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분양시장 침체가 길어지면서,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분양했던 시행사(분양자)가 준공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부도나 폐업, 회생절차에 들어가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문제는 입주가 끝난 뒤에야 누수, 균열, 결로 같은 하자가 하나둘 드러나는데, 정작 하자보수를 요구해야 할 분양사는 이미 사라지고 없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시공사 쪽은 흔히 “저희는 분양사와 도급계약을 맺고 시공만 했을 뿐이니, 하자 책임은 분양사한테 물어보세요”라며 선을 긋습니다. 입주민들도 “시행사가 망했으니 이제 하자보수는 포기해야 하나”라고 지레 체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막상 분쟁이 시작되면, 시공사가 예상과 달리 구분소유자에게 직접 책임을 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분양자의 담보책임과 시공자의 담보책임을 서로 별개의 채무로 보아, 분양자 쪽 사정과 무관하게 시공자의 책임이 독자적으로 존속한다는 취지를 재확인했습니다. 분양사가 사라졌다고 해서 시공사의 책임까지 함께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아래에서는 분양사가 부도난 경우 시공사에게 어떤 근거로, 어느 범위까지 하자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관련 법령과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분양사가 부도나도 시공사는 하자담보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집합건물법은 분양자뿐 아니라 시공자에게도 법정 하자담보책임을 지우는 강행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아파트, 오피스텔 등 집합건물의 하자에 관해서는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집합건물법’)이 별도의 담보책임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같은 법 제9조 제1항은 건물을 건축하여 분양한 분양자와, 분양자와의 계약에 따라 건물을 시공한 시공자가 함께 구분소유자에 대하여 담보책임을 지도록 정하고 있고, 그 책임의 내용에 관해서는 민법 제667조(하자보수청구권 등) 및 제668조(도급인의 해제권)를 준용합니다.
원래 이 조항이 지금처럼 시공자까지 명시적으로 포함하게 된 것은 2012년 법 개정 때문입니다. 그전에는 분양자에게만 담보책임을 지웠는데, 자본금이 크지 않은 시행사가 준공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폐업하거나 부도가 나면 수분양자가 하자보수를 받을 길이 사실상 막히는 문제가 반복됐습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자력이 있는 시공사에게도 함께 담보책임을 지우도록 법을 바꾼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시공자’는 계약상 명칭과 관계없이 건물의 전부 또는 일부를 실제로 시공하여 완성한 자를 원칙으로 하고, 그 자가 담보책임을 질 수 없는 경우에는 시공을 일괄로 도급받은 자까지 포함됩니다(집합건물법 시행령 제4조). 또한 집합건물법 제9조 제4항은 분양자와 시공자의 담보책임에 관하여 이 법과 민법에 정해진 것보다 매수인에게 불리한 특약은 효력이 없다고 못박고 있어, “시공사는 하자 책임이 없다”는 식의 분양계약서 문구가 있더라도 그 효력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집합건물법상 하자담보책임은 분양자와 시공자 모두에게 적용되는 강행규정이며, 이보다 매수인에게 불리한 특약은 무효입니다.
2. 분양사가 파산·부도 상태라면 시공사에게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시공자의 손해배상책임은 분양자의 회생·파산·해산·무자력 등 사유가 있을 때 비로소 발생합니다.
다만 시공자가 처음부터 분양자와 똑같은 수준의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닙니다. 집합건물법 제9조 제3항은, 시공자가 지는 담보책임 중에서도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책임(민법 제667조 제2항)에 관해서는 분양자에게 회생절차개시 신청, 파산 신청, 해산, 무자력 또는 이에 준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시공자가 그 책임을 지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분양사가 정상적으로 영업 중이라면 원칙적으로 하자보수에 갈음한 손해배상은 분양사에게 먼저 청구하는 것이 순서이지만, 분양사가 부도가 나서 폐업하거나 회생·파산절차에 들어갔다면 이는 바로 이 조항이 정한 요건에 해당하므로, 구분소유자는 시공사를 상대로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최근 대법원은 시공자의 구분소유자에 대한 책임과, 시공자의 분양자에 대한 책임이 서로 독립된 별개의 채무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집합건물법 제9조 제3항에 따라 시공자의 구분소유자에 대한 담보책임은 분양자의 무자력 등 일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발생하고, 시공자가 분양자에게 부담하는 손해배상채무를 이행하면 그 범위에서 구분소유자에 대한 담보책임도 소멸하나, 시공자의 구분소유자에 대한 채무와 시공자의 분양자에 대한 채무는 엄연히 별도의 채무이므로 후자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하여 전자가 당연히 소멸한다고 할 수는 없다(대법원 2023. 12. 7. 선고 2023다246600 판결).
즉 시공사가 분양사에게 부담하던 도급계약상 책임이 시효로 소멸했다는 사정만으로는 구분소유자에 대한 책임까지 자동으로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분양사가 부도난 사건일수록 시공사 쪽에서 이런 논리로 방어하려는 경우가 많은데, 위 판례는 이런 항변이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분양사가 부도·파산 상태라면 그 자체로 시공사에 대한 직접 청구 요건이 충족되고, 시공사와 분양사 사이의 사정만으로 구분소유자의 권리가 소멸하지는 않습니다.
3. “도급계약만 했다”는 시공사의 항변은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구분소유자의 청구권은 계약이 아니라 법률에 근거한 법정책임이라 계약관계가 없어도 행사할 수 있습니다.
통상 계약은 그 계약을 맺은 당사자만 구속하는 것이 원칙입니다(계약의 상대적 효력). 시공사는 분양사와 도급계약을 맺었을 뿐 구분소유자와는 아무런 계약관계가 없으므로, “우리는 계약 상대방이 아니다”라고 항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집합건물법 제9조가 정하는 담보책임은 계약이 아니라 법률이 직접 창설한 법정책임입니다. 구분소유자가 시공자와 별도의 계약을 맺지 않았더라도, 법이 정한 요건(분양자의 부도·무자력 등)만 충족되면 시공자를 상대로 곧바로 하자담보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이는 시공사가 실제로 건물을 시공해 완성한 자이기 때문에 인정되는 책임으로, 도급계약의 상대방이 누구인지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실무적으로 시공사 쪽에서 자주 내세우는 또 다른 항변은 “우리는 분양사가 지정한 하도급업체가 시공한 부분까지는 책임질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시행령상 시공자는 건물의 전부 또는 일부를 시공하여 완성한 자를 원칙으로 하되, 그 자가 책임을 질 수 없는 경우에는 시공을 일괄로 도급받은 원수급인까지 포함되므로, 하도급 구조를 이유로 책임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집합건물법 제9조 제2항은 시공자가 분양자에게 부담하는 담보책임에 관해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으면, 시공자는 그 법률이 정한 범위 안에서만 구분소유자에게 책임을 진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즉 시공사의 책임이 무제한은 아니고, 도급계약이나 건설산업기본법 등 관련 법령이 정한 하자보수 범위를 기준으로 그 한도가 정해질 수 있습니다.
구분소유자의 하자담보책임 청구권은 시공사와의 계약이 아니라 법률에 근거한 것이므로, “계약 상대방이 아니다”라는 항변만으로는 책임을 피할 수 없습니다.
4. 하자 유형에 따라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기간이 다릅니다
주요구조부 하자는 10년, 그 밖의 하자는 유형에 따라 2년에서 5년까지 존속기간이 다르게 적용됩니다.
시공사에게 하자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해도, 아무 때나 청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집합건물법 제9조의2는 하자담보책임에 관한 구분소유자의 권리 행사기간(존속기간)을 하자의 성질에 따라 나누어 정하고 있습니다. 건축법상 주요구조부 및 지반공사의 하자는 10년이고, 그 밖의 하자는 하자의 중대성·내구연한·교체가능성 등을 고려해 시행령이 5년의 범위에서 세분해 정합니다.
구체적으로 시행령을 보면, 대지조성·철근콘크리트·철골·조적·지붕 및 방수공사 등 건물의 구조상·안전상 하자는 5년, 건축설비·목공사·창호공사·조경공사 등 기능상·미관상 하자는 3년, 마감공사처럼 발견과 교체·보수가 비교적 쉬운 하자는 2년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이 기간은 전유부분은 구분소유자에게 인도된 날부터, 공용부분은 사용검사일(또는 사용승인일)부터 계산됩니다.
분양사가 부도난 시점과 이 존속기간은 서로 무관하게 진행된다는 점도 주의할 부분입니다. 예를 들어 입주 후 4년이 지나 마감공사 하자(2년)에 대한 존속기간이 이미 지났다면, 그 시점에 분양사가 부도가 났다고 해서 소멸했던 권리가 되살아나지는 않습니다. 반대로 방수·구조 하자처럼 기간이 긴 항목은 분양사가 사라진 뒤에도 시공사를 상대로 한 청구가 여전히 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하자 유형별 존속기간(2~5년, 주요구조부는 10년)이 지나면 시공사가 여전히 존재하더라도 더 이상 책임을 물을 수 없으므로, 인도일·사용검사일부터 기간 계산을 서두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5. 시공사에게 하자 책임을 묻는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하자 조사와 분양자 상태 확인이 끝나야 시공사를 상대로 한 청구의 방향이 정해집니다.
분양사 부도로 인한 하자 분쟁은 통상 ①건축사·하자감정 전문기관을 통한 현장조사 및 하자감정 → ②분양사와 시공사 양쪽에 하자보수를 요구하는 내용증명 발송 → ③국토교통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거나 조정이 여의치 않으면 관할 법원(사업장 소재지가 수원 지역이라면 수원지방법원)에 손해배상청구 소송 제기 → ④소송 단계에서는 대개 법원이 지정한 감정인을 통해 하자보수비를 산정하는 절차를 거쳐 판결에 이르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분양사의 부도 소식을 접했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전유부분 인도일 또는 공용부분 사용검사일을 확인해, 발견된 하자 유형별로 존속기간이 아직 남아 있는지 계산합니다.
분양사(시행사)의 법인등기부와 폐업 여부, 회생·파산절차 진행 여부를 확인해 집합건물법 제9조 제3항이 정한 요건에 해당하는지 확인합니다.
하자 부위별 사진, 기존 하자보수 요청 이력, 가능하다면 사설 감정보고서 등 증거자료를 정리해 시공사·분양자 앞으로 각각 보낼 청구 근거를 준비합니다.
이렇게 자료를 갖춘 뒤 집합건물 하자 분쟁 경험이 있는 변호사의 검토를 받으면, 조정 신청과 소송 중 어느 절차가 더 유리한지, 그리고 시공사와 분양자 중 누구를 상대로 어느 범위까지 청구할지 실질적인 전략을 세울 수 있습니다.
마치며
분양사가 부도났다는 소식을 접하면 “이제 하자보수는 물 건너갔다”는 생각에 대응 자체를 포기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시공사와는 계약을 맺은 적이 없다는 사실도 이런 체념을 부추기는 요인입니다.
하자로 피해를 본 구분소유자 입장에서는 분양사가 사라졌다고 해서 권리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점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반대로 시공사 입장에서도 도급계약 상대방이 분양사였다는 사정만으로 책임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자신이 분양자에게 이미 이행한 범위와 소멸시효 완성 여부 등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대응해야 예상치 못한 책임 확대를 막을 수 있습니다.
저는 집합건물 하자 분쟁에서 구분소유자 측 대리와 시공사·시행사 측 대리를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조문이라도 사실관계 정리와 존속기간 계산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분양사가 부도났다고 해서 하자보수를 포기하기 전에, 시공사를 상대로 무엇을 어디까지 청구할 수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분양사가 완전히 폐업했는데 시공사도 이미 다른 회사에 합병됐습니다. 그래도 책임을 물을 수 있나요?
A. 물을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사가 합병되면 존속회사 또는 신설회사가 소멸회사의 권리·의무를 포괄승계하므로, 원래 시공사가 지던 담보책임도 합병 후 회사에 그대로 이어지는 것이 원칙입니다.
Q. 분양사가 아직 부도난 것은 아니고 연락이 잘 안 될 뿐인데도 시공사에 청구할 수 있나요?
A. 어렵습니다. 집합건물법 제9조 제3항은 회생절차개시 신청, 파산 신청, 해산, 무자력 등 사유를 요건으로 하므로, 단순히 연락이 안 되는 정도로는 부족하고 폐업·부도·회생절차 진입 등 구체적 사정을 확인해야 합니다.
Q. 하자가 여러 종류인데, 존속기간이 지난 하자와 남은 하자를 같이 청구할 수 있나요?
A. 존속기간이 지난 하자 부분은 원칙적으로 청구할 수 없고, 남은 하자에 한해 청구가 가능합니다. 따라서 하자 유형별로 인도일·사용검사일부터 기간을 각각 계산해 정리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시공사가 아니라 하도급업체가 시공한 부분이라 책임이 없다고 하는데 맞나요?
A. 원칙적으로 원수급인인 시공사가 책임을 지고, 그 시공사가 책임을 질 수 없는 경우에 한해 시공을 일괄로 도급받은 자까지 책임 범위가 확대됩니다. 하도급 구조를 이유로 원수급인이 곧바로 책임을 면하는 것은 아닙니다.
Q. 하자보수 대신 손해배상을 받을 수도 있나요?
A. 가능합니다. 민법 제667조는 하자보수청구권과 함께 하자보수에 갈음한 손해배상청구권을 함께 인정하고 있고, 집합건물법 제9조가 이를 준용하므로 상황에 따라 손해배상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Q. 시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기 전에 조정 절차를 꼭 거쳐야 하나요?
A. 법적으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토교통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 조정은 비용과 시간 부담이 적어 먼저 시도해볼 만합니다. 조정이 성립하지 않으면 이후 소송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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