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업으로 사업을 시작할 때는 모든 동업자들이 그 사업에 관하여 충분한 경험과 지식이 있는 것이 좋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동업자 중 일부는 해당 산업에 관하여 잘 알고 있지만, 나머지 동업자는 그 산업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도 많다.
동업자들이 모두 선량한 사람이라면 분쟁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쁜 사람이 동업자인 경우, 그 동업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회사 자산을 빼돌리고, 사업 기회를 사적으로 가져가기도 한다.
오늘 소개할 사건은, 해외 유학 후 국내에 귀국하여 F&B 사업을 시작했으나, 동업자인 이사들에게 속아 거액의 자산을 잃고 회사도 파산하게 된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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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건용 변호사
1. 사실관계 – "공장을 차려보자"는 권유를 따랐다가 파산에 이른 F&B 제조회사
가. 경영 경험 없는 대표자, 동업자의 권유로 창업
이 사건 회사(이하 'A사')는 직화 방식으로 훈연한 닭고기 가공품을 생산하여, 프랜차이즈·유통사 등에 B2B로 납품하는 것을 목표로 2024년 여름에 설립된 회사이다.
A사의 대표자는 해외 유학을 마치고 건축설계 분야에서 오래 일해온 분이었으나, 정작 식품 제조업 자체를 경영해본 경험은 전혀 없었다.
그럼에도 대표자가 창업을 결심한 이유는, 함께 일하기로 한 두 명의 동업 이사 때문이었다. 한 사람은 식품 제조 분야의 경영 경력자였고, 다른 한 사람은 육가공 현장 실무 경력자였다. 대표자는 이들의 경력을 신뢰하여, "당신은 자금만 대라, 생산과 영업은 우리가 책임진다"는 취지의 제안을 받아들여 공장 창업에 나섰다.
대표자는 주로 자금 조달을 맡고, 두 이사가 생산 인력 고용·설비 세팅·제품 판매 등 실무를 전담하는 구조였다.
나. 매출 없이 소진된 초기 투자금, 가수금의 투입
문제는, 매출이 본격적으로 발생하기도 전에 과도한 인건비와 기계 세팅 비용부터 지출되었다는 점이다.
대표자가 은행 대출로 마련한 초기 투자금 약 6억 원은 고가의 기계 구입·설치에 대부분 소진되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제품 매출은 충분히 발생하지 않았고, 그나마 납품한 거래처의 대금마저 장기 미납되면서 운영자금이 빠르게 말라갔다.
나중에 확인된 것인데, <고가의 기계>는 전부 창업을 권유한 이사들과 가까운 관계에 있는 거래처로부터 매입된 것이었다.
대표자는 어떻게든 회사를 정상화하려고 개인 자금 약 4억 원을 가수금으로 투입하였다.
그러나 두 실무 이사는 "곧 대량 매출이 발생한다"는 말만 반복할 뿐, 구체적인 영업 성과를 내지 못하였다.
2. 쟁점 ①: 거래처 통장 가압류까지 시도했으나, 잔고가 없어 취하하고 파산을 신청한 사례
법인파산을 상담하다 보면 대표자들이 가장 자주 하는 질문이 있다.
"거래처에서 받을 미수금이 아직 남아 있는데, 이걸 놔두고 파산해도 되나요? 회수는 못 하고 파산하는 건가요?"
A사에도 주요 거래처에 납품하고도 받지 못한 미수금 약 5,000만 원이 남아 있었다. 필자는 법인파산 사건을 수임하면, 남아 있는 거래처 채권을 회수하여 파산 비용(법원 예납금, 변호사 보수, 미지급 세금 등)에 충당할 수 있는지를 가장 먼저 검토한다.
회사에 현금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미수금까지 그냥 포기해 버리면, 대표자가 파산 비용을 마련하는 것조차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채권가압류 신청서
이에 필자는 우선 내용증명을 통해 거래처를 압박하는 한편, 해당 거래처의 예금채권에 대한 통장 가압류까지 시도하였다. 거래처 미수금 회수를 위해 통장 가압류, 부동산 가압류, 재고자산(유체동산) 가압류 등을 두루 활용해온 노하우가 있기 때문이다.
통장 가압류를 하면 거래처의 통장에 돈이 얼마 남아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거래처의 통장에 회수할 만한 잔고가 남아 있지 않았다. 가압류를 유지한다고 하여도 실익이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이처럼 채권 회수의 실익이 없다고 판단되면, 무리하게 절차를 끌고 가기보다는 신속하게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 대표자에게 유리하다.
대표자와 논의 끝에 가압류를 취하하고, 곧바로 파산 신청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선회하였다.
3. 쟁점 ②: 대전회생법원 대표자 심문, 재고자산 과대계상(분식) 심문을 넘어 파산선고
이 사건에서 가장 신경 써야 했던 부분이 바로 재무제표였다.
A사의 장부에는 재고자산이 약 8억 원, 선급금이 약 1억 6천만 원 등으로 크게 계상되어 있었다. 그런데 실제로 남아 있는 재고나 회수 가능한 선급금은 사실상 없었다. 장부상 자산총계(약 13억 원)와 실제 청산가치(약 2,000만 원)의 격차가 지나치게 컸던 것이다.
대표자 심문에서 이러한 점이 문제가 될 때가 있다. 재판부 입장에서는 "장부에 있던 자산이 다 어디로 갔는가, 혹시 알짜 자산을 빼돌리고(은닉·분식) 빚만 남긴 채 파산을 신청하는 것은 아닌가"라며 의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사건에서, 대전회생법원의 대표자 심문기일에서 주심 판사님께서는 이 점을 질문하셨다.
"장부상 자산 대부분이 허위 또는 과대계상되어 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
"선급금 1억 6천만 원가량이 지금은 왜 존재하지 않는가."
"재고자산은 어떻게 처리되었는가. 판매대금은 회수되었는가."
필자는 심문에 앞서, 대표자께 각 쟁점에 관하여 어떤 취지로 사실 그대로 답변해야 오해를 받지 않고 파산선고를 받을 수 있는지 상세히 안내해 두었다. 요지는 다음과 같았다.
첫째, 선급금은 공장 기계 제작대금으로 지급한 것으로, 이미 기계를 인도받아 소멸하였으나 회계처리가 제때 이루어지지 않아 장부에 선급금으로 남아 있었을 뿐이라는 점(고의적 분식이 아니라 영세 제조회사의 회계처리 미비).
둘째, 재고자산은 유통기한이 있는 식품이어서 상당 부분을 무료 급식소 등에 기부하거나 헐값에 처분하였고, 현재 환가 가능한 재고는 남아 있지 않다는 점.
셋째, 자산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애초에 장부 가액이 실제 가치를 반영하지 못한 채 과대계상되어 있었을 뿐이라는 점(이러한 실무례는 우리 나라의 중소기업 회계에서 대단히 흔한 일다. 재무제표가 외관상 자산 건정성이 유지되어야만 은행 대출이 갱신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자께서는 필자가 안내해 드린 대로 사실관계를 차분하게 진술하셨고, 재판부의 의심은 상당 부분 해소되었다.
나아가 재판부는 심문 이후 "매출채권 거래처 원장, 재고자산 관리대장 등을 정리하여 제출하라"는 보정명령을 내렸다.
재무제표상 특이한 계정이나 실제와 장부의 차이가 큰 항목이 있을 때에는,회계장부(특히 계정별 원장·관리대장)를 활용하여 그 실체를 객관적으로 소명하라는 보정이 나오고는 한다. 우리 사무실에는 수 많은 보정 사례가 축적되어 있었으므로 별다른 어려움 없이 보정서르 ㄹ제출했다.
이처럼 재무제표에 분식·과대계상 의혹이 있는 경우라도, 그 경위를 사실에 기초하여 정확히 소명하기만 하면 법인파산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다만 소명의 방향과 자료 정리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고, 추후 파산관재인의 소명 요구의 강도도 달라지므로, 초기부터 법인파산에 경험이 많은 변호사의 조력을 얻는 것이 좋다.
보정서 제출 후 정상적으로 파산선고를 받을 수 있었다.
대전회생법원 법인파산 성공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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