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음주운전으로 사람이 사망하는 사고가 잇따라 보도되면서, 검색창에는 “유족과 합의만 하면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는지”를 묻는 글이 부쩍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가해 운전자분들 중 상당수는 “유족과 합의만 끝내면 집행유예로 나올 수 있다”는 생각으로 사고 직후부터 합의금부터 준비합니다. 그런데 막상 합의서를 법원에 제출하고 나서도 재판부가 실형을 선고하면, “합의까지 했는데 왜 안 되느냐”며 당혹스러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법원은 유족과의 합의나 처벌불원 의사표시를 양형에서 참작할 사정으로만 취급할 뿐, 기소나 처벌 자체를 막는 사유로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사망한 사고인 만큼, 유족 개인의 의사만으로 국가의 형벌권 행사를 되돌릴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아래에서는 음주 사망사고에서 유족과의 합의가 실제로 어떤 법적 효력을 갖는지, 그리고 집행유예를 받으려면 무엇이 함께 갖춰져야 하는지 현재 법령과 양형기준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유족과 합의해도 위험운전치사죄의 처벌 자체는 막을 수 없습니다
합의는 기소 여부를 좌우하는 합의가 아니라, 형량을 정할 때 고려되는 사정일 뿐입니다.
교통사고로 사람을 다치게 한 경우에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에 따라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 특례가 적용됩니다. 그런데 이 특례는 애초에 업무상과실치상죄·중과실치상죄, 즉 사람이 다친 경우에만 적용되고, 사람이 사망한 사고는 처음부터 이 특례의 대상이 아닙니다.
게다가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는 같은 조항 단서 제8호에 따라 애당초 특례 자체가 적용되지 않는 예외 사유로 명시되어 있습니다. 즉 음주 사망사고는 “다친 사고가 아니라서” 그리고 “음주운전이라서”라는 두 가지 이유로 처음부터 합의로 공소를 막을 수 있는 유형이 아닙니다.
위험운전치사죄는 친고죄도 반의사불벌죄도 아닌, 국가가 직접 소추하고 처벌하는 범죄입니다. 유족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합의서나 탄원서를 제출하더라도, 그 문서는 검사의 기소 여부나 법원의 유무죄 판단 자체를 좌우하지 못합니다. 다만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 즉 양형 자료로 반영될 뿐입니다.
유족과의 합의는 기소를 막는 열쇠가 아니라, 형량을 정하는 저울 위에 올라가는 하나의 추일 뿐입니다.
2. 위험운전치사죄는 법정형이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으로 매우 무겁습니다
음주운전죄까지 별도로 처벌되기 때문에 실제 선고형은 더 늘어날 수 있습니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11 제1항은 음주 또는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자동차를 운전하여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사람을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상해에 그친 경우(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보다 형량 하한이 훨씬 높게 설정되어 있는 이유입니다.
여기에 더해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는 음주운전 자체를 별도로 처벌합니다. 혈중알코올농도 0.2퍼센트 이상이면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상 2천만원 이하의 벌금, 0.08퍼센트 이상 0.2퍼센트 미만이면 1년 이상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실무에서 자주 오해하는 지점은 “치사 혐의로 처벌받으니 음주운전 부분은 흡수되는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고 있습니다.
음주로 인한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사상)죄와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죄는 입법 취지와 보호법익 및 적용영역을 달리하는 별개의 범죄이므로, 양 죄가 모두 성립하는 경우 두 죄는 실체적 경합관계에 있다(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8도7143 판결).
두 죄가 실체적 경합관계에 있다는 것은 각 죄의 형이 별도로 정해진 뒤 형법 제38조에 따라 합산·가중되어 하나의 형으로 선고된다는 의미입니다. 결국 위험운전치사죄 하나만 놓고 형량을 예상해서는 안 되고, 음주운전죄가 더해진 전체 형량을 기준으로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위험운전치사죄와 음주운전죄는 별개의 죄로 합산되므로, 실제 선고형은 특가법 조문 하나만 볼 때보다 무거워질 수 있습니다.
3. 합의는 감경 요소일 뿐, 집행유예를 자동으로 보장하지 않습니다
집행유예를 받으려면 선고형 자체가 3년 이하로 내려가야 합니다.
형법 제62조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를 선고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을 때 1년 이상 5년 이하의 기간 형의 집행을 유예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즉 아무리 정상이 참작되더라도, 법원이 선고하는 형 자체가 3년을 넘으면 집행유예는 애초에 선택지가 되지 못합니다.
그런데 위험운전치사죄의 법정형은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입니다. 이 상태에서 집행유예를 받으려면 형법 제53조의 정상참작감경을 거쳐 법정형의 하한인 3년을 낮출 수 있는 사유, 즉 재판부가 형을 감경할 만하다고 인정할 사정이 먼저 갖춰져야 합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교통범죄 양형기준(2026. 7. 1. 시행)은 위험운전 치사(2유형)의 권고 형량범위를 감경영역 1년 6월~3년, 기본영역 2년~5년, 가중영역 4년~8년으로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처벌불원 또는 실질적 피해 회복”은 이 표에서 감경영역으로 이끄는 특별양형인자, 즉 비중이 큰 감경 사유로 명시되어 있습니다.
정리하면 유족과의 합의는 재판부가 감경영역, 나아가 그 안에서도 낮은 쪽 형량을 선택하도록 이끄는 유력한 사정입니다. 다만 감경영역 안에서도 선고형이 3년을 넘어가면 집행유예는 여전히 불가능하고, 3년 이하로 선고되어야만 비로소 형법 제62조가 정한 요건을 충족합니다.
합의는 감경영역으로 가는 문을 열어줄 뿐, 그 문을 지나 3년 이하까지 내려가는 것은 다른 사정들이 함께 갖춰져야 가능합니다.
4. 혈중알코올농도, 도주 여부, 전과가 함께 형량을 결정합니다
합의 하나만으로는 부족하고, 사고 전반의 사정이 종합적으로 평가됩니다.
양형기준은 감경요소로 피해자에게도 사고 발생·확대에 상당한 과실이 있는 경우, 심신미약(본인 책임 없음), 처벌불원 또는 실질적 피해 회복을, 가중요소로 중상해가 발생한 경우, 동종 누범,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위반범죄를 포함한 동종 전과를 각각 들고 있습니다.
여기에 자동차종합보험 가입 여부, 진지한 반성, 형사처벌 전력 유무, 상당한 피해 회복 같은 일반양형인자도 함께 반영됩니다. 반면 범행 후 증거를 없애려 하거나 도주를 시도한 정황, 10년 이내 동종 전과가 있는 경우는 가중요소로 작용해 감경영역 진입 자체를 막을 수 있습니다.
특히 혈중알코올농도가 0.2퍼센트 이상으로 매우 높았거나, 사고 직후 구호조치 없이 현장을 이탈한 정황이 있다면 유족과 합의를 마쳤더라도 가중영역(4년~8년)으로 판단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결국 합의는 여러 감경 사정 중 하나일 뿐이고, 나머지 사정이 불리하면 그 효과가 상쇄될 수 있습니다.
5. 사고 직후 조치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초기에 확보한 자료가 감경영역 진입 여부를 좌우합니다.
음주 사망사고는 대개 고소를 기다리지 않고 사고 현장에서 곧바로 수사가 시작됩니다. 통상 ①사고 현장 음주측정과 함께 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입건 → ②피의자 조사 및 구속영장 청구 여부 판단 → ③검찰(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기소 여부 결정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법정형에 비추어 통상 합의부)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법정형 하한이 3년 이상인 중한 범죄이므로 수사 단계에서부터 구속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사고를 낸 쪽이든, 사망한 피해자의 유족이든, 초기에 무엇을 확인하느냐에 따라 이후 대응의 방향이 크게 달라집니다.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측정 결과지와 주취운전자 정황진술보고서를 확보합니다.
블랙박스·CCTV 영상으로 사고 경위(신호 위반·중앙선 침범 등 다른 중과실 요소 유무, 피해자 측 과실 여부)를 확인합니다.
유족과의 합의 진행 상황(처벌불원서 제출 여부, 배상 범위, 합의 시점)을 정리해 변호인과 함께 양형 자료로 준비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형사 변호에 경험이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구속 여부와 최종 형량 모두에서 실질적인 방어를 준비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음주 사망사고는 사고 직후부터 형사처벌에 대한 두려움과 유족에 대한 죄책감이 뒤섞이면서, 정작 필요한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해 운전자 입장에서는 무작정 합의금부터 준비하기보다, 감경영역에 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사정이 무엇인지 먼저 파악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반대로 사망한 피해자의 유족 입장에서도 합의서에 서명하기 전에 그 합의가 형사 절차에서 정확히 어떤 효력을 갖는지, 그리고 배상 범위가 충분한지를 따져봐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습니다.
저는 음주 사망사고에서 가해 운전자를 변호한 경험과 유족을 대리해 온 경험을 모두 가진 변호사로서, 같은 사고라도 어떤 자료를 언제 준비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합의서에 도장을 찍기 전, 혹은 조사를 앞둔 지금이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유족과 합의만 하면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나요?
A. 아닙니다. 합의는 양형기준상 감경 사유로 반영될 뿐이며, 선고형 자체가 3년 이하로 내려가야 집행유예가 법적으로 가능해집니다. 혈중알코올농도, 도주 여부, 전과 등 다른 사정이 함께 갖춰져야 합니다.
Q. 유족이 처벌불원서를 제출하면 기소되지 않을 수도 있나요?
A. 위험운전치사죄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어서 처벌불원서만으로 공소가 소멸되지 않습니다. 다만 검사의 구형과 법원의 양형에서 유리한 사정으로 반영됩니다.
Q.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으면 형사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아닙니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보험 가입에 따른 특례는 애초에 사람이 다친 사고에만 적용되고, 음주운전이 원인인 사고는 그 특례 대상에서도 제외되어 있습니다. 사망사고라면 더욱 해당되지 않습니다.
Q. 음주운전죄와 위험운전치사죄로 둘 다 처벌받나요?
A. 그렇습니다. 대법원은 두 죄를 입법 취지와 보호법익이 다른 별개의 범죄로 보아 실체적 경합관계로 처리합니다. 형이 합산·가중되어 선고될 수 있습니다.
Q. 혈중알코올농도가 낮았는데도 위험운전치사로 처벌되나요?
A. 위험운전치사죄는 혈중알코올농도의 수치 자체가 아니라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였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수치가 낮아도 실제 운전 상태가 불안정했다면 성립할 수 있습니다.
Q. 합의는 수사 단계와 재판 단계 중 언제 하는 것이 유리한가요?
A. 가능한 한 이른 시점, 특히 구속영장 심사나 기소 여부가 결정되기 전에 진행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다만 사망사고라 기소 자체를 막지는 못하므로, 시점보다 합의 내용과 함께 제출할 양형 자료의 완성도가 더 중요합니다.
Q. 구속 수사를 받을 가능성이 있나요?
A. 법정형 하한이 3년 이상인 중한 범죄이고, 도주 우려나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구속영장이 청구될 수 있습니다. 사고 직후부터 변호인의 조력을 받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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