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명절이나 가족 모임에서 사촌 간에 있었던 신체 접촉이 성범죄 사건으로 번지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에는 “사촌끼리 뭐 어때서”, “장난이었다”는 생각으로 그 순간을 가볍게 넘겼다가, 상대방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야 사안의 심각성을 깨닫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별다른 죄의식 없이 넘어갔던 일이, 정작 문제가 불거지면 일반 강제추행보다 훨씬 무거운 혐의로 돌아옵니다.
최근 대법원은 강제추행죄의 성립 문턱을 낮추는 동시에 친족관계에 있는 사람에 대한 가중처벌 규정도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사촌 사이라는 친밀한 관계가 오히려 처벌을 무겁게 만드는 사정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사촌 사이에서도 친족관계 강제추행이 어떻게 성립하고 어떤 기준으로 가중처벌되는지, 그리고 사건이 불거졌을 때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사촌은 4촌 이내 혈족으로 법이 정한 친족관계에 해당합니다
동거하지 않아도, 촌수만으로 이미 친족관계 강제추행 규정의 적용 대상이 됩니다.
친족관계에 의한 강제추행이 문제되는 사건에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두 사람이 법이 정한 ‘친족’에 해당하는지입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5조 제4항은 친족의 범위를 4촌 이내의 혈족·인척과 동거하는 친족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사촌은 부모의 형제자매가 낳은 자녀로, 민법상 4촌에 해당하는 방계혈족입니다. 사촌 사이라면 그 자체로 이미 4촌 이내 혈족 요건을 충족하기 때문에, 어릴 때 한집에서 자랐는지, 지금 같이 사는지, 얼마나 자주 만나는지는 성립 여부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실무에서는 “따로 산 지 오래됐다”, “명절에나 보는 사이다”라는 이유로 친족관계 자체를 다투려는 경우가 있지만, 4촌 이내 혈족에게는 동거 요건이 붙지 않습니다. 동거 요건은 4촌을 넘는 친족이 한집에 살 때 이를 별도로 포함시키기 위한 규정일 뿐, 혈족 자체에 붙는 조건이 아닙니다.
법원은 인척의 범위도 이렇게 폭넓게 해석합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5조 제4항은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친족의 범위는 4촌 이내의 혈족·인척과 동거하는 친족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민법 제767조는 “배우자, 혈족 및 인척을 친족으로 한다”, 같은 법 제769조는 “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혈족, 배우자의 혈족의 배우자를 인척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의붓아버지와 의붓딸의 관계는 4촌 이내의 인척으로서 친족관계에 해당한다(대법원 2020. 11. 5. 선고 2020도10806 판결).
계부·의붓딸처럼 혼인을 매개로 한 인척조차 이렇게 넓게 인정되는데, 혈연으로 직접 이어진 사촌은 이런 해석 다툼 없이 곧바로 적용 대상이 됩니다.
사촌은 동거 여부와 관계없이 촌수만으로 이미 친족관계 강제추행 규정이 적용되는 혈족입니다.
2. 친족관계 강제추행은 폭행이나 협박의 정도가 낮아도 성립할 수 있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강제추행죄의 폭행·협박 기준을 완화해 처벌 범위를 넓혔습니다.
친족관계 강제추행이 무겁게 처벌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성립 문턱 자체가 낮아졌다는 데 있습니다. 과거 판례는 폭행이 추행보다 먼저 있었던 경우 그 폭행·협박이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 이른바 ‘최협의’에 이르러야 한다고 봐 왔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2023년 전원합의체 판결로 40년 가까이 이어진 이 기준을 변경했습니다.
강제추행죄에서 폭행 또는 협박은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로 강력할 것이 요구되지 아니하고, 상대방의 신체에 대하여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폭행)하거나 일반적으로 보아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을 고지(협박)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23. 9. 21. 선고 2018도13877 전원합의체 판결).
이 판결은 다름 아닌 친족관계에 의한 강제추행 사건에서 나온 것으로, 가족·친족 사이일수록 신뢰관계나 만만함을 이용한 낮은 수준의 유형력 행사만으로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즉 몸을 세게 밀치거나 위협하지 않았더라도, 순간적으로 신체 접촉을 강제했다면 그 자체로 폭행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사촌 사이의 친밀함 때문에 상대방이 크게 저항하지 못했다는 사정은, 오히려 방어 논리가 아니라 불리한 정황으로 작용하기 쉬워졌습니다.
강제추행죄의 폭행·협박 기준이 완화되면서, 친족 사이의 낮은 수준의 유형력 행사도 처벌 대상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졌습니다.
3. 합의했거나 나중에 화해해도 형사절차는 멈추지 않습니다
친족관계 강제추행은 친고죄도 반의사불벌죄도 아니어서 고소를 취하해도 절차가 그대로 진행됩니다.
사촌 사이처럼 한 가족 안에서 벌어진 일이다 보니, 사건이 불거지면 “집안일이니 조용히 마무리하자”, “고소를 취하하면 없던 일이 된다”는 압박이 오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성범죄는 2013년 개정을 통해 친고죄·반의사불벌죄 규정이 전면 폐지됐습니다. 피해자가 고소하지 않았거나 고소를 취하하더라도, 수사기관이 사건을 인지한 이상 수사와 기소, 재판은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계속 진행될 수 있습니다.
다만 합의나 처벌불원 의사가 사건 성립 자체를 없애지는 못해도, 양형 단계에서는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됩니다. 이 차이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채 “합의만 하면 끝난다”고 안심했다가, 절차가 계속 진행되는 것을 보고 뒤늦게 당황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4. 일반 강제추행과 달리 벌금형 없이 5년 이상의 징역형부터 시작됩니다
형법상 강제추행보다 하한이 높고, 선택형인 벌금형 자체가 없어 처벌 수위가 크게 달라집니다.
형법 제298조의 일반 강제추행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해, 벌금형도 선택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그러나 사촌처럼 친족관계에 있는 사람이 저지른 강제추행에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5조 제2항이 적용되어, 벌금형 없이 5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라는 무거운 하한부터 시작됩니다.
폭행·협박을 동반한 강제추행뿐 아니라, 상대방이 술에 취해 있거나 잠들어 저항할 수 없는 상태를 이용한 준강제추행(형법 제299조)도 같은 특례법 제5조 제3항이 적용되어 마찬가지로 5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처벌됩니다. 만약 행위가 강간에까지 이르렀다면 하한은 7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더 올라갑니다.
벌금형이 아예 빠지고 하한이 5년으로 정해져 있다 보니, 초범이라 해도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집행유예를 받으려면 사건 경위·반성 정도·합의 여부 등에서 상당히 유리한 사정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가족 내 사건일수록 초기 진술과 증거 정리가 사건 전체의 방향을 가릅니다.
친족관계 강제추행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및 피해자 진술 → ②피고소인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는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친족관계가 인정되면 신상정보 등록 등 부가처분 여부도 함께 검토됩니다.
가족 안에서 벌어진 일이라 목격자나 CCTV 같은 객관적 증거가 없는 경우가 많고, 결국 당사자들의 진술과 그 무렵 주고받은 문자·통화 기록, 이후의 태도 변화 등이 유무죄와 형량을 가르는 핵심 자료가 됩니다.
사건을 인지했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건 발생 일시·장소·경위를 시간 순서대로 기록하고, 그 무렵 주고받은 문자·메신저 대화를 확보합니다.
명절·가족 모임 등 접촉이 있었던 정황을 뒷받침할 사진, 참석자 관계 등 정황 자료를 정리합니다.
진술이 엇갈릴 수 있는 지점을 미리 정리해, 조사 전 성범죄 사건 대응 경험이 있는 변호사와 진술 방향을 검토합니다.
이런 자료를 바탕으로 형사 대응 방향을 정한다면, 고소인이든 피고소인이든 절차 초기 단계부터 훨씬 유리한 위치에서 대응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사촌 사이의 문제는 “그래도 가족인데”라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해를 당한 쪽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대응보다, 사건 경위와 그 무렵 주고받은 대화 기록을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가족이라는 관계 때문에 신고를 망설이는 사이 증거가 흐려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혐의를 받는 쪽 입장에서도 “가족끼리 있었던 일이니 크게 문제 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폭행·협박의 정도, 친족관계 인정 여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친족관계 강제추행 사건에서 피해를 주장하는 쪽과 혐의를 받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사실관계 정리와 법리 선택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사촌 사이인데도 정말 친족관계 강제추행으로 가중처벌되나요?
A. 네. 사촌은 4촌 이내의 혈족에 해당해 성폭력처벌법 제5조가 적용되며, 벌금형 없이 5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라는 일반 강제추행보다 무거운 처벌을 받습니다.
Q. 어릴 때부터 따로 살아서 왕래가 거의 없었는데도 적용되나요?
A. 적용됩니다. 4촌 이내 혈족은 동거 여부와 관계없이 친족관계 규정이 적용되므로, 함께 살았는지는 성립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Q.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친족관계 강제추행은 친고죄도 반의사불벌죄도 아니어서, 고소를 취하해도 수사와 재판이 그대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다만 합의·처벌불원 의사는 양형에서 참작됩니다.
Q. 술에 취해 저항하지 못한 사이 벌어진 일도 같은 조항이 적용되나요?
A. 네. 폭행·협박이 아니라 심신상실·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경우에도 준강제추행(형법 제299조)에 성폭력처벌법 제5조 제3항이 적용되어 마찬가지로 5년 이상의 유기징역 구간에 놓입니다.
Q. 억울하게 의심받고 있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A. 사실관계를 다투는 사건일수록 초기 진술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조사 전 관련 대화 기록과 정황을 정리해 변호사와 진술 방향을 미리 검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5촌 당숙이나 6촌처럼 더 먼 친척도 적용되나요?
A. 4촌을 넘는 친족은 혈족·인척이라는 이유만으로는 적용되지 않고, 실제로 동거하고 있어야 친족관계 규정이 적용됩니다.
Q. 변호사는 언제부터 선임하는 게 좋은가요?
A. 첫 조사를 받기 전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 진술 방향이 사건 전체 흐름을 좌우하고, 하한이 5년으로 무거운 만큼 구속 수사 가능성까지 대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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