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동나비엔 기술자료 하도급법 위반 공정위로부터 제재 받아
기업 간 거래에서 협력업체가 보유한 기술자료는 단순한 참고자료가 아니라, 제품을 생산하고 품질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축적된 기술과 노하우입니다. 이러한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에 법에서도 일정한 요건을 갖춘 기술자료를 보호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경동나비엔이 협력업체의 기술자료를 부당하게 활용하고, 기술자료를 요구하는 과정에서도 법에서 정한 절차를 지키지 않아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제재를 받았습니다.
오늘은 경동나비엔의 어떠한 행위가 문제가 되었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온도센서 도면을 이용해 경쟁업체에 제공
이번 사건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를 부당하게 유용한 행위입니다.
경동나비엔은 난방기기에 사용되는 온도센서를 기존 협력업체로부터 납품받았습니다. 이후 구매 단가를 낮추기 위해 동일한 부품을 공급할 수 있는 업체를 추가로 확보하는 이른바 협력업체 이원화를 추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경동나비엔은 기존 수급사업자로부터 제출받아 보유하고 있던 온도센서 도면 3종을 활용했습니다. 2024년 3월 해당 도면과 매우 유사한 자체 도면을 작성했고, 같은 해 4월에는 이를 기존 수급사업자의 경쟁업체에 제공하였습니다.
이때 경동나비엔이 제공한 자료는 제품의 규격을 참고한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기존 수급사업자가 제공한 기술자료를 바탕으로 경쟁업체가 제품을 제작하거나 납품할 수 있도록 활용할 수 있게 하였고, 공정위는 이러한 행위가 문제라고 보았습니다.
하도급법에서는 협력업체가 제공한 기술자료를 다른 업체와의 거래를 위해 사용하는 경우에는 기술자료를 제공한 사업자의 정당한 이익이 침해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를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습니다.
기술자료를 요구하면서 요구서면도 교부하지 않아
기술자료를 부당하게 사용한 행위만 문제였던 것은 아닙니다.
경동나비엔은 2018년 3월부터 2019년 8월까지 4개 수급사업자에게 제품의 품질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관리계획서 12건을 요구하고 전달받았습니다.
일반적으로 관리계획서는 제품의 품질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공정의 순서와 흐름, 사용 설비, 관리 항목과 기준, 담당 주체, 이상이 발생했을 때의 조치 방법 등을 담은 자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자료 역시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하도급법상 보호되는 기술자료에 해당합니다.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에게 기술자료를 요구할 때 이메일이나 구두로만 요청해서는 안 됩니다. 법에서 정한 사항을 기재한 '기술자료 요구서면'을 미리 교부해야 합니다. 여기에는 기술자료의 요구 목적, 권리 귀속 관계, 요구하는 기술자료의 범위, 제공에 따른 대가 등 법정 기재사항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경동나비엔은 해당 기술자료를 요구하고 제공받으면서 이러한 요구서면을 교부하지 않았습니다. 총 12건의 기술자료를 요구하면서 서면을 교부하지 않은 것은 위반행위에 해당합니다.

기술자료 요구서면을 보존하지 않은 문제도 있어
한편 경동나비엔은 기술자료 요구서면을 보존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2018년 2월부터 2019년 8월까지 5개 수급사업자로부터 관리계획서 10건을 요구하고 제공받았습니다.
하도급법에서는 기술자료 제공을 요구한 경우 관련 서면을 일정 기간 보존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기술자료 요구와 관련한 분쟁이 발생했을 때 어떤 목적으로 자료를 요구했는지, 어떤 범위의 자료를 제공받았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법령상 원사업자는 기술자료 요구와 관련된 서면을 하도급거래가 종료된 날부터 7년간 보존해야 합니다. 그러나 경동나비엔은 해당 서면을 법정 보존기간 동안 보존하지 않았기에 이 역시 하도급법 위반에 해당합니다.

공정위, 시정명령과 5억 원 과징금 부과
본 사건은 공정위의 생활가전 분야 직권조사 과정에서 밝혀졌습니다. 경동나비엔이 구매단가를 절감하기 위해 협력업체 이원화를 추진하면서 기존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를 활용한 사실과 함께, 기술자료 요구 과정에서의 서면 미교부 및 미보존 행위 등이 확인됐습니다.
이에 공정위는 경동나비엔에 향후 동일하거나 유사한 법 위반행위를 하지 않도록 하는 시정명령과 함께 총 5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이번 사례는 원사업자가 협력업체의 기술자료를 확보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잘 보여줍니다.
하도급거래에서는 원사업자가 제품의 품질관리나 생산 과정의 확인 등을 위해 협력업체의 기술자료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정당한 목적이 있다고 하더라도 법에서 정한 절차를 지켜야 합니다. 특히 기술자료의 요구 목적과 범위, 권리관계 등을 명확하게 하고 관련 서면을 교부·보존하는 것은 분쟁을 예방하기 위한 중요한 절차입니다.
제공받은 기술자료를 다른 업체의 제품 개발이나 거래를 위해 무단으로 활용한다면 기술자료 유용 문제가 발생합니다.
따라서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 모두 기술자료가 오가는 과정에서 관련 법령과 계약 내용을 꼼꼼하게 확인해야 합니다. 이번 경동나비엔 사례처럼 기술자료를 둘러싼 하도급법 위반은 단순한 거래상 실수로 끝나지 않고 과징금이나 시정명령 등 강력한 행정제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하도급거래 과정에서 기술자료의 제공이나 이용과 관련해 분쟁이 발생했다면, 구체적인 자료와 거래 경위를 바탕으로 법 위반 여부를 면밀히 검토하고 필요한 경우 관련 법적 절차를 준비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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