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고소인과 대질조사를 하자는데 응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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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고소인과 대질조사를 하자는데 응해야 하나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성범죄로 고소를 당한 뒤 경찰 조사 과정에서 고소인과 얼굴을 마주하는 대질조사를 요구받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피고소인분들 중 상당수는 “떳떳하니까 만나서 얘기하면 오해가 금방 풀릴 것”이라는 생각으로 별다른 준비 없이 대질조사에 응합니다. 그런데 막상 고소인과 마주 앉아 감정적으로 대응하거나 즉흥적으로 진술을 하다 보면, 오히려 그 자리에서 나온 말 한마디가 나중에 불리한 증거로 남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성범죄 사건에서 고소인 진술뿐 아니라 대질 과정에서 나온 진술 전체를 신빙성 판단의 핵심 자료로 삼는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대질조사에서 어떤 태도로 임했는지, 어떤 진술을 남겼는지가 사건 전체의 방향을 좌우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아래에서는 성범죄 사건에서 고소인과의 대질조사에 반드시 응해야 하는지, 그리고 대질조사에 임할 때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대질조사는 법적으로 반드시 응해야 하는 절차가 아닙니다

대질조사는 형사소송법상 임의수사에 해당해, 출석과 진술을 법으로 강제할 수 없습니다.

대질조사란 고소인과 피고소인(피의자)의 진술이 서로 엇갈릴 때, 수사기관이 두 사람을 한 자리에 불러 진술을 맞춰보는 절차를 말합니다. 통상 경찰 단계에서 고소인 조사와 피고소인 조사가 각각 끝난 뒤, 진술 내용이 정면으로 배치되는 부분이 있을 때 실시됩니다.

형사소송법 제199조 제1항은 수사에 관하여 목적 달성에 필요한 조사를 할 수 있되, 강제처분은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 한해 필요 최소한도로만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대질조사는 이 강제처분에 해당하지 않는 임의수사의 일종이므로, 원칙적으로 출석하거나 진술할 법적 의무가 없습니다.

즉 수사관이 “대질조사를 하자”고 요청하더라도, 그 자체가 반드시 응해야 하는 소환은 아닙니다. 변호인 선임이나 자료 준비를 이유로 일정 연기를 요청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대질조사는 임의수사의 일종이므로, 요청받았다고 해서 곧바로 응할 법적 의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2. 그렇다고 마음대로 거부하면 오히려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정당한 이유 없이 계속 불응하면 체포영장 청구 사유가 될 수 있고, 수사기관에 불리한 심증을 남길 수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00조의2는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고,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거나 응하지 않을 우려가 있는 때에는 검사가 관할 법원 판사에게 체포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대질조사 요구를 별다른 설명 없이 반복해서 거부하면, 이 규정이 적용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실무적으로도 그동안 협조적으로 조사에 응하던 사람이 대질조사 단계에서만 갑자기 태도를 바꿔 거부하면, 수사관이 “진술을 감추려 한다”는 심증을 갖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이후 기소 여부나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판단할 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결국 대질조사는 무조건 응해야 하는 절차도, 무조건 거부해도 되는 절차도 아닙니다. 요구받은 시점에 어떤 쟁점 때문에 대질이 필요한지, 지금 상태로 응하는 것이 유리한지를 먼저 판단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정당한 이유 없는 대질조사 거부는 체포영장 청구 사유가 될 수 있고, 수사기관의 심증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3. 성범죄 사건의 대질조사는 진술 하나하나가 신빙성 판단에 직결됩니다

고소인 진술과 피고소인 진술이 정면으로 부딪히는 자리인 만큼, 준비 없이 남긴 진술 하나가 사건 전체를 흔들 수 있습니다.

성범죄 사건은 목격자나 물증 없이 고소인과 피고소인의 진술만 남는 경우가 많아, 대질조사에서 나온 발언의 비중이 특히 큽니다. 그만큼 수사기관도 2차 피해 우려 때문에 대질조사 실시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하는 경향이 있고, 진술이 명백히 상반되고 대질이 꼭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에만 제한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실무입니다.

피해자 등의 진술은 그 진술 내용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며,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고, 또한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이상, 그 진술의 신빙성을 특별한 이유 없이 함부로 배척해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이 판례가 확립한 신빙성 판단 기준은 대질조사 국면에서도 그대로 이어집니다. 대법원 2022. 12. 15. 선고 2021도14234 판결 역시 강간 사건에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할 때 경험칙의 의미와 내용을 엄격하게 살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결국 대질조사에서 피고소인이 남기는 진술 역시 일관성과 논리적 합리성이라는 같은 기준으로 평가받게 됩니다.

이 때문에 실무에서는 대질조사를 진행하더라도 고소인과 피고소인을 완전히 마주 앉히기보다 칸막이나 화상으로 분리하거나, 신뢰관계인·변호인의 동석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절차를 조정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대질조사에서 남긴 진술은 일관성과 논리적 합리성을 기준으로 평가되므로, 준비 없이 임하면 그 자체가 불리한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4. 변호인과 함께 준비했는지에 따라 대질조사의 결과가 달라집니다

변호인 참여권과 진술거부권을 알고 임하는 것과 모르고 임하는 것은 결과가 다릅니다.

형사소송법 제243조의2는 피의자신문에 변호인이 참여해 의견을 진술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고, 제244조의3은 신문 전에 진술거부권을 고지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대질조사도 실질적으로 피의자신문의 한 형태로 진행되는 만큼, 이 두 권리는 대질조사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변호인 없이 대질조사에 들어가면, 감정이 격해진 상태에서 즉흥적으로 답하다가 사실관계와 어긋나는 진술을 하거나, 상대방의 주장에 말려 불필요하게 인정 취지의 발언을 남기기 쉽습니다. 반대로 사전에 시간대별 사실관계, 문자메시지·통화기록 등 객관적 자료를 변호인과 함께 정리해두면, 대질 자리에서 쟁점에 어긋난 감정적 발언을 줄이고 필요한 부분만 답할 수 있습니다.

성범죄는 혐의별로 형량 차이가 커서 대질조사에서의 진술이 이후 적용 죄명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예컨대 강제추행죄(형법 제298조)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고, 폭행·협박의 정도나 행위 태양에 대한 진술 하나로 적용 조문 자체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변호인 참여권과 진술거부권을 알고 준비된 상태로 대질조사에 임하는 것이, 결과를 가르는 가장 실질적인 차이입니다.


5. 고소부터 기소 여부 판단까지, 대질조사는 이 절차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대질조사 요구를 받았다면, 지금이 어느 단계인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성범죄 고소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 조사와 피고소인(피의자) 조사 진행, 이 과정에서 진술이 상반되면 대질조사 요구 → ③검찰(수원 관내는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기소·불기소 처분 → ④기소되면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대질조사는 대개 ②단계, 즉 경찰 조사 막바지에 요구됩니다.

대질조사 요구를 받았다면, 감정적으로 응하거나 무작정 거부하기 전에 아래 순서로 상황부터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1. 대질조사 요구가 정식 출석요구서에 의한 것인지, 전화 등 구두 요청인지부터 확인합니다.

  2. 지금까지 본인이 한 진술 내용(진술조서 열람·복사 신청 등)과 상대방 주장이 상반되는 지점을 정리합니다.

  3. 변호인과 함께 예상 쟁점별 답변 방향과 진술거부권 행사 여부를 사전에 정합니다.

이렇게 상황을 정리한 뒤 대질조사에 임하면, 감정적 대응으로 불리한 진술을 남기는 것을 막고 이후 검찰 처분과 재판 단계에서도 일관된 입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성범죄 고소를 당한 뒤 대질조사 요구까지 받으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라 일단 시간을 끌다가 초기 대응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소인 입장에서는 대질조사가 다시 한번 그날의 상황을 마주해야 하는 부담스러운 자리이고, 피고소인 입장에서도 준비 없이 나섰다가 오히려 불리한 진술을 남길 수 있다는 부담이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대질조사를 감정으로 대응할 자리가 아니라, 절차와 근거로 대응해야 할 자리로 봐야 합니다.

저는 성범죄 사건에서 고소인 측과 피고소인 측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대질조사를 어떻게 준비했는지에 따라 이후 수사와 재판의 방향이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대질조사 요구를 받았다면, 응할지 말지를 혼자 판단하기 전에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대질조사 요구를 거부하면 바로 체포되나요?

A. 바로 체포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요구에 반복해서 불응하면 형사소송법 제200조의2에 따라 체포영장이 청구될 수 있는 사유가 되므로, 거부하려면 그 이유를 명확히 밝히는 것이 좋습니다.

Q. 대질조사에 변호인을 동석시킬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형사소송법 제243조의2는 피의자신문에 변호인이 참여해 의견을 진술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고, 대질조사에도 이 권리가 그대로 적용됩니다.

Q. 대질조사 중에도 진술을 거부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대질조사도 피의자신문의 한 형태이므로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에 따른 진술거부권이 그대로 인정되며, 특정 질문에만 답변을 유보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Q. 대질조사에서 한 말이 나중에 불리하게 쓰일 수 있나요?

A. 그렇습니다. 대질조사에서의 발언도 조서에 기재되어 이후 신빙성 판단의 근거로 쓰이므로, 준비 없이 즉흥적으로 답변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Q. 고소인이 대질조사를 거부하면 사건이 어떻게 되나요?

A. 고소인도 임의수사인 대질조사에 응할 법적 의무는 없습니다. 다만 이 경우 수사기관은 다른 객관적 자료나 진술 일관성만으로 신빙성을 판단하게 되므로, 사건 진행 방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대질조사 요구를 받았는데 일정을 미룰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변호인 선임이나 자료 준비를 이유로 연기를 요청할 수 있으며, 정당한 사유를 밝히고 조율하는 것이라면 불이익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Q. 대질조사 없이도 기소가 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대질조사는 필요한 경우에만 진행되는 절차일 뿐 필수 절차는 아닙니다. 진술 일관성과 객관적 증거만으로도 기소 여부가 판단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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