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건 관련 문서는 의뢰인의 사전 동의를 받은 경우에 한하여 게시합니다.
직장 상사가 업무지도를 빙자하여 신체를 만졌다는 신고가 접수되면, 업무상 접촉과 성적인 의도를 가진 추행을 구별하는 것이 핵심 쟁점이 됩니다.
이번 글에서는 업무를 알려주는 과정에서 여직원에게 신체를 밀착하고 어깨를 만졌다는 혐의를 받았으나, 사무실 구조와 CCTV를 토대로 고소인 진술의 신빙성을 구체적으로 탄핵하여 증거불충분의 불송치결정을 받은 사례를 소개하겠습니다.
1. 사건개요
의뢰인은 회사에서 직원들의 업무를 관리하던 중간관리자였습니다. 고소인은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던 직원으로, 의뢰인이 업무를 알려준다는 이유로 자신의 자리 뒤에 다가와 성기 부분을 등에 밀착하고 어깨를 반복하여 만졌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고소인은 의뢰인이 평소에도 멀리 떨어진 자리에서 자신을 불쾌하게 계속 쳐다보았으며, 이러한 행동이 이어지다가 신체접촉으로까지 발전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습니다.
반면 의뢰인은 고소인에게 업무상 필요한 내용을 전달한 사실은 있지만, 뒤에서 신체를 밀착하거나 성적인 의도로 어깨를 만진 사실은 전혀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였습니다.
직장 내에서 발생한 사건인 데다 두 사람 사이에 업무상 지위 차이도 있었기 때문에, 막연히 “그런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상황이었습니다.
2. 적극적인 소명
본 변호인은 고소인의 진술을 한꺼번에 부정하기보다, 각 진술이 실제 사무실 환경과 객관적인 영상에 부합하는지 하나씩 검토하였습니다.
먼저 의뢰인과 고소인의 좌석 위치, 책상 방향, 모니터와 파티션의 높이 및 두 자리 사이의 거리를 표시한 사무실 배치도를 작성하였습니다. 두 사람의 좌석은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었고, 의뢰인이 평소 업무를 보는 자세에서는 고소인의 얼굴이나 행동을 계속 바라보기 어려운 구조였습니다.
고소인은 의뢰인과 자주 눈이 마주쳤다고 주장하였지만, 의뢰인의 자리에서 고소인의 좌석을 바라보려면 몸과 고개를 의도적으로 크게 돌려야 했습니다. 모니터와 사무용 집기까지 시야를 가리고 있어 정면으로 앉아 업무를 하면서 고소인을 지속적으로 응시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습니다.
사무실 CCTV도 중요한 자료가 되었습니다. 해당 카메라는 고소인의 얼굴이 아니라 등을 비추고 있었지만, 동시에 의뢰인의 좌석과 상체 방향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고소인이 의뢰인이 자신을 계속 쳐다봤다고 지목한 시간대의 영상을 확인한 결과, 의뢰인은 대부분 모니터나 서류를 바라보고 있었고 고소인 쪽으로 고개를 돌려 응시하는 모습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업무지도가 있었다는 시간대도 영상과 업무기록을 대조하였습니다. 의뢰인이 고소인의 자리 근처에 간 횟수와 머문 시간은 고소인의 진술과 차이가 있었고, 주변에 다른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어 은밀하게 반복적인 접촉을 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는 점도 확인하였습니다.
어깨를 만졌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접촉의 시기와 횟수, 어느 손을 사용했는지, 접촉 당시 어떤 업무를 설명하고 있었는지에 관한 진술을 비교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고소인의 진술이 조사 시점에 따라 구체화되거나 일부 달라진 부분을 정리하고, 이를 CCTV와 출입기록 및 주변 직원들의 진술과 대조하였습니다.
본 변호인은 피해 직후의 반응만으로 신고의 진위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전제로 하면서도, 고소인이 제시한 주변 정황이 객관적인 자료와 반복적으로 어긋난다면 핵심 접촉 진술 역시 그대로 믿기 어렵다는 점을 의견서에 상세히 제시하였습니다.
3. 결과
수사기관은 고소인이 주장한 신체접촉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영상이나 목격자가 없고, 의뢰인이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였습니다.
특히 고소인이 의뢰인이 평소 자신을 지속적으로 쳐다보았다고 진술한 것과 달리, 사무실 구조상 그러한 행동이 쉽지 않았고 CCTV에서도 의뢰인이 고소인을 응시하는 모습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이 중요하게 고려되었습니다.
아울러 의뢰인이 고소인의 자리로 이동한 횟수와 시간, 업무지도의 구체적인 상황에 관한 고소인 진술이 객관적인 자료와 일치하지 않는 부분도 확인되었습니다.
결국 수사기관은 고소인의 진술만으로 의뢰인이 업무지도를 빙자해 신체를 밀착하거나 추행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이를 뒷받침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 불송치결정을 하였습니다.
성범죄 사건에서 진술의 신빙성을 다툴 때에는 단순히 일부 표현의 차이나 피해자의 사후 행동만을 문제 삼아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진술 속 구체적인 시간과 장소, 거리, 시선의 방향 및 행동이 실제 공간 구조와 영상에 부합하는지를 객관적으로 검증해야 합니다.
이 사건은 추행 장면을 직접 촬영한 영상이 없더라도, 주변 정황에 관한 진술을 사무실 배치도와 CCTV로 하나씩 검증함으로써 핵심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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