위한 제재벌이므로,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관한 민법 제398조 제2항을 유추적용해 감액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위약벌의 약정은 채무의 이행을 확보하기 위하여 정하는 것으로서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그 내용이 다르므로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관한 민법 제398조 제2항을 유추적용하여 그 액을 감액할 수 없다(대법원 2022. 7. 21. 선고 2018다248855 전원합의체 판결).
그렇다고 위약벌이 아무리 과도해도 전부 그대로 유효한 것은 아닙니다. 그 금액이 사회통념상 지나치게 과도해 반사회질서에 해당한다고 인정되면 민법 제103조에 따라 계약의 전부 또는 일부가 무효로 통제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인정 문턱은 민법 제398조 제2항의 감액보다 훨씬 높습니다.
위약금이 위약벌로 인정되면 민법 제398조 제2항의 감액 청구는 애초에 통하지 않고, 극단적으로 과도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그 일부가 무효로 통제될 수 있을 뿐입니다.
3.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인정돼도, 20%라는 숫자만으로는 감액되지 않습니다
감액 여부는 비율의 크기가 아니라 계약 체결 경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한 부당성 판단으로 결정됩니다.
위약금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인정된 경우에도, 감액은 자동으로 되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채권자와 채무자의 경제적 지위, 계약의 목적과 내용,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경위와 동기, 채무액에 대한 예정액의 비율, 예상 손해액의 크기, 당시의 거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참작해 부당성을 판단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법원이 손해배상의 예정액을 부당히 과다하다 하여 감액하려면 채권자와 채무자의 경제적 지위, 계약의 목적과 내용,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경위, 채무액에 대한 예정액의 비율, 예상 손해액의 크기, 당시의 거래 관행과 경제상태 등을 참작한 결과 손해배상 예정액의 지급이 경제적 약자의 지위에 있는 채무자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하여 공정을 잃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인정되는 경우라야 한다(대법원 1993. 4. 23. 선고 92다41719 판결).
같은 취지에서 대법원은 단지 예정액 자체가 크다거나 계약 체결 시부터 해제 시까지의 시간적 간격이 짧다는 사유만으로는 부당히 과다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4다209227 판결). 이 판결은 임대차계약의 계약금이 문제된 사안이지만, 손해배상액의 예정 감액에 관한 일반 법리를 담고 있어 매매대금 위약금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실무에서는 매도인·매수인 중 누가 경제적 약자에 가까운지, 위약금을 20%로 정한 구체적인 경위(예컨대 매도인이 이중매매 위험을 특히 우려해 이행 확보를 강하게 요구했는지), 중개보수·재매매 시세 차액·잔금 지연에 따른 금융비용 등 실제 발생하거나 예상되는 손해의 규모, 매매대금 자체의 크기 등이 함께 고려됩니다.
20%라는 비율 하나만으로는 부족하고, 계약 체결 경위와 당사자 지위, 실제 손해 규모를 함께 갖춰야 감액 주장이 힘을 받습니다.
4. 감액되더라도 전부가 아니라 법원이 정하는 적당한 범위까지만 줄어듭니다
감액은 위약금을 무효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상당한 금액까지 낮추는 재량 판단입니다.
감액이 인정되더라도 위약금 조항 자체가 무효가 되거나 지급의무가 전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예컨대 매매대금의 20%로 정한 위약금이 과다하다고 인정되면, 법원이 10%나 15% 등 사안에 맞는 금액으로 줄이는 것이지, 전액을 돌려받는 결론에 이르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감액 여부와 그 범위를 판단하는 기준 시점은 소송이 진행되는 사실심의 변론종결 당시이고, 이러한 사실인정과 감액 비율을 정하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지 않은 한 사실심 법원의 전권사항으로 취급됩니다(대법원 2017. 7. 11. 선고 2016다52265 판결). 1심에서 다 다투지 못한 사정을 뒤늦게 항소심에서 보충하기보다, 처음부터 관련 자료를 충실히 제출하는 것이 유리한 이유입니다.
민법 제398조 제2항에 따른 감액은 당사자가 별도로 주장하지 않아도 법원이 직권으로 판단할 수 있는 사항이지만, 실무적으로는 소송에서 명시적으로 감액을 항변하고 앞서 본 요소들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함께 제출해야 감액 폭이 실질적으로 커집니다.
5. 위약금 감액을 다투려면 이런 절차로 진행됩니다
협의가 안 되면 결국 소송에서 감액 항변을 제기하고 자료로 뒷받침해야 합니다.
매매계약이 해제되고 상대방이 위약금 지급이나 계약금 몰취를 통보하면, 통상 ①상대방의 위약금 지급 요구 또는 계약금 몰취 통보 → ②내용증명을 통한 이의제기 및 계약 체결·해제 경위에 관한 자료 요청 → ③협의가 결렬되면 관할법원(부동산 소재지나 상대방 주소지가 수원 지역이라면 수원지방법원)에 매매대금반환청구 또는 채무부존재확인 소송 제기 → ④소송상 손해배상액 예정 감액 항변과 증거 제출, 변론을 거친 판결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감액을 다투기로 했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매매계약서의 위약금 조항 문구와 손해배상 예정 조항의 존재 여부를 확인해, 손해배상액의 예정인지 위약벌인지부터 가립니다.
계약 해제에 이르게 된 경위(누구의 귀책인지, 계약 체결부터 해제까지의 기간 등)와 당사자 각자의 경제적 지위를 정리합니다.
실제 발생했거나 예상되는 손해(중개보수, 재매매 시 시세 차액, 잔금 지연에 따른 금융비용 등)를 뒷받침할 자료를 수집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갖추고 부동산 매매 위약금 분쟁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감액 항변이 받아들여질 가능성과 예상 감액 폭을 보다 현실적으로 가늠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위약금 조항을 둘러싼 다툼은 “계약서에 적힌 대로니 어쩔 수 없다”는 체념과 “너무 억울하다”는 감정이 부딪히면서, 정작 초기 대응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약금을 받아야 하는 쪽 입장에서는 상대방의 감액 주장에 흔들리지 않으려면, 계약을 체결한 경위와 실제 발생한 손해의 규모를 미리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대로 위약금을 물어야 하는 쪽 입장에서도 20%라는 숫자만 붙잡고 있을 게 아니라, 그 조항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인지부터 확인하고 감액 요소를 하나씩 갖추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저는 부동산 매매계약 해제와 위약금 분쟁에서 위약금을 청구하는 쪽과 감액을 다투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20%라는 숫자도 사건마다 결론이 전혀 다르게 나는 것을 여러 번 지켜봐 왔습니다.
위약금 조항의 성격과 감액 가능성을 정확히 판단해야 하는 시점이라면,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계약서에 “위약금은 매매대금의 20%로 한다”고만 적혀 있으면 무조건 손해배상액의 예정인가요?
A. 원칙적으로는 그렇게 추정됩니다(민법 제398조 제4항). 다만 같은 계약서에 실손해 배상을 위한 조항이 별도로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위약벌로 재해석될 수 있어, 계약서 전체 문구를 함께 살펴야 합니다.
Q. 계약금이 매매대금의 10%인데, 위약금이 그 두 배인 20%로 정해져 있습니다. 이것만으로 과도한가요?
A. 비율이 관행보다 높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대법원은 예정액 자체가 크다는 사유만으로는 감액 요건인 부당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어, 계약 경위와 당사자 지위 등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Q. 매도인과 매수인 중 누구에게 위약금 조항이 적용되나요?
A. 계약서 문구에 따라 다릅니다. 매수인의 채무불이행에는 계약금 몰취, 매도인의 채무불이행에는 계약금의 배액 상환으로 정한 계약도 있지만, 매매대금의 20% 등 별도 위약금을 쌍방에 동일하게 적용하는 계약도 있으므로 조항을 그대로 확인해야 합니다.
Q. 위약금이 위약벌로 인정되면 아무리 커도 전혀 손을 쓸 수 없나요?
A. 민법 제398조 제2항에 따른 감액은 받을 수 없지만, 그 금액이 사회통념상 지나치게 과도해 반사회질서에 해당한다고 인정되면 민법 제103조에 따라 계약의 전부 또는 일부가 무효로 통제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인정 문턱은 훨씬 높습니다.
Q. 감액을 받으려면 반드시 소송을 해야 하나요?
A. 감액은 법원이 직권으로도 할 수 있는 사항이지만, 협의나 조정 단계에서 상대방이 자발적으로 낮춰주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실무적으로는 소송에서 명시적으로 감액을 주장하고 자료를 제출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감액되면 보통 몇 % 정도까지 줄어드나요?
A. 법에 정해진 감액 비율은 없습니다. 사실심 법원이 계약 경위, 당사자 지위, 실제 손해 규모 등을 종합해 사안마다 다르게 정하므로, 같은 20% 위약금이라도 사건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집니다.
Q. 계약이 해제된 지 며칠 안 됐는데, 그것만으로 위약금이 과도하다고 주장할 수 있나요?
A. 대법원은 계약 체결부터 해제까지의 기간이 짧다는 사정만으로는 감액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짧은 기간 자체보다, 그 기간 동안 발생한 실제 손해나 준비 정도 등을 함께 주장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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