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형사사건에서 피해자와 합의하고 합의서와 처벌불원서까지 법원에 제출했는데, 재판이 길어지는 사이 피해자의 마음이 바뀌어 합의를 취소하겠다거나 다시 처벌을 원한다고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의뢰인들 중에는 “합의서를 법원에 이미 냈으니 이제 상관없다”, “처벌불원서까지 제출했으니 사건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다”라고 안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막상 피해자가 합의금 반환 의사와 함께 “처벌을 원한다”는 취지로 법정에 나오면, 이미 제출한 서류가 그대로 인정될 거라 믿었던 계획이 흔들리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합의서·처벌불원서의 효력이 죄명이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번복 의사가 표시된 시점이 언제인지에 따라 전혀 달리 판단된다는 태도를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서류를 냈다는 사실 자체보다, 그 서류가 어떤 법적 성격을 가지는지와 번복이 이루어진 시점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아래에서는 피해자가 합의를 번복했을 때 이미 제출한 합의서가 여전히 양형에 남는 경우와, 그 효력이 사라지는 경우를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반의사불벌죄인지 여부에 따라 합의서의 법적 효력이 전혀 달라집니다
처벌불원 의사표시가 소송조건인 죄인지, 단순한 양형자료인 죄인지부터 구분해야 합니다.
합의서와 처벌불원서가 갖는 법적 무게는 죄명에 따라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부터 짚어야 합니다. 폭행죄, 협박죄, 명예훼손죄, 과실치상죄 등 형법과 일부 특별법이 정한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명시하면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수 없거나, 이미 기소되었다면 법원이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해야 하는 죄입니다. 이 경우 처벌불원 의사표시는 단순한 정상참작 사유가 아니라 소송을 끝내는 소송조건 그 자체입니다.
반면 강제추행, 사기, 횡령, 상해, 강도 등 대다수의 범죄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닙니다. 이런 죄에서는 피해자가 합의를 해 주거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수사와 기소, 재판은 그대로 진행됩니다. 합의서와 처벌불원서는 소송을 끝내는 힘이 없고, 재판부가 형을 정할 때 참작하는 여러 양형자료 중 하나로 취급될 뿐입니다.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피해자의 번복이 갖는 무게가 이 둘 사이에서 완전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반의사불벌죄라면 번복의 시점이 소송 자체의 운명을 가르고,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라면 번복은 어디까지나 재판부가 형량을 정하는 과정에서 평가할 사실관계 중 하나로 들어갈 뿐입니다.
합의서·처벌불원서가 소송조건인지, 단순 양형자료인지부터 확인해야 번복의 효과를 제대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2. 반의사불벌죄라면 처벌불원 의사표시의 철회는 제1심 판결 선고 전까지만 유효합니다
형사소송법 제232조가 정한 시한을 넘기면 번복해도 법적 효력이 없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32조 제1항은 고소는 제1심 판결 선고 전까지 취소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3항은 반의사불벌죄에서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표시의 철회 또는 처벌을 희망하지 않는 의사표시에도 이 규정을 그대로 준용합니다. 즉 피해자가 처음에 처벌을 원한다고 했다가 합의 후 처벌불원으로 마음을 바꾸는 경우든, 반대로 처벌불원 의사를 표시했다가 다시 처벌을 원한다고 번복하는 경우든, 이 의사표시는 반드시 1심 판결이 선고되기 전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대법원은 이 시한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죄를 논할 수 없는 사건에서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표시의 철회 또는 처벌을 희망하지 아니하는 의사표시는 제1심판결 선고시까지 할 수 있는 것이고, 그 후의 의사표시는 효력이 없다(대법원 2000. 9. 29. 선고 2000도2953 판결).
이 법리를 뒤집어 보면, 반의사불벌죄에서 피해자가 이미 처벌불원 의사표시를 하고 그에 따라 공소기각 판결이 확정되었거나 검찰이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한 뒤라면, 그 이후 피해자가 아무리 “역시 처벌을 원한다”고 번복해도 법적으로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반대로 아직 1심 선고 전이라면, 검사나 법원에 서면으로 명확하게 번복 의사를 제출해 다투어 볼 여지가 남아 있습니다.
반의사불벌죄에서는 번복의 유효성이 시점 하나로 결정되고, 1심 선고 이후의 번복은 아무런 효력이 없습니다.
3.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라면 합의서 자체보다 법정에서 확인되는 피해자의 현재 의사가 우선합니다
서면 합의서가 남아 있어도, 재판부는 지금 이 순간 피해자가 어떤 태도인지를 함께 살핍니다.
강제추행이나 사기처럼 반의사불벌죄가 아닌 범죄에서는 합의서가 법원에 제출되어 있다는 사실 자체가 결과를 자동으로 고정시키지 않습니다. 소송조건이 아니기 때문에, 재판부는 서류 한 장이 아니라 선고 시점까지 확인되는 피해자의 실제 태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합니다.
이런 태도는 오래전부터 대법원 판례에서도 확인됩니다.
법원에 제출된 합의서에 고소인과 피고소인이 원만히 해결되었으므로 이후 민·형사간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을 것을 합의한 내용이 기재되어 있을 뿐이고, 그 합의서 제출 후에 고소인이 법정에 나와 고소취소의 의사가 없다고 진술하였다면 위 합의서가 고소인의 자유의사에 의하여 작성되었는가의 여부에 관계없이 고소는 취소되지 아니한다(대법원 1980. 10. 27. 선고 80도1448 판결).
이 판례는 고소취소에 관한 것이지만, 서면보다 법정에서 확인되는 피해자의 현재 의사가 우선한다는 기본 태도는 양형 판단에도 그대로 이어집니다. 실무에서도 피해자가 재판 과정에서 “합의는 했지만 지금은 처벌을 원한다”는 취지로 진술서를 내거나 증인으로 나와 진술하면, 재판부는 예전에 제출된 합의서의 감경 효과를 그대로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재판부는 번복 자체의 진정성도 함께 따집니다. 피해자가 추가 합의금을 요구하다 거절당한 뒤 번복하거나, 제3자의 종용으로 갑자기 태도가 바뀐 정황이 보이면 오히려 처음의 합의가 더 신빙성 있다고 판단해 감경 효과를 유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번복의 배경과 경위를 소명하는 자료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라면, 이미 낸 합의서의 감경 효과는 선고 시점까지 확인되는 피해자의 진정한 의사에 따라 흔들릴 수 있습니다.
4. 이미 지급된 합의금과 피해 회복 사실은 번복해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습니다
피해자의 감정(처벌불원)과 실질적 피해 회복은 서로 다른 양형 요소로 따로 평가됩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은 형을 정할 때 참작하는 요소를 피해 회복 여부와 피해자와의 관계·처벌불원 의사 여부로 나누어 별도 항목으로 다룹니다. 합의서 한 장에는 이 두 요소가 함께 들어 있는 경우가 많지만, 번복이 일어났을 때 이 둘은 서로 다르게 취급됩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한다”고 번복하더라도, 실제로 지급된 합의금이 반환되지 않고 피해자의 재산상 손해가 그대로 회복된 상태라면, 그 손해 회복 사실 자체는 재판부가 참작할 수 있는 별개의 사정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감정적인 화해와 금전적인 피해 회복은 같은 서류에 담겨 있어도 법적으로는 분리해서 평가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피해자가 지급받은 합의금 전액을 반환하고 처벌 의사를 명확히 밝히는 경우에는, 피해 회복 요소까지 함께 사라져 감경 효과가 처음부터 없었던 것에 가깝게 평가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런 사안에서 1심이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까지 이루어진 사례도 있습니다.
번복이 일어나도 실질적으로 회복된 피해까지 저절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합의금 반환 여부가 갈림길이 됩니다.
5. 1심 판결 선고 전인지가 대응의 갈림길이므로 절차 단계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번복이 어느 단계에서 이루어졌는지에 따라 대응 방법이 달라집니다.
합의서 제출과 번복을 둘러싼 다툼은 대개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수사 단계에서 합의서·처벌불원서가 제출되고 → ②검찰(수원지방검찰청)이 이를 참작해 기소 여부를 판단하며 → ③기소되면 법원(수원지방법원) 1심 재판이 진행되고, 이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의 번복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고 → ④1심 판결이 선고되면 그 이후의 번복은 반의사불벌죄에서든 일반 범죄에서든 더 이상 법적으로 다툴 여지가 크게 줄어드는 순서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피해자의 번복 소식을 들었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지금이 어느 단계인지부터 냉정하게 확인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해당 죄명이 형법·특별법상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는지부터 조문으로 확인합니다.
피해자의 번복 의사가 표시된 시점이 1심 판결 선고 전인지, 선고 후인지를 재판 기록으로 확인합니다.
이미 지급된 합의금의 반환 여부와 번복이 나온 경위(추가 요구·강압 정황 등)를 정리해 진정성 다툼에 대비합니다.
이 세 가지를 먼저 정리한 뒤 변호사와 함께 대응 방향을 잡는다면, 번복이라는 돌발 상황에서도 실질적인 양형 자료를 지키거나 새로 보완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합의서까지 받아 두었는데 피해자가 갑자기 마음을 바꾸는 상황은, 준비해 온 대응 전략 전체를 흔드는 일이라 초기 대응이 늦어지기 쉽습니다.
처벌을 다시 원하게 된 피해자 입장에서는, 감정적으로 “번복하겠다”고 말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1심 판결 선고 전이라는 시한 안에 서면으로 명확한 의사를 남기고, 왜 마음이 바뀌었는지를 소명할 자료를 함께 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대로 이미 합의서를 제출한 피고인 입장에서도 “서류를 냈으니 끝났다”고 안심할 것이 아니라, 반의사불벌죄인지부터 확인하고, 번복이 나온 경위와 지급된 합의금의 흐름을 미리 정리해 두어야 재판부 앞에서 감경 효과를 지킬 수 있습니다.
저는 합의를 지키려는 쪽과 합의를 번복하려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합의서 한 장도 시점과 경위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합의가 흔들리는 상황이라면, 그 순간이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서류 한 장의 의미가 뒤바뀌기 전에,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피해자가 합의서에 서명했다가 마음이 바뀌면 그 합의서는 아예 무효가 되나요?
A. 자동으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반의사불벌죄인지, 번복 시점이 1심 판결 선고 전인지에 따라 효력이 달라지므로, 서명 사실만으로 결론을 단정할 수 없습니다.
Q. 처벌불원서를 냈다가 번복하면 다시 고소할 수 있나요?
A. 반의사불벌죄에서 1심 판결 선고 전까지 처벌불원 의사표시를 했다면, 그 이후에는 처벌을 다시 희망하더라도 형사소송법 제232조에 따라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Q. 1심 판결이 이미 선고된 뒤에 피해자가 번복하면 항소심에서 반영될 수 있나요?
A. 반의사불벌죄의 소송조건으로서는 반영되지 않지만, 일반 범죄라면 항소심 재판부가 새로운 양형자료로 참작할 가능성 자체는 남아 있어 사안별로 판단이 달라집니다.
Q. 합의금을 이미 다 받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한다고 하면 합의금은 어떻게 되나요?
A. 합의서에 명시된 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반환 여부와 무관하게 형사처벌 여부와는 별개의 민사 문제로 다뤄지는 경우가 많고, 반환 여부 자체가 번복의 진정성을 판단하는 자료로도 쓰입니다.
Q. 피해자가 번복 의사를 문자나 통화로만 밝혔다면 인정되나요?
A. 형식이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다툼을 막으려면 서면으로 명확하게 작성해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제출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강제추행처럼 반의사불벌죄가 아닌 사건에서는 합의서가 아예 의미가 없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소송조건은 아니지만 실무상 가장 비중 있는 양형참작자료 중 하나이며, 번복이 없다면 여전히 강한 감경 효과를 가집니다.
Q. 번복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누가 판단하나요?
A. 최종적으로는 재판부가 진술의 경위, 추가 요구 여부, 관계 회복 정황 등을 종합해 판단하며, 필요하면 피해자를 증인으로 불러 직접 확인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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