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아파트나 상가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하다가 시공 품질이나 일정에 불만이 쌓여 공사를 중간에 그만두고 싶다는 상담이 늘고 있습니다.
발주자분들 중에는 “계약서에 위약금 조항이 없으니 그냥 안 하면 그만이다”, “공사비를 아직 절반도 안 줬으니 손해볼 게 없다”는 생각으로 시공사에 통보 없이 공사를 중단시키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막상 시공사가 기성고 정산과 손해배상을 요구하며 내용증명을 보내오면, 예상보다 훨씬 큰 금액을 청구받고 당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도급계약을 도급인이 임의로 해지하는 경우, 이미 지출한 비용과 완성했더라면 얻었을 이익까지 합한 금액 전부를 배상하도록 하는 기준을 일관되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시공사의 잘못이 없는 상태에서 발주자 사정으로 해지하는 것이라면, 정산 금액은 결코 적지 않습니다.
아래에서는 인테리어 공사를 중간에 해지할 때 얼마를 지급해야 하는지, 그리고 반대로 시공사 잘못으로 해지하는 경우와는 어떻게 다른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공사가 마음에 안 들어도 완성 전이라면 발주자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
민법은 일을 완성하기 전이라면 도급인이 손해를 배상하고 언제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인테리어 공사 계약은 시공사가 정해진 결과물을 완성하고 그 대가로 공사대금을 받기로 하는 전형적인 도급계약입니다(민법 제664조). 도급은 일의 완성이 핵심이기 때문에, 완성 전 단계에서 도급인의 사정이 바뀌었을 때 이를 강제로 계속 진행시키는 것이 오히려 비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민법 제673조는 “수급인이 일을 완성하기 전에는 도급인은 손해를 배상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시공사에 아무런 잘못이 없더라도, 발주자가 특별한 사유를 대지 않고도 임의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권한을 인정한 것입니다.
다만 이 조항의 무게중심은 “해제할 수 있다”가 아니라 “손해를 배상하고”에 있습니다. 발주자가 마음대로 공사를 그만둘 수는 있지만, 그 대가로 시공사가 입은 손해 전부를 배상해야 한다는 조건이 함께 붙어 있는 것입니다. 실무에서 이 조건을 간과하고 통보만으로 공사를 끊었다가 예상보다 큰 금액을 청구받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완성 전이라면 발주자는 언제든 인테리어 공사 계약을 해지할 수 있지만, 그 대가로 시공사의 손해를 배상해야 합니다.
2. 이미 시공된 부분은 해지와 무관하게 공사비를 지급해야 합니다
기성 부분에 대해서는 시공사에게 별도의 보수청구권이 인정되어 해제의 효력이 미치지 않습니다.
공사가 일부 진행된 상태에서 계약이 해지되면, 그 해지의 효력은 아직 시공되지 않은 부분에만 미치고, 이미 완성된 부분에 대해서는 시공사에게 독립된 공사대금청구권이 그대로 남습니다. 실무에서는 이를 흔히 “기성고 정산”이라고 부릅니다.
기성고 비율을 어떻게 산정하느냐가 정산 금액을 좌우하는데,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공사도급계약이 중도 해제된 경우, 기성고에 따른 공사비는 이미 완성된 부분에 소요된 공사비와 미시공 부분을 완성하는 데 소요될 공사비를 합친 전체 공사비 가운데 완성된 부분에 소요된 비용이 차지하는 비율, 즉 기성고 비율을 약정 총공사대금에 적용하여 산정해야 한다(대법원 1996. 10. 25. 선고 96다21393, 21409 판결).
즉 “약정한 총 공사대금에서 시공된 부분의 실제 재료비·인건비만 계산해 지급하면 된다”는 방식은 잘못된 산정입니다. 완성 부분과 미시공 부분에 각각 얼마의 공사비가 드는지를 객관적으로 산출한 뒤, 그 비율을 전체 계약금액에 곱해야 합니다. 이 산정은 통상 건축 관련 감정기관의 감정을 거쳐 다투어지는 경우가 많고, 인테리어처럼 규모가 크지 않은 공사에서도 견적서·시공계획서를 근거로 같은 방식이 적용됩니다.
이미 시공된 부분의 공사비는 해지와 무관하게, 전체 공사비 중 기성고가 차지하는 비율만큼 지급해야 합니다.
3. 미시공 부분에 대해서는 시공사가 얻었을 이익까지 배상해야 합니다
지출한 비용과 완성했더라면 얻었을 이익을 합한 금액 전부를 배상해야 하며, 과실상계도 인정되지 않습니다.
기성 부분 정산이 끝났다고 해서 발주자의 부담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민법 제673조에 따른 해지는 “손해를 배상하고” 해제할 수 있다는 조건부 권한이므로, 아직 시공하지 않은 부분에 관해서도 시공사가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합니다.
이 손해의 범위와 관련해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했습니다.
민법 제673조에 의하여 도급계약이 해제된 경우 도급인의 일방적인 계약해제로 인하여 수급인이 입게 될 손해, 즉 수급인이 이미 지출한 비용과 일을 완성하였더라면 얻었을 이익을 합한 금액을 전부 배상하게 하는 것이고, 도급인은 이에 대하여 과실상계나 손해배상예정액의 감액을 주장할 수 없다(대법원 2002. 5. 10. 선고 2000다37296, 37302 판결).
여기서 “이미 지출한 비용”에는 미시공 부분을 위해 미리 발주해 둔 자재비, 하도급 계약금, 인력 배치 비용 등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완성했더라면 얻었을 이익”은 통상 미시공 부분 공사비에서 시공사가 통상 남기는 이윤율을 곱해 산정하는데, 다만 시공사가 해지로 인해 다른 공사를 맡아 얻은 수입이 있다면 그만큼은 손익상계로 공제됩니다. 중요한 점은, 발주자가 “시공사도 일부 잘못이 있었다”며 과실상계를 주장하거나, 계약서의 위약금 조항을 근거로 감액을 주장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미시공 부분에 대해서도 지출 비용과 예상 이익을 합한 금액을 전부 배상해야 하고, 과실상계나 위약금 감액 주장은 통하지 않습니다.
4. 시공사 잘못으로 해지한다면 계산 방식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부실시공이나 정당한 이유 없는 공사 중단 등 시공사의 채무불이행이 원인이라면 민법 제673조가 아니라 일반 해제 법리가 적용됩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은 시공사에게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도 발주자 사정으로 해지하는 경우입니다. 반대로 시공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공사를 장기간 중단하거나, 하자가 심각해 애초 계약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 경우 발주자는 상당한 기간을 정해 이행을 최고한 뒤에도 시공사가 이행하지 않으면 민법 제544조에 따라 계약을 해제할 수 있고, 이때는 오히려 발주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지위에 섭니다. 완성 전 부분에 하자가 있다면 민법 제667조에 따라 하자보수나 하자보수에 갈음한 손해배상도 함께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완성된 목적물이 건물이나 그 부속시설에 해당하는 경우, 하자만을 이유로 그 부분 자체를 해제하는 데에는 민법 제668조 단서상 제한이 있어, 손해배상 청구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성고를 정산할 때는, 완성된 부분에서도 하자보수에 드는 비용을 공제한 금액만 지급하면 되고, 앞서 살펴본 “얻었을 이익”까지 배상할 의무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발주자가 이미 지급한 선급금이 기성고를 초과한다면 그 차액의 반환을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해지 사유가 발주자 쪽 사정인지, 시공사의 채무불이행인지에 따라 정산 금액의 방향이 완전히 뒤바뀝니다.
5. 해지 통보 전에 이런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고소가 아니라 정산의 문제이므로, 근거 자료를 먼저 갖추는 것이 분쟁을 줄이는 길입니다.
인테리어 공사 해지 분쟁은 통상 ①내용증명으로 해지 의사와 그 사유를 명확히 통지 → ②시공 현장 확인 및 기성고 감정(당사자 합의 감정 또는 소송상 감정) → ③정산 협의(관할이 수원 지역이라면 수원지방법원 조정 절차 활용 가능) → ④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공사대금 또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해지를 통보하기 전,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정리해 두면 이후 정산이나 소송에서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습니다.
공사계약서, 견적서, 시공계획서(공정표)를 확인해 약정 총공사대금과 예정 공정률을 파악합니다.
현재까지 시공된 부분을 사진·동영상으로 촬영하고, 가능하면 현장 실측 자료를 남겨 기성고 다툼에 대비합니다.
기지급한 공사대금, 자재구매내역, 하도급 계약 내용 등을 정리해 이미 지출된 비용과 미지급 대금을 구분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인테리어 공사 분쟁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정당한 해지 사유가 있는지, 기성고와 손해배상 범위가 얼마나 되는지를 구체적인 근거를 갖고 산정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인테리어 공사 중도 해지는 감정이 앞서기 쉬운 문제입니다. “돈은 낸 만큼만 받으면 된다”는 생각과 “공사를 완성했으면 벌었을 돈까지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정면으로 부딪히다 보니, 초기 대응이 늦어지고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사를 그만두고 싶은 발주자 입장에서는 시공사가 요구하는 금액이 기성고와 정당한 손해배상 범위 안에 있는지, 혹시 과도하게 부풀려진 것은 아닌지를 먼저 따져봐야 합니다. 반대로 갑작스럽게 해지 통보를 받은 시공사 입장에서는 이미 지출한 비용과 완성했더라면 얻었을 이익을 놓치지 않고 청구할 수 있는지가 관건입니다.
저는 인테리어를 비롯한 건설·도급 분쟁에서 해지를 통보하는 발주자 쪽과 정산을 요구받는 시공사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해지 사유를 어느 조항으로 구성하느냐에 따라 정산 금액이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확인해 왔습니다.
공사를 계속할지 그만둘지 고민되는 지금이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정산 금액이 갈리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계약서에 중도해지 위약금 조항이 없는데도 손해를 배상해야 하나요?
A. 그렇습니다. 위약금 조항이 없더라도 민법 제673조에 따라 이미 지출한 비용과 완성했더라면 얻었을 이익을 배상해야 합니다. 계약서에 조항이 없다고 배상 의무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Q. 계약금만 내고 공사를 아예 시작하지 않았어도 배상해야 하나요?
A. 공사가 전혀 진행되지 않았더라도, 시공사가 자재를 미리 발주하거나 인력을 배치하는 등 지출한 비용이 있다면 그 비용과 예상 이익 상당액을 배상해야 할 수 있습니다.
Q. 기성고 감정 비용은 누가 부담하나요?
A. 통상 소송 전 당사자 합의로 감정을 진행하면 비용을 나누어 부담하는 경우가 많고, 소송상 감정으로 넘어가면 우선 감정을 신청한 쪽이 예납하되 최종적으로는 패소 비율에 따라 정산됩니다.
Q. 시공사가 별다른 이유 없이 공사를 몇 달째 중단한 상태라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상당한 기간을 정해 이행을 최고한 뒤에도 재개하지 않으면 민법 제544조에 따라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해제할 수 있고, 이 경우 발주자가 오히려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지위에 섭니다.
Q. 하자가 많은 상태에서 해지하면 하자보수비만큼 공제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기성 부분에 하자가 있다면 그 보수에 드는 비용을 기성고 대금에서 공제하고 정산할 수 있고, 하자 정도에 따라 별도의 손해배상도 함께 청구할 수 있습니다.
Q. 구두로만 계약하고 계약서를 쓰지 않았어도 같은 법리가 적용되나요?
A. 적용됩니다. 도급계약은 낙성계약이라 구두 합의만으로도 성립하며, 다만 이 경우 총공사대금·공정 범위 등을 문자메시지나 견적서 등으로 입증할 자료를 더 꼼꼼히 갖춰야 합니다.
Q. 시공사가 청구한 손해배상액이 지나치게 많다고 느껴지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A. 지출 비용과 예상 이익 각 항목의 산정 근거를 요구하고, 필요하면 별도 감정을 통해 객관적인 기성고 비율과 손해액을 다시 산정받는 절차를 밟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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