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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코인을 임의로 옮기면 횡령인가요 배임인가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스타트업이나 코인 발행사에서 회사 명의로 보유하던 가상자산을 임직원이 개인 지갑으로 옮겨 형사 문제로 번지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에는 “회사 코인이니 관리 권한이 있는 나 정도는 옮겨도 문제없다”, “일단 옮겨두고 나중에 다시 채워 넣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지갑의 코인을 개인 계정으로 이체한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회사가 문제 삼으면 “관리 업무의 일환이었다”, “일시적으로 옮긴 것뿐이다”라는 항변은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가상자산이 형법상 ‘재물’이 아니라 ‘재산상 이익’에 해당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그 이체·처분에 대한 형사책임은 신임관계에 기초한 지위가 실제로 있었는지에 따라 엄격히 갈린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같은 “코인을 임의로 옮겼다”는 사실관계라도, 회사가 그 사람에게 코인 관리를 실제로 맡겼는지에 따라 횡령이 될 수도, 배임이 될 수도, 혹은 둘 다 성립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회사 코인을 임의로 옮긴 행위가 횡령죄와 배임죄 중 어느 쪽으로 다뤄지는지, 그 갈림길이 되는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가상자산은 횡령죄의 재물이 아니라 배임죄의 재산상 이익으로 다뤄질 수 있습니다

죄명 선택은 가상자산의 법적 성질을 어떻게 보느냐에서 갈립니다.

형법 제355조 제1항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는 것을 처벌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객체가 ‘재물’, 즉 물건에 준하는 성격을 가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반면 형법 제355조 제2항과 이를 업무상 가중하는 제356조의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는 것을 처벌합니다. 객체가 재물에 한정되지 않고 재산상 이익 전반을 포괄한다는 점에서 횡령죄와 차이가 있습니다.

대법원은 2021. 11. 11. 선고 2021도9855 판결에서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자산이 사기죄의 객체가 될 수 있는 ‘재산상 이익’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국가가 가치를 보장하는 화폐가 아니라 블록체인 등 분산원장기술로 관리되는 경제적 가치를 디지털로 표상한 것이라는 가상자산의 성질에서 비롯된 결론입니다.

이 성질 때문에 회사 코인을 임의로 옮긴 사안은 처음부터 횡령죄가 아니라 배임죄의 틀로 접근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실무에서 계속 제기돼 왔습니다.

가상자산이 ‘재물’인지 ‘재산상 이익’인지에 대한 판단이, 횡령과 배임 중 어느 죄명이 적용될지를 가르는 출발점입니다.


2. 회사 자금을 사적으로 쓴 대표이사나 직원은 원래도 횡령 책임을 져 왔습니다

회사 재산의 보관·운용을 사실상 맡은 사람이 이를 사적으로 쓰면 횡령이 된다는 것이 확립된 법리입니다.

대법원은 오래전부터 회사 자금을 실질적으로 관리하는 사람이 이를 개인 용도로 처분한 사안에서 일관된 법리를 유지해 왔습니다.

주식회사는 주주와 독립된 별개의 권리주체로서 그 이해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므로, 주주나 대표이사 또는 그에 준하여 회사 자금의 보관이나 운용에 관한 사실상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회사 소유의 재산을 사적인 용도로 함부로 처분하였다면 횡령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11. 3. 24. 선고 2010도17396 판결).

같은 판결은 위탁관계가 반드시 사용대차·임대차·위임 등 계약으로만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사무관리·관습·조리·신의칙에 의해서도 성립할 수 있고, 소유자가 직접 위탁한 경우로 한정되지도 않는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 법리가 회사 코인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면, 코인의 관리·운용을 실질적으로 맡고 있던 임직원이 이를 개인 용도로 옮긴 경우 업무상횡령이 성립할 여지가 큽니다. 실제로 수사기관은 이런 사안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위반(횡령)으로 구성해 수사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사 코인의 관리·운용을 실제로 맡고 있었다면, 이를 개인 용도로 옮긴 순간 업무상횡령 책임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3. 하지만 신임관계에 기초한 관리자 지위가 없으면 배임도 성립하지 않습니다

우연히 코인을 넘겨받은 것만으로는 횡령도 배임도 성립하지 않습니다.

이 문제는 대법원 2021. 12. 16. 선고 2020도9789 판결에서 정면으로 다뤄졌습니다. 피고인이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위로 피해자의 비트코인 약 199.999개를 자신의 계정으로 이체받은 뒤 그중 대부분을 다른 계정으로 옮긴 사안으로, 수사기관은 처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위반(횡령)으로 사건을 구성했고 하급심은 횡령 대신 배임죄를 인정했습니다.

가상자산을 이체받은 사람이 법률상 원인 없이 이를 보유하게 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가상자산을 보존하거나 관리하는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고, 명문의 처벌 규정 없이 신의칙을 근거로 배임죄의 처벌 범위를 넓히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대법원 2021. 12. 16. 선고 2020도9789 판결).

대법원은 결국 하급심의 배임죄 인정마저 파기했습니다. 원인불명으로 가상자산을 이체받았다는 사정만으로는 신임관계에 기초해 이를 보존·관리하는 지위가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였습니다.

이 판결은 회사 코인 사안과 사실관계가 다릅니다. 이 사건 피고인은 애초에 누구로부터도 코인 관리를 위임받은 적이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반대로 회사가 임직원에게 지갑 접근권한이나 거래소 계정, 개인키 관리를 실제로 맡겼다면 신임관계에 기초한 보존·관리자 지위가 인정될 여지가 커지고, 이 판결의 논리는 오히려 그 임직원에게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신임관계에 기초한 보존·관리자 지위가 실제로 있었는지가, 이 판결을 회사 코인 사안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지를 가르는 갈림길입니다.


4. 지갑을 직접 보관했는지, 승인 권한만 있었는지에 따라 횡령·배임이 갈립니다

개인키를 사실상 혼자 쥐고 있었는지가 실무상 가장 중요한 구별 기준입니다.

실무에서는 회사 코인의 관리 방식에 따라 책임 구조가 달라집니다. 임직원이 회사 지갑의 개인키나 시드구문을 사실상 단독으로 보관하며 입출금을 직접 실행해 왔다면, 이는 회사 자금을 계좌로 보관해 온 경리 담당자와 비슷한 지위로 평가되어 업무상횡령으로 구성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다중서명 지갑에서 여러 서명권자 중 한 명으로 참여했거나, 실제 이체 실행은 다른 사람이 맡고 본인은 승인·지시만 해온 경우라면, 재물을 ‘보관’하는 지위보다 회사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가까워 업무상배임으로 구성될 여지가 커집니다.

죄명이 무엇이든 처벌 수위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형법 제356조는 업무상 임무를 위배해 횡령이나 배임을 저지른 경우 모두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는 횡령과 배임을 구분하지 않고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죄명에 따라 입증책임의 초점은 달라집니다. 횡령은 ‘보관’ 사실과 ‘불법영득의사’를, 배임은 ‘사무처리자’ 지위와 ‘임무위배로 인한 손해’를 각각 입증해야 하므로, 수사 초기 어느 쪽으로 사건이 구성되느냐에 따라 방어·대응 전략도 달라져야 합니다.


5. 신고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코인 이동 내역을 가장 먼저, 가장 촘촘하게 확보해야 합니다.

회사 코인 임의 이체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사업장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득액이 특경법 구간에 해당하면 구속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코인은 은행 계좌와 달리 금융기관에 곧바로 거래내역 제출을 요구하기 어렵고, 블록체인상의 지갑 주소와 거래소 계정을 함께 연결해야 실제 이체 경위가 드러난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초기에 어떤 자료를 확보하느냐가 사건 전체의 방향을 좌우합니다.

회사 코인의 이동을 의심하게 됐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1. 회사 지갑의 개인키·시드구문·거래소 계정을 실제로 누가, 어떤 권한 범위에서 관리해 왔는지 내규·위임장·업무분장표 등 문서로 확인합니다.

  2. 문제된 트랜잭션의 블록체인 해시값과 이체 시각, 수신 지갑 주소를 특정해 이체 경로를 정리합니다.

  3. 이체된 코인이 이후 거래소에서 현금화됐는지, 다른 지갑으로 재이전됐는지를 추적해 실제 손해 규모와 회수 가능성을 파악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가상자산 분쟁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횡령과 배임 중 어느 구성이 사실관계에 맞는지를 초기에 판단해 형사 대응과 민사상 반환청구를 함께 검토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회사 코인 문제는 “코인이라 계좌추적처럼 바로 확인이 안 될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코인을 도난당한 회사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주장보다, 관리 권한의 범위와 이체 경로를 먼저 정리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지갑 관리 규정, 위임 문서, 트랜잭션 내역이 정리될수록 형사 고소와 민사 반환청구 모두에서 유리해집니다.

반대로 관리 업무 중 코인을 이체했을 뿐이라고 항변하는 임직원 입장에서도 “관리자니까 이 정도는 괜찮은 줄 알았다”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실제 위임 범위와 회사의 승인 여부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회사 코인·가상자산을 둘러싼 분쟁에서 코인을 관리해 온 쪽과 문제를 제기한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지갑 관리 권한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죄명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회사 코인을 옮겼는데 나중에 전부 되돌려놨습니다. 그래도 처벌되나요?

A. 처벌될 수 있습니다. 횡령이든 배임이든 범죄는 이체 시점에 이미 완성되고, 사후 반환은 양형에서 유리한 사정으로만 참작됩니다.

Q. 코인 관리 업무를 맡고 있었을 뿐인데도 횡령이 되나요?

A. 됩니다. 대법원은 회사 자금의 보관·운용을 사실상 맡은 사람이 이를 사적 용도로 처분하면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봅니다. 코인도 실제로 그 관리를 맡고 있었다면 같은 법리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Q. 회사와 아무 계약 없이 우연히 코인을 받았을 뿐인데도 문제가 되나요?

A. 신임관계에 기초해 그 코인을 보존·관리하는 지위가 없었다면 배임죄는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원인 없이 얻은 이익은 부당이득 반환 등 민사 문제로 남을 수 있습니다.

Q. 다중서명 지갑의 서명권자 중 한 명일 뿐인데도 책임을 지나요?

A. 실행 권한의 범위에 따라 다릅니다. 단독으로 코인을 이동시킬 수 있는 지위였는지, 승인 절차의 일부에 불과했는지에 따라 횡령 또는 배임 성립 여부와 가담 정도가 달라집니다.

Q. 얼마부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되나요?

A. 이득액 5억원 이상이면 특경법 제3조가 적용돼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가능합니다. 횡령과 배임을 구분하지 않고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Q. 코인 이체 내역은 어떻게 확보하나요?

A. 회사 지갑 주소와 거래소 계정의 거래내역, 블록체인상 트랜잭션 해시값을 함께 정리해야 이체 경로와 최종 귀속처를 특정할 수 있습니다. 초기에 이 자료를 확보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Q. 경찰 조사 통보를 받았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코인 관리 권한의 범위를 어떻게 진술하느냐에 따라 횡령과 배임 중 어느 죄명으로 다뤄질지가 좌우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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