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자재비 상승과 자금난 등으로 공사를 진행하던 시공사가 중도에 공사를 중단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건축주분들 중 상당수는 “그동안 낸 돈에서 못 한 만큼만 빼고 정산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라고 쉽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막상 정산 협상을 시작하면, 시공사는 “아직 받지 못한 공사비가 남아 있다”며 오히려 추가 금액을 요구하고, 건축주는 “이미 낸 돈이면 충분한 공사인데 무슨 소리냐”며 맞서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 정산 금액은 단순히 지출한 돈을 더하고 빼는 문제가 아니라 별도의 산식에 따라 정해지기 때문입니다.
최근 대법원은 공사도급계약이 중도에 해제된 경우 기성고 산정 기준을 실제 지출한 비용이 아니라 약정 공사비와 기성고 비율을 기초로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감정 과정에서 이 기준을 제대로 적용하지 않으면 정산 금액 자체가 뒤집힐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시공사가 공사를 중단했을 때 기성고를 어떤 기준으로 계산하는지, 그리고 정산 과정에서 어떤 자료를 준비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공사가 중단돼도 원상회복이 아니라 기성고에 따른 정산이 원칙입니다
상당히 진척된 공사는 되돌리지 않고, 완성된 부분만큼 보수를 정산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도급계약이 해제되면 원칙적으로 각 당사자는 원상회복 의무를 집니다(민법 제548조). 그런데 건축공사는 이미 지어진 부분을 헐어서 되돌리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고, 오히려 건축주에게 손해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대법원은 건축공사가 상당한 정도로 진척된 뒤 시공사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이 해제된 경우, 원상회복 대신 다른 법률관계가 성립한다고 봅니다. 계약은 미완성 부분에 대해서만 효력을 잃고, 시공사는 중단 당시 상태 그대로 건물을 건축주에게 인도하며, 건축주는 그 대가로 기성 부분에 대한 보수를 지급해야 합니다.
이 법리는 시공사의 귀책사유로 공사가 중단된 사안에서 확립됐지만, 실무에서는 건축주가 계약을 해제·해지하는 경우에도 같은 정산 방식이 적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공사가 어느 정도 진행된 이후에는 “계약을 없던 일로 하자”는 접근보다 “진행된 만큼 정산하자”는 접근이 원칙이 되는 셈입니다.
공사가 상당히 진척된 뒤 계약이 해제되면, 원상회복이 아니라 기성 부분에 대한 정당한 보수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정산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2. 기성고 비율은 실제 들어간 돈이 아니라 별도 산식으로 계산됩니다
완성 부분과 남은 공사에 들어갈 비용을 비교해 기성고 비율을 정하고, 이를 약정 공사비에 곱해 정산액을 산출합니다.
실무에서 가장 많이 오해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건축주도, 시공사도 “그동안 실제로 쓴 돈이 얼마인지”를 기준으로 정산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법원의 입장은 다릅니다.
건축공사도급계약이 중도해제된 경우 도급인이 지급하여야 할 미완성 건물에 대한 보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사자 사이에 약정한 총 공사비를 기준으로 하여 그 금액에서 수급인이 공사를 중단할 당시의 공사기성고비율에 의한 금액이 되는 것이지 수급인이 실제로 지출한 비용을 기준으로 할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2. 3. 31. 선고 91다42630 판결).
즉 정산 순서는 이렇습니다. 먼저 ‘이미 완성된 부분에 들어간 공사비’와 ‘남은 부분을 마저 완성하는 데 들어갈 공사비’를 각각 산출합니다. 이 두 금액을 더한 것이 전체 공사비이고, 그 가운데 완성 부분에 들어간 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이 기성고 비율입니다. 이 비율을 애초에 약정한 총 공사대금에 곱한 금액이 시공사가 받아야 할 기성 부분 보수액이 됩니다.
실무적으로 이 산정은 대개 건축사나 감정평가사 등 전문가가 남은 공사 물량을 산출하고, 표준품셈이나 시장 단가를 기초로 소요 공사비를 견적하는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시공사가 실제로 얼마를 썼는지, 그 공사에서 손해를 봤는지 이익을 봤는지는 이 계산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기성 부분에 대한 보수는 시공사가 실제로 쓴 돈이 아니라, 약정 총 공사비에 기성고 비율을 곱한 금액으로 계산됩니다.
3. 기성고 산정 시점은 공사를 중단한 시점이 기준입니다
공사 중단 당시를 기준으로 완성 부분과 미시공 부분을 구분해 기성고를 확정해야 합니다.
기성고 비율을 정할 때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언제를 기준으로’ 완성 여부를 가르느냐입니다. 대법원은 이 기준시점을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수급인이 공사를 완공하지 못한 채 공사도급계약이 해제되어 기성고에 따른 공사비를 정산하여야 할 경우, 기성 부분과 미시공 부분에 실제로 들어가거나 들어갈 공사비를 기초로 산출한 기성고 비율을 약정 공사비에 적용하여 공사비를 산정하여야 한다. 기성고 비율은 공사대금 지급의무가 발생한 시점, 즉 수급인이 공사를 중단할 당시를 기준으로 이미 완성된 부분에 들어간 공사비에다 미시공 부분을 완성하는 데 들어갈 공사비를 합친 전체 공사비 가운데 완성된 부분에 들어간 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을 산정하여 확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12. 28. 선고 2014다83890 판결).
이 판례가 실제로 문제 된 사안은 흙막이 공사 부분이었습니다. 물리적으로는 흙막이 공사가 시공되지 않았지만, 다른 공법(암발파 방식)으로 사실상 같은 기능이 이미 달성된 상태였습니다. 대법원은 단순히 ‘물리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그 부분을 미시공으로 처리해 기성고에서 빼서는 안 되고, 실질적으로 예정된 목적과 기능이 달성됐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기준은 실무에서 자주 다툼이 됩니다. 건축주는 “설계도면대로 안 했으니 미시공”이라 주장하고, 시공사는 “다른 방법으로 같은 효과를 냈으니 완성”이라 주장하는 식입니다. 결국 감정 단계에서 각 공정이 실질적으로 무엇을 달성했는지 세밀하게 다투는 것이 정산 금액을 좌우합니다.
기성고는 공사 중단 시점을 기준으로, 도면상 완성 여부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달성된 기능을 함께 살펴 확정해야 합니다.
4. 정산 금액에서는 지체상금과 하자보수비용도 함께 다퉈야 합니다
기성 대금이 확정되더라도, 지체상금이나 하자보수비용을 공제할지 여부는 별도로 정리해야 합니다.
기성고 비율에 따라 계산된 금액이 곧바로 시공사가 받을 최종 금액인 것은 아닙니다. 시공사의 귀책사유로 공사가 지연되거나 중단됐다면, 건축주는 그로 인한 손해에 대해 별도로 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390조).
표준도급계약서에는 대개 준공이 지연될 경우 하루당 일정 비율로 지체상금을 물리는 조항이 들어 있습니다. 계약서마다 정한 지체상금율이 다르므로 실제 금액은 계약서 문구를 직접 확인해야 하지만, 이 지체상금 채권을 기성 대금과 상계해 정산하는 경우가 실무에서 흔합니다.
또한 기성 부분에 하자가 있다면, 그 하자를 보수하는 데 드는 비용 상당액을 기성 대금에서 공제하는 것도 별도 쟁점입니다(민법 제667조의 하자담보책임). 시공사가 유치권을 주장하며 현장을 점유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기성고 정산과는 별개로 점유·인도 절차에서 다퉈야 하는 문제입니다.
기성고에 따른 정산액이 확정돼도, 지체상금·하자보수비용 공제 여부는 별도로 정리해야 최종 금액이 나옵니다.
5. 기성고 정산 다툼은 이런 절차로 진행됩니다
내용증명 발송부터 감정을 거쳐 민사소송까지 이어지는 것이 일반적인 흐름입니다.
시공사와 기성고 정산이 원만히 합의되지 않으면 통상 ①공사대금 정산을 요구하는 내용증명 발송 → ②당사자 간 협의 또는 건설분쟁조정위원회 등을 통한 조정 시도 → ③조정이 성립하지 않으면 공사현장 소재지 관할법원(수원 지역 현장이라면 수원지방법원 등)에 민사소송 제기 → ④소송 과정에서 법원이 지정한 감정인의 기성고 감정을 거쳐 판결이 확정되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소송으로 가면 결국 핵심은 감정 결과입니다. 감정인은 설계도서·계약서·현장 사진·작업일보 등을 토대로 기성 부분과 미시공 부분을 구분하고, 각각에 들어간(들어갈) 공사비를 산출합니다. 이 자료가 부실하면 감정 자체가 불리하게 나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시공사의 공사 중단을 확인한 시점부터 아래 순서로 자료를 정리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도급계약서와 설계도서·시방서에 지체상금·하자담보 등 정산 관련 조항이 어떻게 규정돼 있는지 확인합니다.
공사 중단 당시까지 진행된 부분을 보여주는 현장 사진, 작업일보, 기성 확인서, 세금계산서 등 자료를 확보합니다.
미시공 부분을 완성하는 데 필요한 공사비 견적을 다른 시공사 등을 통해 받아, 기성고 비율 산정의 근거자료로 준비합니다.
이런 자료를 미리 갖춘 상태에서 건축·부동산 분쟁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와 함께 감정 대응 전략을 세운다면, 실제 감정 결과와 정산 금액에서 유리한 결론을 끌어낼 수 있습니다.
마치며
공사가 중단되면 당장 건물을 마무리하는 일이 급해서, 기성고 정산 문제는 뒤로 미뤄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료가 흩어지고 기억이 흐려져, 정산 협상 자체가 더 어려워지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공사비를 받지 못한 시공사 입장에서는 중단 당시까지의 작업 내역을 촘촘하게 정리해두는 것이 우선입니다. 반대로 예상보다 많은 금액을 요구받는 건축주 입장에서도, 감정 기준을 정확히 알고 대응해야 불필요하게 많은 금액을 지급하는 상황을 막을 수 있습니다.
저는 공사대금 정산 분쟁에서 시공사 측과 건축주 측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공사 현장이라도 어떤 자료를 확보했는지에 따라 감정 결과와 정산 금액이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기성고를 둘러싼 다툼은 초기 자료 정리에서 결과가 갈립니다. 정확한 정산 기준을 확인하고 싶으시다면,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시공사가 일방적으로 공사를 중단했는데, 계약을 해제하면 낸 돈을 전부 돌려받을 수 있나요?
A. 전부 돌려받기는 어렵습니다. 공사가 상당히 진척된 상태라면 원상회복 대신 기성고에 따른 정산이 이뤄지므로, 완성된 부분에 상응하는 금액은 시공사에게 인정됩니다. 다만 그 금액을 초과해 지급한 부분은 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Q. 기성고 비율을 계산할 때 시공사가 실제로 쓴 돈을 기준으로 하면 안 되나요?
A. 대법원은 실제 지출 비용이 아니라 약정 총 공사비에 기성고 비율을 적용해 계산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시공사가 손해를 보고 시공했더라도, 그 손해가 정산 금액을 늘려주지는 않습니다.
Q. 기성고 감정 비용은 누가 부담하나요?
A. 통상 소송을 제기한 쪽이 감정 신청 비용을 먼저 예납하고, 최종적으로는 소송 결과에 따라 패소 비율만큼 상대방에게 부담시키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Q. 설계도면대로 시공하지 않은 부분도 기성고에 포함될 수 있나요?
A. 포함될 수 있습니다. 물리적으로 도면과 다른 방법으로 시공됐더라도, 그 공정이 예정된 목적과 기능을 실질적으로 달성했다면 기성고 산정에서 완성된 부분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Q. 공사대금 정산과 별도로 유치권을 행사당하고 있는데, 기성고 산정과 관계가 있나요?
A. 유치권은 기성고 정산과는 별개의 쟁점입니다. 다만 정산 대금이 확정되면 유치권을 주장할 피담보채권 범위도 함께 정리되는 경우가 많아, 두 절차를 함께 준비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Q. 도급계약서를 제대로 작성하지 않았는데도 기성고 정산을 받을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계약서가 부실하거나 없더라도 실제 도급관계가 인정되면 기성고 법리가 적용됩니다. 다만 약정 총 공사비를 입증할 자료가 부족하면 정산 금액을 두고 다툼이 커질 수 있어, 견적서·문자·계좌내역 등으로 총 공사비를 뒷받침해야 합니다.
Q. 기성고 정산을 마친 뒤에도 하자보수를 청구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기성고에 따른 보수 지급과 하자담보책임은 별개의 법률관계이므로, 정산이 끝난 뒤에도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