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에서 낙찰됐는데 입주자대표회의가 재추첨을 했습니다 — 낙찰자의 손해배상 청구는 왜 기각됐나
입찰에서 낙찰됐는데 입주자대표회의가 재추첨을 했습니다 — 낙찰자의 손해배상 청구는 왜 기각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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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찰에서 낙찰됐는데 입주자대표회의가 재추첨을 했습니다 — 낙찰자의 손해배상 청구는 왜 기각됐나 

신지수 변호사

들어가며 — 낙찰과 계약 사이의 좁고 위험한 틈

1,435세대 아파트의 화재보험 사업자 선정 입찰에서 최저가로 낙찰받은 업체가 있었습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정기 회의에서 '3개 업체 중 최저가를 제시한 업체가 견적서대로 청약요청 시 계약한다'는 안건을 의결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업체 대표가 관리소장을 만나 청약서류에 명판과 직인을 날인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날인 도중, 일부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들이 '견적서가 잘못되었다'며 이의를 제기했고 관리소장은 날인을 중단했습니다.

이틀 뒤 입주자대표회의는 4개 업체에 다시 견적을 받았고, 동일한 견적을 제시한 업체들 사이에 추첨을 진행해 다른 업체를 선정했습니다. 낙찰받았던 업체는 1,700여만 원의 손해배상을 구했지만 1심과 항소심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이 판결은 아파트 입찰 실무에서 '낙찰'과 '계약'이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그 사이에서 업체가 무엇을 놓치면 안 되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먼저 정리해 둘 사실관계

입주자대표회의는 공동주택관리법 및 국토교통부 고시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에 따라 주택화재보험 등 보험가입업체 선정 입찰을 공고했고, 원고를 포함한 3개 업체가 입찰했습니다. 정기 회의에서 위와 같은 의결이 이루어졌고, 다음 날 날인이 중단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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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된 것은 견적서의 내용이었습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입찰 공고 시 '주택화재 특약부가 사항 신체 손해배상책임 특별약관 부분'의 적용목적물 부호를 9개로 공고했는데, 원고가 제출한 견적서에는 승강기 20대 및 부대설비, 승강기 14대 및 부대설비, 전기기계설비 및 변·발전설비, 전기차 충전설비 등 4개 항목에서 신체 손해배상책임이 반영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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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추첨에 참여하기 전, 원고는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에게 추첨이 강제로 진행되는 것인지 물었고 '강제라기보다 각서를 써야만 참석할 수 있다'는 답변을 들은 뒤, '추첨 결과에 승복하고 일체의 법적 대응을 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각서에 서명했습니다.

쟁점 1 — 각서가 부제소합의로 인정될까

입주자대표회의는 먼저 본안전항변으로 이 각서가 부제소합의에 해당하므로 소가 각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이를 배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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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제시한 법리는 명확합니다. 부제소합의는 소송당사자에게 헌법상 보장된 재판청구권의 포기와 같은 중대한 소송법상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이므로, 그 합의의 존부 판단에 따라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갈리는 소송행위에 관한 당사자의 의사를 해석할 때는, 표시된 문언이 불분명하고 객관적·합리적 의사해석과 외부로 표시된 행위에 의해 추단되는 의사조차도 불분명하다면 가급적 소극적 입장에서 그러한 합의의 존재를 부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부제소합의는 당사자가 처분할 수 있는 특정된 법률관계에 관한 것으로서 합의 당시 각 당사자가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 관한 것이어야 유효합니다(대법원 2019. 8. 14. 선고 2017다217151 판결 등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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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에서 법원은 각서가 재추첨에 참여하려면 반드시 제출해야 할 서류로 기재되어 있었기 때문에 원고가 제출하게 된 것으로 보이는 점, 그 이전부터 원고가 재추첨 절차의 불공정성을 들어 몇 차례 이의를 제기해 온 점에 비추어, 입찰 과정 전반에 걸쳐 어떠한 내용의 소송도 제기하지 않을 의사로 각서를 제출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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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적으로 매우 중요한 판시입니다. 입주자대표회의가 절차 참여의 조건으로 '이의 없음' 각서를 받아 두는 관행이 널리 퍼져 있지만, 그렇게 받은 각서는 부제소합의로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참여의 대가로 강요된 문서라는 점, 그 이전에 이미 이의가 제기되어 있었다는 점이 모두 각서의 효력을 약화시킵니다.

쟁점 2 — 의결이 있었으니 계약이 성립한 것 아닌가

원고의 주위적 주장은 입주자대표회의 의결로 낙찰자가 결정되었으니 계약이 적법하게 성립했고, 이행하지 않는 것은 채무불이행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법원은 네 가지 이유로 계약 성립을 부정했습니다.

첫째, 입찰공고의 '계약체결에 관한 사항' 부분에 '계약 대상자는 입찰, 낙찰, 계약 체결 또는 계약 이행 등에서 불공정한 행위 발견 시 해당 입찰·낙찰을 취소하거나 계약을 해제할 수 있음'이라고 명시되어 있는바, 이는 입찰과 계약이 별도의 절차임을 전제로 한 기재라고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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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원고가 관리소장에게 청약서류를 제시한 것은 청약의 의사표시로 해석할 수 있는데, 그 서류에 날인하는 도중 중단했으므로 이는 이미 체결된 계약에 대한 이행거절이 아니라 계약 자체를 거절하겠다는 의사표시로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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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의결의 문언 자체가 '견적서대로 청약요청 시' 계약한다는 것이므로, 아직 청약이 이루어지지 않은 의결 시점에서는 계약이 성립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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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실제로 일부 항목의 담보가 누락되어 있었고 재추첨 과정에서 원고까지 포함해 절차를 다시 진행한 점에 비추어, 입주자대표회의가 의도적으로 특정 업체를 지원하기 위해 계약 불성립을 주장한 것이라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쟁점 3 — 예약은 성립했다, 그런데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

이 판결에서 법리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법원은 예비적 주장인 예약채무 불이행에 관하여, 입찰을 거쳐 원고를 낙찰자로 결정한 이상 입주자대표회의와 낙찰자 사이에는 '본계약 체결 의무를 내용으로 하는 예약의 계약관계'가 성립했다고 명시적으로 인정했습니다. 그리고 재추첨을 거쳐 본계약 체결을 거절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예약채무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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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법률관계의 존재 자체는 인정된 것입니다. 낙찰자 결정에는 법적 구속력이 있습니다. 결론이 갈린 것은 '특별한 사정', 곧 정당한 이유의 존부에서였습니다.

법원이 정당한 이유로 든 사정은 여섯 가지입니다. 입찰자는 입찰 관련 법령 및 참가자격 등을 사전에 숙지해야 하고 이를 숙지하지 않아 발생하는 불이익의 책임은 참가자에게 있으며 접수된 서류가 허위로 판정된 경우 계약체결 전이면 낙찰을 취소할 수 있다고 미리 고지된 점, 보험회사 심사승인이 완료된 청약서 원본을 제출하도록 했으나 원고는 스스로 임의 작성한 청약서만 제출한 점, 최초 견적서에 일부 항목의 담보 누락이 있었고 제출 서류는 이후 수정할 수 없는 점, 그러한 누락이 실제 보험료 산정에 영향이 없다 하더라도 누락된 채 계약했다면 추후 그 부분에 대한 배상을 받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점, 최저가 업체를 선정하기로 한 상황에서 누락이 있다면 보험 전문가가 아닌 입주자대표회의로서는 업체 비교·선정에 오인 가능성이 상당한 점, 그리고 원고를 포함하여 재추첨을 진행했고 그 절차와 내용이 불공정하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점입니다.

실무적 시사점 — 입찰 참여 업체가 지켜야 할 것

첫째, 견적서는 계약서만큼 중요합니다. 이 사건에서 4개 항목의 담보 누락은 보험료 산정에 영향이 없었을 수도 있지만, 그것이 재추첨의 정당한 이유가 되었습니다. 공고문의 목적물 부호와 특약 항목을 하나씩 대조하는 작업을 생략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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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공고문이 요구하는 서류의 형식을 정확히 지켜야 합니다. '심사승인완료 청약서 원본'을 요구했는데 임의 작성 청약서를 낸 것은, 실질적으로 같은 내용이라 하더라도 형식 요건 위반입니다. 선정지침에 따른 입찰에서 형식 요건은 곧 참가자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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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각서에 서명하기 전에 다투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각서는 부제소합의로 인정되지 않았지만, 그것은 원고가 사전에 이의를 제기해 온 기록이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의 없이 각서에만 서명했다면 결론이 달랐을 수 있습니다. 절차의 불공정을 다투려면 그 시점에 서면으로 이의를 남기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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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낙찰 이후 계약 체결까지의 기간을 관리해야 합니다. 계약이 성립하지 않았다면 이행이익 배상을 받을 수 없고, 예약채무 불이행을 주장하더라도 정당한 이유가 인정되면 배상은 없습니다. 낙찰 직후 계약서 작성 일정을 서면으로 확정해 두는 것이 유일한 안전장치입니다.

입주자대표회의가 읽어야 할 부분

반대로 입주자대표회의의 관점에서 이 판결은 안심의 근거가 아니라 조건부 면책의 선언입니다. 법원은 분명히 '낙찰자와 사이에 본계약 체결 의무를 내용으로 하는 예약이 성립했다'고 했습니다. 낙찰 결정을 번복하면 원칙적으로 손해배상책임을 집니다. 이 사건에서 면책된 것은 오로지 낙찰자 측 서류에 객관적 하자가 있었고 재추첨 절차가 공정하게 진행되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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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낙찰을 취소하거나 재입찰·재추첨을 하려면, 그 사유가 공고문에 미리 기재되어 있어야 하고, 사유의 존재가 객관적 자료로 확인되어야 하며, 재진행 절차에는 기존 낙찰자를 포함시키고 그 경과를 회의록과 문서로 남겨야 합니다. 이 사건 입주자대표회의는 감사의 재심의 요청에 따라 별도 회의에서 추인 의결까지 거쳤습니다. 그 절차적 성실성이 결론을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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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입찰 분쟁은 액수가 크지 않아 보여도, 업체에게는 연간 매출의 상당 부분이 걸려 있고 입주자대표회의에는 수년간의 갈등으로 남습니다. 이 판결은 '낙찰은 계약이 아니지만 아무것도 아닌 것도 아니다'라는 중간 지점을 정확히 짚었습니다. 낙찰자에게는 본계약 체결을 구할 지위가 있고, 발주자에게는 정당한 이유가 있을 때만 이를 거절할 자유가 있습니다.

공동주택 분쟁, 혼자 판단하지 마십시오

낙찰이 번복되었거나, 반대로 낙찰자 선정을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공고문과 회의록의 문언 하나가 결론을 바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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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법무법인 랜드로에서 부동산 분야를 전담하고 있는 변호사 신지수입니다.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주체의 자문, 관리비·장기수선충당금 집행, 사업자 선정과 입찰 분쟁, 관리사무소 직원의 노무 문제, 누수와 하자를 둘러싼 손해배상, 동별 대표자 선거와 해임을 둘러싼 가처분, 그리고 이로부터 파생되는 행정처분과 형사사건까지, 공동주택에서 발생하는 분쟁의 전 국면을 다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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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주택 분쟁의 특징은 결론이 법리가 아니라 기록에서 갈린다는 점입니다. 회의록 한 줄, 문자메시지 한 통, 사고 직후의 사진 한 장이 수천만 원의 차이를 만듭니다. 그리고 그 기록은 분쟁이 시작된 뒤에는 만들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소송이 시작된 뒤보다, 통지서를 보내기 전이나 각서에 서명하기 전에 상담해 주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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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같은 문제로 고민이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연락 주십시오. 사안의 구조를 먼저 진단해 드리고, 소송이 최선이 아닌 경우에는 그 점도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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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랜드로 | 부동산 전문변호사 신지수

※ 본 글은 공간된 판결을 토대로 한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건의 결론은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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