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럿이 돈을 모아 필로폰을 구입한 뒤 각자 몫대로 나눠 가진 경우, 자금을 보탠 사람 전부가 매수죄의 공동정범이 되는지 아니면 대표로 거래한 사람에게서 나머지가 수수한 것으로 봐야 하는지는 실무에서도 자주 갈리는 문제입니다. 마약류관리법은 매수와 수수를 별개의 금지 행위로 나란히 규정하고 있어, 겉보기에 똑같은 상황도 공모 시점과 관여 정도에 따라 다르게 평가됩니다. 돈만 냈을 뿐이라는 항변이 실제로 통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는 무엇이 다른지, 이 글에서 법리와 판단 기준을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마약 매수와 수수 — 마약류관리법이 나란히 금지한 두 행위
필로폰(메스암페타민)과 같은 향정신성의약품을 놓고,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은 '사는 행위'와 '주고받는 행위'를 별개의 구성요건으로 나란히 금지한다는 점부터 짚어야 합니다. 같은 법 제2조 제3호 가목은 필로폰처럼 오용·남용 우려가 가장 크고 의료용으로 쓰이지 않는 향정신성의약품을 별도로 분류하고, 제4조 제1항 제1호는 마약류취급자가 아닌 사람이 이런 향정신성의약품을 매매하거나 매매를 유인·권유·알선하거나 수수·소지·소유·사용·관리·운반하는 행위를 전부 금지합니다. 여기서 '매매'는 파는 행위(매도)뿐 아니라 사는 행위(매수)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실무에서 다뤄지고, '수수'는 대가의 유무와 무관하게 물건을 건네주고 건네받는 행위 자체를 가리킵니다.
처벌 수위도 확인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제58조 제1항 제3호는 필로폰과 같은 향정 가목 물질을 매매하거나 매매를 유인·권유·알선하거나 수수한 사람을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고, 영리 목적이거나 상습이면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까지 형이 올라갑니다. 매수와 수수 모두 같은 조항, 같은 법정형으로 묶여 있다는 점에서 "내가 직접 산 게 아니라 그냥 나눠 받았을 뿐"이라는 항변이 형량 자체를 낮춰주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매수의 공동정범인지 단순 수수죄인지가 왜 실무에서 문제가 되는지는, 몇 개의 범죄로 평가되고 그 책임이 어디까지 미치는지의 문제로 넘어가게 됩니다.
필로폰 등 향정신성의약품 가목 물질은 매매(매수 포함)와 수수 모두 마약류관리법 제58조 제1항 제3호에 해당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동일한 법정형을 적용받는다.
공동정범이 되려면 — 돈만 냈다고 전부가 아니다
여러 사람이 각자 돈을 걷어 그중 한 명이 실제 거래를 진행했을 때, 나머지가 매수죄의 공동정범이 되는지는 형법 제30조가 정한 공동정범의 일반 요건으로 판단합니다. 대법원은 공동정범이 성립하려면 공동가공의 의사와 그 의사에 기한 기능적 행위지배라는 주관적·객관적 요건을 모두 갖춰야 한다고 밝혀 왔고(대법원 2010. 7. 15. 선고 2010도3544 판결), 이는 범죄의 종류를 가리지 않는 일반원칙이어서 마약 거래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구성요건 행위, 즉 판매책과 실제로 연락하고 돈을 보내고 물건을 받는 행위를 직접 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전체 범행에서 그가 차지하는 지위와 역할, 범행 경과에 대한 지배력을 종합해 단순한 자금 제공을 넘어 범죄에 대한 본질적 기여가 인정되면 공동정범 책임을 집니다.
반대로 단순히 "돈 좀 보태 달라"는 부탁을 받고 사후에 대금 일부만 이체한 사람이라면 사정이 다릅니다. 마약의 종류나 수량, 구매처를 결정하는 과정에 관여하지 않았고 거래가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한 지배력도 없이 그저 자금만 댔다면, 판례가 요구하는 기능적 행위지배가 인정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매수죄의 공동정범이 아니라, 대표로 거래한 사람으로부터 자기 몫을 넘겨받는 행위가 별도의 수수로 평가될 여지가 커집니다.
공동정범 여부는 돈을 냈는지가 아니라, 거래의 결정과 진행 과정에 대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있었는지로 판단한다.
매수죄는 언제 끝나는가 — 기수 시점과 그 이후의 분배
공동구매 사안을 정확히 판단하려면 매수죄가 언제 완성되는지부터 알아야 합니다. 대법원은 마약류 매매행위는 매도·매수에 근접·밀착하는 행위가 있으면 실행의 착수에 이르고, 마약류에 대한 소지의 이전이 완료된 때 비로소 기수에 이른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20. 7. 9. 선고 2020도2893 판결). 다시 말해 대표로 나선 사람이 판매책에게서 필로폰을 건네받는 순간 매수죄는 이미 완성된 범죄가 된다는 뜻입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매수가 이미 기수에 이른 뒤, 대표자가 사전에 공모했던 나머지 인원에게 각자의 몫을 나눠주는 행위를 별도의 범죄로 볼 것인지가 쟁점이 됩니다. 실무에서는 애초에 전원이 공모해 자금을 갹출하고 그 물건을 나눠 갖기로 예정돼 있었다면, 대표자의 매수 행위 자체가 전원의 공동 행위로 평가되어(공동정범) 이후의 분배는 이미 공동으로 소지하던 물건을 내부적으로 나누는 것에 불과하다고 보아 별도의 수수죄를 추가로 의율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애초의 공모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대표자가 마약을 건네받아 매수죄를 완성한 뒤 나머지 인원에게 넘겨주는 행위는 대표자에게는 별도의 수수(제공)로, 넘겨받은 사람에게는 수수로 각각 평가될 수 있습니다.
매수죄는 물건이 대표자에게 넘어온 순간 완성되고, 그 이후 나눠주는 행위를 공동정범의 내부 분배로 볼지 별도의 수수로 볼지는 애초 공모관계의 존부에 달려 있다.
사전 공모형 — 전원이 매수 공동정범으로 묶이는 경우
예를 들어 세 사람이 처음부터 "같이 사서 나눠 쓰자"고 합의하고 각자 30만 원씩 걷어 필로폰 3g을 인터넷 판매책에게 주문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중 한 명이 판매책과 연락을 주고받고 대표 계좌로 90만 원을 송금해 물건을 받은 뒤 나머지 두 명에게 1g씩 나눠줬다면, 세 사람 모두 마약의 종류와 수량, 구매 시점을 함께 결정했고 자금을 나눠 부담했다는 점에서 매수 행위에 대한 본질적 기여, 즉 기능적 행위지배가 인정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셋 모두가 필로폰 3g 전체에 대한 매수죄의 공동정범으로 평가되는 것이 실무의 일반적인 처리 방식입니다. 대표로 거래를 진행한 사람만 매수의 정범이 되고 나머지는 그로부터 수수한 것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애초의 공모와 역할분담을 근거로 전원을 매수죄라는 하나의 범죄에 대한 공동정범으로 구성하는 것입니다. 이 경우 나눠주는 행위 자체를 별도의 수수죄로 추가 의율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미 공동정범으로서 매수한 물건을 내부적으로 나누는 것에 불과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마약의 종류·수량·구매 시점을 함께 결정했는지
자금을 사전에 나눠 부담하기로 합의했는지
판매책과의 연락·거래 진행 상황을 서로 공유했는지
물건을 나눠 갖기로 사전에 예정돼 있었는지
사후 가담형 — 수수죄로 별도 평가되는 경우
반대로 애초 계획에 없던 사람이 거래가 진행되는 도중 끼어든 경우는 판단이 달라집니다. 대표자가 이미 판매책과 거래 조건을 정하고 대금까지 지급하기로 한 뒤, 지인 한 명이 뒤늦게 "나도 조금만 나눠 달라"며 자기 몫에 해당하는 돈만 대표자 개인 계좌로 보내고 물건을 나눠 받았다면, 이 사람이 마약의 종류나 수량, 거래 조건을 결정하는 과정에 관여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이런 사안에서는 매수죄의 공동정범이 아니라, 이미 매수를 완성한 대표자로부터 필로폰을 건네받는 별도의 수수 행위로 의율될 가능성이 큽니다. 대표자 입장에서도 애초 공모하지 않은 사람에게 물건을 나눠준 부분은 매수와 별개로 수수(제공)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다만 앞서 살펴본 대로 필로폰의 매매(매수)와 수수는 같은 조항, 같은 법정형이 적용되므로, 죄명이 매수의 공동정범이 아니라 수수로 바뀐다고 해서 곧바로 형이 가벼워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관여한 마약의 양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사정이 양형에서 참작될 여지가 있다는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사후에 끼어들어 자기 몫의 대금만 대표자에게 보내고 물건을 받은 경우는 매수의 공동정범이 아니라 대표자로부터의 수수로 평가될 가능성이 크다.
법원이 실제로 보는 판단 기준
공동정범인지 수수죄인지는 어느 한 가지 사정만으로 결정되지 않고, 여러 정황을 종합해 판단됩니다. 실무상 특히 비중 있게 다뤄지는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공모의 시점 — 거래 전부터 합의했는지, 거래가 시작된 뒤 끼어들었는지
의사결정 관여도 — 마약의 종류·수량·구매처·가격 결정에 목소리를 냈는지
역할분담 — 연락, 송금, 수령, 보관, 분배 중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
자금 지급 시점 — 거래 전 사전 갹출인지, 거래 완료 후 정산 성격인지
분배 방식 — 애초 합의된 지분대로 나눴는지, 대표자가 임의로 나눠준 것인지
이 요소들은 개별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종합적으로 평가됩니다. 공모 시점이 이르고 의사결정에 관여한 정도가 클수록, 그리고 자금 지급이 거래 전 사전 갹출 성격을 띨수록 공동정범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반대의 경우일수록 수수죄로 정리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공동정범으로 묶였을 때의 형량 리스크
공동정범으로 인정되면 실제 자신이 손에 쥔 마약의 양과 무관하게, 전체 거래된 마약의 종류와 총량을 기준으로 책임을 진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공동정범은 '내 몫만큼만 책임진다'는 개념이 아니라 공모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전체 결과에 대해 각자가 정범으로서 책임을 지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세 사람이 필로폰 3g을 공동으로 매수했다면, 실제로는 1g만 받은 사람도 3g 전체를 매수한 것으로 취급돼 양형에 반영됩니다.
이 때문에 "나는 소량만 받았다"는 사정만으로는 형량이 크게 줄어들지 않을 수 있고, 오히려 자금 갹출과 공모관계 자체를 부인하는 것이 방어의 핵심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사후 가담형으로 평가돼 수수죄로만 의율되면, 자신이 실제로 건네받은 양을 기준으로 책임 범위가 좁혀질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이는 죄수와 책임범위의 문제일 뿐, 법정형 자체가 낮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앞서 확인한 그대로입니다.
공동정범으로 인정되면 실제로 받은 양이 아니라 공모한 범위 내 전체 거래량을 기준으로 책임을 진다.
실무 유의점 — 조사 단계에서 갈리는 것들
수사기관은 통상 계좌 이체 내역, 메신저 대화, 거래 순서를 통해 누가 언제 얼마를 보냈는지, 누가 판매책과 실제로 연락했는지를 재구성해 공모관계와 역할분담을 판단합니다. 자금을 보낸 시점이 거래 조건이 확정되기 전인지 후인지, 대화방에서 마약의 종류나 수량에 관한 논의에 참여했는지가 특히 중요한 증거로 취급됩니다.
조사 과정에서 "그냥 돈만 보냈을 뿐 아무것도 몰랐다"는 취지의 진술이 실제 대화 내역과 배치되면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으므로, 자신이 실제로 관여한 정도를 사실대로 정리해 두는 것이 먼저입니다. 공모관계가 다투어지는 사안이라면 자금 이체의 성격(사전 갹출인지 사후 정산인지), 대화 내용, 물건을 받은 경위를 시간순으로 정리해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고, 초기 진술 단계에서부터 이 부분을 명확히 해두는 것이 이후 절차에서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마약을 살 때 돈만 보태고 직접 거래는 안 했는데도 처벌되나요?
A. 자금을 댔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처벌되는 것은 아니지만, 마약의 종류·수량·구매 시점을 함께 정하는 등 거래에 대한 실질적 관여가 인정되면 매수죄의 공동정범으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단순히 부탁을 받고 사후에 대금 일부만 보낸 경우라면 수수죄로 평가될 여지가 큽니다.
Q. 매수죄 공동정범과 수수죄는 형량이 다른가요?
A. 필로폰과 같은 향정신성의약품 가목 물질은 매매(매수)와 수수 모두 마약류관리법 제58조 제1항 제3호가 적용돼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같은 법정형을 받습니다. 다만 공동정범으로 인정되면 전체 거래량을 기준으로 책임을 지는 반면, 수수죄만 인정되면 실제로 받은 양을 기준으로 책임 범위가 좁혀질 수 있습니다.
Q. 나눠 갖기로 미리 말은 안 했지만 결과적으로 셋이서 나눠 가졌다면요?
A. 명시적인 합의가 없었더라도 정황상 처음부터 함께 사서 나눠 쓸 의도가 있었다고 인정되면 공동정범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대표자가 개인적으로 산 뒤 임의로 나눠준 것으로 인정되면 나머지 사람들은 수수죄로 별도 평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Q. 대표로 거래한 사람만 매수죄, 나머지는 수수죄로 나뉘는 경우도 있나요?
A. 있습니다. 사전 공모 없이 거래가 이미 진행된 뒤 뒤늦게 참여해 자기 몫의 대금만 보낸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이때 대표자는 매수죄(및 넘겨준 부분에 대한 수수)로, 뒤늦게 참여한 사람은 대표자로부터의 수수죄로 각각 의율될 수 있습니다.
Q. 공동정범으로 기소되면 내가 받은 양보다 훨씬 많은 양에 대해 책임지나요?
A. 그렇습니다. 공동정범은 공모한 범위 내 전체 결과에 대해 각자가 정범으로서 책임을 지는 구조이므로, 실제로 손에 쥔 양이 아니라 공동으로 매수한 전체 수량을 기준으로 양형이 이뤄지는 것이 원칙입니다.
Q. 조사받을 때 공모관계를 다투려면 어떤 자료가 중요한가요?
A. 자금 이체 시점이 거래 조건 확정 전인지 후인지, 마약의 종류·수량 논의에 참여한 대화 내역이 있는지가 핵심 자료가 됩니다. 사전 갹출로 보이는 정황이 있으면 공동정범, 거래 완료 후 정산 성격이 강하면 수수죄 쪽으로 판단이 기울 수 있습니다.
맺음말
여럿이 돈을 모아 마약을 산 뒤 나눠 가진 사안은 매수죄의 공동정범인지, 단순한 수수죄인지에 따라 책임의 범위가 달라집니다. 그 경계는 돈을 냈는지가 아니라 거래의 결정과 진행 과정에 얼마나 실질적으로 관여했는지, 그리고 그 관여가 사전 공모에 따른 것인지 사후 가담에 불과한 것인지에 달려 있습니다.
필로폰과 같은 향정신성의약품은 매수와 수수 모두 같은 조항의 무거운 법정형을 적용받기 때문에, 죄명이 무엇으로 정리되느냐보다 공모관계와 역할분담을 어떻게 소명하느냐가 실제 처벌 수위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사 초기 단계에서 자금 이체의 성격과 대화 내역을 정리해 두는 것이 이후 대응의 출발점이 됩니다.
경기남부 지역에서도 인터넷 판매책을 통한 마약 공동구매 사건이 종종 문제가 되는 만큼, 관련 조사를 받게 됐다면 공모관계부터 초기에 정확히 정리해 대응하시길 권합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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