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안의 배경
친족간, 가령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용돈을 주거나, 대학교 등록금을 대신 내주거나, 주택임대차보증금을 지원해 주거나, 주택 구입시 초기 자금을 일부 마련해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때 특별히 차용증을 쓰지 않았고, 변제기도 정하지 않았으며 이자도 주지 않았고, 이후 돈을 갚으라고 한 적도 없다면 추후 갑자기 사실 대여금이었다면서 갚으라고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만 사안에 따라서는 친족간 금전 지급이 대여인지, 증여인지에 대하여 법적으로 분쟁이 발생하고 급기야 소송까지 가는 경우도 있는바, 아래에서는 친족간 금전 지급에 대하여 대여 주장을 기각하고 증여로 본 판례 2개를 소개하여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2. 판례 검토
가족 간 금전거래에서 차용증 등 처분문서가 작성된 바 없고, 변제기·이자율에 관한 약정이 없으며, 이자가 지급된 사실도 없고, 장기간 변제 독촉도 없는 경우, 그 금원을 대여금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이 다수 확립되어 있습니다.
가령, 수원고등법원은 2억 3,000만 원에 달하는 주택자금 지원이라도 차용증이 없고 소 제기 전 “대여금”으로서 변제를 요구한 사정이 없다면 증여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수원고등법원 2026. 5. 21. 선고 2025나12687 판결).
나. 판단
(1) 당사자 사이에 금전의 수수가 있다는 사실에 관하여 다툼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를 대여하였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피고가 다투는 때에는 그 대여사실에 대하여 이를 주장하는 원고에게 증명책임이 있다(대법원 2014. 7. 10. 선고 2014다26187 판결, 대법원 1972. 12. 12. 선고 72다221 판결 등 참조).
(2) 돌이켜 이 사건에서 보건대, 갑 제1 내지 6호증,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각 가지번호 포함)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 제출의 증거만으로 원고의 주장 취지와 같이 금전소비대차계약에 기초하여 이 사건 금원이 이체되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가) 직계존비속 간의 금전거래의 특성상 처분문서가 작성되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고, 비록 부모가 성인이 된 자녀의 주택자금이나 생활비 등의 명목으로 돈을 증여하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고 하여 부모가 자녀에게 지급한 금원을 곧바로 증여로 볼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나) 그러나 이 사건 금원은 그 규모가 2억 3천만 원에 이름에도 불구하고 처분문서가 작성되지 않았고, 이 사건 금원이 이체된 때로부터 이 사건 소 제기 전까지 원고가 피고에게 이 사건 금원을 "대여금"으로서 그 변제를 요구하거나 변제기에 관하여 원고와 피고가 협의한 사정도 확인되지 않으며, 원금 또는 이자 지급 내역도 존재하지 않는다.
(다) 원고가 이 사건 소 제기 이전에 피고에게 2020. 6. 1.자 및 2020. 7. 6.자로 각 발송한 내용증명 우편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아파트 전세보증금 4억 8천만 원과 이 사건 금원을 비롯한 7억 5천만 원을 피고가 원고로부터 제공받아 보유하고 있으므로, 원고가 현재 거주하고 있는 수지구 아파트를 떠나 새로이 거주할 아파트 구매 비용을 달라"라는 취지에 불과할 뿐, 이 사건 금원을 대여금으로서 반환을 구하는 내용으로 볼 수 없다.
특히, 가족관계의 특수성과 다양한 금전거래 원인이 혼재할 수 있는 점, 부모·조부모가 자녀·손자녀에게 주택자금이나 생활비를 증여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 차용증을 작성하지 않고 거래가 이루어지더라도 다른 대여 징표가 있어야만 대여로 인정할 수 있다는 점이 판례상 일관되게 강조되고 있습니다.
가령, 서울북부지방법원은 심지어 차용증까지 작성되었음에도 대여가 아닌 증여로 보았습니다(서울북부지방법원 2022. 12. 20. 선고 2021가단143827 판결).
위 기초사실에 의하면 망인이 피고와 이 사건 차용증을 작성한 사실, 망인이 피고에게 50,000,000원을 계좌 이체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을 제1 내지 3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아래의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망인이 피고에게 준 150,000,000원은 이를 증여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 앞서 인정한 사실과 갑 제6 내지 9호증의 각 기재만으로 원고들 주장과 같이 망인이 피고에게 150,000,000원을 대여하였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1) 당사자 사이에 계약의 해석을 둘러싸고 다툼이 있어 처분문서에 나타난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되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 약정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약정으로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2. 15. 선고 2014다19776, 19783 판결 등 참조).
2012. 9. 12. 작성된 이 사건 차용증은 망인이 피고에게 원금 100,000,000원을 대여하고 이자는 월 500,000원, 변제기는 2032. 9. 15.로 정한 것인데 위 차용증 작성 이후 망인의 사망일인 2021. 2. 16.까지 무려 8년이 넘는 기간 동안 망인이 피고에게 이자를 청구하거나 독촉한 사실이 없고 피고로부터 이자를 지급받은 사실도 없는 점, 망인은 원고 A과 사이에 1남 5녀, J과 사이에 4녀를 두었는데 피고가 망인의 유일한 아들이었고, 망인이 2013. 12.경 작성한 유언장에서 망인 소유의 부동산들을 모두 피고에게 주겠다는 취지로 의사를 피력한 점, 이 사건 차용증에 기재된 월 이자는 5%이고 변제기는 2032. 9. 15.로 피고가 변제기까지 갚아야 하는 이자를 계산하면 무려 1,200,000,000원(=5,000,000원 × 240개월)에 달하여 피고에게 가혹한 결과를 초래하는데 피고가 아버지인 망인과 위와 같은 불합리한 내용의 금전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할 특별한 이유나 동기를 찾아보기 어려운 점, 이 사건 차용증에 월 이자율을 5% 정하면서도 매월 15일에 500,000원(월 0.5%)을 이자로 지급하기로 기재하여 상호 모순됨에도 망인이나 피고가 이에 대하여 이의제기를 한 적이 없는 점, 우리 사회는 성인이 된 자녀의 부모에 대한 경제적인 의존도가 매우 높아 부모가 가정을 이룬 자녀에게도 금전적인 지원을 계속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고 증여세 등의 문제를 피하고 상속재산을 미리 조금씩 나누어 준다는 의미에서 현금의 증여가 이루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을 고려할 때 증여세 회피를 위해 금전소비대차계약의 외형을 만들려는 목적으로 망인과 피고 사이에 이 사건 차용증을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망인이 피고에게 준 100,000,000원은 증여한 것을 봄이 타당하다.
3. 결어
저는 최근 친족간 금전 지급에 대하여 갑자기 외조부가 사실 대여금이었다고 주장하면서 소송이 제기된 사안에서 손자를 대리하여 증여 주장을 하는 소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와 유사한 사안으로 법률적인 조력이 필요하신 분이 계시다면 언제든지 연락주시면 성심성의껏 응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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