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나 횡령으로 고소를 당했을 때, 수사가 끝나기도 전에 사건을 정리할 길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검찰이 운영하는 형사조정 제도가 바로 그것입니다. 그러나 모든 고소사건이 형사조정에 회부되는 것은 아니고, 회부 대상에 해당하더라도 상대방이 동의하지 않거나 법이 정한 제외사유에 걸리면 절차 자체가 진행되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는 사기·횡령 고소사건이 형사조정에 회부되는 기준, 실제 절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그리고 회부될 수 없는 제외사유를 구체적으로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형사조정 회부란 — 검찰 수사단계에서 분쟁을 끝내는 제도
형사조정은 범죄피해자 보호법 제41조 제1항에 근거를 둔 제도입니다. 검사는 피의자와 범죄피해자 사이의 형사분쟁을 공정하고 원만하게 해결하여 피해자가 입은 피해를 실질적으로 회복하는 데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당사자의 신청이나 검사 직권으로 수사 중인 형사사건을 형사조정에 회부할 수 있습니다. 이때 조정을 실제로 담당하는 곳은 각급 지방검찰청과 지청에 설치된 형사조정위원회입니다. 위원회는 2명 이상의 형사조정위원으로 구성되고, 형사조정에 필요한 법적 지식과 전문성을 갖춘 사람이 관할 지방검찰청 또는 지청장의 위촉을 받아 임기 2년으로 활동합니다.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점은, 형사조정이 당사자끼리 사적으로 합의서를 주고받는 것과는 다른 절차라는 사실입니다. 형사조정은 어디까지나 수사 중인 형사사건을 대상으로 검찰이 마련한 공식 절차이고, 그 결과는 담당 검사에게 전달되어 처분을 정할 때 참고자료가 됩니다. 사기죄는 형법 제347조 제1항에 따라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무거운 범죄이고, 횡령죄 역시 같은 법 제355조 제1항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 대상입니다. 형사처벌의 무게가 이렇게 크기 때문에, 실질적인 피해회복이 이루어질 수 있다면 처벌만을 향해 절차를 끝까지 끌고 가기보다 조정을 통해 조기에 정리하는 편이 당사자 모두에게 유리한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형사조정은 사적 합의가 아니라 검찰이 운영하는 공식 절차이며, 조정 결과는 검사가 사건을 처리할 때 참고하는 자료로 쓰인다.
사기·횡령 고소사건이 형사조정 대상이 되는 이유
범죄피해자 보호법 시행령 제46조 제1호는 형사조정에 회부할 수 있는 사건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는데, 그 첫머리에 "차용금, 공사대금, 투자금 등 개인 간 금전거래로 인하여 발생한 분쟁으로서 사기, 횡령, 배임 등으로 고소된 재산범죄 사건"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지인 간에 돈을 빌려주고 받지 못해 사기로 고소한 사건, 동업 자금을 정산하지 않아 횡령으로 문제가 된 사건처럼, 애초에 개인 간의 금전거래에서 시작된 분쟁이 형사조정의 전형적인 대상입니다.
재산범죄가 유독 형사조정에 적합하다고 보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사기·횡령 고소는 대부분 처벌 자체보다 돈을 돌려받는 것이 피해자의 실질적인 관심사이기 때문입니다. 형사처벌만으로는 피해자가 잃은 돈이 저절로 돌아오지 않지만, 조정을 통해 변제계획이 확정되면 피해자는 실제로 피해를 회복할 길이 열립니다. 시행령은 이 밖에도 개인 간의 명예훼손·모욕, 경계 침범, 지식재산권 침해, 임금체불 등 사적 분쟁에 대한 고소사건(제2호), 그 밖에 조정이 분쟁 해결에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고소사건(제3호), 고소사건 외의 일반 형사사건 중 이에 준하는 사건(제4호)까지 대상 범위에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차용금·공사대금·투자금 등 개인 간 금전거래로 발생한 사기·횡령·배임 고소사건 — 시행령 제46조 제1호의 대표 유형.
동업자·지인 간 정산 분쟁, 계약금·투자원금 미반환 분쟁도 이 범위에 포함될 수 있음.
명예훼손·모욕, 경계 침범, 지식재산권 침해, 임금체불 등 사적 분쟁 고소사건(제2호).
형사조정에 회부될 수 없는 제외사유 세 가지
범죄피해자 보호법 제41조 제2항 단서는 아무리 사기·횡령 고소사건이라도 다음 세 가지 중 하나에 해당하면 형사조정에 회부해서는 안 된다고 못박고 있습니다. 첫째, 피의자가 도주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경우입니다. 조정 절차를 진행하려면 조정기일을 잡고 당사자를 여러 차례 출석시켜야 해 시간이 걸리는데, 그 사이에 도주나 증거인멸의 위험이 있다면 오히려 수사를 지연시키는 부작용만 낳기 때문입니다. 둘째, 공소시효의 완성이 임박한 경우입니다. 조정을 진행하는 도중 공소시효가 지나버리면 처벌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어 이 경우도 배제됩니다.
셋째는 실무에서 가장 자주 문제 되는 사유로, 불기소처분의 사유에 해당함이 명백한 경우입니다. 처음부터 죄가 되지 않거나 증거가 부족해 불기소로 끝날 사건이라면 굳이 조정을 거칠 실익이 없다는 취지입니다. 다만 이 셋째 사유에는 중요한 예외가 붙어 있습니다. 바로 기소유예처분의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는 제외한다는 단서입니다. 기소유예는 혐의는 인정되지만 여러 정상을 참작해 검사가 기소하지 않는 처분인데, 이 경우는 오히려 형사조정을 거쳐 피해회복이 이뤄지면 기소유예 판단에 유리한 사정으로 작용할 수 있어 제외사유에서 빠진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같은 법 시행령 제52조 제2항은 당사자 중 누구라도 형사조정절차 개시 전 조정에 동의하지 않겠다는 뜻을 명확히 밝히면 형사조정위원회가 담당 검사에게 사건을 곧바로 회송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피의자가 도주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경우.
공소시효의 완성이 임박한 경우.
불기소처분 사유에 해당함이 명백한 경우(단, 기소유예 사유에 해당하면 제외되지 않음).
당사자 중 한쪽이 조정 개시 전 동의하지 않겠다는 뜻을 명확히 밝힌 경우 — 즉시 검사에게 회송.
기소유예 사유에 해당하는 사건은 오히려 형사조정에서 제외되지 않는다 — 조정 성립이 기소유예 판단에 유리한 사정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형사조정 절차는 어떻게 진행되나 — 동의부터 조정위원회까지
형사조정을 시작하려면 무엇보다 당사자의 동의가 있어야 합니다(시행령 제52조 제1항). 신청은 피의자나 피해자 어느 쪽이 해도 되고, 검사가 직권으로 회부할 수도 있습니다. 사건이 형사조정에 회부되면 형사조정위원회는 지체 없이 조정 절차를 진행해야 하고(제43조 제2항),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조정 결과에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을 신청이나 직권으로 조정에 참여시킬 수도 있습니다(같은 조 제3항). 위원회는 당사자 사이의 공정하고 원만한 화해와 실질적인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의무가 법에 명시되어 있습니다(제43조 제1항).
실무에서는 대개 조정기일을 한두 차례 지정해 양쪽을 함께 출석시키거나 별도로 의견을 들은 뒤, 변제금액과 지급 방법을 구체적으로 정리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예를 들어 지인에게 투자금을 빌려주고 갚지 않아 사기로 고소한 사건이라면, 피의자가 조정기일에 분할 변제계획서를 제시하고 피해자가 이를 받아들이는 형태로 조정안이 만들어지는 식입니다. 조정위원은 법적 지식을 갖춘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어, 단순히 금액만 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연손해금이나 담보 제공 여부까지 함께 논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조정 성립과 불성립, 결과가 갈리는 지점
형사조정위원회는 조정기일마다 진행 과정을 서면으로 작성하고, 조정이 성립되면 그 결과도 서면으로 남깁니다(제45조 제1항). 조정 절차가 끝나면 이 서면을 붙여 사건을 회부한 검사에게 돌려보내는데(같은 조 제3항), 검사는 사건을 수사하고 처리할 때 이 형사조정 결과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같은 조 제4항 본문). 조정이 성립되고 실제로 변제까지 이루어졌다면,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와 결합해 공소권없음이나 각하, 또는 기소유예로 이어지는 경우가 실무상 많습니다.
반대로 조정이 성립되지 않았다고 해서 불리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법은 형사조정이 성립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을 피의자에게 불리하게 고려하여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제45조 제4항 단서). 조정을 시도했다가 결렬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가중 요소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다만 한 가지 예외가 있는데, 조정 과정에서 증거위조나 거짓 진술 등의 사유로 명백히 혐의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는 경우입니다. 이때는 형사조정위원회가 조정을 중단하고 담당 검사에게 사건을 회송해야 합니다(같은 조 제2항). 조정 자리가 오히려 혐의 없음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실무에서 자주 놓치는 함정 — 조정은 민사 화해와 다르다
형사조정에서 작성한 합의서를 민사소송상 화해와 같은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민사 화해는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는 집행권원이 되지만, 형사조정 성립 자체는 그런 강제집행력을 갖지 않습니다. 조정에서 정한 변제 약속을 안전하게 확보하려면, 조정과 별도로 공정증서를 작성하거나 지급명령 등 민사적 절차를 함께 준비해 두는 것이 실무상 안전합니다.
또 하나 놓치기 쉬운 부분은, 검사가 형사조정 결과를 "고려할 수 있다"고 정한 규정이 재량 규정이라는 점입니다. 조정이 성립되었다고 해서 반드시 불기소나 기소유예로 이어진다는 법적 보장은 없습니다. 조정 성립만 믿고 별도의 변호인 의견서 제출이나 정상참작 자료 준비를 소홀히 하면 예상과 다른 처분이 나올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형사조정은 수사 중인 사건만을 대상으로 하는 절차이므로 이미 공소가 제기된 이후에는 신청할 수 없습니다. 기소된 뒤에 합의를 원한다면 형사조정이 아니라 공판 단계에서 별도로 합의서를 제출하고 양형자료로 활용하는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형사조정 성립은 강제집행권원이 아니고, 검사가 조정 결과를 처분에 반영하는 것도 재량이지 의무가 아니다.
형사조정을 기소 전에 활용하는 실무 전략
피의자 입장에서는 조정 신청 시점을 가급적 수사 초기, 즉 사건이 검찰로 송치되기 전이나 송치 직후로 잡는 것이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변제계획을 구체적인 분할 스케줄과 함께 제시하고, 가능하다면 일부라도 선지급하거나 담보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조정 성립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실무에서 자주 쓰이는 방법입니다. 조정이 성립된 뒤에는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를 별도 서면으로 검사에게 제출해, 조정 결과가 처분에 명확히 반영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조정에 응할지 여부가 전적으로 자유라는 점을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조정에 동의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면 조정위원회는 즉시 사건을 검사에게 회송하므로, 원치 않는 조정에 억지로 응할 이유가 없습니다. 조정에 응하기로 했다면 원금뿐 아니라 지연손해금이나 정신적 피해까지 포함해 금액을 협상하는 것이 실익을 높이는 방법입니다. 조정안의 문구, 처벌불원 의사표시의 시점, 증거자료 정리 등은 실무적으로 세밀한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라 변호인의 조력을 받는 쪽이 조정 성립률과 이후 처분 모두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형사조정에 회부되면 무조건 처벌을 면하나요?
A. 아닙니다. 검사는 형사조정 결과를 처분을 정할 때 고려할 수 있을 뿐이고 반드시 불기소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조정이 성립되었더라도 사안의 경중에 따라 기소유예나 약식기소 등으로 처리될 수 있습니다.
Q. 상대방이 조정을 원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요?
A. 형사조정절차를 시작하려면 당사자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어느 한쪽이라도 조정에 동의하지 않겠다는 뜻을 명확히 밝히면 형사조정위원회는 담당 검사에게 사건을 즉시 회송합니다.
Q. 조정이 불성립되면 오히려 불리해지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법은 형사조정이 성립하지 않았다는 사정을 피의자에게 불리하게 고려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어, 조정을 시도했다는 사실 자체가 가중 요소로 작용하지 않습니다.
Q. 이미 기소된 사건도 형사조정을 받을 수 있나요?
A. 형사조정은 검사가 수사 중인 사건을 대상으로 하는 제도이므로 이미 공소가 제기된 이후에는 신청할 수 없습니다. 공판 단계에서 합의를 원한다면 별도의 절차를 통해 양형자료로 제출해야 합니다.
Q. 형사조정에서 작성한 합의서만으로 강제집행이 가능한가요?
A. 형사조정 성립 자체가 민사상 강제집행권원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변제 약정을 안전하게 확보하려면 공정증서 작성이나 지급명령 신청 등 별도의 민사 절차를 함께 준비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Q. 기소유예 사유에 해당하는 사건도 형사조정에서 제외되나요?
A. 아닙니다. 불기소처분 사유가 명백한 사건은 원칙적으로 형사조정에서 제외되지만, 기소유예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는 예외적으로 제외되지 않고 형사조정 대상에 그대로 남습니다.
맺음말
사기·횡령 고소사건에서 형사조정은 기소 전 단계에서 피해를 실질적으로 회복하고 사건을 정리할 수 있는 통로입니다. 다만 이 절차는 당사자의 동의가 전제되어야 하고, 도주·증거인멸 우려나 공소시효 임박, 불기소사유가 명백한 경우처럼 법이 정한 제외사유에 해당하면 아예 진행되지 않습니다. 조정이 성립하더라도 그 자체로 처벌을 면제받는 것은 아니고, 검사가 처분을 정할 때 참고하는 재량 자료라는 점을 정확히 이해한 뒤 접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원지검 관내에서 진행되는 형사조정 사건도 이와 같은 절차와 제외사유를 그대로 따릅니다. 조정 신청 시점, 변제계획의 구체성, 처벌불원 의사표시의 방식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사건 초기에 절차를 정확히 파악해 대응하시길 권합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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