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세입자 주거이전비가 없는 이유 — 수용 없는 사업이 만든 사각지대
재건축 세입자 주거이전비가 없는 이유 — 수용 없는 사업이 만든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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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세입자 주거이전비가 없는 이유 — 수용 없는 사업이 만든 사각지대 

강대현 변호사

재건축 정비구역에 살던 세입자가 관리처분계획인가 고시를 받고서야 자신에게는 주거이전비가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옆 동네 재개발구역 세입자는 이사비에 주거이전비까지 받았다는 얘기를 듣고 나면, 같은 정비사업인데 왜 나만 못 받느냐는 억울함이 남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재개발과 재건축은 법적으로 전혀 다른 뿌리를 가진 사업이고, 그 출발점의 차이가 세입자 보상 여부를 가릅니다. 이 글에서는 재건축사업의 세입자에게 왜 주거이전비가 인정되지 않는지, 그 근거가 되는 법 구조와 헌법재판소의 판단, 그리고 세입자가 실제로 청구할 수 있는 권리는 무엇인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주거이전비란 — 토지보상법이 세입자에게 인정하는 이사 비용

주거이전비는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토지보상법) 제78조 제5항과 그 시행규칙 제54조가 정한 보상 항목입니다. 공익사업 시행지구에 편입되는 주거용 건축물의 소유자와 세입자에게, 이사에 드는 비용과 낯선 곳에서 적응하는 데 필요한 기간 동안의 생활비 성격으로 지급됩니다. 조기 이주를 장려해 사업을 원활히 진행하려는 정책적 목적과, 주거 이전으로 특별한 어려움을 겪게 될 세입자를 배려하는 사회보장적 성격이 함께 담긴 제도입니다.

구체적인 금액도 법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시행규칙 제54조 제1항에 따라 건축물 소유자에게는 가구원수에 따라 2개월분의 주거이전비가,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세입자에게는 4개월분의 주거이전비가 지급됩니다. 세입자가 이를 받으려면 사업인정고시일 등 당시 해당 공익사업시행지구 안에서 3개월 이상 거주한 사실이 인정되어야 하고, 금액은 통계청 가계조사통계상 도시근로자가구의 가구원수별 월평균 명목 가계지출비를 기준으로 산정됩니다. 그런데 이 모든 규정은 어디까지나 그 사업이 토지보상법이 적용되는 '공익사업'일 때 얘기입니다.

주거이전비는 소유자에게 2개월분, 세입자에게 4개월분이 지급된다 —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토지보상법이 적용되는 공익사업일 때의 이야기다.

재개발사업이 주거이전비를 지급하는 이유 — 공용수용을 전제로 한 구조

재개발사업에서 세입자가 주거이전비를 받을 수 있는 이유는 재개발사업 자체가 공용수용을 전제로 한 공익사업이기 때문입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 제65조 제1항은 정비구역에서 정비사업 시행을 위한 토지·건축물의 소유권과 그 밖의 권리에 대한 수용 또는 사용에 관해 토지보상법을 준용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같은 조 제2항은 사업시행계획인가가 고시되면 토지보상법상 사업인정 및 그 고시가 있었던 것으로 본다고 규정합니다. 즉 재개발조합은 사업시행계획인가 고시라는 절차 하나만으로, 국가가 공익사업에 부여하는 수용권에 준하는 지위를 얻게 됩니다.

이 공용수용 성격이 있기 때문에, 재개발구역의 세입자는 토지보상법 시행규칙 제54조 제2항이 정한 '공익사업의 시행으로 인하여 이주하게 되는 세입자'에 그대로 해당합니다. 정비계획 공람공고일 당시 해당 구역에 거주하고 있었고 3개월 이상 거주 요건을 충족했다면, 가구원수에 따른 4개월분의 주거이전비를 사업시행자인 조합에 청구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사업시행계획인가 고시 이후 조합이 대상자를 조사해 순차적으로 지급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재건축사업은 왜 다른가 — 수용이 아니라 매도청구

재건축사업은 재개발과 이름은 비슷하지만 법적 성격이 다릅니다. 정비기반시설은 양호하지만 노후·불량 건축물이 밀집한 지역에서, 그 구역 안의 토지등소유자들이 스스로 조합을 결성해 자신들의 건물을 새로 짓는 사업입니다. 조합설립에 동의하지 않는 소유자가 있어도 국가의 수용권이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정비법 제64조가 정한 매도청구권을 통해 조합이 그 소유권과 권리를 사들이는 절차로 처리됩니다. 조합은 사업시행계획인가 고시일부터 30일 이내에 미동의자에게 동의 여부를 서면으로 촉구하고, 회답 기간이 지나도 동의하지 않으면 2개월 이내에 매도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매도청구는 사법상 형성권의 행사로, 토지보상법상 수용재결과는 절차와 근거가 완전히 다릅니다. 재건축사업에서는 애초에 국가가 부여하는 공용수용 권한 자체가 발생하지 않으므로, 토지보상법의 적용 근거가 되는 도시정비법 제65조의 준용 구조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그 결과 재건축구역의 세입자는 시행규칙 제54조 제2항이 말하는 '공익사업의 시행으로 이주하게 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되어 왔고, 조합에는 주거이전비를 지급할 법적 의무 자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 재개발사업 — 도시정비법 제65조에 따라 토지보상법 준용, 사업인정·고시 의제, 세입자 주거이전비 대상.

  • 재건축사업 — 도시정비법 제64조 매도청구로 소유권 취득, 수용재결 없음, 세입자 주거이전비 대상 아님.

재개발은 국가의 수용권을 전제로 한 공익사업이고, 재건축은 소유자들이 매도청구로 진행하는 자율적 사업이다 — 이 출발점의 차이가 세입자 보상 여부를 가른다.

헌법재판소가 확인한 논리 — 2020년 합헌 결정

이 구조가 세입자의 재산권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것은 아닌지를 두고 실제로 법정 다툼이 있었습니다. 서울의 한 재건축조합이 사업구역 내 상가 세입자들을 상대로 점포 인도를 구하는 소송을 냈는데, 세입자들은 손실보상이 먼저 이루어지거나 최소한 동시에 이행되어야 인도에 응할 수 있다고 맞섰습니다. 조합 측은 손실보상이 완료되지 않은 경우 사용·수익을 중지시키지 않는다는 도시정비법 제81조 제1항 단서가 재건축사업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고, 이에 제청법원이 해당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습니다.

헌법재판소 2020. 4. 23. 선고 2018헌가17 결정은 도시정비법 제81조 제1항 본문 중 재건축사업구역 내 임차권자에 관한 부분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재건축사업의 임차권자에게는 토지보상법상 세입자 보상 규정이 원칙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데, 이는 임차권자에 대한 보상을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의 임대차계약을 통한 사적 자치로 해결하도록 한 입법자의 판단이라고 본 것입니다. 임차인들이 재건축 예정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차임의 경제적 이익을 누려온 사정도 함께 고려됐습니다. 다만 재판관 1인은 상가 세입자가 사용·수익권을 사실상 통째로 잃게 되는 가혹한 부담을 지면서도 보상 시기·절차에 관한 최소한의 조정 장치조차 없다는 반대의견을 냈고, 이 지점은 지금도 입법적으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부분입니다.

그래도 세입자에게 남는 권리 — 보증금 반환청구권

주거이전비가 없다고 해서 재건축구역 세입자가 아무 권리도 없는 것은 아닙니다. 도시정비법 제70조 제1항은 정비사업 시행으로 임차권의 설정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된 임차인은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이때 발생하는 보증금 반환청구권은 임대인이 아니라 사업시행자인 조합에 직접 행사할 수 있고, 조합이 이를 지급한 뒤에는 해당 소유자(임대인)를 상대로 구상하도록 되어 있습니다(제3항). 조합이 구상을 받지 못하면 그 소유자에게 귀속될 대지·건축물을 압류할 수 있다는 규정(제4항)까지 두어, 세입자의 보증금 회수 실효성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임대인이 사정이 어려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더라도, 세입자는 임대인의 재산 상태나 변제 의사와 무관하게 조합을 상대로 곧바로 보증금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는 점이 실무상 큰 의미를 갖습니다. 다만 이 권리는 어디까지나 보증금에 관한 것이고, 앞서 본 주거이전비나 이사비와는 별개입니다. 두 권리를 혼동해 '보증금을 받았으니 다른 보상은 포기해야 한다'고 잘못 판단하는 경우가 있는데, 법적으로는 완전히 다른 청구권입니다.

관리처분계획인가 이후 명도, 어디까지 버틸 수 있나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으면 세입자의 지위는 한 번 더 크게 달라집니다. 도시정비법 제70조 제5항은 관리처분계획의 인가를 받은 경우 민법상 전세권·임차권 존속기간 규정은 물론, 주택임대차보호법 제4조 제1항과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9조 제1항이 정한 최단 존속기간 보호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정합니다. 즉 계약 기간이 1년이든 2년이든 남아 있어도, 관리처분계획인가·고시를 근거로 조합은 명도를 요구할 수 있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도시정비법 제81조 제1항 단서 제2호는 토지보상법에 따른 손실보상이 완료되지 않은 경우에는 이전고시가 있을 때까지 종전 건축물을 계속 사용·수익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문제는 앞서 본 것처럼 재건축사업의 세입자에게는 애초에 토지보상법상 손실보상 항목(주거이전비·영업손실보상 등)이 원칙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재건축구역 세입자가 이 단서를 근거로 명도를 거부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고, 실제로 위에서 본 2018헌가17 사건도 바로 이 단서 조항의 적용 여부를 둘러싼 다툼에서 비롯됐습니다. 결국 명도 시점을 늦출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지렛대는 손실보상이 아니라 보증금 미반환 문제로 좁혀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무에서 확인할 것 — 계약서 특약과 조합의 임의 지원

재건축이 예정된 지역의 임대차계약에는 재건축 진행 시 조기 명도, 이사비 지원 여부 등을 미리 정하는 특약이 포함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계약을 체결할 당시 그런 특약이 있었는지, 관리처분계획인가 고시가 예상되는 시점과 계약 갱신 시점이 겹치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향후 대응 계획을 세울 수 있습니다. 특약이 불명확하거나 없는 상태에서 인가 고시가 갑자기 이루어지면, 짧은 시간 안에 이사 계획을 세워야 하는 부담이 고스란히 세입자에게 돌아갑니다.

법적 의무는 없지만, 조합이 총회 결의나 관리처분계획을 통해 세입자에게 일정액의 이주비·이사비 지원을 임의로 정하는 경우도 실무상 존재합니다. 이는 청구권이 아니라 조합의 자율적 결정이므로 사업장마다 지급 여부·금액·지급 시기가 제각각이고, 정관이나 총회 의사록을 직접 확인해야 실제 지원 여부를 알 수 있습니다. 명도소송이 진행 중이라면 보증금 반환 협의와 함께, 조합이 이런 임의 지원을 계획하고 있는지도 같이 확인해 보는 것이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임대차계약서에 재건축 진행 시 특약(조기 명도·이사비 등)이 있는지 확인.

  • 관리처분계획인가 고시 예정 시점과 계약 갱신 시점이 겹치는지 점검.

  • 조합 정관·총회 의사록에서 임의 이주비·이사비 지원 규정 여부 확인.

  • 보증금 미반환 시 사업시행자(조합)에 대한 직접 청구 절차 준비.

자주 묻는 질문

Q. 재건축 세입자는 이사비도 전혀 못 받나요?

A. 법적으로 강제되는 이사비 지급의무는 없습니다. 다만 조합이 총회 결의나 관리처분계획으로 일정액의 이사비 지원을 임의로 정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해당 조합의 정관과 총회 의사록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Q. 상가 세입자도 재건축이면 영업손실보상을 못 받나요?

A. 원칙적으로 그렇습니다. 헌법재판소 2018헌가17 결정도 상가 임차인들이 낸 사건이었고, 재건축사업에는 토지보상법상 영업손실보상 규정이 원칙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계약상 특약이나 조합의 임의 지원 여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Q. 보증금은 어떻게 돌려받나요?

A. 도시정비법 제70조에 따라 임대차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된 세입자는 계약을 해지하고, 보증금 반환청구권을 임대인이 아닌 사업시행자인 조합에 직접 행사할 수 있습니다. 조합이 먼저 지급한 뒤 해당 소유자에게 구상하는 구조입니다.

Q. 계약기간이 남았는데 나가라고 하면 그냥 나가야 하나요?

A.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으면 주택임대차보호법·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 존속기간 보호 규정이 적용되지 않아, 계약기간이 남아 있어도 명도 요구에 응해야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보증금을 아직 반환받지 못했다면 그 반환을 명도의 선결 조건으로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Q. 재개발구역이었다면 상황이 달랐을까요?

A. 예. 재개발사업은 도시정비법 제65조에 따라 토지보상법이 준용되는 공익사업이므로, 정비계획 공람공고일 당시 3개월 이상 거주한 세입자라면 가구원수에 따라 4개월분의 주거이전비를 받을 수 있습니다. 같은 정비사업이라도 재건축과는 결과가 다릅니다.

Q. 명도를 거부하면 어떻게 되나요?

A. 조합이 명도소송을 제기해 승소하면 강제집행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다만 보증금을 아직 돌려받지 못했다면 그 반환청구권을 조합에 직접 행사할 수 있으므로, 명도에 앞서 보증금 문제부터 정리하는 편이 유리합니다.

맺음말

재개발과 재건축은 같은 '정비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묶이지만, 세입자 입장에서는 결과가 완전히 다릅니다. 재개발은 공용수용을 전제로 한 공익사업이어서 토지보상법이 준용되고 세입자에게 4개월분의 주거이전비가 인정되지만, 재건축은 매도청구를 통한 자율적 사업이어서 애초에 토지보상법이 적용될 근거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헌법재판소도 이 구조 자체는 합헌이라고 확인한 만큼, 재건축구역 세입자라면 존재하지 않는 주거이전비를 기다리기보다 보증금 반환청구권과 계약서상 특약, 조합의 임의 지원 여부를 확인하는 쪽으로 전략을 세우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수원 행궁·매교동 일대처럼 재건축과 재개발이 함께 진행되는 지역에서는, 같은 동네 안에서도 사업 방식에 따라 세입자의 권리가 크게 갈리는 사례를 종종 접하게 됩니다. 관리처분계획인가 고시를 받았거나 명도 요구를 받은 상황이라면, 자신이 속한 사업이 재개발인지 재건축인지부터 다시 확인하고 그에 맞는 대응을 준비해 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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