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소장이 하라고 해서 옥상 방수공사를 했는데, 공사대금을 받지 못했습니다
관리소장이 하라고 해서 옥상 방수공사를 했는데, 공사대금을 받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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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소장이 하라고 해서 옥상 방수공사를 했는데, 공사대금을 받지 못했습니다 

신지수 변호사

들어가며 — 아파트 공사에서 구두약정이 위험한 진짜 이유

"관리소장님이랑 회장님이 하라고 해서 시작했습니다." 아파트 공사대금 분쟁에서 가장 자주 듣는 말입니다. 실제로 공사는 이루어졌고, 자재비와 인건비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계약서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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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판결은 그 전형적인 사안에 더해, 공동주택 공사에만 존재하는 또 하나의 장벽을 보여줍니다. 설령 약정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약정 자체가 법령이 정한 사업자 선정 절차를 위반한 것이라면, 법원은 그러한 약정이 있었다고 인정하는 데에도 소극적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건의 개요

원고는 이 아파트에서 2023년 5월부터 2024년 5월까지 기전담당주임으로 근무했던 사람입니다. 즉 외부 업체가 아니라 관리사무소 소속 직원이었습니다. 원고는 2024년 4월 6일부터 4월 14일 사이에 아파트 C동 옥상에서 지붕 방수공사를 실시하다가 중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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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2024년 3월 26일 관리소장 및 입주자대표회의 회장과 C동 1호부터 4호 라인과 기계실 2곳의 지붕 방수공사를 하고 공사비 19,370,000원을 지급받기로 구두약정을 했고, 공사를 50% 이상 수행했으므로 약정 공사비의 절반인 9,685,000원을 지급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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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입주자대표회의는 2024년 4월 회의를 열어, 적립되어 있는 장기수선충당금을 사용하여 같은 C동 옥상 지붕 방수공사를 다른 업체를 비롯한 4개 업체에 24,635,600원에 의뢰하여 시행하는 안건을 가결했습니다. 1심과 항소심 모두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 네 겹의 이유

첫째, 처분문서가 없습니다. 법원은 구두약정을 뒷받침할 공사계약서 등의 처분문서나 문자메시지 같은 객관적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원고가 제출한 증거는 견적서뿐이었는데, 견적서는 일방이 제시한 금액일 뿐 당사자가 그 금액으로 합의했음을 증명하지 못한다고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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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회계처리기준상의 장벽입니다. 공동주택 회계처리기준 제17조 제7호 본문은 모든 거래대금에 대한 증빙을 영수증 이외의 세금계산서, 직불·체크카드를 포함한 신용카드 매출전표, 현금영수증 등 적격증빙으로 수취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원고가 사업자등록을 마치고 세금계산서 등을 발행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었는지에 대한 아무런 증명이 없었습니다. 법원은 적격증빙을 수취할 수 없는 사람에게 공사를 맡기면 입주자대표회의가 고시를 위반하게 되므로, 이를 감수하면서까지 원고 주장과 같은 공사약정을 체결할 유인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약정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간접 정황으로 회계기준을 활용한 판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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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이 사건의 핵심입니다. 이 아파트는 196세대에 승강기가 설치된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이므로, 공동주택관리법 제25조와 시행령 제25조 제3항, 그리고 국토교통부 고시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이 적용됩니다. 지침 제4조 제1항은 입주자대표회의가 공사 및 용역 등 사업자를 선정하는 경우 경쟁입찰을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제3항은 [별표2]에 해당하는 경우 수의계약을 할 수 있다고 하며, [별표2] 제6호는 공사 및 용역 등의 금액이 500만 원(부가가치세 제외) 이하이고 2인 이상의 견적서를 받은 경우를 들면서 '다만 동일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공사 및 용역 등을 시기나 물량으로 나누어 계약할 수 없다'는 단서를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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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는 관리소장의 지시로 500만 원 이하의 견적서 4개를 각기 다른 업체로부터 제출받아 합계 19,370,000원으로 계약한 것이 지침 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법원은 바로 그 점을 들어 원고에게 불리하게 판단했습니다. C동 1호부터 4호 라인의 지붕 방수공사는 모두 지붕에 방수액을 도포하는 등 동일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공사이므로, 500만 원 이하로 복수의 견적서를 받더라도 물량으로 나누어 계약할 수 없고, 따라서 경쟁입찰에 부쳐야 할 의무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지침 적용을 회피하여 수의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여러 업체 명의의 견적서를 받은 뒤 금액을 합산해 공사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유에 대한 납득할 만한 사정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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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가정적 판단입니다. 설령 약정이 있었고 공사가 진행되었다 하더라도, 중단 시점까지 진행된 공사의 공정률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없고, 원고에게 방수공사 관련 시공경력이나 전문성이 있다고 볼 자료도 없다고 했습니다.

이른바 '쪼개기 발주'의 법적 함정

이 판결의 실무적 가치는 세 번째 이유에 있습니다. 500만 원 이하로 견적서를 나누어 수의계약 요건을 맞추는 이른바 쪼개기 발주는 공동주택 현장에서 오래된 관행입니다. 입찰 절차가 번거롭고 시간이 걸리며, 급한 공사를 처리해야 하는 관리사무소로서는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별표2] 제6호 단서는 정확히 그 관행을 겨냥한 규정입니다. '동일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공사'인지가 기준이고, 이 사건에서 법원은 같은 건물 옥상에 방수액을 도포하는 공사는 라인별로 나누더라도 동일한 목적의 공사라고 명확히 판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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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개기 발주의 위험은 흔히 지자체의 시정명령이나 과태료로만 이해되지만, 이 판결은 그보다 직접적인 결과를 보여줍니다. 절차를 위반한 계약을 체결한 시공자는 대금 청구 단계에서 그 위반 사실 때문에 약정의 존재조차 인정받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편법을 제안한 쪽은 관리사무소였을지 몰라도, 대금을 받지 못하는 손해는 시공자가 부담합니다.

관리소장의 말은 입주자대표회의를 구속하는가

이 사건에서 원고는 관리소장과 회장의 구두 지시를 근거로 삼았습니다. 그러나 공동주택의 계약 체결 권한은 원칙적으로 입주자대표회의의 의결을 거쳐 그 대표자가 행사하는 것이며, 관리소장은 관리주체의 업무를 집행하는 지위에 있을 뿐 독자적으로 입주자대표회의를 구속하는 계약을 체결할 권한을 당연히 가지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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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관리규약과 의결 사항의 범위를 벗어난 대표행위는 효력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입주자대표회의는 오히려 같은 공사를 4개 업체에 2,400여만 원에 의뢰하는 안건을 별도로 가결했습니다. 조직의 공식 의사와 개인의 구두 지시가 어긋나 있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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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아파트 공사를 수주하는 입장이라면, 회의록 사본이나 의결 결과 통지를 확인하는 절차가 계약서 작성만큼 중요합니다. '소장님이 하라고 하셨다'는 것은 법적으로 아무것도 보장하지 않습니다.

직원이 직접 시공한 구조의 문제

덧붙여 이 사건에는 또 하나의 구조적 문제가 있습니다. 원고는 이 아파트의 기전담당주임, 즉 관리사무소 소속 직원이었습니다. 관리사무소 직원이 자신이 근무하는 아파트의 공사를 직접 수주하여 시공하는 것은 명백한 이해충돌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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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공사의 필요성을 판단하고, 누가 견적의 적정성을 검토하며, 누가 시공의 품질을 감독합니까. 세 역할이 한 사람에게 모이면 통제가 작동하지 않습니다. 법원이 '방수공사 관련 시공경력이나 전문성이 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고 지적한 부분도 이 맥락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직원의 겸업과 수의계약 상대방 자격에 관한 내부 기준을 관리규약이나 내규로 명확히 해 두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시공자는 아무런 구제를 받을 수 없는가

이론적으로는 계약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부당이득반환이나 사무관리에 기한 비용상환을 검토할 여지가 있습니다. 실제로 공사가 이루어져 아파트가 이익을 얻었다면 그 범위에서 반환을 구하는 구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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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 사건이 보여주듯 그 길도 결코 쉽지 않습니다. 부당이득을 구하려면 상대방이 얻은 이익의 범위를 특정해야 하고, 그러려면 중단 시점의 공정률과 실제 투입된 자재·노무의 가액을 객관적으로 입증해야 합니다. 법원이 '공정률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아무런 자료가 없다'고 한 이상, 청구원인을 바꾸더라도 같은 벽에 부딪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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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실무적 결론은 단순합니다. 공사를 시작하기 전에 계약서를 쓰고, 공사 중에는 매일 사진과 작업일보를 남기며, 중단 시점에는 현장 상태를 제3자가 확인할 수 있는 형태로 기록해야 합니다. 이 세 가지가 없으면 소송은 시작하기 전에 이미 어렵습니다.

맺으며

이 판결은 아파트 공사대금 분쟁을 다루는 두 가지 층위를 동시에 보여줍니다. 하나는 모든 계약 분쟁에 공통되는 입증의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공동주택에만 적용되는 사업자 선정 절차의 문제입니다. 후자는 사법상 계약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는 데까지 영향을 미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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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주택 공사를 둘러싼 법령은 번거롭지만, 그 번거로움은 입주민의 돈을 지키기 위한 장치입니다. 그 장치를 우회하려는 시도는 대개 우회를 제안한 사람이 아니라 그것을 믿고 일한 사람에게 손해로 돌아옵니다.

공동주택 분쟁, 혼자 판단하지 마십시오

공사대금을 지급받지 못하셨거나, 절차를 지키지 않은 계약 때문에 곤란을 겪고 계신다면 청구 구성 자체를 다시 설계해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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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법무법인 랜드로에서 부동산 분야를 전담하고 있는 변호사 신지수입니다.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주체의 자문, 관리비·장기수선충당금 집행, 사업자 선정과 입찰 분쟁, 관리사무소 직원의 노무 문제, 누수와 하자를 둘러싼 손해배상, 동별 대표자 선거와 해임을 둘러싼 가처분, 그리고 이로부터 파생되는 행정처분과 형사사건까지, 공동주택에서 발생하는 분쟁의 전 국면을 다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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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주택 분쟁의 특징은 결론이 법리가 아니라 기록에서 갈린다는 점입니다. 회의록 한 줄, 문자메시지 한 통, 사고 직후의 사진 한 장이 수천만 원의 차이를 만듭니다. 그리고 그 기록은 분쟁이 시작된 뒤에는 만들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소송이 시작된 뒤보다, 통지서를 보내기 전이나 각서에 서명하기 전에 상담해 주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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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같은 문제로 고민이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연락 주십시오. 사안의 구조를 먼저 진단해 드리고, 소송이 최선이 아닌 경우에는 그 점도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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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랜드로 | 부동산 전문변호사 신지수

※ 본 글은 공간된 판결을 토대로 한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건의 결론은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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