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현역병 입영통지서를 받고도 개인적인 사정이나 신념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한 뒤, 병역법위반으로 기소되자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며 무죄를 다투는 사건이 늘고 있습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이유가 있으니 나중에 소명하면 되겠지”, “신념 때문에 못 나간 건데 설마 처벌까지 하겠어”라는 생각으로 입영일을 그냥 넘기는 분들을 자주 만납니다. 그런데 막상 지방병무청의 고발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되면, 본인이 생각한 ‘이유’가 법이 말하는 정당한 사유와 전혀 다른 기준으로 판단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를 구성요건 자체를 조각하는 엄격한 예외 사유로 취급하면서도,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로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그 예외에 포함시킬 수 있는 길을 열었습니다. 다만 그 인정 기준은 지금도 매우 까다롭습니다.
아래에서는 입영을 거부한 경우 어떤 사정이 병역법상 정당한 사유로 인정되는지, 그리고 실제로 무죄를 다투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입영 거부는 원칙적으로 3년 이하 징역의 처벌 대상입니다
정당한 사유가 없는 입영 거부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구성요건을 그대로 충족합니다.
병역법 제88조 제1항은 현역입영 통지서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일부터 3일이 지나도 입영하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처벌 대상은 ‘입영일 당일’이 아니라 ‘입영일부터 3일이 지난 시점까지 입영하지 않은 상태’이므로, 입영일을 넘겼더라도 3일 안에 입영하거나 지연 사유를 신고하면 처벌을 피할 여지가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3일이 지나도록 입영하지 않았다면, 그다음부터는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지가 유죄와 무죄를 가르는 유일한 쟁점이 됩니다. 대법원은 이 정당한 사유를 범죄 성립 자체를 막는 구성요건해당성 조각사유로 보고 있어,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면 애초에 범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정당한 사유’가 법에 구체적으로 열거되어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대법원도 이를 법관이 개별 사안마다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불확정개념이라고 밝히고 있어, 겉보기에 비슷한 사정이라도 사건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면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구성요건 자체가 충족되지 않아 무죄가 됩니다.
2. 질병·재난 같은 객관적 사정만 정당한 사유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과거 대법원은 정당한 사유를 본인 책임으로 돌릴 수 없는 객관적 사정으로만 한정했습니다.
2018년 판례가 바뀌기 전까지 대법원은 정당한 사유를 매우 좁게 해석했습니다. 질병, 재난처럼 병역의무자 본인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는 객관적 사정만 정당한 사유로 인정하고, 개인적 신념이나 가치관 같은 주관적 사정은 아예 고려 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정당한 사유는 병무청장 등의 결정으로 구체화된 병역의무의 불이행을 정당화할 만한 사유, 즉 질병 등 병역의무 불이행자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는 사유에 한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4. 7. 15. 선고 2004도2965 전원합의체 판결).
실제로 병역법 시행령은 지금도 천재지변, 교통 두절, 통지서 송달의 지연 등 부득이한 사유로 입영일을 지키지 못한 경우 입영일부터 3일 이내에 지연입영 신고를 하고 입영하면 되는 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이런 사정은 지금도 정당한 사유의 대표적인 예로 인정됩니다.
하지만 이런 객관적 사정만으로 정당한 사유의 범위를 한정하면, 종교적·윤리적 신념 때문에 도저히 집총이나 군사훈련을 받을 수 없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은 구제받을 방법이 없었습니다. 실제로 매년 평균 약 600명 내외의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형사처벌을 받는 상황이 반복됐습니다.
2018년 이전에는 질병·재난 같은 객관적 사정만 정당한 사유로 인정되고,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는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3.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도 이제는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해야 한다는 엄격한 심사를 통과해야 합니다.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기존 판례를 뒤집고,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라면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라면, 이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대법원 2018. 11. 1. 선고 2016도10912 전원합의체 판결).
다만 아무 신념이나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여기서 말하는 양심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해야 한다고 못박았습니다. 깊다는 것은 그 신념이 삶의 일부가 아니라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고, 확고하다는 것은 상황에 따라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는 뜻이며, 진실하다는 것은 거짓 없이 상황에 따라 타협적이지 않다는 뜻입니다.
이 신념의 부존재를 증명할 책임은 원칙적으로 검사에게 있지만, 병역거부자 스스로도 신념이 형성된 경위, 종교라면 그 교리와 실제 신앙생활, 그동안의 삶에서 신념이 어떻게 드러났는지를 뒷받침할 소명자료를 제시해야 합니다. 최근에는 특정 종교가 아닌 개인적 신념(비폭력주의·반전주의 등)에 따른 병역거부에 대해서도 정당한 사유가 인정된 사례(대법원 2021. 6. 24. 선고 2020도17564 판결)가 나오면서, 신념의 종류보다 그 진정성 자체가 핵심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가 정당한 사유로 인정되려면, 그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하다는 점을 구체적인 자료로 뒷받침해야 합니다.
4.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지 않으면 초범이라도 실형 선고가 드물지 않습니다
병역법 제88조 제1항은 벌금형 없이 징역형만 규정하고 있어 처벌 수위가 낮지 않습니다.
병역법 제88조 제1항은 다른 형벌 규정과 달리 벌금형 없이 3년 이하의 징역만 규정하고 있습니다.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지 않으면 벌금으로 마무리되는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했다가 정당한 사유를 인정받지 못한 사건에서는 병역법 시행령이 정한 전시근로역 편입 기준에 맞춰 통상 1년 6개월 이상의 징역형이 선고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병역 이행을 강제하는 규정의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이유로, 초범이라 해도 집행유예보다 실형이 선고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반대로 대체역 심사위원회에 편입신청을 해 인용 결정을 받으면, 형사처벌 절차로 나아가지 않고 대체복무요원으로 소집됩니다. 다만 위원회는 신청을 받은 날부터 90일 이내(부득이한 사유가 있으면 60일 범위에서 연장)에 인용·기각·각하를 결정하므로,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입영이 연기될 뿐 사건이 곧바로 종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5. 정당한 사유 소명은 고발부터 재판까지 이 순서로 다투게 됩니다
수사 초기에 자료를 정리해두는지가 무죄 여부를 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입영기피 사건은 통상 ①지방병무청이 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에 고발장을 접수하며 시작되고, ②피의자 조사에서 입영을 거부한 구체적 경위와 사유를 진술하며, ③검찰(수원지방검찰청)로 송치되어 기소 여부가 결정되고, ④기소되면 법원(수원지방법원)의 재판에서 비로소 정당한 사유 인정 여부가 다뤄지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신념을 이유로 정당한 사유를 주장하려 한다면, 입영일 또는 소집일 5일 전까지 대체역 심사위원회에 편입신청을 해 두었는지도 중요한 사정이 됩니다. 신청 없이 입영일을 넘긴 경우라도 신념의 진정성 자체는 다툴 수 있지만, 사전에 신청한 이력이 있는 경우보다 소명이 더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입영을 거부하게 된 사정이 있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입영을 거부한 시점에 실제로 있었던 사정(진단서·사고확인서, 신념이 형성된 시기와 경위 등)을 시간순으로 정리합니다.
대체역 심사위원회에 편입신청을 했는지, 했다면 그 결정(인용·기각·각하) 내용을 확인합니다.
신념에 따른 거부라면 그 신념이 삶 전반에서 어떻게 드러났는지 보여줄 자료(관련 활동 이력, 상담·진료 기록, 주변인 진술 등)를 준비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병역법위반 사건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가 인정될 가능성을 미리 가늠하고 수사·재판 단계별 대응 전략을 세울 수 있습니다.
마치며
입영을 거부한 분들 상당수는 “이유가 있으니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시간을 보내다가, 지방병무청의 고발로 경찰 조사 통보를 받고 나서야 다급하게 변호사를 찾습니다.
진정한 신념 때문에 입영을 거부한 쪽이라면, 그 신념이 언제 어떻게 형성됐는지, 그동안의 삶에서 어떻게 드러났는지를 구체적인 자료로 보여주는 것이 먼저입니다. 신념의 존재만 주장해서는 깊고 확고하며 진실하다는 점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질병이나 사고 같은 불가피한 사정으로 입영일을 넘긴 쪽도 마냥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지연입영 신고를 제때 하지 않았거나 3일이라는 기한을 넘겼다면, 그 사정을 뒷받침할 자료를 별도로 갖추지 않는 한 정당한 사유로 인정받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 사건과 질병·사고 등 개인적 사정으로 인한 입영 지연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정당한 사유’라는 문구도 사안에 따라 전혀 다르게 판단된다는 것을 여러 번 확인해 왔습니다.
입영 거부로 이미 통지를 받았거나 조사를 앞두고 있다면, 정당한 사유를 어떻게 소명할지부터 정리해야 합니다.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입영을 거부하면 무조건 처벌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병역법 제88조 제1항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경우에만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어,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면 애초에 범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다만 정당한 사유로 인정되는 범위가 매우 좁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Q. 종교가 아니라 개인적인 신념 때문에 입영을 거부해도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대법원은 여호와의 증인 같은 특정 종교 신도가 아니더라도, 비폭력주의·반전주의 같은 개인적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하다면 정당한 사유로 인정될 수 있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21. 6. 24. 선고 2020도17564 판결).
Q. 갑작스러운 사고나 입원으로 입영일에 맞춰 가지 못했습니다. 이것도 정당한 사유인가요?
A. 네, 대표적인 정당한 사유입니다. 병역법 시행령은 천재지변·교통 두절·질병 등 부득이한 사유가 있으면 입영일부터 3일 이내에 지연입영 신고를 하고 입영하면 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3일을 넘기면 별도로 정당한 사유를 다퉈야 합니다.
Q. 대체역 심사위원회에 신청만 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신청 자체만으로 처벌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지만, 위원회의 결정이 있을 때까지 징집·소집이 연기되고, 인용 결정을 받으면 대체복무요원으로 편입되어 형사처벌 절차로 나아가지 않습니다. 다만 이미 한 번 신청해 결정을 받은 뒤 다시 신청하면 원칙적으로 연기 없이 각하되므로, 신청은 신중하게 준비해야 합니다.
Q. 이미 기소된 뒤에 정당한 사유를 주장해도 늦지 않나요?
A. 늦지 않습니다.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사실은 검사가 증명해야 하는 범죄구성요건이므로, 재판 단계에서도 얼마든지 다툴 수 있습니다. 다만 신념이나 사정을 뒷받침하는 소명자료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법원을 설득할 수 있습니다.
Q. 초범이면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나요?
A. 사안마다 다릅니다. 병역법 제88조 제1항은 벌금형 없이 징역형만 규정하고 있고,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지 않은 사건에서는 초범이라도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정당한 사유 인정 여부를 먼저 다투는 것이 처벌 수위를 낮추는 데도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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