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세입자 보증금, 집주인 아닌 조합에 직접 청구하는 법적 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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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세입자 보증금, 집주인 아닌 조합에 직접 청구하는 법적 근거 

강대현 변호사

재개발구역의 세입자들이 이주를 앞두고 가장 먼저 부딪히는 문제는 보증금입니다. 집주인에게 여러 차례 요구해도 "조합에서 보상금을 아직 못 받았다"거나 "사업이 끝나야 돌려줄 수 있다"는 답만 돌아오는 경우가 흔합니다. 그런데 임대차보증금은 원래 집주인의 채무이지 조합의 채무가 아닙니다. 다만 도시정비법은 특정한 요건 아래에서 세입자가 집주인이 아니라 조합(사업시행자)에게 직접 보증금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근거를 별도로 마련해 두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 근거 조문과 요건, 실제로 청구가 관철되는 절차를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재개발 세입자 보증금 — 집주인의 자력과 무관하게 막히는 이유

임대차보증금 반환의무는 원칙적으로 임대인(집주인) 개인의 채무입니다. 계약은 그 당사자를 구속하는 것이 원칙이라(계약의 상대효), 세입자가 계약을 맺은 상대방은 조합이 아니라 집주인이므로 이론적으로는 집주인에게만 청구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재개발구역에서는 집주인 본인도 사업 진행에 묶여 있다는 데 있습니다. 관리처분계획인가 이후 건물이 철거 단계에 들어가면 집주인은 종전자산에 대한 사용수익권을 잃고, 그 대가로 조합으로부터 청산금이나 이주비를 지급받는 구조로 바뀝니다. 이 과정에서 집주인 앞으로 들어오는 돈은 대개 기존 대출 상환이나 조합원 분담금 정산에 먼저 충당되어, 세입자 보증금을 돌려줄 여력이 없다고 버티는 경우가 흔합니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계약기간이 남아있어도 건물이 철거되면 더 이상 거주할 수 없고, 집주인이 "조합 정산이 끝나야 준다"고 미루면 사실상 기약 없이 기다리는 처지에 놓입니다. 집주인을 상대로 보증금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해 승소해도, 집주인에게 남은 재산이 없으면 강제집행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구조적 문제 때문에 도시정비법은 세입자가 집주인의 자력과 무관하게 보증금을 받을 수 있는 별도의 경로를 마련해 두고 있습니다. 이 경로의 핵심은 다음 항목에서 살펴볼 도시정비법 제70조입니다.

도시정비법 제70조 — 임차권 목적 달성 불능 시의 해지권과 반환청구권

도시정비법 제70조 제1항은 "정비사업의 시행으로 지상권·전세권 또는 임차권의 설정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때에는 그 권리자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재개발구역에서 관리처분계획인가·고시가 이루어지고 철거·이주 절차가 진행되면, 세입자는 더 이상 임차 목적물을 사용·수익할 수 없게 되므로 이 조항의 해지 사유에 해당합니다. 세입자가 이 해지권을 행사하면 임대차계약은 그 시점에 종료되고, 집주인에 대한 보증금반환채권이 구체적으로 발생합니다.

여기서 끝나지 않고, 같은 조 제2항은 "제1항에 따라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자가 가지는 전세금·보증금, 그 밖의 계약상의 금전의 반환청구권은 사업시행자에게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이 조항이 바로 세입자가 집주인이 아니라 재개발조합(사업시행자)에게 직접 보증금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입니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집주인의 자력이나 협조 여부와 무관하게, 조합을 상대로 곧바로 반환을 구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렇다고 조합이 최종적으로 그 돈을 부담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3항은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지급한 사업시행자가 해당 토지등소유자, 즉 집주인에게 그 금액을 구상할 수 있다고 정하고, 제4항은 구상이 되지 않을 때 조합이 그 집주인에게 귀속될 대지 또는 건축물을 압류할 수 있으며 이 압류는 저당권과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고 정합니다. 결국 조합은 세입자에게 먼저 지급하고 집주인의 새 아파트나 청산금에서 그 돈을 회수하는 구조로, 세입자의 보증금 회수 위험을 사실상 조합이 떠안는 셈입니다.

도시정비법 제70조는 세입자가 임대차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되면 계약을 해지하고, 그 반환청구권을 집주인이 아니라 조합에게 직접 행사할 수 있도록 정한 조항이다.

재개발이라 가능한 것 — 재건축과 갈리는 지점, 수용권한

이 조항이 실제로 힘을 발휘하려면 전제가 하나 있습니다. 대법원은 사업시행자가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토지보상법)에 따라 정비구역 안의 토지 등을 수용 또는 사용할 권한이 부여된 정비사업인지를 중요하게 봅니다. 도시정비법 제63조는 재개발사업의 사업시행자에게 토지보상법 제3조에 따른 토지·물건 등을 취득하거나 사용할 권한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재개발사업이 정비기반시설이 열악한 지역에서 공공성·공익성을 목적으로 시행되는 사업이라는 점이 이러한 수용권 부여의 근거입니다.

반면 재건축사업은 원칙적으로 이런 수용권한이 없습니다. 재건축사업은 정비기반시설은 양호하지만 노후·불량 건축물이 밀집한 지역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으로, 조합과 소유자 간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수용이 아니라 매도청구권 행사라는 사적 자치의 방식으로 해결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대법원도 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2다62561, 62578 판결에서 수용권한이 부여되지 않은 주택재건축사업에는 토지보상법이 유추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이 사건은 현행 제70조의 전신인 구 도시정비법 제44조에 관한 것이었지만, 조합을 상대로 한 직접 청구가 정비사업의 유형에 따라 다르게 취급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해 준 판결입니다.

실무적으로는 재개발사업의 세입자가 이 조항을 근거로 조합에 직접 청구하는 사례가 재건축사업보다 훨씬 안정적으로 인정되는 편입니다. 다만 조합 명칭이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인지 재개발정비사업조합인지만으로 기계적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해당 사업이 실제로 수용 또는 사용권한을 부여받은 사업 유형에 해당하는지를 관리처분계획이나 사업시행인가 내용에서 확인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조합에 직접 청구하려면 갖춰야 할 요건 — 대법원이 그은 기준선

같은 2014년 대법원 판결은 조항의 요건도 구체적으로 밝혔습니다. 대법원은 세입자가 사업시행자를 상대로 보증금 등의 반환을 구하려면, 세입자가 집주인(토지등소유자)에 대하여 유효한 보증금반환채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다시 말해 조합에 대한 청구권은 집주인에 대한 채권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그 채권을 대신 행사하는 구조이지, 조합에 대해 세입자가 새로운 채권을 원시적으로 취득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판단이 실무에 던지는 함의는 뚜렷합니다. 집주인의 동의 없이 재전대차한 무단전차인처럼 애초에 집주인에게 대항할 수 없는 점유자는 이 조항을 근거로 조합에 직접 청구할 수 없습니다. 대법원은 그 이유로, 다른 법률관계에서는 임대인을 상대로만 보증금반환채권을 갖는 데 불과한 무단전차인 등이 정비사업의 시행이라는 우연한 사정 덕분에 집주인의 자력과 무관하게 보증금을 돌려받게 되는 결과는 부당하고, 조합에 임대인의 무자력 위험까지 떠안기는 것은 조항의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조합에 청구하기 전에 스스로 점검해야 할 것은 자신이 집주인과 유효한 임대차계약을 맺었는지, 그 계약이 집주인 본인 또는 정당한 대리인과 체결된 것인지, 전대차라면 집주인의 동의를 받았는지입니다. 이 요건이 갖춰져 있다면 확정일자나 전입신고 같은 대항요건까지 완비하지 않았더라도 제70조에 따른 청구 자체는 가능하다는 것이 조문의 구조입니다. 다만 청구 금액과 순위를 둘러싼 다툼을 피하려면 계약서, 보증금 입금 내역 등 채권의 존재를 뒷받침할 자료를 처음부터 준비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조합에 대한 직접청구권은 집주인에 대한 보증금반환채권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그 채권을 대신 행사하는 것이지, 세입자가 조합에 대해 별도의 채권을 새로 얻는 것이 아니다.

실제 청구 절차 — 해지 통지부터 조합의 지급, 그 이후

실무에서 이 권리를 행사하는 순서는 대체로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관리처분계획인가·고시 이후 철거·이주 단계에 들어가 임차 목적물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된 시점에,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임대차계약 해지의 의사표시를 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합니다. 도시정비법 제70조 제1항의 해지권을 행사한다는 사실과 그 사유(정비사업 시행으로 인한 사용·수익 불능)를 분명히 적어야 합니다. 이와 함께 사업시행자인 조합에도 같은 취지로 보증금 반환을 청구한다는 통지를 보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조합은 통지를 받으면 청구인이 실제로 그 물건의 적법한 세입자인지, 집주인에 대한 보증금반환채권이 실제로 존재하는지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칩니다. 이 과정에서 임대차계약서, 보증금 지급 내역, 확정일자·전입세대열람 자료 등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고, 조합에 따라서는 이주비 지급·명도 절차와 연계해 처리하기도 합니다. 요건이 확인되면 조합은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지급하고, 이후 그 금액을 집주인에게 구상합니다.

집주인이 구상에 응하지 않으면 조합은 제70조 제4항에 따라 그 집주인에게 귀속될 대지 또는 건축물을 압류할 수 있고, 이 압류는 저당권과 동일한 효력을 가집니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이 구상·압류 절차 자체를 직접 챙길 필요는 없지만, 조합이 지급을 미루면 청구서 접수 사실과 요건 충족 자료를 근거로 이행을 독촉하거나 필요하면 조합을 상대로 보증금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 관리처분계획인가·고시 이후 철거·이주로 목적물 사용이 불가능해진 시점을 확인.

  • 집주인에게 임대차계약 해지 통지(내용증명), 도시정비법 제70조 제1항 근거 명시.

  • 조합에 보증금 반환 청구 통지, 임대차계약서·보증금 지급내역 등 증빙 첨부.

  • 조합이 지급을 거부·지연하면 조합을 상대로 보증금반환청구 소송 검토.

실무에서 주의할 점 — 주거이전비와의 구분, 집주인 항변사유의 승계

재개발구역 세입자에게 지급되는 돈 중에는 이 조항에 따른 보증금 외에 주거이전비와 이사비가 별도로 있습니다. 주거이전비는 토지보상법 시행규칙에 따라 정비구역 공람공고일 이전부터 일정 기간 거주한 세입자에게 지급되는 별도의 생활보상으로, 임대차보증금과는 지급 근거와 산정 방식이 전혀 다릅니다. 두 금원을 혼동해 "주거이전비를 받았으니 보증금 청구는 포기해야 한다"고 잘못 판단하는 경우가 있는데, 요건을 각각 충족한다면 두 청구는 별개로 가능합니다.

또 한 가지 유의할 점은, 조합이 세입자에게 부담하는 반환의무는 집주인의 채무를 대신 이행하는 성격이라는 것입니다.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주장할 수 있었던 항변사유, 예를 들어 연체차임이나 원상회복비용을 보증금에서 공제하겠다는 주장은 조합에 대해서도 그대로 유지됩니다. 세입자가 조합에 전액을 청구했다가 연체차임 등이 공제된 금액만 인정받는 경우도 있으므로, 청구 전에 밀린 차임이나 관리비가 없는지 스스로 점검해 두는 것이 다툼을 줄이는 길입니다.

마지막으로, 도시정비법 제70조 제5항은 관리처분계획의 인가를 받은 경우 임대차계약기간에 관한 주택임대차보호법 제4조 제1항(최소 2년 존속기간 보장)이나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9조 제1항(최소 1년 존속기간 보장)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정합니다. 계약서에 남은 기간이 1~2년 이상이더라도 이 존속기간 보장 규정을 근거로 정비사업 진행을 막을 수는 없다는 뜻이며, 대신 그 공백을 메우는 장치가 앞서 살펴본 조합에 대한 직접 반환청구권입니다. 이 두 조항은 짝을 이루는 규정이라는 점을 이해해 두면 협상 과정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도시정비법 제70조는 재개발사업에만 적용되나요?

A. 조문 자체는 재건축사업을 포함한 정비사업 전반에 적용되지만, 실제로 세입자가 조합에 직접 청구해 인정받는 경우는 수용 또는 사용 권한이 부여된 재개발사업에서 훨씬 안정적입니다. 재건축사업은 매도청구권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어 이 조항의 적용 범위가 더 제한적으로 해석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Q. 집주인에게 먼저 소송을 걸지 않고 곧바로 조합에 청구할 수 있나요?

A. 조항의 구조상 세입자가 집주인에 대해 보증금반환채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전제이므로 별도의 소송을 거칠 필요는 없지만, 계약해지와 채권 발생 사실 자체는 갖춰져 있어야 합니다. 임대차계약서와 보증금 지급 내역 등으로 그 채권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으면 조합에 바로 청구서를 제출해도 됩니다.

Q. 전세권을 설정하지 않고 확정일자만 받은 임차인도 청구할 수 있나요?

A. 도시정비법 제70조는 대항력이나 확정일자를 청구 요건으로 명시하지 않으므로, 유효한 임대차계약에 따른 보증금반환채권만 있다면 확정일자 여부와 무관하게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청구 금액을 둘러싼 다툼을 줄이려면 계약서와 입금 내역 등 채권의 존재를 뒷받침하는 자료를 갖춰두는 것이 좋습니다.

Q. 상가 세입자도 이 조항을 이용할 수 있나요?

A. 조문이 임차권 일반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주택뿐 아니라 상가 세입자도 요건을 충족하면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상가는 권리금 회수기회 등 별도 쟁점이 얽히는 경우가 많아 보증금 청구와 권리금 문제를 함께 검토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조합이 지급을 계속 미루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청구 요건을 갖췄는데도 조합이 지급을 미루면 조합을 상대로 보증금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해 판결을 받아 강제집행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조합은 정비사업 진행을 위해 관련 자금을 확보해 두는 경우가 많아 집주인 개인을 상대로 한 소송보다 실제 회수 가능성이 높은 편입니다.

Q. 주거이전비를 받으면 보증금 청구권이 사라지나요?

A. 주거이전비는 토지보상법에 따른 별도의 생활보상으로 임대차보증금과 지급 근거가 다르므로, 주거이전비를 받았다는 사정만으로 보증금 반환청구권이 소멸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조합별로 이주비·보상금 지급 시 정산 절차를 함께 두는 경우가 있으므로 개별 공고 내용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맺음말

재개발구역 세입자에게 남은 보증금은 집주인 개인의 사정에 발목 잡히기 쉬운 돈입니다. 그러나 도시정비법 제70조는 정비사업으로 임대차 목적을 더 이상 달성할 수 없게 된 세입자가 집주인이 아니라 조합을 상대로 직접 반환을 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두고 있고, 그 부담은 최종적으로 구상과 압류를 통해 집주인에게 돌아가는 구조입니다. 다만 이 권리는 세입자가 집주인에 대해 유효한 보증금반환채권을 가지고 있을 것을 전제로 하므로, 계약 내용과 증빙 자료부터 정리해 두는 것이 첫걸음입니다.

재건축과 재개발은 수용권한 유무에서 갈리는 만큼, 자신이 속한 정비사업이 어느 유형인지, 관리처분계획인가가 언제 이루어졌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수원 행궁동·매교동처럼 재개발이 활발히 진행 중인 지역에서는 이주 통보를 받고 나서야 서둘러 알아보기보다, 철거 일정이 구체화되는 시점에 미리 해지 통지와 청구 절차를 준비해 두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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