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투약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되면 수사기관은 먼저 두발을 채취해 모발감정을 의뢰합니다. 그런데 삭발했거나 원래 머리숱이 적어 채취할 두발 자체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런 경우 수사기관은 겨드랑이털이나 음모 같은 체모로 눈을 돌리는데, 두발과 달리 체모는 성장 속도와 채취 여건이 전혀 달라 감정 결과의 신뢰도를 둘러싸고 다툴 지점이 여러 곳에서 생깁니다. 이 글에서는 체모 채취가 이루어지는 상황과 절차, 그리고 체모 감정이 가진 과학적·법적 한계를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모발감정, 왜 머리카락을 원칙으로 할까 — 체모로 넘어가는 상황
모발감정이 수사기관의 표준 검사 방법으로 자리 잡은 이유는 원리에 있습니다. 마약 성분은 혈액을 타고 모근의 모세혈관까지 이동한 뒤 모발 조직에 흡착되고, 모발이 자라면서 그 흔적을 그대로 담은 채 위로 밀려 올라갑니다. 두발은 평균적으로 한 달에 약 1cm씩 일정하게 자라기 때문에, 뿌리부터 일정 구간씩 잘라 각 구간을 감정하면 언제쯤 투약했는지 대략적인 시기까지 역산할 수 있습니다. 소변검사가 최근 며칠 이내의 투약만 확인할 수 있는 것과 달리, 모발감정은 수개월 전 투약 사실까지 확인할 수 있어 수사기관이 선호하는 방법입니다.
문제는 채취할 두발 자체가 없거나 부족한 경우입니다. 삭발했거나 평소 머리를 매우 짧게 깎는 경우, 원형탈모나 항암치료 등으로 두발이 거의 없는 경우, 검거 당시 이미 염색·탈색 등 화학처리를 해 외부 오염 가능성이 문제 되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수사기관은 감정 자체를 포기하지 않고 겨드랑이털, 음모, 가슴털 등 체모로 채취 대상을 바꾸어 진행합니다. 체모도 모낭 구조와 마약 흡착 원리 자체는 두발과 같지만, 성장 방식과 채취 여건에서 결정적인 차이가 있고, 그 차이가 바로 감정 결과를 다툴 수 있는 지점이 됩니다.
삭발·평소 매우 짧은 머리 — 구간별 절단감정에 필요한 길이 확보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
원형탈모·항암치료 등 의학적 사유로 두발이 거의 없는 경우
염색·탈색·펌 등 화학처리로 두발 외부 오염 가능성이 문제 되는 경우
채취 당시 저항·도주 등으로 두발 확보 자체에 실패한 경우
모발감정이 두발을 원칙으로 삼는 이유는 성장 속도가 일정해 구간별로 투약 시기를 역산할 수 있기 때문이고, 체모로 넘어가는 순간 이 전제가 흔들린다.
체모를 채취하는 절차 — 임의제출과 영장에 의한 강제채취
수사기관이 체모 채취를 진행하는 방식은 두 갈래입니다. 먼저 대상자에게 임의제출을 요구하는 것이 원칙이고, 동의하면 그 자리에서 채취가 이루어집니다. 그러나 동의하지 않으면 수사기관은 강제로 채취할 수 없고,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야 합니다. 형사소송법 제221조의4는 감정을 위촉받은 자가 판사의 허가를 얻어 신체 검사 등 제173조 제1항에 규정된 처분을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고, 실무상 이 감정처분허가장 외에 형사소송법 제215조의 압수수색검증영장으로도 신체에서 시료를 채취하는 방식이 함께 활용됩니다.
대법원도 2018. 7. 12. 선고 2018도6219 판결에서 수사기관이 피의자 동의 없이 체액을 채취하는 것을 감정에 필요한 처분이자 압수·수색의 방법으로도 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채취 장소로 이동시키기 위해 필요최소한의 유형력을 행사하는 것도 영장 집행에 필요한 처분으로 허용된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판결은 소변 채취를 직접 다룬 사안이지만, 신체에서 시료를 강제로 확보한다는 점에서 실무는 같은 법리가 체모 채취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그 판결도 채취는 의료인이 적정한 장소에서 신체와 건강을 해칠 위험이 적고 굴욕감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단서를 분명히 달았습니다.
절차의 임의성도 다툴 지점입니다. 대법원 2013. 3. 14. 선고 2012도13611 판결은 위법하게 체포된 상태에서 이루어진 채뇨 요구에 따라 수집된 증거는 증거능력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같은 논리로, 체모 채취 역시 적법한 절차 밖에서 사실상 거부할 수 없는 분위기 속에 이루어졌다면 임의제출의 형식을 갖췄더라도 그 임의성 자체를 다툴 수 있습니다. 채취 당시 고지받은 내용, 영장 제시 여부, 채취 장소와 참여인 등을 기록해두는 것이 이후 절차를 다투는 데 중요한 이유입니다.
임의제출을 거부해도 수사기관은 강제로 채취할 수 없고, 감정처분허가장이나 압수수색검증영장을 받아야만 체모를 강제로 채취할 수 있다.
겨드랑이털·음모 채취의 한계선 — 신체검사의 주의의무
체모 중에서도 음모 채취는 두발이나 겨드랑이털 채취와는 성격이 다릅니다. 형사소송법 제141조는 신체검사에 관하여 검사받는 사람의 성별·나이·건강상태 등을 고려해 그 사람의 건강과 명예를 해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고, 여자의 신체를 검사할 때는 의사나 성년 여자를 참여시키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음모 채취처럼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소지가 큰 처분일수록 이 조문이 요구하는 주의의무는 더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합니다.
실무에서는 이런 원칙에 따라 음모 채취를 진행할 때 동성의 수사관이나 의료인을 참여시키고, 외부와 차단된 공간에서 필요 최소한의 양만 채취하는 방식이 요구됩니다. 채취 과정에서 이런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면, 단순히 감정 결과의 신뢰성뿐 아니라 채취 절차 자체의 적법성을 문제 삼을 수 있습니다. 채취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기억하고 기록해두는 것이 나중에 절차 위법을 주장하는 데 결정적인 자료가 됩니다.
채취 참여인 — 동성 수사관 또는 의사·간호사 등 의료인 참여 여부
채취 장소 — 외부와 차단된 적정 장소인지, 공개된 곳에서 이루어지지 않았는지
채취량 — 감정에 필요한 최소한을 넘는 과도한 채취는 아니었는지
영장 제시 — 강제채취라면 영장을 사전에 제시받았는지
음모 채취처럼 수치심을 유발할 소지가 큰 처분일수록 신체검사에 관한 주의의무는 더 엄격하게 지켜져야 하고, 지켜지지 않았다면 절차 자체를 다툴 수 있다.
체모 감정의 첫 번째 한계 — 투약 시기를 구간별로 특정할 수 없다
두발이 한 달 평균 1cm씩 일정하게 자라는 것과 달리, 겨드랑이털이나 음모 같은 체모는 자라는 속도가 훨씬 느리고 부위마다 편차가 큽니다. 게다가 체모는 성장기와 휴지기가 반복되는 모발 주기에서 휴지기가 두발보다 훨씬 길고 불규칙해, 특정 구간의 길이만 보고 '이 부분이 몇 개월 전에 자란 부분'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 전제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두발감정이 가능케 하는 구간별 절단감정, 즉 뿌리부터 일정 길이씩 잘라 시기별로 나눠 감정하는 방식이 체모에서는 사실상 무의미해지는 이유입니다.
이 한계는 이미 두발감정을 놓고도 법원에서 문제 된 바 있습니다. 대법원 2012. 4. 26. 선고 2011도11817 판결은 모발감정 결과로 추정한 투약가능기간만을 근거로 개괄적인 범행 시기만 적시한 공소사실은 특정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모발감정 자체가 외부 요인과 개인차로 정확성에 한계가 있고, 추정되는 기간이 수십 일에서 수개월에 걸쳐 여러 차례의 투약 가능성을 포함하고 있어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현저한 지장을 준다는 이유였습니다. 두발조차 이런 지적을 받는데, 시기 추정의 전제 자체가 흔들리는 체모 감정이라면 이 문제는 더 크게 부각될 수밖에 없습니다.
두발감정조차 투약가능기간의 개괄적 추정만으로는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는다고 본 판례가 있는 이상, 시기 추정이 사실상 불가능한 체모 감정에서는 이 다툼의 여지가 훨씬 크다.
체모 감정의 두 번째 한계 — 채취량 부족과 외부오염 가능성
체모는 두발보다 굵기가 가늘고 밀도도 낮아, 감정기관이 요구하는 최소 검체량을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검체량이 부족하면 정밀감정 자체가 불가능하거나, 한 번의 채취로는 부족해 재차 채취를 요구받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채취량이 넉넉하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감정 결과는 재현성을 검증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감정서에 실제 채취된 양과 검사에 사용된 양이 얼마인지 확인하는 것이 다툼의 출발점이 됩니다.
외부오염 가능성도 체모 감정 특유의 문제입니다. 음모는 소변이나 땀 등 체액과 접촉할 기회가 두발보다 많고, 겨드랑이털 역시 땀 분비가 많은 부위에 있어 외부 물질이 표면에 흡착될 가능성이 두발보다 큽니다. 감정기관은 이런 외인성 오염을 배제하기 위해 검체를 세척한 뒤 감정하는 절차를 거치는 것이 원칙인데, 감정서에 이 세척 절차와 그 결과가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는지가 신뢰성을 다투는 핵심 자료가 됩니다.
감정서에 기재된 실제 채취량과 검사 사용량 확인
외인성 오염 배제를 위한 세척 절차 기재 여부 확인
재검사·재감정이 가능한 잔여 검체가 있는지 확인
감정인 신문이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대한 사실조회 신청 검토
체모는 채취량이 적고 외부오염 가능성이 두발보다 커서, 감정서에 채취량과 세척 절차가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는지가 신뢰성을 다투는 핵심이 된다.
법원은 체모 감정 결과를 어떻게 판단할까 — 공소사실 특정의 벽
체모 감정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유죄가 확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형사재판에서 공소사실은 범죄의 일시·장소·방법을 구체적으로 특정해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해야 하는데, 체모 감정 결과만으로는 '최근 몇 개월 사이 어딘가에서 투약했다'는 개괄적 진술 이상을 끌어내기 어렵습니다. 앞서 본 대법원 2011도11817 판결의 논리를 그대로 적용하면, 구체적인 투약 일시·장소·방법에 대한 진술이나 물증 없이 체모 감정 결과만으로 기소된 사건은 공소사실 불특정을 이유로 다툴 여지가 충분합니다.
실제 사례를 가정해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겨드랑이털만 채취되어 감정한 결과 최근 3~4개월 사이 투약 가능성이 있다는 소견이 나왔는데, 수사기관이 구체적인 투약 장소나 구매 경위, 함께 투약한 사람 등을 특정하지 못한 채 그 기간 전체를 하나의 공소사실로 기소했다면, 변호인은 방어권 침해를 이유로 공소기각을 다툴 수 있습니다. 반대로 감정 결과에 더해 통화내역, 계좌 거래내역, 구매자의 진술 등 보강증거가 함께 제출되어 특정 일시의 투약 사실이 뒷받침된다면 유죄 인정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집니다. 체모 감정 결과는 그 자체로 결론이 아니라, 다른 증거와 결합했을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 정황증거로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체모 감정 결과만으로 개괄적 기간을 적시한 공소사실은 방어권 침해를 이유로 다툴 수 있고, 감정 결과는 다른 보강증거와 결합했을 때 비로소 유죄 인정의 근거가 된다.
자주 묻는 질문
Q. 두발이 하나도 없으면 마약 감정 자체가 불가능한가요?
A. 아니요. 소변검사·타액검사 등 다른 방법으로 최근 투약 여부를 확인할 수 있고, 체모 채취가 가능하면 모발감정도 대체 진행됩니다. 다만 체모는 검체 확보량이 적어 재검사가 어려울 수 있어 결과 하나에 결론을 단정하기보다 채취 경위와 감정서 세부 내용을 함께 다퉈야 합니다.
Q. 음모까지 채취하겠다고 하면 거부할 수 있나요?
A. 임의제출은 거부할 수 있고, 거부 시 수사기관은 감정처분허가장이나 압수수색검증영장을 발부받아야 강제로 채취할 수 있습니다. 영장 없이 이루어진 채취나 사실상 강요된 분위기에서의 제출은 절차 위법을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Q. 체모 감정에서 양성이 나오면 그것만으로 유죄가 확정되나요?
A. 감정 결과는 투약 사실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정황증거이지만, 판례상 투약 일시·장소가 특정되지 않으면 공소사실 자체가 특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다툴 수 있습니다. 체모는 두발보다 시기 추정이 더 어려워 이 다툼의 여지가 오히려 큽니다.
Q. 감정서에 채취 부위나 세척 절차가 안 나와 있으면 문제 삼을 수 있나요?
A. 예. 채취 부위·채취량·외부오염 방지를 위한 세척 절차 기재 여부는 감정 신뢰성을 다투는 핵심 자료이므로, 변호인을 통해 감정 경위서·검사 방법을 확인하고 필요하면 재감정이나 감정인 신문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Q. 몇 달 전 일까지 체모 감정으로 밝혀질 수 있나요?
A. 체모는 두발보다 휴지기가 길어 오히려 더 오래된 투약 이력이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정확히 언제 투약했는지 구간별로 특정하기는 두발보다 더 어려워, 오래된 사실 확인과 정확한 시기 특정은 별개의 문제로 봐야 합니다.
Q. 강제채취에 동의하지 않고 버티면 불리해지나요?
A. 임의제출을 거부한 사실 자체가 불리한 정황으로 단정되지는 않으며, 수사기관은 적법한 영장을 받아야 합니다. 다만 영장이 발부된 이후에도 채취를 물리적으로 거부하면 필요최소한의 유형력 행사가 허용될 수 있으므로, 절차의 적법성을 확인하며 대응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맺음말
체모 채취는 두발이 없다고 감정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수사기관의 대체 수단이지만, 두발과는 성장 방식도 채취 여건도 전혀 다릅니다. 투약 시기를 구간별로 특정할 수 없다는 점, 채취량이 부족하고 외부오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감정 결과의 신뢰성 자체를 흔들 수 있는 지점이고, 채취 절차의 적법성 역시 별도로 다툴 수 있는 영역입니다. 감정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그것으로 결론이 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수원지검이나 수원구치소 관할 사건에서도 체모 감정을 근거로 한 마약 사건이 드물지 않게 진행되는 만큼, 감정서를 받았다면 채취 경위와 감정 방법부터 꼼꼼히 확인해보시길 권합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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