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에는 성범죄나 스토킹 사건에서 합의를 시도하려 해도 피해자의 연락처조차 알 수 없어 막막하다는 상담이 늘고 있습니다. 가해자 쪽에서 피해자의 주소나 전화번호를 알아내려는 시도 자체가 또 다른 문제로 번지는 경우가 많다 보니, 형사공탁 특례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지 묻는 분들이 많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피해자 정보를 몰라도 그냥 법원에 사건번호만 적어서 돈을 넣으면 다 되는 거 아닌가요”라는 생각으로 준비 없이 공탁부터 시도하는 경우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접수해보면 “법령상 인적사항을 알 수 없는 경우”라는 요건을 소명하지 못해 반려되거나, 어렵게 공탁을 마쳤는데도 재판부가 기대한 만큼 감형 사유로 인정해주지 않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최근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공탁 사실만으로 피해가 회복된 것처럼 취급되는 관행에 제동을 거는 방향으로 양형기준을 개정했습니다. 2026년 7월 1일 이후 공소가 제기된 사건부터는 ‘실질적 피해 회복’, ‘상당한 피해 회복’ 인자에서 ‘공탁 포함’이라는 문구 자체가 삭제되어, 일방적으로 공탁했다는 사정만으로 자동으로 유리하게 평가받기 어려워졌습니다.
아래에서는 형사공탁 특례가 정확히 어떤 경우에 적용되는지, 신청과 통지·수령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그리고 바뀐 기준 아래서 양형에는 어떤 의미를 갖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형사공탁 특례는 피해자 정보를 몰라도 사건번호만으로 공탁할 수 있게 한 제도입니다
피고인이 법령상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는 경우, 그 형사사건이 계속 중인 법원 소재지 공탁소에 사건번호로 특정해 공탁할 수 있습니다.
원래 변제공탁을 하려면 돈을 받을 사람, 즉 피공탁자의 이름·주소·주민등록번호 같은 인적사항을 반드시 알아야 했습니다. 그런데 성범죄나 스토킹처럼 피해자 보호가 중요한 사건에서는, 합의나 공탁을 위해 피고인 측이 피해자의 신상을 알아내려는 시도 자체가 또 다른 형태의 접근이나 압박으로 이어져 2차 가해 문제로 지적되어 왔습니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2022년 12월 9일부터 시행된 공탁법 제5조의2(형사공탁의 특례)는, 피고인이 법령 등에 따라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는 경우 그 피해자를 위한 변제공탁을 해당 형사사건이 계속 중인 법원 소재지의 공탁소에 할 수 있도록 정했습니다.
형사사건의 피고인이 법령 등에 따라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는 경우에 그 피해자를 위하여 하는 변제공탁은 해당 형사사건이 계속 중인 법원 소재지의 공탁소에 할 수 있다(공탁법 제5조의2 제1항).
이때 공탁서에는 피공탁자의 이름·주소 대신 재판이 계속 중인 법원명과 사건번호, 사건명, 그리고 수사기록이나 진술서, 공소장 등에 이미 나와 있는 방식으로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표현을 적고, 공탁원인사실은 피해가 발생한 시점과 채무의 성질을 밝히는 방식으로 기재합니다.
피해자의 이름과 주소를 몰라도, 사건번호와 법원명만으로 형사공탁을 신청할 수 있는 길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2. 아무 때나 되는 게 아니라, 법령상 신원 공개가 금지된 사건에만 적용됩니다
단순히 연락이 끊겼다는 사정만으로는 특례 대상이 아니며, 법률로 신상정보 공개가 금지되어 있는 사건이어야 합니다.
실무에서 가장 많이 오해하는 지점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조문의 “법령 등에 따라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는 경우”라는 문구는, 단순히 연락처를 모른다거나 상대방이 협조하지 않는다는 사정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법률 자체가 그 정보를 비공개로 다루도록 정한 사건을 뜻합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성폭력범죄입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4조는 수사·재판에 관여하는 공무원이 피해자의 주소, 성명, 나이, 직업, 학교, 용모 등 특정할 수 있는 인적사항과 사생활에 관한 비밀을 공개하거나 누설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누구든지 피해자 동의 없이 이를 신문이나 방송,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개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성폭력범죄의 수사 또는 재판을 담당하거나 이에 관여하는 공무원 또는 그 직에 있었던 사람은 피해자의 주소, 성명, 나이, 직업, 학교, 용모, 그 밖에 피해자를 특정하여 파악할 수 있게 하는 인적사항과 사진 등 또는 그 피해자의 사생활에 관한 비밀을 공개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4조 제1항).
이처럼 법률상 신원 공개가 원천적으로 막혀 있기 때문에 피고인 측이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확인할 수 없는 사건이라야 형사공탁 특례를 쓸 수 있습니다.
반면 단순 폭행이나 명예훼손처럼 이러한 법령상 비공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일반 형사사건에서, 피해자가 이사를 갔거나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는 이 특례의 적용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일반적인 공탁 절차나 수사기관·법원을 통한 별도의 확인 방법을 검토해야 합니다.
단순히 연락이 안 된다는 사정이 아니라, 법률이 그 정보를 비공개로 정한 사건인지가 특례 적용의 핵심 기준입니다.
3. 신청 시에는 인적사항 대신 사건번호와 소명자료를 갖춰야 합니다
인적사항을 알 수 없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자료 없이는, 특례를 이용한 신청 자체가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형사공탁 특례를 신청할 때는 공탁서에 피공탁자의 이름 대신 재판이 진행 중인 법원명과 사건번호, 사건명을 적고, “OO법원 2026고단OOOO호 사건의 피해자”와 같이 그 사건 기록만으로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표현을 기재합니다.
여기에 더해, 법령 등에 따라 인적사항을 알 수 없다는 사정을 소명하는 서면을 함께 제출해야 합니다. 실무에서는 수사기관이나 재판부가 발급하는 확인서, 또는 해당 사건이 신상정보 비공개 대상 범죄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활용됩니다. 단순히 “모른다”는 진술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신청할 수 있는 공탁소도 제한되어 있습니다. 아무 공탁소나 되는 것이 아니라, 그 형사사건이 현재 계속 중인 법원 소재지의 공탁소여야 합니다. 1심이 진행 중이면 1심 법원 소재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면 항소법원 소재지 공탁소가 대상이 됩니다.
인적사항을 대신할 사건 특정 자료와, 알 수 없다는 사정을 뒷받침하는 소명자료가 함께 갖춰져야 신청이 받아들여집니다.
4. 통지는 인터넷 공고로, 수령은 법원·검찰 증명서로 확인합니다
신상정보를 다시 노출하지 않으면서도 통지와 본인 확인이 가능하도록 별도의 절차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일반적인 공탁이라면 피공탁자의 주소로 통지서를 직접 보내지만, 형사공탁 특례는 애초에 그 주소를 모르는 상황을 전제로 합니다. 그래서 공탁관이 사건번호와 법원명 등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고하는 방법으로 개별 통지를 갈음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습니다.
피해자가 나중에 공탁금을 찾아가려면, 자신이 그 사건의 피해자라는 사실을 증명해야 합니다. 이때는 신상정보가 담긴 서류를 새로 제출하는 대신, 법원이나 검찰이 발급하는 증명서로 동일인 확인을 받는 절차를 거칩니다.
다만 공탁을 마쳤다고 해서 형량에 자동으로 유리하게 반영되는 것은 아닙니다. 2026년 7월 1일 이후 공소가 제기된 사건부터 적용되는 개정 양형기준은 ‘실질적 피해 회복’, ‘상당한 피해 회복’ 항목에서 ‘공탁 포함’이라는 문구를 삭제했습니다. 피고인이 피해자와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공탁했다는 사정만으로 피해가 회복된 것처럼 인정받기는 이전보다 어려워졌고, 법원은 피해자의 의사와 공탁금 회수 가능성, 피해의 성격과 정도 등을 종합해 개별적으로 판단합니다.
피해자가 공탁금 수령을 거부하더라도 공탁 자체의 효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 거부 사정이 양형에서 어떻게 평가되는지는 공탁 금액의 적정성 등 다른 사정과 함께 판단된다는 점도 함께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형사공탁 특례로 공탁을 마쳤다는 사실만으로 자동 감형이 보장되지는 않으며, 바뀐 양형기준 아래서는 개별 사정에 대한 종합 판단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5. 신청부터 수령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공탁 신청 전에 사건 자료부터 정리해 두어야 특례 요건을 충족하는지 빠르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형사공탁 특례를 이용한 절차는 통상 ①재판이 계속 중인 법원 확인(예를 들어 수원지방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라면 수원지방법원 소재지 공탁소가 대상입니다) → ②인적사항을 알 수 없다는 사정이 법령상 사유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소명자료를 준비 → ③사건번호·사건명·피해자 특정 표현을 기재한 형사공탁 신청서 접수 → ④공탁관의 심사를 거친 수리 및 인터넷 공고를 통한 통지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 과정에서 사건이 수사 단계에 있는지, 이미 기소되어 재판 중인지에 따라서도 접수 가능 여부와 절차가 달라질 수 있어(수사 단계라면 관할 경찰서·검찰청, 예를 들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나 수원지방검찰청의 사건 진행 상황부터 확인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음부터 정확히 짚고 넘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형사공탁 특례를 준비한다면, 본격적으로 신청서를 쓰기 전에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재판이 계속 중인 법원과 정확한 사건번호부터 확인합니다.
인적사항을 알 수 없는 사정이 성폭력처벌법 등 법령상 신원보호 규정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단순히 연락이 안 되는 사정에 불과한지부터 구분합니다.
소명자료와 공탁금을 준비해 그 법원 소재지 공탁소에 형사공탁 신청서를 접수합니다.
이 요건 판단을 잘못하면 신청 자체가 반려되거나, 어렵게 공탁을 마치고도 재판에서 기대한 만큼 인정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변호사와 함께 요건과 절차를 점검하는 것이 시간과 비용을 아끼는 길입니다.
마치며
피해자의 정보를 모른다는 이유만으로 “공탁 자체가 아예 불가능하다”고 지레 포기하거나, 반대로 “사건번호만 적으면 다 된다”고 생각해 요건을 제대로 챙기지 않은 채 시간을 흘려보내는 경우를 실무에서 자주 봅니다. 두 경우 모두 정확한 요건을 확인하지 않은 데서 비롯됩니다.
형사공탁을 준비하는 피고인 쪽 입장에서는, 특례 요건과 절차를 정확히 지켜야 바뀐 양형기준 아래서도 진지한 반성의 정황으로 인정받을 여지가 커집니다. 반대로 통지를 받은 피해자 쪽 입장에서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공탁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에 당황하는 경우가 많은데, 공고를 확인하는 방법과 수령 절차를 미리 알아두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저는 형사공탁 특례를 활용해야 하는 피고인 쪽 사건과, 뒤늦게 공탁 사실을 통지받은 피해자 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요건을 어떻게 판단하고 소명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피해자 정보를 모른다고 해서 손 놓고 있을 필요도, 사건번호만 적으면 다 될 것으로 안심할 필요도 없습니다. 요건부터 정확히 짚어야 할 그 시점에,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피해자가 이사를 가서 연락이 안 되는데, 이것도 형사공탁 특례 대상인가요?
A. 원칙적으로 아닙니다. 단순히 연락이 끊기거나 협조하지 않는다는 사정만으로는 특례 요건인 “법령에 따라 알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법률상 신상정보가 비공개로 취급되는 사건인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Q. 형사공탁 특례로 공탁하면 어느 법원에 신청해야 하나요?
A. 아무 공탁소나 되는 것이 아니라, 해당 형사사건이 현재 계속 중인 법원 소재지의 공탁소에 신청해야 합니다. 항소심으로 넘어갔다면 항소법원 소재지 공탁소가 대상이 됩니다.
Q. 피해자가 공탁금이 들어온 사실을 어떻게 알 수 있나요?
A. 공탁관이 인적사항을 몰라 개별 통지를 할 수 없는 대신, 인터넷 홈페이지에 사건번호 등을 공고하는 방법으로 통지를 갈음할 수 있습니다. 피해자는 수사기관이나 변호인을 통해 공고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Q. 형사공탁만 해두면 무조건 감형되나요?
A. 아닙니다. 2026년 7월 1일 이후 공소가 제기된 사건부터 적용되는 개정 양형기준은 ‘공탁 포함’ 문구를 삭제해, 일방적 공탁만으로 피해가 회복된 것으로 자동 인정하지 않습니다. 피해자 의사와 공탁금 회수 가능성 등을 종합해 개별 판단합니다.
Q. 피해자가 수령을 거부하면 공탁 자체가 무효가 되나요?
A. 아닙니다. 피해자가 거부하더라도 공탁의 효력 자체는 유지됩니다. 다만 거부 사정이 양형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는 별개의 문제로, 공탁 금액의 적정성 등이 함께 고려될 수 있습니다.
Q. 공탁금을 찾아가려면 피해자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요?
A. 자신이 해당 사건의 피해자임을 확인할 수 있는, 법원이나 검찰이 발급한 증명서가 필요합니다. 신상정보를 다시 노출하지 않고도 동일인 확인이 가능하도록 마련된 절차입니다.
Q. 성범죄가 아닌 사건에서도 형사공탁 특례를 쓸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다만 그 사건 역시 법령상 피해자 인적사항 공개가 금지되거나 알 수 없도록 정해져 있어야 하며, 단순히 일반 형사사건에서 연락이 안 된다는 사정만으로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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