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온라인에서 지인의 신체 촬영물이나 사생활 영상으로 협박을 당한 뒤, 가해자가 시키는 대로 돈을 보내거나 추가 영상을 찍어 보내는 등 이른바 디지털 성범죄 협박에 시달리다 상담을 요청하시는 분들이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이런 상담을 하다 보면 “저는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니 저까지 처벌받지는 않겠죠”, “협박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하면 다 참작되겠죠”라는 생각으로 버티다가, 정작 수사기관 조사 단계에서 본인도 공범이나 방조범으로 입건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협박에 못 이겨 따랐다는 사정이 자동으로 면죄부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최근 법은 촬영물을 이용한 협박·강요를 단순 협박보다 훨씬 무겁게 처벌하는 방향으로 법정형 자체를 강화했고, 강요된 행위로 인한 책임조각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인정하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협박에 못 이겨 시킨 대로 한 경우 형사책임이 어떻게 판단되는지, 그리고 반대로 촬영물로 협박해 상대방을 시킨 대로 움직이게 만든 경우 형이 얼마나 무거워지는지를 관련 법리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협박에 못 이겨 시킨 대로 했다고 곧바로 처벌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형법 제12조의 강요된 행위는 생명·신체에 대한 위해로 한정되어 좀처럼 인정되지 않습니다
형법 제12조는 저항할 수 없는 폭력이나 자기 또는 친족의 생명, 신체에 대한 위해를 방어할 방법이 없는 협박에 의하여 강요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적용되면, 정말로 저항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강요당해 저지른 행위는 아예 범죄가 되지 않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 조문이 실무에서 인정되는 문턱이 매우 높다는 점입니다. 조문이 요구하는 협박은 자기 또는 친족의 생명, 신체에 대한 위해로 한정되어 있어서, 사생활 영상이나 사진을 유포하겠다는 협박, 즉 명예나 사회적 평판에 대한 위협은 원칙적으로 여기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또한 신고나 도피 등 다른 선택지가 조금이라도 있었다고 판단되면 저항할 수 없는 상황으로 보지 않는 것이 실무의 일관된 경향입니다.
그래서 “가해자가 유포하겠다고 협박해서 어쩔 수 없이 시킨 대로 했다”는 사정만으로는 형법 제12조가 곧바로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협박 메시지를 캡처해 보관해 두었더라도, 그 협박의 내용이 생명·신체에 대한 위해가 아니라 유포·명예훼손에 관한 것이라면 강요된 행위로 인한 무죄 주장보다는 다른 방향의 방어논리를 함께 준비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협박을 받아 시킨 대로 했다는 사정만으로 형사책임이 자동으로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2. 촬영물로 협박해 실제로 시킨 대로 하게 만들었다면, 가해자의 형은 훨씬 더 무거워집니다
단순 협박은 1년 이상, 그 협박으로 의무 없는 일을 하게 만들면 3년 이상의 징역형입니다
2020년 이른바 ‘n번방 사건’을 계기로 신설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의3은, 촬영물을 이용한 협박과 강요를 일반 협박죄·강요죄보다 훨씬 무겁게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촬영물 또는 복제물(복제물의 복제물을 포함한다)을 이용하여 사람을 협박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제1항에 따른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의3 제1항, 제2항).
일반 강요죄(형법 제324조)는 폭행이나 협박으로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더라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그치는 반면, 촬영물을 이용한 협박·강요는 하한선 자체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정해져 있어 실제 선고형이 훨씬 무거워질 수 있습니다. 즉 단순히 “유포하겠다”고 협박만 한 단계(제1항)보다, 그 협박으로 상대방이 실제로 시킨 대로 움직이게 만든 단계(제2항)로 넘어가는 순간 법정형의 하한이 세 배로 뛰는 구조입니다.
여기에 같은 방식의 범행을 반복했다면 상습범으로 인정되어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될 수 있고, 피해자가 다수이거나 미성년자인 경우에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등 다른 특별법이 함께 적용되어 형량이 한층 더 올라갈 수 있습니다.
협박에 그치지 않고 상대방을 실제로 시킨 대로 움직이게 만들었는지가, 형량을 가르는 결정적 분기점입니다.
3. 시킨 대로 따랐다는 이유만으로 협박당한 사람의 책임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강요당한 정황은 책임을 조각시키기보다 정상참작감경 사유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형법 제12조의 요건을 온전히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협박 때문에 다른 선택을 하기 어려웠던 사정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사정은 형법 제53조가 정한 정상참작감경, 그리고 법원이 양형을 정할 때 고려하는 감경요소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정상참작이 받아들여지려면 협박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협박이 얼마나 구체적이고 지속적이었는지, 신고나 상담 등 다른 대응을 시도한 적이 있는지, 가담 기간과 횟수, 가담을 통해 얻은 이익이 있었는지가 함께 판단됩니다. 협박 메시지, 통화 녹음, 가담을 거부하거나 지연시키려 했던 정황 등을 최대한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히려 주의할 부분은 협박에 못 이겨 한 번 시킨 대로 따르기 시작하면, 가해자가 이를 빌미로 재차 협박하며 가담을 반복시키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여러 차례에 걸쳐 반복적으로 가담하면 이를 일회성 굴복이 아니라 상당 기간 지속된 가담으로 평가할 수 있고, 이 경우 정상참작의 폭이 줄어들거나 오히려 가담 정도가 무겁게 평가되어 형이 더 무거워질 위험이 있습니다.
협박에 굴복해 반복적으로 가담할수록, 정상참작을 받기는 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4. 협박한 사람과 협박당해 가담한 사람, 책임이 나뉘는 기준은 간접정범입니다
실행행위자가 형법 제12조로 벌 받지 않는 극단적 경우, 배후에서 시킨 사람이 정범으로 무거운 책임을 집니다
형법 제34조는 어느 행위로 인해 처벌되지 않는 사람을 도구처럼 이용해 범죄 결과를 일으킨 사람을, 그 도구가 된 사람이 아니라 배후에서 시킨 사람을 정범(간접정범)으로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실행행위자가 형법 제12조에 따라 정말로 책임이 조각되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라면, 처벌은 실행행위자가 아니라 협박으로 이를 조종한 배후자에게 정범의 형으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실제 상담 사례 대부분은 이 정도로 극단적인 강요 상황에는 이르지 않습니다. 신고나 잠적 등 조금이라도 다른 선택의 여지가 있었다고 판단되면, 실행행위자도 함께 공범 관계(공동정범 또는 방조범)로 평가되어 협박한 사람과 나란히 형사책임을 지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이 경우에도 실행행위자가 주도적으로 계획하거나 이익을 취한 것이 아니라 협박에 못 이겨 지시를 따르는 역할에 그쳤다면, 정범이 아니라 방조범(형법 제32조)으로 평가되어 정범의 형보다 감경된 형을 받을 여지가 있습니다. 반대로 협박한 사람 입장에서는, 실행행위자를 도구로 이용해 더 큰 범행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점 때문에 오히려 더 무거운 책임을 지게 됩니다.
결국 책임의 무게는 누가 진짜로 선택의 여지가 없었는지에 따라 갈립니다.
5. 협박 관련 고소·수사는 이렇게 진행되며, 초기 자료 정리가 결과를 좌우합니다
고소장 접수 전 협박 정황을 뒷받침할 자료부터 정리해야 합니다
협박·강요 관련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경찰서·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 → ③검찰(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촬영물을 이용한 협박·강요처럼 법정형이 무거운 사건은 구속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협박을 당해 시킨 대로 가담했던 입장이라면, 조사를 받기 전에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협박 메시지·통화 녹음 등 협박의 구체적인 내용과 시점을 정리하고, 삭제되지 않도록 미리 캡처·백업해 둡니다.
가담 요구를 거부하거나 지연시키려 했던 정황, 신고나 상담을 시도한 기록이 있다면 함께 확보합니다.
본인이 실제로 한 행위의 범위와 횟수, 그 과정에서 얻은 이익이 있었는지를 시간순으로 정리합니다.
이렇게 정리된 자료를 바탕으로 형사전문 변호사의 조력을 받는다면, 협박한 사람에 대한 강요죄·촬영물 이용 협박죄 고소와 본인의 형사방어를 동시에 검토해 실질적인 방향을 잡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협박에 못 이겨 시킨 대로 했던 분들은 “내가 먼저 신고했어야 했나”라는 자책과 “이미 시킨 대로 한 것을 되돌릴 수 없다”는 불안 사이에서 초기 대응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협박에 못 이겨 가담한 쪽이라면, 협박의 구체적인 내용과 강도, 거부하려 했던 정황을 최대한 촘촘히 정리하는 것이 정상참작을 받는 데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반복해서 시킨 대로 따를수록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반대로 촬영물이나 사생활 정보로 협박당해 피해를 본 쪽이라면, 상대방이 실제로 시킨 대로 움직이게 만들었는지가 형량을 가르는 핵심이므로, 협박 메시지뿐 아니라 실제로 무엇을 하게 되었는지를 시간순으로 증명하는 자료가 중요합니다.
저는 협박에 못 이겨 가담하게 된 쪽과, 반대로 협박·강요를 당해 피해를 본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사안이라도 자료를 어떻게 정리하고 어떤 법리로 접근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협박에 못 이겨 시킨 대로 한 상황이든, 반대로 협박을 당한 상황이든, 초기 대응이 결과를 가르는 마지막 지점입니다.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협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시킨 대로 했는데, 저도 처벌받을 수 있나요?
A. 가능성이 있습니다. 형법 제12조의 강요된 행위는 생명·신체에 대한 위해로 저항이 불가능했던 경우로 한정되어 인정 문턱이 매우 높습니다. 다만 협박당한 정황은 정상참작감경 사유로 고려될 수 있습니다.
Q. 촬영물로 협박해서 실제로 돈을 보내게 만들었다면 형이 얼마나 무거워지나요?
A.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의3에 따라, 단순 협박은 1년 이상, 그 협박으로 실제로 의무 없는 일을 하게 만들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Q. 협박에 못 이겨 여러 번 시킨 대로 했는데, 오히려 형이 더 무거워질 수도 있나요?
A. 그럴 수 있습니다. 반복적으로 가담한 기간과 횟수가 늘어나면 이를 일회성 굴복이 아니라 상당 기간 지속된 가담으로 평가해 정상참작의 폭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Q. 협박한 사람과 저, 둘 다 처벌받게 되나요?
A. 실행행위자에게 조금이라도 다른 선택의 여지가 있었다고 판단되면 두 사람 모두 공범 관계로 평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지시를 따르는 역할에 그쳤다면 방조범으로 형이 감경될 여지가 있습니다.
Q. 일반 협박죄와 강요죄는 형량이 어떻게 다른가요?
A. 일반 강요죄(형법 제324조)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그치지만, 촬영물을 이용한 협박·강요는 하한선이 1년 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정해져 있어 훨씬 무겁게 처벌됩니다.
Q. 협박 관련 사건에서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조사 통보를 받기 전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 진술과 자료 정리 방향이 정상참작 여부와 공범 관계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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