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경리·회계 업무를 담당하던 직원이 회사 자금을 개인적으로 유용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사용자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문의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사업주분들 중 상당수는 “일단 형사고소부터 해두고, 수사 결과나 판결이 나오면 그때 해고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신고만 해둔 채 시간을 흘려보낸 경우였습니다. 그런데 수사와 재판이 길어지는 몇 달, 길게는 1~2년 동안 문제의 직원이 그대로 출근하며 조직 내 신뢰가 무너지거나, 반대로 증거도 제대로 정리하지 않은 채 감정적으로 먼저 해고부터 했다가 절차를 놓쳐 부당해고로 뒤집히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해고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형사처벌 여부가 아니라 근로기준법상 별도의 요건을 일관되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형사고소·기소·유죄판결은 해고를 위한 전제조건이 아니며, 절차를 제대로 갖추지 못하면 형사 결과와 무관하게 부당해고로 판정될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횡령한 직원을 해고하기 위해 형사고소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형사고소와 징계해고를 어떤 순서로 진행하는 것이 안전한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형사고소가 있어야만 횡령 직원을 해고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징계해고와 형사고소는 근거 법률과 절차가 전혀 다른 별개의 문제입니다.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은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을 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정당한 이유’는 사용자가 취업규칙과 근로계약에 근거해 독자적으로 판단하고 입증하는 사유이지, 수사기관이나 법원의 형사 판단을 전제로 하는 개념이 아닙니다.
반면 형사고소는 국가의 형벌권 발동을 구하는 절차로, 수사기관의 수사와 검찰의 기소 여부 판단, 그리고 법원의 유죄 인정이라는 별도의 단계를 거칩니다. 목적도, 증명책임의 수준도 징계권 행사와는 다릅니다.
그래서 형사고소를 아직 하지 않았거나, 고소는 했지만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이더라도, 사용자는 자체적으로 확보한 증거를 바탕으로 취업규칙에 정한 절차를 거쳐 해고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형사고소가 접수됐는지, 기소됐는지, 판결이 확정됐는지는 해고의 유효 요건이 아닙니다.
형사고소는 해고의 전제조건이 아니라, 별도로 선택하고 병행할 수 있는 절차입니다.
2. 해고의 정당성은 형사처벌 수위가 아니라 근로기준법상 별도 기준으로 판단됩니다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지가 핵심 기준입니다.
대법원은 해고처분의 정당성을 판단할 때, 사용자의 사업 목적과 성격, 사업장의 여건, 근로자의 지위와 담당 직무의 내용, 비위행위의 동기와 경위, 근로자의 행위로 기업의 위계질서가 문란해질 위험성 등 기업질서에 미칠 영향, 과거의 근무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도록 요구합니다.
해고처분은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정당성이 인정되고, 사회통념상 근로자와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지는 사용자의 사업 목적과 성격, 사업장의 여건, 근로자의 지위와 담당직무의 내용, 비위행위의 동기와 경위, 근로자의 행위로 기업의 위계질서가 문란하게 될 위험성 등 기업질서에 미칠 영향, 과거의 근무태도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3두26750 판결).
이 기준은 형사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되어야만 충족되는 것이 아닙니다. 노동위원회나 법원은 부당해고 구제신청 사건에서 형사 절차와 별개로 이 기준을 직접 심리합니다. 그래서 형사고소를 하지 않았거나 불기소·무혐의 처분이 나오더라도 해고의 정당성이 곧바로 부정되지 않고, 반대로 형사기소나 유죄판결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해고가 자동으로 정당화되는 것도 아닙니다. 절차상 하자가 있다면 형사 결과와 무관하게 부당해고로 판정될 수 있습니다.
해고의 정당성은 형사처벌 여부가 아니라, 근로기준법이 정한 별도의 기준으로 심리됩니다.
3. 형사고소보다 먼저 챙겨야 하는 것은 증거 확보와 징계절차입니다
자체 조사로 확보한 자료만으로도 해고 사유는 충분히 입증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형사고소 결과를 기다리다가 오히려 불리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사와 재판이 길어지는 사이 취업규칙상 징계 시효가 도과되거나, 관련 자료가 흩어지거나, 문제의 직원이 계속 자금을 다루는 위치에 남아 있어 추가 피해로 이어질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형사고소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회계장부, 계좌 거래내역, 전자결재 기록, CCTV, 관련자 진술서 등 객관적 자료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그다음 취업규칙에 정한 징계위원회를 열어 해당 직원에게 소명 기회를 부여하고, 그 결과에 따라 해고 여부와 수위를 결정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여러 건의 비위사실이 함께 문제 되는 사건에서도, 대법원은 개별 사유 하나하나가 아니라 전체 사정을 종합해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지를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를 확인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13. 10. 31. 선고 2013두13198 판결). 자체 조사로 확보한 자료가 이 종합판단의 기초가 됩니다.
형사고소 결과를 기다리기보다, 자체 조사로 확보한 증거와 절차가 해고의 정당성을 뒷받침합니다.
4. 유용 금액과 형사처벌 수위는 해고의 정당성과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소액이라도 신뢰관계를 무너뜨렸다면 정당한 해고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형법 제355조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이를 횡령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업무상 임무를 위배해 자금을 유용한 경우에는 형법 제356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무거워집니다. 유용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형량 구간은 해고의 정당성을 자동으로 결정하지 않습니다. 유용 금액이 크지 않더라도 경리·회계 등 자금 관리 지위에 있던 직원이 반복적으로 자금을 유용했다면 신뢰관계 훼손이 크다고 평가되어 정당한 해고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유용 금액이 크더라도 취업규칙에 정한 소명 기회 부여, 서면통지 같은 절차를 지키지 않으면, 비위행위 자체는 인정되더라도 해고가 부당해고로 뒤집힐 수 있습니다.
5. 조사부터 해고, 형사고소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증거 확보와 소명 기회 부여가 이후 절차 전체의 방향을 좌우합니다.
횡령 직원 대응은 통상 ①회사 내부조사와 증거 확보 → ②취업규칙에 따른 징계위원회 개최 및 소명 기회 부여 → ③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명시한 서면통지 → ④사안에 따라 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사업장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형사고소, 이후 수원지방검찰청 송치와 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형사고소는 해고와 동시에 진행해도 되고, 해고 이후에 진행해도 무방합니다.
오히려 수사기관의 계좌추적·압수수색 같은 강제수사력을 통해 사용자 혼자서는 확보하기 어려운 자료를 얻을 수 있어, 형사고소를 병행하는 것이 이후 노동위원회 대응이나 민사상 자금 회수에 도움이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횡령 정황을 파악했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취업규칙·근로계약서에 징계위원회 구성과 소명 기회 부여 절차가 어떻게 정해져 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계좌 거래내역, 회계장부, 결재 기록, CCTV, 진술서 등 유용 사실을 뒷받침할 객관적 자료를 확보합니다.
해고통지서에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구체적으로 기재해 서면으로 교부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노동관계법과 형사법을 함께 다루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해고의 정당성 확보와 형사·민사상 책임 추궁을 같은 방향으로 설계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횡령 사실을 알게 된 사업주 입장에서는 “일단 신고부터 해야 할지”와 “당장 내보내야 할지”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가 초기 대응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해고를 서두르는 사업주 입장에서는 증거와 절차를 갖추지 않은 채 감정적으로 해고부터 했다가 부당해고 리스크를 떠안기 쉽습니다. 반대로 갑작스러운 해고 통보를 받은 직원 입장에서도 소명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억울함을 풀 기회를 놓치게 됩니다.
저는 사용자의 징계·해고 대응과 근로자의 부당해고 구제신청, 그리고 이와 얽힌 형사 사건까지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절차 하나의 차이로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형사고소를 먼저 해야 할지, 해고를 먼저 진행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횡령 사실을 알게 되면 반드시 형사고소부터 해야 하나요?
A. 아니요. 형사고소와 징계해고는 근거 법률과 절차가 다른 별개의 문제입니다. 자체 조사로 확보한 증거만으로도 취업규칙에 정한 절차를 거쳐 해고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Q. 형사고소 없이 해고하면 나중에 불리해지나요?
A. 형사고소 여부 자체가 해고의 정당성을 좌우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증거가 부족하거나 소명 기회 부여·서면통지 같은 절차를 지키지 않으면 부당해고로 판정될 위험이 커집니다.
Q. 유용 금액이 소액이어도 해고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금액의 많고 적음보다 근로자의 지위, 비위행위의 동기와 경위, 신뢰관계 훼손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므로 소액이라도 정당한 해고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Q. 형사고소를 먼저 해두면 어떤 도움이 되나요?
A. 수사기관의 계좌추적·압수수색 같은 강제수사력을 활용해 사용자 혼자서는 확보하기 어려운 증거를 얻을 수 있고, 그 결과가 이후 노동위원회 대응이나 민사상 자금 회수에도 유리한 자료로 쓰일 수 있습니다.
Q. 직원을 해고했는데 부당해고라며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면 어떻게 되나요?
A. 근로기준법 제28조에 따라 해고일부터 3개월 이내 신청할 수 있고, 이 경우 사용자가 해고에 정당한 이유가 있었음을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합니다.
Q. 해고와 별도로 유용한 자금을 돌려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형사고소와 별개로 부당이득반환청구나 손해배상청구 같은 민사소송을 병행할 수 있고, 형사 수사기록이 민사 소송의 입증자료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해고 통지는 꼭 서면으로 해야 하나요?
A. 네. 근로기준법 제27조에 따라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효력이 있고, 구두 통보만으로는 해고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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