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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심판에서 지면 행정소송으로 또 다툴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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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심판에서 지면 행정소송으로 또 다툴 수 있나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음주운전 등을 이유로 운전면허가 취소된 뒤 행정심판을 청구했다가 기각재결을 받고, 이제 더는 다툴 방법이 없다고 낙담한 채 상담을 요청하시는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상당수는 “행정심판까지 해봤으니 할 만큼 했다”, “여기서 기각됐으면 그걸로 끝난 것 아니냐”는 생각으로 취소처분을 그대로 받아들이려 하십니다. 그런데 막상 결격기간이 끝나기만 기다리다 뒤늦게 상담을 오시면, 이미 행정소송을 낼 수 있는 제소기간마저 지나버린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행정심판 재결이 있었다고 해서 법원이 원처분의 위법성 판단을 그 재결 내용에 구속받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거듭 확인하고 있습니다. 재결에서 진 것과 소송에서 지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아래에서는 운전면허 취소처분에 대한 행정심판에서 기각재결을 받은 이후에도 행정소송으로 다시 다툴 수 있는지, 그 근거와 절차·기한은 어떻게 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행정심판에서 기각재결을 받았다고 사건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은 서로 다른 절차이고, 재결은 오히려 행정소송으로 가기 위한 관문에 가깝습니다.

행정심판법에 따른 행정심판은 정식 소송보다 간이하고 신속하게 처분의 위법·부당 여부를 다투는 절차입니다. 행정소송법 제18조 제1항은 원칙적으로 행정심판을 거치지 않고도 곧바로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임의적 전치주의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원칙에는 중요한 예외가 있습니다. 개별 법률이 특별히 행정심판을 거치도록 정한 경우에는 그 법률이 우선하고, 운전면허 취소·정지처분이 바로 그 예외에 해당합니다. 즉 행정심판을 거쳤다는 사실 자체가 소송으로 가기 위한 요건이지, 행정심판에서 이겼는지 졌는지는 소송을 낼 수 있는지 여부와는 무관합니다.

따라서 행정심판에서 기각재결을 받았다는 것은 사건이 끝났다는 의미가 아니라, 오히려 법원에 판단을 구할 수 있는 자격을 비로소 갖췄다는 의미로 이해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행정심판 기각재결은 사건의 종착점이 아니라, 행정소송이라는 다음 절차로 넘어가기 위한 관문입니다.


2. 운전면허 취소·정지처분은 행정심판을 거쳐야만 행정소송을 낼 수 있습니다

도로교통법 제142조가 정한 필요적 전치주의를 건너뛰면 소송 자체가 각하됩니다.

도로교통법 제142조는 이 법에 따른 처분에 대한 행정소송은 행정심판의 재결을 거치지 아니하면 제기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운전면허 취소·정지처분이 바로 이 조항의 적용을 받습니다.

구체적인 절차는 두 갈래입니다. 처분을 받은 날부터 60일 이내에 시·도경찰청장에게 이의신청을 할 수 있고(도로교통법 제94조 제1항), 이 이의신청과 별개로 언제든 행정심판법에 따른 행정심판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의신청을 했다면 그 결과를 통보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행정심판을 청구하면 됩니다(같은 조 제3항).

실무에서 자주 발생하는 실수는 이의신청 결과만 받아 보고 곧바로 법원에 소송을 내는 경우입니다. 이의신청은 행정심판이 아니므로, 이의신청만 거치고 행정심판 재결 없이 낸 취소소송은 전심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취급되어 각하될 수 있습니다.

운전면허 취소·정지처분은 행정심판 재결을 받아야만 비로소 법원 문턱을 넘을 수 있는 사안입니다.


3. 재결에서 졌더라도, 법원은 원처분의 재량권 남용 여부를 처음부터 다시 판단합니다

행정소송의 대상은 원칙적으로 재결이 아니라 원래의 취소처분 그 자체입니다.

행정소송법 제19조는 취소소송의 대상을 처분등으로 정하면서, 재결 자체를 다투는 것은 재결 자체에 고유한 위법이 있는 경우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원처분주의라고 부릅니다.

행정소송법 제19조에서 말하는 ‘재결 자체에 고유한 위법’이란 그 재결 자체에 주체, 절차, 형식 또는 내용상의 위법이 있는 경우를 의미하고, 행정심판청구가 부적법하지 않음에도 각하한 재결은 심판청구인의 실체심리를 받을 권리를 박탈한 것으로서 원처분에 없는 고유한 하자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대법원 2025. 2. 13. 선고 2023두46777 판결).

즉 대부분의 사건에서 법원이 실제로 심리하는 대상은 재결이 아니라 처음의 운전면허 취소처분입니다. 법원은 행정심판위원회의 판단에 구속되지 않고, 그 취소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는지를 독자적으로 다시 살펴봅니다. 또 다른 대법원 판례(대법원 1987. 9. 8. 선고 87누373 판결)도 위반행위와 처분 사이에 시간이 지나치게 벌어져 상대방의 신뢰이익을 크게 해치는 경우 재량권 남용을 인정한 바 있어, 행정심판 재결 이후에도 다툴 여지가 폭넓게 남아 있음을 보여줍니다.

행정심판 재결이 있었더라도, 법원은 원처분 자체의 재량권 남용 여부를 처음부터 다시 판단합니다.


4. 취소 사유와 재범 여부에 따라 처분 수위와 결격기간이 달라지고, 형사처벌은 별도로 진행됩니다

단순 음주운전과 재범·측정거부는 처분의 강제성부터 다르고, 재범이면 결격기간도 늘어납니다.

도로교통법 제93조 제1항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한 경우(제1호), 음주운전으로 정지 사유에 해당된 사람이 다시 음주운전을 한 경우(제2호), 경찰공무원의 측정에 응하지 않은 경우(제3호)를 각각 취소·정지 사유로 규정하면서, 제2호와 제3호에 해당하면 재량이 아니라 반드시 취소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재범인지 여부는 결격기간에도 그대로 영향을 미칩니다. 도로교통법 제82조 제2항 제6호 가목에 따르면 음주운전을 2회 이상 위반해 면허가 취소된 경우 결격기간은 취소일로부터 2년으로, 일반적인 1년보다 늘어납니다.

행정처분과 별개로 형사처벌도 함께 진행됩니다.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3항은 혈중알코올농도 0.2퍼센트 이상이면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상 2천만원 이하의 벌금, 0.08퍼센트 이상 0.2퍼센트 미만이면 1년 이상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1천만원 이하의 벌금, 0.03퍼센트 이상 0.08퍼센트 미만이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형사재판에서 벌금형이나 선고유예를 받았다고 해서 행정처분인 면허취소까지 자동으로 취소되는 것은 아닙니다. 두 절차는 목적과 판단 기관이 다른 별개의 절차이므로, 행정소송은 형사사건의 결과와 무관하게 별도로 준비해야 합니다.


5. 이의신청부터 행정소송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재결서를 받은 날짜를 놓치면, 그 이후에는 아무리 사정이 억울해도 다툴 방법이 없습니다.

운전면허 취소처분에 대한 불복은 통상 ①관할 시·도경찰청(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를 거쳐 통보) 처분 통지 → ②행정심판(중앙행정심판위원회, 필요하면 이의신청 병행) → ③재결에도 불복 시 관할 법원(수원 지역 사건이라면 수원지방법원) 취소소송 제기 → ④필요시 항소심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행정소송법 제20조에 따라 취소소송은 재결서의 정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제기해야 하고, 처분이 있은 날부터 1년이 지나면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제기할 수 없습니다. 이 기간은 불변기간이라 법원이 재량으로 늘려주지 않습니다.

또한 취소소송을 제기해도 처분의 효력이 당연히 멈추는 것은 아닙니다(행정소송법 제23조 제1항). 소송 중에도 운전이 필요하다면 별도로 집행정지를 신청해 인용 결정을 받아야 합니다.

행정심판 재결을 받은 뒤에는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챙기는 것이 좋습니다.

  1. 재결서 정본을 받은 날짜를 정확히 확인합니다. 이 날짜가 90일 제소기간의 기산점이 됩니다.

  2. 원처분통지서, 이의신청 결과통보서(있는 경우), 행정심판 재결서 등 관련 서류 일체를 모두 확보합니다.

  3. 생업상 즉시 운전이 필요한 사정이 있다면 취소소송 제기와 동시에 집행정지 신청 여부를 검토합니다.

이렇게 정리한 자료를 바탕으로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를 다투는 취소소송을 준비한다면, 행정심판 단계에서 충분히 다루지 못한 주장도 다시 펼쳐볼 수 있습니다.


마치며

운전면허 취소처분에 대한 행정심판에서 기각재결을 받으면, “여기서 졌으니 끝났다”는 생각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생계 때문에 당장 운전이 필요한 분 입장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다음 절차를 준비하는 것이 급합니다. 반대로 이미 여러 차례 적발된 이력이 있는 분이라도, 처분 과정에 절차적 하자나 재량권 남용의 소지가 있다면 그 부분만큼은 여전히 다툴 권리가 있습니다.

저는 운전면허 취소 행정심판부터 행정소송까지, 초기 대응 단계에서부터 법원 판단을 받는 단계까지 다수의 사건을 다뤄온 변호사로서, 재결서 한 장의 기재 내용에 따라 이후 소송의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재결서를 받은 그 순간부터 90일이라는 시간은 이미 흐르고 있습니다. 남은 기간이 짧을수록,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행정심판에서 기각재결을 받으면 취소처분이 그대로 확정되나요?

A. 아니요. 재결서 정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행정소송을 제기하면 법원에서 원처분의 위법 여부를 다시 판단받을 수 있습니다.

Q. 행정심판을 거치지 않고 바로 행정소송을 낼 수는 없나요?

A. 운전면허 취소·정지처분은 도로교통법 제142조에 따라 행정심판 재결을 거치지 않으면 소송 자체를 제기할 수 없고, 거치지 않고 낸 소송은 각하됩니다.

Q. 이의신청과 행정심판을 둘 다 해야 하나요?

A. 둘 중 하나만 거쳐도 되지만, 소송으로 가려면 반드시 행정심판 재결이 있어야 합니다. 이의신청 결과를 통보받았다면 그날부터 90일 이내에 행정심판을 청구하면 됩니다.

Q. 제소기간을 넘기면 어떻게 되나요?

A. 재결서 정본 송달일로부터 90일, 처분일로부터 1년이 지나면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소송 자체가 각하됩니다. 이 기간은 불변기간이라 법원도 늘려주지 않습니다.

Q. 소송을 내면 그동안 운전을 할 수 있나요?

A. 소송 제기만으로는 처분의 효력이 멈추지 않습니다.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할 긴급한 필요가 있다는 점을 소명해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되어야 소송 중 운전이 가능합니다.

Q. 형사재판에서 벌금형을 받으면 면허취소도 취소되나요?

A. 아닙니다. 형사처벌과 행정처분인 면허취소는 별개 절차이므로, 형사사건 결과와 무관하게 행정소송으로 별도로 다퉈야 합니다.

Q. 변호사는 어느 단계부터 선임하는 것이 좋을까요?

A. 이의신청이나 행정심판 단계부터 자료를 정리해두면 이후 행정소송에서 재량권 남용을 주장할 때 훨씬 유리합니다. 재결서를 받은 직후가 가장 좋은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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