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영장 사본을 못 받았다면 — 제시·교부 의무 위반과 위법수집증거의 경계
압수수색영장 사본을 못 받았다면 — 제시·교부 의무 위반과 위법수집증거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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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수수색영장 사본을 못 받았다면 — 제시·교부 의무 위반과 위법수집증거의 경계 

강대현 변호사

압수수색 현장에서 수사관이 영장을 잠깐 보여주고 지나가거나, 사본을 달라고 요구했는데도 그냥 넘어간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형사소송법 제118조는 영장을 처분받는 사람에게 반드시 제시하고, 그 사람이 피고인인 경우 사본까지 교부하도록 정하고 있어 이 절차를 소홀히 하면 나중에 압수한 증거 자체의 효력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문제는 어디까지가 정상적인 집행이고 어느 지점부터 위법이 되는지 구분이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이 글에서는 영장 제시·사본교부 의무의 정확한 내용, 실무에서 자주 문제되는 위반 유형, 그리고 위법이 확인됐을 때 어떤 절차로 다툴 수 있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압수수색영장 제시·사본교부 의무의 근거 — 형사소송법 제118조

압수수색은 헌법 제12조가 정한 영장주의의 적용을 받는 대표적인 강제처분이다.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을 실행하려면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소지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영장을 처분받는 사람에게 실제로 제시해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118조는 이를 명문화해 "압수·수색영장은 처분을 받는 자에게 반드시 제시하여야 하고, 처분을 받는 자가 피고인인 경우에는 그 사본을 교부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 조항은 제219조를 통해 검사·사법경찰관이 하는 수사단계의 압수수색에도 그대로 준용되므로, 재판단계뿐 아니라 수사 초기 현장 압수수색에서부터 지켜야 하는 절차적 의무다.

제118조가 정한 의무는 두 갈래다. 첫째는 영장 원본을 처분받는 자에게 제시하는 의무이고, 둘째는 처분받는 자가 피고인인 경우 그 사본을 교부하는 의무다. 다만 예외도 있다. 처분받는 자가 현장에 없는 등 제시·사본교부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경우, 또는 처분받는 자가 제시·사본교부를 스스로 거부한 경우에는 생략할 수 있다. 이 예외 사유는 엄격하게 해석돼야 하며, 수사기관이 시간이 없거나 번거롭다는 이유로 임의로 생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현장에 있었고 제시를 요구했는데도 수사기관이 이를 거절하거나 미뤘다면, 예외 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절차 위반이 성립할 여지가 크다.

형사소송법 제118조는 영장 제시와 사본교부를 별개의 의무로 규정하며, 처분받는 자가 피고인인 경우 사본교부까지 이뤄져야 절차가 완결된다.

영장을 보여주기만 하면 충분한가 — 제시의 실질적 의미

실무에서 흔히 다투어지는 지점은 "제시"의 의미다. 수사기관이 영장을 소지하고 왔다는 사실만으로 제시의무를 다한 것은 아니다. 처분받는 자가 영장에 기재된 피의사실 요지, 압수할 물건, 수색할 장소 같은 핵심 사항을 실제로 확인할 수 있는 정도로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 판례가 요구하는 수준이다. 대법원은 압수수색영장에 기재된 압수할 물건은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고 피압수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함부로 확장·유추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밝히고 있다(대법원 2026. 2. 26. 선고 2025도4422 판결). 같은 취지는 영장 제시 단계에도 적용돼, 처분받는 자가 기재 범위를 확인할 기회조차 갖지 못한 채 진행된 압수수색은 절차적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예를 들어 수사관이 영장 표지만 잠깐 들어 보이고 곧바로 압수를 시작하거나, 상대방이 내용을 읽어보겠다고 요구했는데도 시간이 없다며 거절한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다. 이런 사례는 영장을 물리적으로 소지하고 현장에 왔다는 점만으로는 정당화되지 않는다. 제118조가 요구하는 제시는 상대방이 영장의 존재와 범위를 인식하고 이의를 제기할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절차적 보장이기 때문이다. 이 기회가 실질적으로 박탈됐다면, 이후 수집된 증거의 증거능력을 다툴 근거가 생긴다.

전자정보 압수수색과 참여권 — 종근당 결정이 세운 기준

휴대전화·컴퓨터 등 정보저장매체를 대상으로 한 압수수색에서는 제시·사본교부 의무 외에 참여권과 목록교부 의무까지 겹쳐서 문제된다. 대법원은 2015년 전원합의체 결정(대법원 2015. 7. 16.자 2011모1839 결정)에서, 정보저장매체를 압수한 뒤 이를 수사기관 사무실로 옮겨 탐색·복제·출력하는 전 과정이 압수수색 집행의 일부이므로 그 과정 전체에 걸쳐 피압수자 측에 참여할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 법리는 2021년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2021. 11. 18. 선고 2016도348 전원합의체 판결)로 이어져, 임의제출된 정보저장매체라도 범죄혐의사실과 관련된 정보로 범위가 제한되고 그 탐색 과정에서 참여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원칙이 재확인됐다.

형사소송법 제129조는 압수한 경우 목록을 작성해 소유자·소지자·보관자에게 교부해야 한다고 규정하는데, 전자정보 압수수색에서는 이 목록에 압수된 파일의 명세가 구체적으로 특정돼야 한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다(대법원 2022. 1. 27. 선고 2021도11170 판결). 참여 기회를 주지 않거나 목록을 부실하게 작성한 채 진행된 전자정보 압수는, 최종적으로 범죄혐의와 관련된 파일만 추려냈다 하더라도 절차 자체가 위법하다고 평가될 수 있다. 탐색 도중 별건 혐의를 발견했다면 그 지점에서 탐색을 멈추고 별도의 영장을 발부받아야 하며, 이를 건너뛰고 계속 탐색한 부분은 별개의 위법 사유가 된다.

  • 정보저장매체 탐색·복제·출력의 전 과정에 참여권 보장.

  • 압수된 전자정보 파일 명세를 구체적으로 특정한 목록 작성·교부.

  • 탐색 중 별건 혐의 발견 시 즉시 중단 후 별도 영장 발부.

  • 참여권 미보장은 최종 결과물이 혐의사실과 관련돼 있어도 위법성이 치유되지 않음.

영장 원본 없이 사본만 오간 경우 — 금융계좌추적 압수수색의 경계

영장 제시 문제는 은행 등 제3의 기관을 상대로 한 압수수색에서도 자주 발생한다. 대법원 2022. 1. 27. 선고 2021도11170 판결은 금융계좌추적용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면서 수사기관이 금융기관으로부터 금융거래자료를 넘겨받기 전에 영장 원본을 사전에 제시하지 않았다면 원칙적으로 적법한 집행 방법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수사 실무에서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영장 사본을 팩스나 전자적 방식으로 먼저 보내고 자료부터 받는 방식이 종종 쓰이는데, 이 판결은 그 관행에 분명한 한계를 그었다.

다만 대법원은 예외를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았다.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제4조 제2항에 따라 영장 사본을 첨부해 자료제공을 요구하고, 그 전 과정이 금융기관의 자발적 협조에 따른 것이며, 회신받은 자료 중 범죄혐의사실과 관련된 거래를 선별한 뒤 최종적으로 영장 원본을 제시하고 그 선별된 자료에 대한 압수절차를 집행한 경우라면, 전체 과정을 하나의 영장에 기해 적시에 원본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해 예외적으로 적법하다고 봤다. 같은 취지의 선례로 대법원 2017. 9. 7. 선고 2015도10648 판결, 대법원 2019. 3. 14. 선고 2018도2841 판결이 있다. 이 예외가 성립하려면 적법절차와 영장주의를 잠탈하려는 의도 없이 법이 정한 방식을 그대로 따라야 하므로, 단순히 편의를 위해 사본만 보내고 원본 제시를 생략한 경우와는 구별해야 한다.

사본만 오가고 원본 제시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면, 금융기관의 자발적 협조나 사후 선별 절차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위법성이 치유되지 않는다.

압수할 물건 범위를 벗어난 압수 — 엄격해석의 원칙

영장을 제대로 제시했다 하더라도, 그 영장에 기재된 압수할 물건의 범위를 벗어나 압수했다면 별도의 위법 사유가 된다. 앞서 본 대법원 2025도4422 판결은 법관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하면서 압수할 물건을 특정하기 위해 기재한 문언은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고, 피압수자 등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함부로 확장하거나 유추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영장에 기재되지 않은 물건을 압수해 취득했다면, 사후에 법원으로부터 별도 영장이 발부됐거나 피고인·변호인이 그 물건을 증거로 함에 동의했더라도 위법성이 치유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 판결의 결론이다.

예를 들어 특정 시기의 통화기록이나 특정 파일을 압수하라는 영장을 집행하면서 그와 무관한 시기·종류의 자료까지 광범위하게 복제했다면, 그 부분은 영장이 허용한 범위를 벗어난 압수로 평가될 수 있다. 같은 판결은 피의자·피고인과 변호인 사이에 오간 형사사건 법률자문 서류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원칙적으로 압수가 허용되지 않으며, 변호인이 공범이거나 범죄에 관여했다는 등 중대한 공익상 필요가 있을 때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된다고 밝혔다. 압수 범위와 대상 모두에서 엄격한 해석이 요구된다는 것이 이 판결이 던지는 메시지다.

위법수집증거 배제와 2차 증거 — 한번 위법하면 끝까지 무효인가

제시·사본교부 의무를 어기거나 압수 범위를 벗어난 절차 위반이 확인되면, 그렇게 수집된 증거는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를 따르지 않은 것이어서 원칙적으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쓸 수 없다. 대법원 2025도4422 판결은 이 원칙이 1차적으로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뿐 아니라 이를 기초로 획득한 2차적 증거에도 그대로 미친다고 확인했다. 다만 수사기관의 절차 위반이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한 정도에 이르지 않고, 오히려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이 형사사법 정의 실현이라는 취지에 반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서만 증거로 쓸 수 있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다.

이 예외에 해당하는지는 절차조항의 취지와 위반의 내용·정도, 위반 경위와 회피가능성, 절차조항이 보호하려는 권리의 성질과 침해 정도, 절차 위반과 증거수집 사이의 인과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판단하며, 그런 특별한 사정이 있다는 점은 검사가 증명해야 한다. 특히 위법하게 수집된 1차 증거가 수사의 단서가 됐거나 사실상 유일한 핵심증거이고 위법의 정도도 상당한 상태에서, 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 그 1차 증거를 제시받거나 그 내용을 전제로 신문받았다면, 이후 법정에서 한 진술도 원칙적으로 증거로 쓸 수 없다는 것이 같은 판결이 확인한 법리다. 결국 영장 제시·사본교부 절차의 하자는 압수물 자체뿐 아니라 그로부터 파생된 진술·자백까지 함께 무너뜨릴 수 있는 문제다.

사본을 못 받았을 때 지금 해야 할 대응

압수수색 현장에서 영장 원본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거나 사본을 요구했는데도 받지 못했다면, 그 자리에서 바로 이의를 제기하고 경위를 기록해두는 것이 이후 다툼의 출발점이 된다. 수사관의 성명과 소속, 제시를 요구한 시각과 거부·회피의 경위, 현장에 있던 다른 사람의 확인 등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남겨두면 나중에 절차 위반을 다툴 때 결정적인 자료가 된다. 압수 즉시 작성돼야 하는 압수목록도 교부받았는지, 목록에 압수물의 품목과 수량이 구체적으로 특정돼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절차 위반이 의심되면 형사소송법 제417조에 따라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압수 처분에 대해 관할법원에 그 취소 또는 변경을 구하는 준항고를 제기할 수 있다. 이는 압수물을 돌려받거나 이후 재판에서 증거능력을 다투기 위한 사전 절차로 활용된다. 수사 단계에서 곧바로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공판 단계에서 증거조사 전 증거능력을 다투는 방식으로도 같은 위법을 문제 삼을 수 있다.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현장 상황을 입증할 자료가 흩어지기 쉬우므로, 압수수색 직후 최대한 빨리 기록을 정리하고 법률 조력을 구하는 것이 유리하다.

자주 묻는 질문

Q. 압수수색영장 사본을 받지 못하면 그 자체로 압수수색이 무효가 되나요?

A. 처분받는 자가 피고인인 경우 사본교부는 형사소송법 제118조가 정한 의무이지만, 현장에 없는 등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거나 스스로 거부한 경우는 예외로 인정됩니다. 예외 사유 없이 사본교부를 거절했다면 절차 위반을 다툴 근거가 되지만, 위반의 정도와 전체 경위를 함께 살펴 위법수집증거 해당 여부가 최종 판단됩니다.

Q. 영장을 봤다고는 하는데 표지만 살짝 보여준 경우도 문제가 되나요?

A. 판례가 요구하는 제시는 처분받는 자가 영장의 기재 내용을 실제로 확인할 수 있는 정도를 의미합니다. 내용을 확인할 기회 자체가 사실상 박탈됐다면 형식적으로 영장을 보여줬다는 사정만으로는 적법한 제시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Q. 은행에 팩스로 영장 사본만 보내고 자료를 먼저 받은 경우는 항상 위법인가요?

A. 원칙적으로는 원본을 사전에 제시하지 않은 위법한 집행으로 평가됩니다. 다만 금융실명법이 정한 절차를 그대로 따르고 이후 선별된 자료에 대해 영장 원본을 제시하며 압수절차를 마쳤다면 예외적으로 적법하다고 본 판례가 있습니다.

Q. 휴대전화를 압수당했는데 참여 기회를 전혀 받지 못했습니다. 어떻게 되나요?

A. 정보저장매체의 탐색·복제·출력 전 과정에 참여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 확립된 판례 법리입니다. 참여 기회가 보장되지 않았다면 최종적으로 혐의와 관련된 파일만 추려냈더라도 그 압수수색 자체가 위법하게 평가될 수 있습니다.

Q. 절차 위반이 있었다면 어떻게 다퉈야 하나요?

A. 형사소송법 제417조에 따라 관할법원에 압수 처분의 취소·변경을 구하는 준항고를 제기할 수 있고, 공판 단계에서는 증거능력을 다투는 방식으로도 문제 삼을 수 있습니다. 현장에서의 경위를 구체적으로 기록해두는 것이 다툼의 성패를 좌우합니다.

Q. 절차가 위법했다면 그 증거로 얻은 자백이나 추가 증거도 전부 못 쓰게 되나요?

A. 원칙적으로 위법하게 수집된 1차 증거뿐 아니라 이를 기초로 한 2차 증거도 증거능력이 부정됩니다. 다만 절차 위반의 정도가 경미하고 인과관계가 희석·단절됐다고 평가되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증거로 쓰일 수 있으며, 그런 특별한 사정은 검사가 증명해야 합니다.

맺음말

압수수색영장의 제시와 사본교부는 단순한 형식 절차가 아니라, 처분을 받는 사람이 자신에게 어떤 근거로 어떤 범위의 강제처분이 이뤄지는지 확인하고 대응할 기회를 보장하는 적법절차의 구체적 실현이다. 원본을 보여주지 않거나, 사본을 요구했는데도 거절하거나, 참여 기회 없이 전자정보를 탐색하거나, 영장이 허용한 범위를 벗어나 압수한 경우라면 이후 그 증거의 효력을 다툴 여지가 생긴다.

다만 모든 절차상 하자가 곧바로 증거능력 부정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고, 위반의 경위와 정도, 침해된 권리의 성질, 인과관계의 희석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 인계동이나 수원지검처럼 압수수색이 빈번한 관할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면, 현장에서 무엇이 어떻게 진행됐는지를 구체적으로 기록해두는 것이 이후 어떤 절차를 선택하든 가장 중요한 준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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