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률사무소 성문 류한동 변호사입니다.
얼마 전 인천 운서초등학교에 방문하여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교폭력예방 강연을 진행하고 왔습니다.
저는 현재 인천남부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 위원으로 활동하며 매주 실제 학교폭력 사안을 심의하고 있는데요, 이번 강연에서는 그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들이 실생활에서 마주할 수 있는 사례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풀어드리려 했습니다.
법조인이 딱딱한 법 조항만 나열하기보다는, 아이들 눈높이에서 "어떤 행동이 왜 문제가 되는지"를 이해시키는 것이 예방 교육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강연에서 다룬 주요 내용을 정리해보겠습니다.
1. 학교폭력, 아이들은 왜 하게 될까?
강연은 "학교폭력을 왜 할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했습니다.
학폭위 심의를 하다 보면 가해 학생들이 밝히는 이유는 대체로 세 가지로 정리됩니다.
화가 나서
욕심이 나서
나도 모르게 / 장난으로
특히 세 번째, "나도 모르게" 혹은 "장난으로"라는 답변이 실무에서 가장 자주 등장합니다. 가해 학생 본인은 장난이라고 생각했지만 상대방은 심각한 피해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학폭위 사안의 상당수를 차지합니다. 아이들에게는 "네 기준이 아니라 상대방이 어떻게 느꼈는 지가 학교폭력 여부를 가른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2. 성폭력 - 신체 접촉과 촬영, 합성의 심각성
두 번째로 다룬 주제는 성폭력이었습니다. 실제 강연에서는 아래 네 가지 행동수칙을 중심으로 설명했습니다.
타인의 신체 함부로 만지지 않기
휴대폰으로 타인의 신체 촬영하지 않기
음란물, 음란한 말 전송하지 않기
타인의 얼굴, 신체 합성하여 영상 만들지 않기
이 중에서도 요즘 학폭위 심의에서 급격히 늘고 있는 유형이 바로 딥페이크 합성물 관련 사안입니다.
강연에서는 실제 심의 사례를 각색한 예시를 들어 설명했습니다.
D의 인스타그램 셀카 사진을 E가 다운로드하여 AI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으로 얼굴에 나체 이미지를 합성(딥페이크)하고, 이를 텔레그램 단체방에 유포하여 순식간에 학교와 학원가로 퍼진 사례
이러한 딥페이크 합성물 제작·유포는 두 단계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①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의2 제1항은 "반포등을 할 목적으로 사람의 얼굴·신체 또는 음성을 대상으로 한 촬영물·영상물 또는 음성물을 그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형태로 편집·합성 또는 가공한 자"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고(허위영상물 편집죄),
② 같은 조 제2항은 그렇게 만들어진 편집물을 반포한 자를 동일한 형으로 처벌합니다(허위영상물 반포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의2 제1항, 제2항).
D의 사진을 다운로드해 나체 이미지로 합성한 행위는 제1항의 편집죄,
이를 텔레그램 단체방에 유포한 행위는 제2항의 반포죄에 각 해당할 수 있습니다.
이때 실무상 유의할 점이 하나 있습니다. 합성 대상이 된 D가 미성년자라 하더라도, 실존하는 아동·청소년의 얼굴 사진에 성인의 나체 이미지를 합성한 경우가 곧바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아동·청소년성착취물' 제작죄로 의율되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 하급심은 이러한 얼굴 합성만으로는 아동·청소년의 신체가 물리적으로 실제 성적 행위의 대상으로 이용된 것이 아니어서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확장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고 판시하며, 이러한 딥페이크 행위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의2가 별도로 규율하고 있어 처벌의 공백도 없다고 보았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25노1449 판결, 청주지방법원 2024고합438 판결,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24고합370 판결).
즉, D의 사례처럼 얼굴 합성 방식의 딥페이크는 원칙적으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의2가 적용되는 사안으로 파악하는 것이 현재 하급심의 주된 흐름입니다.
한편 E가 만 14세 미만의 형사미성년자라면 위 죄로 형사처벌되지는 않지만, 만 10세 이상이라면 소년보호사건 대상이 될 수 있고 학폭위 조치의 대상도 됩니다(이 점은 4.항에서 다시 설명드립니다). 무엇보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하나로 손쉽게 합성이 가능해지면서, "장난"으로 시작한 일이 피해 학생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는 점을 아이들에게 꼭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3. 언어폭력 - 온라인 공간도 예외는 아니다
세 번째는 언어폭력입니다.
친구에게 예쁜 말만 사용하기
패드립 하지 않기
카카오톡, 인스타 DM으로 욕하지 않기
학폭위 심의 실무에서 언어폭력·사이버폭력은 신체적 폭력 못지않게, 오히려 그 이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특히 카카오톡이나 SNS 다이렉트 메시지는 "기록이 남지 않는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는 캡처와 로그 형태로 명확한 증거가 되어 학폭위 심의 과정에서 그대로 제출됩니다.
온라인 공간에서의 언행 역시 학교폭력예방법상 규율 대상이라는 점을 반복해서 강조했습니다.
4. 형사미성년자 규정 - "만 14세 미만은 처벌 받지 않는다"의 진짜 의미
(1) 촉법소년(형사미성년자)에 관하여
강연 후반부에는 형법 제9조(형사미성년자)를 소개했습니다.
14세가 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아이들 사이에서는 "촉법소년"으로 알려진 이 내용이 "만 14세 미만이면 무슨 짓을 해도 괜찮다"는 식으로 잘못 알려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는 정확한 이해가 아닙니다.
형사처벌(전과)의 대상이 되지 않을 뿐, 만 10세 이상이라면 소년법상 보호처분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형사미성년자 여부와 무관하게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른 학폭위 조치(서면사과, 접촉금지, 출석정지, 전학 등)는 그대로 적용됩니다.
(2)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
형사책임 외에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 역시 나이와 무관하게 발생할 수 있는데, 그 법적 근거는 가해 학생에게 '책임능력'이 있는지에 따라 나뉩니다.
①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미성년자가 자신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변식할 지능(책임능력)이 없는 경우에는 민법 제755조가 적용되어, 그 감독의무자인 부모가 자신의 감독 의무를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점을 스스로 입증하지 못하는 한 손해배상 책임을 면할 수 없습니다.
② 반면 가해 학생에게 책임능력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학생 스스로 민법 제750조에 따라 불법행위 책임을 지게 되고, 부모는 별도로 감독의무 위반과 손해 사이에 상당 인과관계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민법 제750조에 따른 일반불법행위자로서 책임을 지는데, 이때 그 상당인과관계는 피해자 측이 입증해야 합니다(대법원 93다13605 판결, 대법원 97다49404 판결, 대법원 2020다240021 판결).
책임능력의 유무는 나이만으로 획일적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개별 학생의 지능·발육·환경 등을 종합하여 판단됩니다. 예컨대 초등학교 6학년으로 만 11세 11개월이었던 가해 학생에 대하여 "행위의 책임을 변식할 지능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아 책임능력을 인정하면서도, 그 부모에게는 자녀가 다른 학생에게 신체적 폭력을 행사하지 않도록 교육·지도할 감독의무를 게을리한 과실을 별도로 인정하여 민법 제750조에 따른 책임을 지운 하급심 판결도 있습니다(창원지방법원 밀양지원 2018가단13655 판결).
반대로 초등학생의 학습 수준 등에 비추어 가해학생에게 책임을 변식할 지능이 없었다고 보아 민법 제755조의 감독자 책임을 인정한 사례도 있습니다(춘천지방법원 2018가단57878 판결).
즉 "초등학생이니 책임능력이 없다" 또는 "만 14세 미만이니 무조건 부모에게 책임이 돌아간다"는 식으로 단순화할 것이 아니라, 개별 사안에서 그 학생의 나이·지능·환경 등을 살펴 어느 조문(민법 제755조 또는 제750조)이 적용되는지가 갈리고, 그에 따라 입증책임의 소재도 달라진다는 점이 정확한 설명입니다.
다만 어느 경우든 결론적으로 "나이와 무관하게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할 수 있고, 부모에게 책임이 귀속될 수 있다"는 점 자체는 달라지지 않으므로, 아이들에게 전달한 메시지의 본질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처벌받지 않는다"는 문구만 보고 안일하게 생각할 것이 아니라, 나이와 무관하게 본인의 행동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는 점을 명확히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강연을 마치며
이번 운서초등학교 강연을 준비하면서 다시 한번 느낀 것은, 학교폭력 예방은 결국 아이들이 "이게 왜 문제인지"를 스스로 이해할 때 가장 효과적이라는 점입니다. 법 조항을 그대로 읽어주는 것보다, 실제 학폭위 심의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마주하는 사례를 아이들의 언어로 풀어 설명하는 것이 훨씬 와닿는다는 것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인천남부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위원으로서 매주 실제 사안을 심의하고 있고, 학교폭력·소년보호사건과 관련한 자문 및 대리 업무를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학교폭력 사안에 연루되어 학폭위 대응, 소년보호재판, 형사고소, 행정심판(불복) 등에 대한 자문이 필요하신 학부모님, 관련 기관 관계자분들께서는 언제든 편하게 상담 문의 주시기 바랍니다.
앞으로도 학교 현장을 직접 찾아 아이들과 소통하는 예방 교육을 꾸준히 이어가겠습니다.
법률사무소 성문 류한동 변호사
인천지방변호사회 소속 / 변호사시험 10회
인천광역시교육청 학교폭력 법률지원단
인천남부교육지원청 학교폭력심의위원
부천교육지원청 학교폭력위원
인천지방검찰청 형사조정위원
대법원·인천지방법원 국선변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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