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미성년 자녀가 성범죄 피해를 당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보호자들이, 경찰 조사를 앞두고 “변호사를 따로 선임해야 하는지, 국선변호사가 자동으로 붙는다는 말이 사실인지” 문의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미성년자니까 나라에서 알아서 변호사를 붙여줄 것”이라는 생각으로 별다른 조치 없이 조사 일정만 기다리는 보호자분들을 자주 만납니다. 그런데 막상 조사 당일이 되어서야 국선변호사가 지정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거나, 국선변호사가 정확히 무슨 일을 해주는 사람인지 몰라 당황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수사·재판 실무는 이런 막연한 기대와 달리 성폭력처벌법이 정한 미성년 피해자 국선변호사 의무 선정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고, 다만 그 적용 시점과 범위는 정확히 알아야 실제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미성년 피해자에게 국선변호사가 정확히 어떤 절차로, 어떤 범위까지 선정되는지, 그리고 이 제도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미성년 피해자에게는 국선변호사 선정이 재량이 아니라 의무입니다
성폭력처벌법은 19세 미만이거나 장애로 의사결정 능력이 미약한 피해자를 따로 묶어, 이들에 대한 국선변호사 선정을 검사의 의무로 정하고 있습니다.
성폭력처벌법 제27조는 성범죄 피해자와 그 법정대리인이 형사절차에서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도록 하면서, 피해자에게 변호사가 없는 경우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국선변호사를 선정해 절차를 조력하게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성인 피해자의 경우 이 선정은 원칙적으로 검사의 재량입니다.
그런데 피해자가 19세 미만이거나,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경우에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이런 피해자에게는 국선변호사 선정이 검사의 재량이 아니라 법률상 의무로 규정되어 있어, 피해자 측이 별도로 사선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은 이상 검사는 국선변호사를 선정해야 합니다.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사건에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 성폭력처벌법의 이 특례 규정을 그대로 준용하도록 정하고 있어, 성범죄 피해아동·청소년에게도 동일한 보호가 적용됩니다. 실무에서 “미성년 피해자에게는 국선변호사가 자동으로 붙는다”는 말이 통용되는 이유가 바로 이 의무 규정 때문입니다.
19세 미만이거나 의사결정 능력이 미약한 피해자에게는 국선변호사 선정이 검사의 재량이 아니라 법률상 의무입니다.
2. “자동으로 붙는다”는 말은 신고가 접수된 뒤부터 적용된다는 뜻입니다
국선변호사는 사건이 수사기관에 접수돼 형사절차가 시작된 다음 그 절차 안에서 선정되는 것이지, 범죄가 발생한 순간 저절로 지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서 “자동”이라는 표현이 오해를 부르는 지점이 있습니다. 국선변호사 선정은 어디까지나 경찰이나 검찰에 고소·고발이 접수되거나 수사기관이 사건을 인지해 형사절차가 개시된 이후에 작동하는 제도입니다. 아직 신고조차 되지 않은 단계에서 국가가 먼저 변호사를 붙여주는 절차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신고가 접수된 뒤에는 원칙적으로 보호자가 별도로 신청하지 않아도 검사가 직권으로 국선변호사를 선정해야 하는 것이 법 조문의 취지입니다. 다만 실무에서는 담당 수사관·검사가 피해자가 19세 미만이라는 사정을 조사 초기에 놓치거나, 조사 일정이 촉박하게 잡히면서 선정 절차가 늦어지는 경우가 실제로 발생합니다. 그래서 첫 경찰 조사 이전에 보호자가 먼저 국선변호사 선정을 요청해 두는 것이 절차 지연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또 하나 흔한 혼동은 “국선변호사”라는 단어 자체입니다. 형사재판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피고인에게 붙는 국선변호인과 이름이 비슷해, 보호자들이 “국선변호사가 가해자를 도와주는 사람 아니냐”고 되묻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폭력처벌법상 국선변호사는 오직 피해자만을 위해 선정되는 별개의 제도이고, 가해자 측 국선변호인과는 소속도 역할도 완전히 다릅니다.
이미 피해자 측이 사선 변호사를 선임한 상태라면 국선변호사는 원칙적으로 선정되지 않습니다. 법 조문 자체가 “피해자에게 변호사가 없는 경우”를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비용 부담 때문에 사선 위임을 해지하고 국선으로 전환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국선변호사는 신고·수사 개시 이후 절차 안에서 선정되는 제도이며, 조사 전에 미리 선정을 요청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3. 국선변호사가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넓습니다
국선변호사는 조사 동석과 의견진술을 넘어, 수사기록 열람등사와 증거보전 신청까지 피해자를 대리해 행사할 수 있습니다.
성폭력처벌법은 국선변호사에게 상당히 구체적인 권한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우선 경찰·검찰의 피해자 조사에 동석해 부당한 질문을 제지하거나 의견을 진술할 수 있고, 조사 도중에도 수사기관의 승인을 받아 발언할 수 있습니다. 미성년 피해자가 반복 진술로 2차 피해를 입지 않도록 조사 방식 자체에 개입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여기에 더해 국선변호사는 피해자를 대리해 수사기록과 증거의 열람·등사를 청구할 수 있고, 증거보전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그 절차 참여와 신청까지 할 수 있습니다. 공판이 시작된 뒤에는 재판 진행 상황을 통지받고, 필요한 경우 피해자를 대리해 의견을 진술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국선변호사와 자주 혼동되는 제도가 있습니다. 바로 진술조력인입니다. 진술조력인은 아동이나 장애인 피해자가 조사·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진술을 정확히 전달할 수 있도록 의사소통을 돕는 역할로, 법률적 대리권을 갖는 국선변호사와는 성격이 다릅니다. 두 제도는 서로 배타적이지 않아, 필요하다면 한 사건에서 국선변호사와 진술조력인을 함께 활용할 수 있습니다.
국선변호사는 조사 동석·의견진술뿐 아니라 기록 열람등사·증거보전 신청까지 피해자를 대리해 행사할 수 있는 실질적 권한을 갖습니다.
4. 국선이라고 조력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다루는 범위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국선변호사의 권한은 형사절차 안의 조력에 집중되어 있어, 손해배상이나 합의처럼 형사절차 밖의 쟁점까지 폭넓게 다루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국선변호사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이 위탁받아 운영하는 형태로 배치되며, 비용 없이 법률조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도움이 됩니다. 다만 한 명의 국선변호사가 여러 사건을 동시에 담당하는 구조이다 보니, 사선 변호사처럼 사건 하나에 전적으로 시간을 투입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또한 국선변호사의 권한은 형사절차 내에서 피해자의 절차적 권익을 보호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형사 배상명령 신청 정도는 지원 범위 안에 있지만, 별도의 민사 손해배상청구 소송이나 가해자와의 합의 협상을 깊이 있게 대리하는 것은 제도의 본래 취지를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안이 아동성착취물 제작·유포처럼 중대하거나, 형사절차와 별개로 상당한 규모의 손해배상까지 함께 준비해야 하는 경우라면 국선변호사의 조력을 받으면서도 사선 변호사의 조력을 병행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국선변호사는 각 단계마다 함께 참여합니다
국선변호사 선정을 첫 경찰 조사 전에 요청해 두는지 여부가 이후 절차 전체의 진행 속도를 좌우합니다.
미성년 피해자 성범죄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와 피해자 조사 → ②검찰(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보완수사·기소 여부 결정 → ③기소되면 법원(수원지방법원) 공판에서 증인신문 등 재판 절차 → ④판결 확정 이후 배상명령·합의 관련 후속 절차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국선변호사는 이 각 단계에 참여해 피해자의 권익을 대리합니다.
미성년 피해자를 둔 보호자라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절차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경찰 조사 일정이 잡히기 전에 국선변호사 선정을 신청했는지, 담당 수사관에게 요청 여부를 확인합니다.
이미 사선 변호사를 선임했다면 국선변호사가 중복 선정되지 않는지, 선임계 제출 여부를 다시 확인합니다.
자녀가 진술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다면 진술조력인 제도를 함께 활용할 수 있는지 검토합니다.
이러한 절차를 미리 확인하고 국선변호사와 함께 준비한다면, 조사 단계에서부터 불필요한 반복 진술이나 절차 지연을 줄일 수 있고, 이후 형사 처벌과 손해배상 청구를 함께 검토하는 데도 유리합니다.
마치며
미성년 자녀가 성범죄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많은 보호자들이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몰라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해 아동의 보호자 입장에서는 국선변호사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조사 과정에서부터 자녀가 불필요하게 반복 진술하지 않도록 조력받는 것이 우선입니다.
반대로 조사를 받게 된 피의자나 그 가족 입장에서도, 상대방 피해자에게 국선변호사가 참여한다는 사실이 증거 수집과 조사 방식, 나아가 합의 협상의 흐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미리 파악해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저는 성범죄 피해자 측 조력과 피의자 측 방어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국선변호사 제도를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하는지 여부가 사건 초반의 방향을 크게 바꾸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미성년 자녀의 피해 사실을 확인했다면, 국선변호사 선정을 기다리기 전에 먼저 상담을 통해 절차를 점검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지금 상황이 막막하시다면,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피해자가 이미 사선 변호사를 선임했는데도 국선변호사가 배정되나요?
A. 아니요. 성폭력처벌법 제27조는 “피해자에게 변호사가 없는 경우”를 전제로 하므로, 이미 사선 변호사를 선임했다면 국선변호사는 별도로 선정되지 않습니다. 비용 문제로 사선을 해임하고 국선으로 전환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Q. 국선변호사 선정을 신청하지 않으면 아예 안 붙나요?
A. 19세 미만 피해자는 법률상 의무 규정이라 별도 신청이 없어도 검사가 직권으로 선정해야 하지만, 조사 단계에서 누락되는 경우가 있어 첫 경찰 조사 전에 보호자가 먼저 요청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Q. 국선변호사와 진술조력인은 같은 사람인가요?
A. 다릅니다. 진술조력인은 조사·재판에서 의사소통을 돕는 역할이고, 국선변호사는 피해자를 대리해 열람등사·의견진술 등 법률적 권한을 행사하는 변호사입니다. 두 제도는 함께 이용할 수 있습니다.
Q. 국선변호사가 가해자 처벌을 강하게 요구해주나요?
A. 국선변호사의 역할은 피해자의 절차적 권익 보호에 초점이 있고, 구형이나 형량 결정은 검사·법원의 권한입니다. 다만 의견진술을 통해 피해자의 입장을 재판부에 전달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Q. 국선변호사가 손해배상까지 받아주나요?
A. 형사절차 내 배상명령 신청 정도는 지원하지만, 별도의 민사소송이나 규모가 큰 손해배상 청구는 범위 밖일 수 있어 필요하다면 사선 변호사의 조력을 함께 받는 것이 좋습니다.
Q. 미성년자가 아니라 성인 피해자는 국선변호사를 못 받나요?
A.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성인 피해자는 검사가 재량으로 선정하는 구조라, 미성년자·장애인 피해자처럼 의무 선정은 아닙니다. 변호사가 없다면 신청을 통해 선정받을 수 있습니다.
Q.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가 아니라 다른 범죄 피해자도 이 제도를 이용할 수 있나요?
A. 성폭력처벌법이 정한 성범죄 피해자, 그리고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 준용하는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 피해자에게 적용됩니다. 그 외 범죄 피해자는 범죄피해자 보호법상 다른 지원제도를 확인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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