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나 산업재해로 노동능력을 잃은 피해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 일실수입 계산의 출발점은 "사고 당시 얼마를 벌고 있었는가"입니다. 그런데 소송이 1년, 2년 넘게 이어지는 사이 다니던 직장에서 임금이 실제로 올랐다면, 그 인상분은 손해액에 어떻게 반영될까요. 사고 당시 급여만 고정해 계산하면 소송이 길어질수록 피해자가 실제로 입은 손해보다 적은 배상을 받는 결과가 생길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최근 이 지점을 정면으로 다루며, 사실심 변론종결 시까지 실제로 인상된 급여가 있다면 그 시점부터는 인상된 급여를 기준으로 일실수입을 다시 산정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기준소득 산정의 원칙과 예외, 그리고 인상분을 손해액에 반영받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일실수입 기준소득의 원칙 — 왜 '사고 당시 소득'인가
일실수입이란 불법행위로 노동능력을 상실하거나 사망한 피해자가 사고가 없었다면 장래 얻었을 것으로 기대되는 수입을 현재가치로 환산한 손해액을 말합니다. 이 금액을 계산하려면 먼저 '기초소득'을 얼마로 볼 것인지부터 정해야 합니다. 대법원은 피해자가 사고 당시 직장에 근무하며 일정한 수입을 얻고 있었고, 그 실제수입을 확정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가 있다면 사고 당시의 실제수입을 기초로 일실수입을 산정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대법원 1994. 9. 27. 선고 94다26134 판결).
이 원칙이 자리 잡은 이유는 손해배상의 기본 원리와 맞닿아 있습니다. 손해배상은 '사고가 없었다면 있었을 상태'로 피해자를 되돌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사고 시점에서 가장 확실하게 확정할 수 있는 소득은 바로 그 시점의 실제 급여입니다. 기초소득을 막연한 추측이나 평균 통계만으로 잡으면 산정 자체가 자의적으로 흐를 위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원천징수영수증, 근로계약서, 급여명세서 같은 객관적 자료가 확보되면 법원은 우선 사고 당시 실제소득을 기준소득으로 삼습니다.
그런데 손해배상 소송은 통상 사고 이후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년이 걸립니다. 그 사이 원고가 다니던 직장에서 정기승급이나 임금 협상으로 급여가 오르는 일은 드물지 않습니다. 이 경우에도 사고 당시 소득만 고집해 계산하면 실제로 피해자가 입은 손해와 배상액 사이에 괴리가 생깁니다. 이 괴리를 어떻게 메우는지가 다음 항목의 핵심입니다.
사고 당시의 실제수입을 확정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가 있다면, 그 실제수입이 일실수입 산정의 출발점이 된다.
변론종결 무렵 오른 급여 — 사실심 변론종결시에 가장 가까운 소득이 기준
대법원 2025. 1. 9. 선고 2024다284302 판결(손해배상(자))은 바로 이 지점을 정면으로 다뤘습니다. 사안은 버스 운전기사인 원고가 2020년 8월 사고를 당해 노동능력의 일부를 상실한 사건이었습니다. 사고 당시 원고의 월 기본급은 2,007,808원이었는데, 소송이 진행되는 사이인 2022년 4월부터 기본급이 2,130,128원으로 인상되었습니다. 그런데 원심은 인상된 급여를 실제 인상 시점이 아니라 그보다 한참 뒤인 2023년 5월 이후분부터만 반영하고, 그 앞선 기간은 여전히 사고 당시의 구 급여로 계산했습니다.
대법원은 이 계산을 파기환송하면서, "불법행위로 신체장애를 일으켜 노동능력을 상실한 피해자의 일실수입은 원칙적으로 손해가 발생한 당시의 소득을 기준으로 삼아 산정하여야 하지만, 그 후 사실심 변론종결 시까지 사이에 일실수입의 기초가 되는 소득이 인상되었을 때에는 그 이후의 일실수입은 사실심의 변론종결 시에 가장 가까운 소득을 기준으로 삼아 산정하여야 한다"는 법리를 재확인했습니다. 실제로 급여가 오른 시점, 즉 2022년 4월부터 인상된 급여를 적용해야 하고, 그보다 늦은 임의의 시점을 기준점으로 잡을 근거는 없다는 취지입니다.
이 법리가 실무에 주는 의미는 분명합니다. 소송이 길어질수록 임금 인상 여부와 그 발효 시점을 계속 확인해서 소송이 끝나기 전에 반영을 요구해야 손해를 온전히 배상받을 수 있습니다. 사고 당시 급여를 고정값처럼 여기고 소송을 끝까지 진행하면, 정작 소송 중간에 실제로 발생한 인상분을 놓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사실심 변론종결 시까지 기초소득이 인상되었다면, 그 이후의 일실수입은 변론종결시에 가장 가까운 소득을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 — 대법원 2025. 1. 9. 선고 2024다284302 판결.
이미 오른 소득과 '오를 것으로 보이는' 소득은 다르다
여기서 구분해야 할 지점이 있습니다. '이미 실제로 발생한 인상'과 '장래에 오를 가능성이 있는 승급·승진'은 법적 취급이 다릅니다. 이미 인상된 급여는 객관적 사실로 확정된 것이므로 그 사실을 입증하면 곧바로 기준소득에 반영됩니다. 반면 아직 발생하지 않은 장래의 임금 상승은 별도의 법리로, 장차 그 수익이 증가할 것이 상당한 개연성이 있는 경우에 한해 참작됩니다.
개연성을 판단하는 기준도 다릅니다.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호봉제가 명시되어 있고 특별한 사정 없이 근속기간만 채우면 자동으로 승급되는 구조라면, 그 호봉표에 따른 장래 인상분을 미리 계산에 반영할 개연성이 인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승진이나 성과급처럼 개인의 실적·평가에 좌우되는 불확실한 인상은 개연성을 인정받기가 상대적으로 까다롭습니다.
예를 들어 공무원이나 호봉표가 명확히 규정된 공기업 직원이라면 장래 호봉 상승분을 처음부터 계산에 반영받기 쉬운 편입니다. 반면 일반 기업의 성과연동 상여금처럼 지급 여부와 금액이 실적에 따라 달라지는 항목은 '앞으로도 계속 지급될 것'이라는 점을 별도로 입증해야 해서 반영이 더 까다롭습니다.
이미 발생한 인상 — 급여명세서·인사발령 등으로 확정된 사실. 입증되면 그 시점부터 즉시 기준소득에 반영.
장래 개연성 있는 인상 — 호봉제·단체협약상 근속에 따른 자동승급 등. 감정·통계 자료로 참작.
장래 불확실한 인상 — 승진·성과급처럼 결과가 실적에 좌우되는 경우. 개연성 인정이 쉽지 않음.
이미 실제로 발생한 임금 인상은 사실로서 반영되고, 아직 발생하지 않은 장래 인상은 '고도의 개연성'이 증명될 때만 참작된다 — 두 법리는 요건이 다르다.
인상 사실, 법원이 저절로 반영해주지 않는다 —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민사소송은 변론주의가 지배하므로, 당사자가 주장하고 증명하지 않은 사실을 법원이 직권으로 조사해 반영해 주지 않습니다. 임금이 올랐다는 사실도 마찬가지입니다. 원고 측이 소송 중 실제로 인상된 급여 자료를 제출하고 그에 맞춰 손해액 계산을 정리해야 법원이 이를 반영할 수 있습니다. 자료를 내지 않으면 아무리 실제로 급여가 올랐어도 판결에는 반영되지 않습니다.
필요한 자료는 대체로 다음과 같습니다.
급여명세서·근로소득 원천징수영수증 — 인상 전후 금액을 비교할 수 있는 자료.
인사발령서·연봉계약서·근로계약서 갱신본 — 인상의 발효일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
취업규칙·단체협약·호봉표 — 정기승급 구조를 뒷받침하는 자료.
재직 중인 직장에 대한 사실조회·문서송부촉탁 신청 — 법원을 통해 공식 자료를 확보하는 방법.
사고 이후 소송이 길어지는 동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거나 이직하는 경우도 있어 사정이 더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인상 시점과 인상 폭을 뒷받침할 자료를 미리 정리해 두고, 소송이 진행 중이라면 노동능력상실률 감정 절차나 재판부에 인상 사실을 알리는 준비서면을 때를 놓치지 않고 제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임금 인상은 법원이 알아서 찾아주지 않는다 — 인상 시점과 금액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직접 제출해야 반영된다.
인상 시점을 놓치면 생기는 손해 — 소송이 길어질수록 커지는 격차
인상 시점 반영을 놓쳤을 때 실제로 얼마나 손해액이 줄어드는지 가정해 보겠습니다. 가령 사고 당시 월급이 250만원이었던 피해자의 노동능력상실률이 20%이고 앞으로 일할 수 있는 기간이 10년 남았다고 가정할 때, 소송 도중 월급이 270만원으로 올랐는데 이 인상분 20만원을 계산에서 빠뜨리면 '20만원 × 20% × 남은 개월 수'만큼의 손해액이 그대로 누락됩니다. 기간이 길게 남아 있을수록 이 누락분은 수백만원 단위로 커질 수 있습니다.
이런 격차는 특히 소송이 3년 이상 장기화되는 사건, 이를테면 감정에 대한 이의로 재감정이 이뤄지거나 항소심까지 진행되는 사건에서 두드러집니다. 임금 인상이 한 번에 그치지 않고 매년 정기적으로 이뤄지는 직장이라면, 반영하지 못한 인상분이 해마다 누적되어 격차는 더 벌어집니다.
그래서 실무적으로는 소장을 제출할 때 기초소득을 사고 당시 금액으로만 고정해 특정하지 말고, 소송 중 임금이 인상되면 이를 반영해 청구금액을 정리할 수 있다는 취지를 준비서면 등에서 미리 언급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실제로 임금이 오르면 지체 없이 자료를 제출해 손해액 계산을 업데이트해야 합니다.
소송이 길어질수록 반영하지 못한 임금 인상분이 누적되어, 실제 손해와 배상액 사이의 격차가 커진다.
일실수입에만 적용되는 법리 — 위자료·개호비와는 별개
이 법리는 일실수입, 즉 장래 얻었을 근로소득 상당액에 국한된 것으로, 위자료나 개호비, 향후 치료비 같은 다른 손해배상 항목의 산정방식과는 무관합니다. 위자료는 소득 액수와 무관하게 사고의 경위, 상해 정도, 피해자의 나이와 가족관계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해 법원이 재량으로 정하는 금액입니다. 개호비는 실제로 개호에 드는 비용을 기준으로 별도로 산정됩니다.
다만 노동능력상실률과 가동기간(가동연한)은 인상된 소득을 반영하더라도 여전히 함께 고려해야 하는 별개의 변수입니다. 기준소득을 인상된 급여로 바꾼다고 해서 노동능력상실률이나 가동기간 자체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며, '기준소득 × 노동능력상실률'이라는 산식에서 기준소득 항목이 시점별로 달라질 뿐입니다.
따라서 일실수입 손해액을 다툴 때는 기초소득, 노동능력상실률, 가동기간을 각각 따로 검토해야 합니다. 그중 기초소득 부분에서 인상분을 놓치면, 노동능력상실률이나 가동기간을 아무리 정확하게 계산해도 전체 손해액은 결국 과소평가될 수밖에 없습니다.
인상된 급여를 기준소득에 반영하는 법리는 일실수입에 국한되며, 위자료·개호비 등 다른 손해배상 항목의 산정방식을 바꾸지는 않는다.
소송 진행 중 임금이 올랐다면 지금 해야 할 일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실제로 임금이 올랐다면 다음을 확인해야 합니다.
소송 중 급여명세서를 주기적으로 확인해 인상 여부와 발효일을 기록해 둘 것.
인상 사실이 확인되면 준비서면과 함께 급여명세서·인사발령서 등 자료를 즉시 제출할 것.
호봉제·단체협약이 있는 직장이라면 취업규칙·단체협약 사본도 함께 준비해 둘 것.
노동능력상실률 감정이 진행 중이라면 감정인에게도 인상된 소득 자료를 전달해 반영 여부를 확인할 것.
이미 판결이 선고된 이후에는 같은 사고를 이유로 인상분을 별도로 청구하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변론이 종결되기 전에 자료를 정리해 제출하는 타이밍이 특히 중요합니다.
판결이 선고된 뒤에는 되돌리기 어렵다 — 변론이 끝나기 전에 인상된 급여 자료를 제출하는 타이밍이 관건이다.
자주 묻는 질문
Q. 사고 당시 소득을 증명할 자료가 없으면 어떻게 되나요?
A. 원천징수영수증이나 급여명세서 같은 객관적 자료로 사고 당시 실제소득을 확정할 수 없다면, 통계소득(임금구조기본통계조사보고서상 동종·유사 직종 평균임금)이나 일반일용노임 등을 대체 기준으로 삼아 산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이때도 실제소득에 가까운 자료를 최대한 확보하는 쪽이 유리합니다.
Q. 임금이 올랐다는 사실을 소송이 다 끝난 뒤에 알게 됐다면 어떻게 하나요?
A. 판결이 확정된 뒤에는 같은 손해를 이유로 다시 청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으므로, 변론이 종결되기 전에 임금 인상 여부를 확인하고 자료를 제출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항소심이 진행 중이라면 항소심 변론종결 전까지는 추가로 반영을 요청할 여지가 있습니다.
Q. 성과급이나 상여금도 인상분으로 인정받을 수 있나요?
A. 기본급처럼 근속만으로 확정되는 인상은 비교적 쉽게 인정되지만, 실적에 따라 달라지는 성과급·상여금은 그 지급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개연성을 별도로 입증해야 합니다. 과거 지급 이력이 꾸준하고 지급 기준이 명확할수록 인정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Q. 반대로 소송 중 임금이 깎이거나 실직한 경우에는 어떻게 되나요?
A. 기초소득 산정은 인상뿐 아니라 하락한 경우에도 같은 원리로 사실심 변론종결 시에 가장 가까운 소득 사정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다뤄질 수 있어, 실직이나 감봉 사실도 마찬가지로 자료를 정리해 재판부에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Q. 인상된 급여 자료는 어느 시점 것까지 낼 수 있나요?
A. 원칙적으로 사실심 변론이 종결되는 시점에 가장 가까운 소득 자료까지 제출할 수 있으며, 그 이후에 발생한 인상은 그 사건에서는 반영되기 어렵습니다. 변론종결이 임박했다면 최신 급여자료를 서둘러 확보해 제출해야 합니다.
Q. 호봉제가 아닌 중소기업 직원도 장래 인상분을 인정받을 수 있나요?
A. 호봉표가 없더라도 회사의 임금대장이나 동종 근로자들의 실제 인상 이력을 통해 근속에 따른 인상 관행이 있음을 입증하면 개연성을 인정받을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자료가 부족하면 법원이 보수적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맺음말
일실수입 기준소득은 원칙적으로 사고 당시 실제소득이지만, 소송이 진행되는 사이 그 소득이 실제로 인상됐다면 사실심 변론종결 시에 가장 가까운 소득을 기준으로 다시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법리입니다. 이 인상분은 법원이 저절로 찾아주지 않으므로, 소송 당사자가 직접 인상 시점과 금액을 입증할 자료를 준비해 제출해야 실제 손해에 맞는 배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수원지방법원을 비롯해 경기남부 지역에서 진행되는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소송 기간이 길어지는 사건일수록 임금 인상 여부를 챙기지 못해 손해액이 과소평가되는 사례가 종종 나타납니다. 변론이 종결되기 전에 자신의 급여 변동 내역을 점검하고 필요한 자료를 미리 정리해 두시길 권합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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