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가 들어왔으니 경찰서에 나와 달라"는 전화를 받으면 머릿속이 하얘집니다. 내가 뭘 잘못했나 싶기도 하고, 억울한 마음에 화가 나기도 하지요.
그런데 이럴 때일수록 처음 몇 걸음을 어떻게 내딛느냐가 정말 중요합니다. 이 글에서는 형사 고소를 당했을 때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앞으로 절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쉽게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1. 먼저, 내가 "무엇으로" 고소당했는지 알아야 합니다
고소를 당했다는 사실만 알고 내용은 모른 채 경찰 조사를 받으러 가는 분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하지만 이건 시험 범위도 모르고 시험장에 들어가는 것과 비슷합니다. 상대방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어떤 죄명으로 고소했는지에 따라 준비해야 할 것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에요.
고소장 내용은 정보공개청구로 확인할 수 있어요
다행히 피의자도 자신에 대한 고소장이 어떤 내용인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정보공개청구입니다.
어디서 하나요? 정보공개포털(www.open.go.kr)에서 온라인으로 신청하거나, 사건을 맡은 경찰서 민원실에 직접 신청하면 됩니다.
어떻게 적나요? "○○경찰서 ○○사건 고소장"처럼 사건을 특정해서 적습니다. 출석요구서나 담당 수사관에게 들은 사건번호가 있다면 함께 적어 주세요.
다 볼 수 있나요? 아직 수사 중인 사건이라 고소인의 개인정보나 증거자료는 가려질 수 있고, 고소장 본문 위주로 일부만 공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도 상대방이 무엇을 주장하는지 파악하기에는 충분합니다.
얼마나 걸리나요? 보통 열흘 안팎으로 결정이 나지만, 사정에 따라 조금 더 걸릴 수도 있습니다.
고소장을 확인하고 나면 "내가 무엇을 설명해야 하는지"가 분명해집니다. 반대로 내용을 모른 채 조사를 받으면, 수사관이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 짐작하지 못해 엉뚱한 답변을 하거나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하게 되기 쉽습니다.
2. 첫 경찰 조사, 정말 중요합니다
형사사건에서 첫 번째 조사는 사건의 방향을 거의 결정합니다.
왜 그럴까요?
첫 조사에서 한 말은 조서로 남고, 그 조서는 검찰과 법원까지 그대로 따라갑니다.
나중에 말을 바꾸면 "처음엔 그렇게 말하지 않았잖아요"라는 의심을 받게 됩니다.
기억이 흐릿한데 대충 "아마 그랬을 거예요"라고 답한 내용이 그대로 사실처럼 기록되기도 합니다.
나에게 유리한 사정을 첫 조사에서 말하지 못하면, 나중에 말해도 "왜 그때는 말 안 했어요?"라는 질문이 돌아옵니다.
한 번 만들어진 조서는 되돌리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그래서 가급적 첫 경찰 조사 전에 변호사와 상담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상담을 하면 고소장 내용을 놓고 무엇이 쟁점인지, 어떤 부분을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지, 어떤 자료를 챙겨 가야 할지를 미리 정리할 수 있어요. 필요하다면 변호사가 조사에 함께 들어가서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도울 수도 있습니다.
첫 조사 전에 이것만은 챙겨 주세요
정보공개청구로 고소장 내용 확인하기
고소와 관련된 일을 시간 순서대로 정리해 보기
문자, 카카오톡, 이메일, 계약서, 송금내역 등 관련 자료 모아 두기
나에게 유리하게 말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는지 생각해 보기
조사 전에 변호사와 상담하고, 가능하면 함께 조사받기
조사가 끝나면 조서를 꼼꼼히 읽고, 내가 한 말과 다르게 적힌 부분은 꼭 고쳐 달라고 하기
조사받을 때 이렇게 해 주세요
기억이 안 나면 솔직하게 "기억이 안 난다"고 말해 주세요. 짐작으로 답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질문이 잘 이해되지 않으면 다시 물어보고 답해도 괜찮습니다.
억울하더라도 상대방을 비난하는 데 힘을 쏟기보다, 있었던 일을 차분히 설명하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됩니다.
조서에 서명하기 전에 한 문장 한 문장 내 뜻과 같은지 확인하고, 다르면 고쳐 달라고 하세요.
고소인이나 관련된 사람에게 연락해서 "말 좀 잘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은 절대 안 됩니다. 증거인멸이나 위증교사 같은 또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고, 구속 사유가 될 수도 있습니다.
3. 앞으로 사건은 어떻게 흘러가나요?
고소장이 접수된 뒤 형사사건은 대체로 이런 순서로 진행됩니다.
① 경찰 수사
경찰은 먼저 고소인을 조사한 뒤 피의자에게 출석을 요청합니다. 피의자 조사, 참고인 조사, 자료 수집, 필요하면 대질조사까지 진행되고요. 한 번으로 끝나기도 하고, 몇 차례 더 부르기도 합니다.
② 경찰의 결정: 송치 또는 불송치
수사가 끝나면 경찰은 혐의가 있다고 보면 사건을 검찰로 넘기고(송치), 혐의가 없다고 보면 불송치 결정을 합니다. 불송치가 되면 고소인이 이의신청을 할 수 있고, 그러면 검찰이 다시 한 번 들여다보게 됩니다.
③ 검찰의 결정
검찰은 넘어온 기록을 검토하고, 부족하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거나 직접 조사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다음 중 하나로 결정합니다.
불기소: 혐의없음, 공소권없음, 기소유예 등
기소: 약식기소(재판 없이 벌금형을 구하는 절차) 또는 정식 기소(재판 청구)
이 중 기소유예는 잘못은 인정되지만 여러 사정을 고려해 재판에 넘기지 않는 결정이에요. 전과가 남지 않기 때문에 피의자 입장에서는 큰 의미가 있습니다.
④ 재판
정식으로 기소되면 법원에서 재판이 열립니다. 공소사실을 인정하는지, 증거는 무엇인지, 증인은 누구인지 등을 살핀 뒤 판결이 나옵니다. 약식기소로 벌금이 나왔더라도 억울하면 정식재판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⑤ 판결과 불복
1심 결과에 불복하면 항소, 항소심 결과에 불복하면 상고할 수 있습니다.
4. 단계마다 할 수 있는 일이 다릅니다
경찰 단계에서는 의견서와 유리한 자료를 내고 조사에 잘 대응해서 불송치 결정을 받는 것이 가장 좋은 결과입니다.
검찰 단계에서는 불기소나 기소유예를 목표로 의견서 제출, 피해 회복, 합의 등을 준비합니다.
재판 단계에서는 무죄를 다투거나, 유죄가 인정되더라도 처벌을 최대한 가볍게 받기 위한 변론이 중심이 됩니다.
문제는 앞 단계의 기록이 뒷 단계에 그대로 영향을 준다는 점이에요. 경찰 단계에서 불리한 조서가 만들어지면 검찰과 법원에서 이를 바로잡는 데 몇 배의 노력이 듭니다. 그래서 형사사건은 처음 대응이 가장 중요합니다.
5. 정말 억울한 고소라면?
고소 내용이 명백히 거짓이고, 고소인도 거짓인 줄 알면서 고소한 것이라면 무고죄로 대응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다만 무고죄는 "고소인이 거짓인 줄 알고 있었다"는 점까지 입증해야 해서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화가 나더라도 곧바로 맞고소하기보다는, 먼저 내 사건에서 혐의없음을 받는 데 집중한 뒤 차분히 검토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고소를 당했을 때 가장 흔한 실수는 "내가 잘못한 게 없으니 그냥 가서 사실대로 말하면 되겠지" 하고 아무 준비 없이 조사를 받으러 가는 것입니다. 사실대로 말하는 건 당연히 맞습니다. 하지만 무엇이 문제인지 알고 사실대로 말하는 것과 모르는 채로 말하는 것은 결과가 크게 다릅니다.
고소장 내용을 확인하고, 있었던 일과 자료를 정리하고, 경찰 조사 전에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 이 세 가지만 지켜도 불필요한 위험을 많이 줄일 수 있습니다.
형사 고소로 걱정이 많으시다면,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형사전문변호사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와 상담받아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안영림 변호사는 검사로 약 10년간 여러 형사사건을 직접 수사하고 처리한 경험이 있어, 수사기관이 사건을 어떤 눈으로 보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첫 조사 준비부터 재판까지 사건 전 과정을 함께하니, 조사에 나가기 전에 미리 상담받으시면 가장 큰 도움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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