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 저당권을 잡아둔 채무자가 그 위에 건물을 지어버리면, 저당권자 입장에서는 곤란한 상황이 생깁니다. 나대지일 때는 온전한 가치로 평가받던 담보가 건물이 들어서는 순간 실제로는 건물 소유자의 사용권에 묶여 낙찰가가 뚝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 저당권자가 토지만 경매에 부치지 않고 그 지상 건물까지 함께 경매해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일괄경매청구권입니다. 다만 이 권리는 아무 때나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민법이 정한 구체적인 요건을 충족해야 하고, 요건을 잘못 이해하면 경매신청 자체가 반려되거나 낙찰 후 분쟁으로 번질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일괄경매청구권이 인정되는 요건과 실무에서 자주 놓치는 함정을 정리합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일괄경매청구권이란 — 나대지에 저당권을 잡은 뒤 생기는 문제
저당권은 담보물의 교환가치만을 지배할 뿐 그 이용을 제한하지 않는 권리입니다. 그래서 토지에 저당권을 설정한 뒤에도 소유자는 얼마든지 그 위에 건물을 지을 수 있고, 저당권자는 이를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문제는 나중에 저당권을 실행할 때 벌어집니다. 토지만 경매에 부치면 낙찰자는 지상에 남의 건물이 서 있는 땅을 매수하게 되는데, 건물 소유자에게 그 부지를 이용할 권원이 없다면 낙찰자로서는 건물을 철거해야만 온전히 토지를 쓸 수 있는 상황에 놓입니다.
이런 사정은 경매시장에서 곧바로 저평가로 이어집니다. 건물 철거 비용과 소송 리스크를 감안한 응찰자들은 입찰가를 크게 낮춰 부르거나 아예 응찰을 꺼리게 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저당권자의 배당액 감소로 돌아옵니다. 민법 제365조는 바로 이 문제를 풀기 위한 조문입니다. 토지를 목적으로 저당권을 설정한 후 그 설정자가 그 토지에 건물을 축조한 때에는, 저당권자가 토지와 함께 그 건물에 대하여도 경매를 청구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도 이 조문의 취지를, 저당권설정 후 신축된 건물을 철거해야 하는 사회경제적 불이익을 막고 저당권자의 경매 실행을 쉽게 하려는 데 있다고 설명합니다.
일괄경매청구권은 나대지에 저당권을 설정한 뒤 생긴 건물을 철거하지 않고도 저당권을 온전히 실행할 수 있게 해주는 조절 장치다.
일괄경매청구권이 인정되는 세 가지 요건
민법 제365조에 따라 토지와 건물을 함께 경매에 부치려면 다음 세 가지 요건을 모두 갖춰야 합니다. 어느 하나라도 빠지면 저당권자는 건물을 경매 대상에서 제외한 채 토지만으로 경매를 진행해야 합니다. 실무에서는 특히 세 번째 요건인 소유자 동일성 때문에 다툼이 자주 생기므로, 아래 순서대로 하나씩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당권을 설정할 당시 그 토지가 나대지, 즉 건물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였을 것.
저당권을 실행하는 시점(경매신청 당시)에는 그 토지 위에 건물이 실제로 존재할 것.
그 건물의 소유자가 토지의 소유자, 즉 저당권설정자와 동일할 것.
예를 들어 저당권을 설정할 때 이미 낡은 창고가 있었다면, 그 창고를 헐고 새 건물을 지었다는 이유만으로 자동으로 일괄경매청구권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이 경우는 처음부터 나대지가 아니었기 때문에 요건 자체가 다르게 검토되어야 합니다. 반대로 저당권 설정 당시에는 분명한 나대지였고 그 이후 소유자가 스스로 건물을 지어 소유하고 있다면, 세 요건이 그대로 충족되어 일괄경매청구가 가능합니다.
저당권 설정 당시 나대지였는지, 경매 시점에 건물이 있는지,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같은지 — 이 세 요건 중 하나라도 빠지면 일괄경매를 청구할 수 없다.
제3자가 지은 건물이어도 인정되는 경우
실무에서 자주 나오는 질문은 저당권설정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건물을 지은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토지소유자가 저당권을 설정한 뒤 그 토지에 대한 임차권이나 지상권 같은 용익권을 제3자에게 설정해주고, 그 제3자가 건물을 지어 처음에는 자신 명의로 소유권을 취득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이 경우 소유자가 다르므로 원칙적으로는 세 번째 요건인 소유자 동일성이 충족되지 않아 일괄경매청구가 인정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3다3850 판결은 여기에 중요한 예외를 인정했습니다. 저당권설정자로부터 저당토지에 대한 용익권을 설정받은 사람이 그 토지에 건물을 축조했더라도, 그 후 저당권설정자가 그 건물의 소유권을 취득하게 되었다면 저당권자는 토지와 함께 그 건물에 대해서도 경매를 청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건물을 누가 지었는지보다 저당권을 실행하는 시점에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실제로 일치하는지가 핵심 판단 기준이라는 취지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경매를 신청하는 시점까지도 건물이 여전히 제3자 명의로 남아 있다면 저당권설정자와 소유자가 다르므로 일괄경매청구는 여전히 인정되지 않습니다.
우선변제권의 한계 — 건물 경매대가는 어떻게 되나
일괄경매청구권을 이해할 때 가장 흔히 오해하는 부분이 우선변제권의 범위입니다. 민법 제365조 단서는 "그 건물의 경매대가에 대하여는 우선변제를 받을 권리가 없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즉 저당권자가 토지와 건물을 함께 경매에 부치더라도, 그 저당권의 효력과 우선변제권은 어디까지나 토지의 경매대가에만 미치고 건물의 경매대가에는 미치지 않습니다.
이렇게 규정한 이유는 저당권이 애초에 토지만을 목적으로 설정되었기 때문입니다. 건물은 저당권의 담보목적물이 아니라, 철거를 막고 경매 절차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함께 경매 대상에 포함시킨 것일 뿐입니다. 따라서 건물의 경매대금은 원칙적으로 건물 소유자, 즉 저당권설정자에게 돌아가고, 만약 건물에 별도로 다른 채권자의 담보권이나 압류가 있다면 그 채권자들과의 배당관계는 건물 경매대금 안에서 별도로 정리됩니다. 저당권자로서는 일괄경매를 청구한다고 해서 배당받을 몫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경매 절차 진행의 어려움을 줄이는 데 실익이 있다는 점을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일괄경매를 청구해도 저당권자의 우선변제권은 여전히 토지 경매대가에만 미친다 — 건물 경매대금까지 우선변제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미 토지 경매가 시작됐다면 — 일괄경매 추가신청의 시한
실무에서는 저당권자가 처음부터 토지와 건물을 함께 경매신청하지 못하고, 토지에 대해서만 먼저 경매를 신청한 뒤에야 건물의 존재를 알게 되거나 건물로 인한 낙찰가 하락을 뒤늦게 체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때 이미 진행 중인 토지 경매절차에 건물을 추가로 포함시킬 수 있는지가 문제 됩니다. 대법원은 토지에 대한 경매를 신청한 후에도 그 지상 건물에 대해 일괄경매의 추가신청을 할 수 있다고 보면서도, 그 시한을 토지에 관한 경매기일 공고 시까지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 시한을 넘기면 건물을 추가로 포함시킬 수 없고, 토지만 경매가 진행되어 앞서 살펴본 저평가 문제를 그대로 떠안게 됩니다. 추가신청을 하는 경우에도 신청서에는 이미 토지에 대해 경매사건이 진행 중이라는 취지와 건물에 대해 일괄경매를 신청하는 취지를 함께 기재하고, 담보권 등기가 되어 있는 토지등기부등본을 첨부해야 합니다. 저당권을 설정할 당시 나대지였던 토지에 이후 건물이 들어선 사실을 확인했다면, 경매를 신청하는 초기 단계에서부터 건물의 존재와 소유관계를 함께 조사해 처음부터 일괄경매로 신청하는 편이 절차를 지연시키지 않는 방법입니다.
실무에서 자주 놓치는 함정들
일괄경매청구권과 관련해 실무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착오들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건물이 이미 존재하는 상태에서 저당권을 설정한 경우입니다. 이때는 애초에 나대지 요건 자체가 충족되지 않으므로, 이후 건물을 개축하거나 증축했다고 해도 일괄경매청구권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두 번째는 건물의 소유권이 저당권설정자에게서 다시 제3자에게 넘어간 경우로, 경매신청 시점에 소유자가 이미 달라져 있다면 일괄경매를 청구할 수 없습니다.
세 번째는 저당권자가 일괄경매를 반드시 청구해야 하는 의무로 오해하는 경우입니다. 민법 제365조는 "경매를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어, 이는 저당권자의 권리이지 의무가 아닙니다. 건물의 존재가 낙찰가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저당권자는 토지만 경매에 부칠 수도 있습니다. 네 번째는 무허가 건물이나 미등기 건물이라는 이유만으로 일괄경매 대상에서 당연히 제외된다고 단정하는 경우인데, 이는 개별 사안의 건물 현황과 소유관계를 구체적으로 따져야 하는 부분이라 섣불리 예단하지 않는 것이 안전합니다.
저당권 설정 당시 등기부와 현장을 함께 확인해 건물 존재 여부를 특정할 것.
건물이 제3자 명의라면 저당권설정자에게 소유권이 넘어왔는지 등기 이력을 확인할 것.
토지만 경매신청했다면 경매기일 공고 전까지 건물 추가신청 가능 여부를 검토할 것.
일괄경매를 청구해도 배당받는 몫은 토지 경매대가로 한정된다는 점을 전제로 전략을 세울 것.
자주 묻는 질문
Q. 저당권 설정 당시 이미 건물이 있었다면 일괄경매를 청구할 수 없나요?
A. 그렇습니다. 민법 제365조의 일괄경매청구권은 저당권 설정 당시 나대지였다가 그 이후에 건물이 축조된 경우에만 적용됩니다. 설정 당시부터 건물이 있었다면 애초에 요건이 성립하지 않아, 이후 건물을 개축·증축해도 청구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Q. 건물을 제3자가 지었으면 무조건 일괄경매가 불가능한가요?
A. 원칙적으로는 소유자 동일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불가능하지만, 대법원 2003다3850 판결에 따르면 그 제3자가 지은 건물의 소유권을 저당권설정자가 나중에 취득했다면 예외적으로 일괄경매청구가 인정됩니다. 경매신청 시점의 실제 소유관계가 판단 기준입니다.
Q. 일괄경매를 청구하면 건물 경매대금에서도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나요?
A. 아닙니다. 민법 제365조 단서는 건물의 경매대가에 대해서는 우선변제권이 없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저당권자의 우선변제권은 어디까지나 토지의 경매대가에만 미치고, 건물 경매대금은 원칙적으로 건물 소유자에게 귀속됩니다.
Q. 토지만 먼저 경매를 신청했는데 나중에 건물을 추가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대법원은 토지 경매신청 이후에도 건물에 대한 일괄경매 추가신청을 허용하되, 그 시한을 토지에 관한 경매기일 공고 시까지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 시한을 넘기면 건물을 추가할 수 없습니다.
Q. 저당권자는 반드시 일괄경매를 청구해야 하나요?
A. 아닙니다. 민법 제365조는 저당권자가 일괄경매를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해 이를 권리로 규정하고 있을 뿐, 의무로 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건물의 영향이 크지 않다고 판단되면 저당권자는 토지만 경매에 부칠 수도 있습니다.
Q. 소유자가 같은지는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하나요?
A. 저당권을 실행하는 시점, 즉 경매를 신청하는 당시를 기준으로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동일한지를 판단합니다. 계약 당시나 건물 신축 당시의 소유관계가 아니라, 경매신청 시점의 현재 소유관계가 핵심 기준입니다.
맺음말
일괄경매청구권은 나대지에 저당권을 설정한 뒤 그 위에 건물이 들어섰을 때 저당권자가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실무적 장치입니다. 다만 저당권 설정 당시 나대지였는지, 경매신청 시점에 소유자가 동일한지를 정확히 확인하지 않으면 청구 자체가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절차가 지연될 수 있습니다. 특히 건물을 제3자가 지은 경우나 토지 경매가 이미 진행 중인 경우처럼 사실관계가 복잡한 사안일수록, 등기부와 소유권 변동 이력을 미리 정리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당권 실행 경매는 수원지방법원을 비롯한 관할 법원의 절차 진행 방식에 따라 세부 대응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나대지에 저당권을 설정해두었는데 그 지상에 건물이 들어선 사실을 확인하셨다면, 경매를 신청하기 전에 요건 충족 여부부터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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